흔들리는 보수 듀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당 내 갈등 심화…‘보수는 분열할 것인가?’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7/11/10 [14:47]

흔들리는 보수 듀오 ‘자유한국당·바른정당’

당 내 갈등 심화…‘보수는 분열할 것인가?’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7/11/10 [14:47]

 

그간 보수통합을 주장했던 김무성 등의 통합파 국회의원 9명이 바른정당을 떠나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하면서 정계개편 신호탄이 쏘아졌다. 그동안 당 통합에 반대하며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도 당 간판이 흔들리는 상황에 빠지자 입장을 선회할 기미를 보이는 상황이다. 또한 바른정당 탈당의원들을 받아들인 자유한국당의 경우에도, 친박들이 집단 반발하기 시작하면서 홍준표 대표체제가 위기에 빠진 형국이다.

 


 

풍전등화 바른정당…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상실

본격 리더십 시험받는 유승민…추가탈당 방지책 골몰

자중지란 자유한국당…복당 인정하자 반발 시작 친박

임시동맹 맺은 ‘홍준표·김무성’…향후 당권싸움 3파전

 

▲ 보수통합파의 탈당으로 원내교섭단체 지위를 상실한 바른정당을 이끌어 나가야하는 유승민 의원(사진). <사진=김상문 기자>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보수원내정당의 투톱,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상황이 심상찮다. 국회의원들이 탈당하면서 원내교섭단체가 무너져버린 바른정당은 물론, 이들을 받아들인 자유한국당 모두 ‘당 내 갈등의 골’이 심상찮기 때문이다.

    

풍전등화 바른정당

 

먼저 통합파 9명 탈당에 이어 잔류파 의원들의 추가 탈당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벼랑 끝에 내몰리고 있는 바른정당이 내부 분위기를 돌려세우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통합파가 떠난 뒤에도 ‘통합 전당대회’를 주장하는 온건 자강파와 ‘독자노선’을 고집하는 강경 자강파가 팽팽히 맞서며 당의 추가 분당 위기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강경파의 수장 격이자 유력한 차기 당대표 후보인 유승민 의원이 기존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며 당내 대화 분위기 형성에 힘을 싣고 있기 때문이다.

 

단 온건 자강파가 ‘한 달’ 이라는 데드라인을 던진 상황인 만큼 향후 유 의원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미지수다. 기존처럼 마이웨이 정치를 고집할 경우 추가 탈당이 현실화할 수 있다. 이 경우 바른정당은 유 의원 중심의 몇몇 사람만 남게 되는, 그야말로 간판만 남은 소수정당으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유 의원이 중도·보수대통합론을 앞세워 논의의 장 마련에 무게를 싣고 있기에 경우에 따라 꺼져가던 개혁보수의 불씨가 살아날 가능성도 있기는 하다. 유 의원의 정치력이 시험대에 오른 것이다.

 

하지만 바른정당의 현실은 녹록지 않다. 지난 11월8일 김무성·강길부·김영우·김용태·이종구·정양석·홍철호·황영철 의원 등 8명은 중앙당 사무처에 탈당계를 제출했다. 앞서 탈당을 공식 선언했던 주호영 당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직책상의 문제로 인해 이후 따로 탈당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바른정당의 의석수는 20석에서 11석으로 줄었고 원내교섭단체 지위(20석 기준)를 잃었다. 재정적 어려움도 뒤따른다.

 

분당의 1차적 책임은 한국당 복당파에 있지만 당 내에선 유 의원에 대한 원망도 적지 않다. 지나치게 자강을 고집한 탓에 통합파의 탈당을 오히려 부추겼다는 분석이다.

 

