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자료·대응책 부족한 ‘지진 안전지대(?)’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7/11/18 [20:43]

조사 자료·대응책 부족한 ‘지진 안전지대(?)’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7/11/18 [20:43]

 

▲ 포항에서 발생한 지진은 건물 벽이 무너져 도로로 쏟아졌다. <사진=인스타그램 @jinhyuk_c01 제공> 

 

포항 지진, 경주 대비 진원 깊이·진동주파수 얕고 낮아 더 큰 피해 

韓 ‘지진 안전지대’ 인식…한반도 내 지질 구조 조사 ‘걸음마 수준’

토지 물렁해지는 액체화 현상 발견…싱크홀 등 2차 피해 가능성 ↑

 

[주간현대=성혜미 기자] 경주에 이어 포항에서 지진이 발생했지만 관련 자료나 대응 능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이러한 가운데 포항에서는 싱크홀 등 2차 피해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액체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어 지진 불안감이 확대되는 분위기다. 

 

지난 15일 오후 2시29분쯤 경북 포항 북구 북쪽 9km 지역서 규모 5.4의 지진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경북 경주에서 규모 5.8의 지진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큰 규모다. 충격은 서울과 부산 등 전국 곳곳까지 뻗쳤다. 

 

이번 지진으로 포항은 건물과 담벼락의 돌들이 떨어지면서 자동차가 부숴지고 유리창이 깨지는 등 곳곳에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경상북도에 따르면 현재(18일 기준)지진으로 인한 부상자는 80명, 이재민은 1361명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들은 이번 포항 지진이 경주보다 규모가 작지만 진원의 깊이, 주파수 유형 등의 차이로 피해가 더 컸다고 설명했다. 

 

우선 포항의 경우 진원의 깊이가 얕았다. 진원은 최초로 지진이 발생한 땅 속 지점을 말한다.

 

기상청은 이번 지진의 진원이 지하 9km라고 설명했다. 경주 지진의 진원이 15km이였던 것에 비해 지표에서 더 가깝다. 그만큼 땅에 가해지는 충격과 피해가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기상청 설명이다.

 

진동주파수도 포항이 경주보다 낮았다. 진동주파수가 낮으면 지진의 진동 주기가 길어지고 고층건물에 주는 피해가 크다.

 

전문가는 경주 지진이 짧은 시간에 강한 에너지를 쏟아 냈다면 포항 지진은 비교적 천천히 진동을 가했다이 때문에 3~5층의 복층 건물에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활성단층 지도 없다

우리나라는 그 동안 판의 경계에서 상대적으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지진 안전지대라는 인식 때문에 자료 조사가 미흡한 수준이다. 지진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주변 지역, 인근 해저 영역까지 조사해 전체 그림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는게 전문가 지적이다. 이번 포항 지진의 원인을 파악하는데 고사했던 배경이다. 

 

일반적으로 지구는 핵, 맨틀, 지각으로 이루어져 있다. 지각은 여러 판으로 이루어져있는데 이 판들이 부딪히거나 멀어질 때 지진이 발생한다. 일본이 잦은 지진을 겪는 이유도 '판의 경계'에 속하기 때문이다.

 

특히 지층이 어긋나 있는 단층은 구조가 연약해 지진이 자주 발생한다. 한반도 단층은 아직 명확히 조사되지 않았지만 작은 단층까지 합하면 수천 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지진은 이 활성단층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

 

활성단층은 비교적 최근 1회 이상 움직임이 있어 지질학적으로 활성으로 분류되는 단층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경주, 양산, 부산을 잇는 약 170km 길이의 양산단층이 대표적인 활성단층이다.

 

전문가들은 한반도가 더는 지진 안전지대가 아닌 만큼 지진에 대한 대비를 위해 한반도 내 활성단층 조사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반도 내 450여개 활성단층을 모두 조사하려면 20여 년이 걸린다고 전해진다. 

 

측정 장비도 부족하다. 현재 지질자원연구소에는 전기, 폭발물과 같은 충격파를 이용해 땅 속 구조를 파악하는 연구장비는 2대 뿐이다. 수 킬로미터 땅 속을 시추할 때 쓰는 장비는 0대다.

 

2차 피해 주요 원인 액상화 현상발견

포항은 현재 대규모 지반 침하, 건물 붕괴와 같은 2차 피해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포항의 토지에서 액체화 현상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액체화 현상'은 지면의 강한 움직임으로 지반이 지하수와 섞이면서 단단했던 토지가 늪처럼 물러지는 현상을 말한다

 

지질학 전문가에 의하면 포항은 경주보다 액상화 현상이 일어날 확률이 높은 땅이다. 경주 암반의 경우 단단한 화강암이지만 포항은 바다 퇴적물로 이뤄져 암반이 약한 퇴적암에 속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은 지난 16일 포항 지진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포항 지역은 신생대 3(마이오세) 퇴적층으로 암편을 손으로 강하게 누르면 부스러질 정도로 강도가 약하다""특히 진앙인 포항시 흥해읍 등은 퇴적층이 상대적으로 발달한 지역으로 구조물 손상을 포함한 지진 피해가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1995년 고베 대지진 당시 액상화 현상으로 인해 싱크홀과 같은 피해가 발생한 바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주말인 18일 청와대에 머물며 포항 지역의 여진 발생 여부, 피해 상황을 보고 받으며 복구 작업을 지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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