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의 절규…대기업과 힘겨운 싸움 벌이는 내막

“대기업 담보채권 악용해 중소 찬탈 시도한다”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2/03/14 [12:44]

中企의 절규…대기업과 힘겨운 싸움 벌이는 내막

“대기업 담보채권 악용해 중소 찬탈 시도한다”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2/03/14 [12:44]
국내 대표적인 닭오리 가공 업체이자 광주·전남지역 향토기업인 화인코리아가 회생을 위해 식품업체 사조그룹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1965년 설립된 화인코리아는 지난 2003년, 2006년 발생한 조류인플루엔자(AI)로 인해 부도 처리됐으며 2010년 12월 파산선고를 받았다. 하지만 회사측은 회생인가를 신청 중이며 회사 살리기 10만 명 서명운동과 함께 파산에 대한 탄원서를 제출하는 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편집자 주>


사조그룹 적대적 M&A 시도에 화인코리아 ‘분통’
화인, “담보채권 몰래 사들여 회생절차 방해” 호소
사조, “이미 파산한 회사 합법적 수단으로 산 것”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화인코리아는 지난 3월2일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의 개정 등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정부와 국회에 냈다고 밝혔다. 법인회생 절차(법정관리)를 신청 중인 이 회사는 현 회생법이 담보채권의 75% 동의를 받아야 가능한 점을 악용, 일부 대기업의 횡포가 있다며 관련법을 보완해 달라고 촉구했다.

“회생 방해 마라”

안정적으로 사업을 운영해 오던 화인코리아는 지난 2003년 조류인플루엔자 파동으로 부도를 맞았다. 그 후 화의와 화의 취소 등을 반복하다 2010년 12월 파산 선고를 받았다.

이때 화인코리아에 접근한 기업이 바로 사조그룹이다. 화인 측은 “사조그룹이 자사의 사료를 납품받으면 회생인가를 도와주겠다”며 “은행권에 있던 일부 채권을 매입했다”고 밝혔다.

현 회생법에 따르면 회생인가를 위해서는 담보채권의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담보채권의 68%(250억원 중 170억원)를 가지고 있는 사조그룹이 화인코리아를 헐값에 인수하기 위해 이를 방해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참치캔 등 가공식품 생산을 주로 하고 있는 사조그룹은 종합식품기업으로 발돋움하고자 2010년부터 육가공사업 강화를 위해 힘쓰고 있다.

화인측은 “중소기업을 강탈하려는 대기업이 25% 이상의 담보채권을 사들여 회생을 방해하는 바람에 사법부마저도 손쓰지 못하는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애초 채권자가 아닌 재벌기업이 담보채권을 인수해 회사를 빼앗기 위한 수단으로 회생법을 악용하고 있다며 이를 막을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 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이들은 탄원서 제출과 함께 10만명 서명 운동은 물론 사조그룹 불매운동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했다.

‘있다’ ‘없다’

그렇다면 사조는 왜 화인코리아 회생인가를 반대하고 나선 것일까. 사조측은 화인코리아가 부족한 경영능력과 부채 상환에 대한 의지가 없어 파산 신청 후 새로운 경영진을 세워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화인코리아측은 “현재 약 150억원의 현금과 현금화 자산 70억원을 보유하고 있고 협력사들도 약 180억원의 담보채권을 매입해 회생인가에 동의해 주기로 해 회생개시만 되면 올해 담보채권 전액을 상환하고 무담보채권도 분할 상환이 가능하다”며 사조측의 주장을 반박하고 있다.

또 “사조에 부채를 상환하려고 할 때마다 이를 받지 않고 파산 절차를 밟으라고 종용하고 있다”며 “화인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면 사조가 경매를 통해 헐값에 사들이려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인코리아는 지난해 오리와 닭 판매 호조 등에 힘입어 확보한 현금자산과 부동산 매각대금 등으로 200억원대의 담보채권을 사실상 갚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인코리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회사가 점차 정상화돼 가고 있고 화의 상태에서도 영업이익을 내는 등 경쟁력이 생기고 있다”며 “지금도 갚을 능력이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법적으로 회생개시가 되야만 상환할 수 있는데 이를 사조측이 막는 것이다”며 “사조측이 경매를 통해 헐값에 사들이려 한다. 마치 고리대금업자가 재산 뺏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조류인플루엔자라는 불가항력적 외부 환경 요인이 큰 영향을 미친 후 화인코리아는 여주와 천안부화장을 매각하는 등 자구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단순히 경영능력 부족으로만 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화인코리아측의 주장에 대해 사조그룹측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반박하고 나섰다. 사조측은 이미 파산한 회사의 담보채권을 합법적 수단으로 사들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조그룹 관계자는 “법적근거에 어긋난 사항이 아니다. 합법적인 절차다”라며 “능력이 되면 갚으면 되는데 왜 안 갚는지 모르겠다. 170억을 갚으면 끝나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화인코리아 관계자는 “회생개시 인가를 위해서는 채권자 75%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며 “사조가 우리의 금융권 담보채권을 확보한 것이 회생의 걸림돌이다. 사조는 이 담보채권을 발판으로 기업 인수를 노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힘겨운 싸움

한편 화인코리아는 지난해 9월께 이명박 대통령에게 ‘특정 대기업의 회사 강탈을 막아달라’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또 박준영 전남지사를 비롯한 지역 기관장, 전남도의회, 나주시의회 등 각계에서 회생을 요구하는 성명을 낸 바 있다.

임성훈 나주시장은 “향토기업이 다시 한 번 회생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법원에 의견서를 냈다”면서 “만일 적대적 기업인수가 이뤄진다면 담보 없이 빌려준 화인코리아 채권자들의 줄도산이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박준영 전남도지사도 법원에 낸 탄원서에서 “종업원 600여 명이 밤낮없이 공장을 가동하고 많은 영업이익을 내고 있다”면서 “이런 기업이 회생하지 못하고 파산한다면 지역경제에 엄청난 피해가 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화인코리아는 600여 명의 임직원과 800여 명의 협력업체와 농가, 회사 얼굴을 보고 무담보로 빌려준 소규모 채권자 280여 명이 있다.

직원 600여 명은 지난 2월24일부터 광주와 나주 등에서 회사 살리기 호소문을 돌리고 서명을 받고 있다. 서명자는 5000명이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인터넷 카페도 만들어 전 국민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특히 25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위탁 사육하는 농가는 파산이 될 경우 사료 공급 중단으로 굶겨 죽거나 질병에 감염될 우려가 클 예상된다.
그러나 사조그룹측은 “합법적인 수단으로 담보채권을 샀고, 그에 맞는 권리를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못박고 있어 이들의 팽팽한 싸움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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