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편지와 MB의 발언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7/11/12 [23:39]

 

▲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주간현대

 

2008년 위기의 이명박

“사리를 가지고 다투어 보고 싶었습니다. 법리를 가지고 다투어 볼 여지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중략)...모두 나의 지시로 비롯된 일이니 설사 법적 절차에 들어가더라도 내가 감당하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퇴직한 비서관, 행정관 7-8명을 고발하겠다고 하는 마당이니 내가 어떻게 더 버티겠습니까? 내 지시를 따랐던, 힘없는 사람들이 어떤 고초를 당할지 알 수 없는 마당이니 더 버틸 수가 없습니다. 이명박 대통령님, 모두 내가 지시해서 생겨난 일입니다. 나에게 책임을 묻되, 힘없는 실무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일은 없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이 당시 이명박 대통령에게 편지를 부친다. 이때는 대통령 기록물과 관련해 청와대와 봉하마을이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던 시기. 

 

당시 청와대는 “온라인 업무관리 시스템인 ‘위민’의 가동을 중단하고 방문자 기록을 분석한 결과 올해 초 내부자료 약 200만건이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실상 참여정부 때 만들어진 문건 전체가 유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에 봉하마을 측은 “노 전 대통령이 자료를 보관하고 있고, 현 정부 쪽에도 충분히 양해를 구했다”고 반박했다. 

 

이어 “대통령은 퇴임 뒤에도 기록물을 볼 수 있는데, 대통령기록관의 전자서비스 시스템이 구축될 때까지 잠정적으로 사본을 가져와 노 전 대통령이 보관 중”이라면서 “현 청와대의 총무비서관 등에게 양해를 구했고, 정리가 된 것으로 아는데, 왜 지금 그것을 문제 삼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2017년 위기의 이명박

2008년 봄은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큰 위기였다. ‘굴욕적’인 광우병 협상 이후 거대한 시민의 저항에 부딪힌 이 전 대통령은 집회의 배후에 이른바 ‘노빠’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 전 대통령은 이를 차단하기 위해 노 전 대통령의 주변을 ‘털기’ 시작했다. 

 

앞서 밝힌 대통령 기록물 논란을 비롯해 태광실업, 우리들병원, 토속촌, 제피로스 등의 세무조사가 당시 지지율 10%대였던 이 전 대통령의 돌파구라는 이야기가 돌았다. 최근 소식에서 알 수 있듯 ‘논두렁 시계’ 사건 역시 이 연장선이었다. 하지만 MB의 ‘털기’는 원하는 결과물을 얻지 못했고, 그가 원했든 국정원이 바랐든 노 전 대통령의 기소 및 불구속 수사도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이명박 정권의 행태는 ‘표적수사’, ‘정치보복’이라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의 죽음은 ‘정치적 타살’이라며 국민적 분개를 일으켰다. 이후 문재인 대통령은 2012년에 출간한 책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국가권력을 동원한 가장 가혹한 보복을 당해야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9년이 지난 2017년 11월 바레인으로 출국하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치보복’이라는 말을 전했다. 그는 12일 일요일 오전, 바레인으로의 출국에 앞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저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오면서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던 사람 중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지나간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분으로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적 보복이냐, 이런 의심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는 ‘감정풀이’도, ‘정치보복’도 아니다. 11일 사이버사령부를 통해 정치관여를 한 혐의로 김관진 전 장관이 구속됐고, 이미 원세훈 전 국정원장 역시 마찬가지 상태다. 그리고 이들을 한번에 움직일 수 있는 인물은 당시 김관진 전 장관과 원세훈 전 원장의 수장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김현 대변인은 “집권 기간 정보 수사기관 등 권력기관을 총동원해 불법을 자행한 이 전 대통령이 사과는커녕 온갖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후퇴시킨 이 전 대통령은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 김철근 대변인은 “민주주의 후퇴의 장본인인 이 전 대통령의 ‘정치보복’ 운운은 적반하장”이라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와 엄정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 역시 “정치보복 프레임을 방패막이로 삼으려는 의도”라며 “검찰 수사가 안보를 위태롭게 만든다는 이 전 대통령 발언은 전직 대통령의 태도라고 볼 수 없는 참으로 뻔뻔하기 그지없는 태도”라고 비판했다. 

 

이번 사건 역시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했듯 ‘사리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을 수 있다. 또한 검찰의 조사가 시작된다면 훗날 법정에서 ‘법리를 두고 다툴 여지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명박 전 대통령이 ‘법적 절차에 들어간다’면 그(MB)가 감당하면 될 일이다. 말 그대로 ‘그에게 책임을 묻되’ 안보와 경제위기라는 프레임으로 국민들이 ‘희생양’이 되면 안된다. 

 

그것이 촛불혁명을 통해 새로운 정부를 탄생시킨 유권자들의 기대였고, 이들은 그 기대를 ‘적폐청산’이라는 말로 일컫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 “문재인 대통령은 적폐 청산과 관련해 ‘개인에 대한 책임 처벌이 아니다. 불공정 특권 구조 자체를 바꾸자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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