유 의원은 지난 10월22일 기자회견 자리에서 ‘향후 김무성 의원을 비롯한 탈당파 의원들을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김 의원은 바른정당 창당이 ‘반기문 대통령 만들기’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분이기 때문에 저와는 생각의 차이가 크다”며 “저는 제가 갈 길이 있고 그 분(김 의원)은 그 분이 갈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당의 진로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던 시점에 자강파를 이끌고 있는 유 의원이 ‘각자도생’을 언급하며 사실상 통합파가 당에 남을 명분을 없앴다는 얘기가 나온다. ‘탈당할테면 하라’는 독선적 반응에 탈당과 잔류를 놓고 고민하던 일부 중립파 의원들도 탈당 쪽으로 마음이 더 기울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 한 당직자는 바른정당에 몸담고 있던 시절 “유 의원의 개혁보수에는 실체가 없다”며 “정치하는 사람은 모름지기 중요한 현안에 대해 입장이 있어야하는데 유 의원은 정부 정책이 어떤지, 한국당은 왜 보수가 아닌지 등에 대한 입장이 없다. 뭘 하자는 건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통합파 9명이 빠져나가는 아픔을 겪었지만 바른정당의 위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자강파 내에서도 남경필 경기지사, 김세연 의원 등은 한국당과의 통합 전대를 위해 당의 전대 연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만으로는 한국당과 손을 잡을 수 없다며 통합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통합파 탈당 직후 약 5명 정도가 추가로 당을 떠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며 바른정당을 둘러싼 위기론이 고조되기도 했다. 결국 잔류 의원 11명은 지난 11월8일 의원간담회를 열고 추가 탈당을 막기 위한 대안으로 중도와 보수를 아우르는 중도·보수대통합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간담회 간사를 맡은 유의동 의원은 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오늘 얘기를 나눈 결과 중도 플러스(+) 보수대통합을 적극 추진하고 다음달 중순까지 가시적 성과를 내기 위해 모두가 노력하기로 했다”며 “당연히 전대도 예정대로 진행될 것이다. 이런 일은 새로운 지도부의 리더십 하에서 추진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중도·보수통합론이 의원 간 합의 하에 나왔다는 것은 강경 자강파인 유 의원, 하태경 의원 등이 기존 입장에서 물러나 온건 자강파에게 잔류할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유 의원이 기존의 강경 태도에서 유화적 제스처를 취한 것이다.

 

유 의원은 지난 11월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국회의원·당대표 후보 연석회의를 마친 뒤 “저는 오래 전부터 명분이 있는 중도·보수개혁세력의 통합은 할 수 있다고 일관되게 얘기해 왔다”며 “그래서 (다른 의원들의 의견에) 찬성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해서 그런 원칙을 정한 것이다. 구체적인 건 전대가 끝나고 난 뒤 밝히겠다”고 말했다.

 

같은날 하 의원은 국민의당과 의원들과 함께 하는 ‘국민통합포럼’에 참석해 “중도·보수대통합은 바른정당 주도로 중도·보수개혁 세력의 통합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라며 “고집불통인 유승민, 하태경이 조금 양보를 했다. (논의의 범위를) 열어두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로 인해 달리던 탈당 기차는 일단 잠시나마 멈춰 세운 효과는 있지만 온건 자강파가 한 달을 논의의 데드라인으로 정한 만큼 유 의원에게 주어진 시간은 충분치 않다.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그에게 더 큰 입장 변화가 요구될 가능성도 많다.

 

이와 관련 남경필 경기지사는 지난 8일 "일단 (전대 후 꾸려질) 새 지도부에 한달 말미를 준 것"이라며 “(중도·보수대통합은) 국민의당까지 열겠다는 것이다. 늦은감이 있지만 끝까지 노력해보고 한달간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 한다”고 유 의원의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정병국 의원은 같은날 오전 국회의원·원외위원장 연석회의에서 “혹자는 이제 갈 사람들이 가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남았으니 하나로 똘똘 뭉치면 시너지도 내고 하고 싶은 걸 할 수 있지 않느냐고 한다”며 “그러나 문제는 지금 남은 11명 의원들을 어떻게 하나로 또 만들 수 있느냐 하는 것”이라며 유 의원을 향해 메시지를 던졌다.

 

일단 바른정당은 11월13일 전당대회를 치르고 새 지도부를 꾸리게 된다. 현재 유승민 후보가 차기 당 대표에 가장 근접해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유 후보가 당 지휘봉을 잡게 될 경우 좌초 직전의 당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다.

 

국민의당과 연대할 수도 있고, 아니면 한국당과 다시 보수통합에 대한 논의를 해 볼 가능성도 없는 것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차기 지도부에 달려있다. 그러나 시간은 한 달에 불과하다. 이 짧은 기간 유 의원을 비롯한 차기 지도부가 어떤 스탠스를 취하느냐에 따라 바른정당이 기사회생하느냐, 영영 비교섭단체로서 소수 정당으로 남느냐 갈릴 것으로 보인다. 유 의원의 정치인생에 가장 큰 고비처가 아닐 수 없다.

