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공수처 ‘검찰의 맹견인가, 천적인가’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11/30 [10:21]

논란의 공수처 ‘검찰의 맹견인가, 천적인가’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11/30 [10:21]

생태계에 반드시 천적이 필요하다. 천적이 없는 존재는 생태계를 파괴하게 되는데 우리 사회에서 이 같은 존재로 지칭되는 것이 현재의 검찰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다고 평가되는 검찰에 대해 정치권은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를 통해 이를 견제하고자 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시민들의 80% 이상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며 ‘정치의 시녀’로 불리는 검찰에 대한 견제를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이를 반대하면서 공수처 설치는 또 다시 국회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는 공수처가 어떤 역할을 하고 왜 반대에 부딪히게 된 것인지에 대해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정치권 내 ‘공수처 설치’ 설전, 논의 거부 ‘한국당’

무소불위 검찰 천적 ‘공수처’, 정치적 중립성 관건

 

▲ 1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8년도 예산안 국회 본회의 상정에 따른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공수처 설치에 대해 국회에 공을 넘겼다.   ©국회사진취재단

 

지난 11월1일 문재인 대통령의 국회 시정연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은 국회에 다양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 중에서도 문 대통령은 적폐청산에 대해 “국가권력기관의 개혁은 사회적 신뢰 회복을 위한 선결과제”라고 말했다. 그가 국회를 향해 던진 메시지 가운데 검찰개혁은 여전히 국회에서 현재진행형으로 남아있다. 문 대통령은 “검찰도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검찰의 변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뜻이 하늘처럼 무겁다”며 “법무부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방안을 마련한 것은 이러한 국민들의 여망을 반영한 것이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대통령인 저와 제 주변부터 공수처의 수사대상이 될 것이다. 법안이 조속히 논의되고 법제화될 수 있도록 국회의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공수처에 대한 입법을 국회로 넘긴 것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역시 검찰개혁의 상징으로 지목되는 공수처 설치에 팔을 걷어붙였다. 조국 민정수석은 지난 11월20일 당·정·청 회의에서 “문재인 정부는 촛불 혁명으로 수립됐다. 첫 번째 과제가 적폐청산과 검찰개혁”이라며 “이제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검찰개혁 구상을 공유하고 있는 조 수석은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본격적으로 나선 것이다. 

 

▲ 자유한국당이 피켓과 현수막을 통해 문재인 정부를 규탄했지만 문재인 대통령은 시정연설이 끝난 직후 자유한국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국회사진취재단

 

국회 시정연설을 통해 본격화됐다고 할 수 있는 공수처 설치의 문제. 야당의 반응은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와 상황이 비슷하다.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자유한국당은 국회 본회의장에 상복을 입고 나타났다. 당시 상복과 함께 정부의 국정운영 방향에 반대하는 피켓을 들고 나타난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시정연설 직후 브리핑을 통해 “자유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과거가 아니라 지금 국민이 처한 암담한 경제와 안보 현실을 직시하고 잘못된 국정운영 방향을 바꾸길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공수처 설치에 대한 입장도 이 당시와 다를 바가 없다. 자유한국당의 선두에 선 홍준표 대표는 공수처 설치를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있다. 그는 여권의 공수처 신설 움직임에 대해 “좌파 전위대 민변 검찰청을 만들려고 국민을 현혹하는 공수처를 마치 검찰 개혁인 양 들고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공수처를 만들어 사법부에 이어 검찰 마저 제도적으로 코드화하려는 부정한 시도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며 ‘공수처 설치 반대’를 당론으로 정했다.

 

결국 지난 11월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제1소위원회에서 진행된 공수처 논의에서 여야는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야권 추천 인사 등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한국당은 당론 자체가 ‘설치 반대’인 만큼 논의조차 거부했다. 따라서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공수처 설치에 대해 논의조차 거부하고 있는 만큼 국회 통과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충견도 모자라 맹견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해당 발언은 홍준표 대표가 검찰을 정권에 충실한 충견에, 공수처를 맹견에 비유한 것이다. 충견과 맹견이라는 발언처럼 홍준표 대표 역시 검찰의 문제에 대해선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대신 홍 대표는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카드로 그 대안을 제시했다. 그렇긴 하지만 정치권에선 한국당 외의 당들이 공수처 설치에 방법의 차이를 제외하곤 기본적으로 찬성의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당 내 지도부가 이를 당론으로 까지 정하면서 “다른 정치적 고려가 작용하는 것 같다”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맹견이냐, 천적이냐

 

“검찰은 수사권 , 기소권을 독점하여 막강한 권한을 쥐고 있지만 고위공직자나 검찰출신을 상대로 수사를 할 때면 봐주기 논란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국정농단이라는 엄중한 사안을 눈앞에 두고도 미온적인 태도로 수사에 임하여 국민들의 분노를 증폭시켰다” 시민단체인 경제실천시민연합의 성명서에 등장하는 발언이다. 검찰의 문제로 인해 검찰개혁과 부정부패 근절을 위해선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이하 공수처)’ 설치가 필수불가결한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가운데 8명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한다고 발표되기도 했다. 그만큼 천적이 없는 존재로 ‘무소불위’의 권력을 쥐고 있는 검찰에 공수처라는 천적이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시정연설 당시 법무부의 공수처 설치를 위한 자체방안 제시가 드러난다. 법무부는 지난 10월 독립성과 정치적 중립성 확보 및 권한남용 우려 해소 등 국민의 신뢰를 받는 공수처를 신설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다.

 

법무부의 자체 방안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권력의 눈치를 보지 않는 성역 없는 수사가 가능하도록 수사·기소권을 보유한 독립적인 수사기구로 설치된다. 홍 대표가 우려하고 있는 ‘정부의 맹견’이 되지 않기 위해 법무부는 공수처를 입법·행정·사법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적 수사기구를 제시한 것이다. 특히 정치적 중립성 확보를 위해 공수처장에 대해 국회에 추천위원회를 설치하고 국회의 추천을 받기로 했다. 다만 국회의 수사요청 규정은 정쟁의 도구가 될 수 있는 만큼 삭제했다.

 

공수처 설치에 있어 수사대상자는 현직 및 퇴직 후 2년 이내의 고위공직자 및 그 가족으로 하며 현직 대통령도 수사대상자에 포함되게 된다. 문 대통령 역시 이를 고려해 시정연설에서 “공수처가 설치된다면 대통령이 가장 먼저 수상대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또 검찰개혁의 핵심인 검사에 대한 부패범죄와 관련해선 ‘제 식구 감싸기’ 논란을 고려해 검사의 대상범죄 사건은 모두 공수처로 이관하도록 규정했다.

 

이렇듯 법무부 역시 공수처 설치에 있어 그 권한남용을 제한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유한국당은 공수처 설치조차 논의하고 있지 않은 것이다. 물론 홍준표 대표가 제시한 검·경 수사권 조정 역시 검찰의 권력분산의 한 방편이다. 하지만 경찰내부는 물론 정치권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논의는 공수처 설치와 별개로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천적이 없는 무소불위의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독립적 기관인 공수처의 설치는 일정 부분 타당성이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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