    

▲ 지난 11월9일 오전 김무성 의원(오른쪽)등 바른정당 탈당의원들을 받아들인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운데). 정우택 원내대표(왼쪽) 표정이 심상찮다. <사진=김상문 기자>  

 

자중지란 자유한국당

 

흔들리는 바른정당을 바라보는 자유한국당의 입장도 편하지 않다. 바른정당을 탈당의원들이 자유한국당에 공식 복당하면서 한국당 집안싸움이 격화될 조짐이 보이는 것이다. 이에 홍준표 대표와 친박계로 갈라져 있던 한국당이 김 의원이 들어오면서 친홍(준표)-친박(근혜)-친김(무성) 3각 구도로 전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는 사실상 친박 청산을 밀어붙이고 있는 홍 대표의 독주 체제다. 그러나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기점으로 이들 간에 당권을 둔 암투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1월9일 바른정당을 떠난 의원들은 홍준표 대표가 참석한 가운데 여의도 한국당 당사에서 입당식을 진행했다. 홍 대표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이들을 환영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문재인 좌파 정권 견제를 명분으로 함께 보수우파가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복당 첫날부터 미세한 신경전이 감지됐다. 이들의 입당식은 원래 10시로 예정됐지만 10시 30분으로 미뤄졌다. 김무성 의원 등 8인은 먼저 함께 입당식 장소로 들어왔지만, 홍 대표를 포함한 한국당 의원들은 한동안 자리에 나타나지 않았다.

 

홍 대표 측이 모습을 보인 것은 결국 10시 45분 쯤이었다. 김 의원 등이 약 10분을 기다리는 동안 어색한 침묵이 이어졌다. 이를 두고 홍 대표가 기선제압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기다리게 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물론 수세에 몰려있는 친박계에서는 김 의원 등의 복당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무성 의원 등이 복당한 당일, 본회의 직전 진행됐던 한국당 의총에서 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이들의 복당에 대해 절차적 문제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5명의 의원들은 의원총회 소집 요청서를 제출하며, 친박계가 조직적으로 반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에 당분간은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의원이 서로 손을 잡을 것으로 보인다. 서청원 의원 쪽에서 ‘성완종리스트 녹취록’을 거론하면서 홍 대표의 서·최 출당 작업이 흐지부지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왔지만, 홍 대표는 두 의원을 출당시키겠다는 뜻이 확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홍 대표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싸이코패스’, '잔박' 등의 표현을 써가며 수위 높게 이들을 비판했다.

 

때문에 오는 12월 열릴 차기 원내대표 경선이 격돌 지점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비박계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될 경우 서·최 출당을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할 수 있다. 현재는 정우택 원내대표가 의총 소집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고 있다.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는 김성태, 홍문종, 나경원, 김광림 의원 등이 거론된다.

 

친박계는 일단은 숨을 죽이는 분위기다. 친박계 측에서 서청원·최경환·홍준표·김무성 4명의 ‘패키지론’이 부상하는 것도 서·최 두 의원을 출당시키지 말라는 메시지로 해석된다. 차기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다만 경선이 ‘비박 vs 친박’ 양자 구도로 치러질 경우 불리할 수 있기 때문에 다자 구도를 의도할 수 있다.

 

다만 홍준표 대표와 김무성 의원의 연합이 오래 갈지는 의문이다. 김무성 의원이 당권 욕심을 버리지 않아 추후 당권을 놓고 세 대결을 펼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무엇보다 바른정당 탈당파를 중심으로 계보원도 겹치는 모양새다. 현재 당직을 맡고 있는 홍문표 사무총장을 포함, 지난 대선 당시 탈당했던 1차 탈당파 13명은 당초 김무성계로 분류된다.

 

홍 대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당무 감사와 내년 6월 지방선거 공천권 등을 통해 당권을 더욱 강화시키고자 할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의 한 측근은 친박에 대해서는 “정리하겠다는 뜻이 분명하다”고 밝히는 한편 김 의원에 대해서는 “한국당에서 당권을 쥘 명분이 부족하다”며 양측 모두 견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penfree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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