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꽁초·가래침으로 얼룩진 강제징용 노동자상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7/12/02 [19:08]

 

▲ 일제강점기 일본에 강제로 끌려가 고된 노동을 감당해야 했던 조선인을 기리기 위해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동상 주변에 흡연자들이 버린 담뱃갑과 담배꽁초, 가래침 등으로 더렵혀진 모습이 안타깝다.  © 성혜미 기자

 

[주간현대=성혜미 기자] 일제강점기 당시 희생된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동상이 흡연장소로 전락했다. 동상의 의미를 새겨놓은 문구는 크기가 작아 잘 보이지 않고, 기존 흡연구역이 공사 관계로 임시 이전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본지는 강제징용 노동자상 주변이 흡연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용산역 광장을 찾았다. 실제로 흡연자들은 용산역 입구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앞에 모여 담배를 태웠다. 근처에 금연구역임을 알리는 현수막 등이 있으나 주의를 기울이지 않았다.

 

동상 주변에는 흡연자들이 뱉은 가래침과 담배꽁초가 가득했다. 동상에 새겨진 어머니 보고싶어요라는 문구는 사람들이 버려놓은 담뱃갑으로 가려졌다.

 

대다수 흡연자들은 동상이 세워진 의미를 몰랐다. 이들은 해당 동상이 일본에 강제로 끌려간 노동자를 상징하고 희생을 기리기 위해 설치됐다는 사실에 당혹스러워했다.

 

▲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주변 모습. ©성혜미 기자

 

▲ 서울 용산역 광장에 설치된 강제징용 노동자상 위에 흡연자들이 버린 담뱃갑과 담배꽁초들.  © 성혜미 기자

 

시민 A씨는 전혀 몰랐다. 만약 동상이 일제강점기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사람들 시시선이 무서워서라도 이 곳에서 담배를 태우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민 B씨도 글씨가 너무 작아서 동상의 의미를 몰랐다면서도 사람들이 이 공간에 많이 모여 있어서 이 공간이 흡연 장소인 줄 알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노동자상 주변에는 희생자들을 기리는 문구와 강제징용을 설명하는 글이 새겨진 4개의 기둥이 있다. 그러나 글씨가 크지 않아 굳이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다면 인식하기 어렵다.

 

이에 대해 용산역 광장을 관리하는 아이파크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공사 중인 관계로 임시로 흡연 구역을 만들어 놨지만 모르시는 분들은 공사장 밖으로 나가서 담배를 태우신다우리 쪽 직원이 노동자상 주변은 금연구역이니 임시 흡연 구역을 안내하고 있지만 상시적으로 지키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개조 작업 중이니 조만간 캐노피를 설치하고 정식으로 흡연부스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용산역에 설치된 동상은 지하 갱도에서 고된 노동을 하다 지상으로 나온 깡마른 노동자가 곡괭이를 들고, 눈이 부신 듯 햇빛을 가리고 먼 곳을 바라보는 모습을 그렸다. 동상을 제작한 김운성·김서경 작가에 따르면 곡괭이는 탄광 등에서 시달린 노동의 고통을, 오른쪽 어깨에 앉은 새는 자유와 평화를 상징한다. 두 작가는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인물이다.

 

지난 812일 동상을 설치한 강제징용 노동자상 건립 추진위원회는 용산역 광장에서 제막식을 열고 수많은 조선인 노동자들이 이곳 용산역에 끌려와 일본 국내는 물론, 사할린, 남양군도, 쿠릴열도 등 광산·군수공장에 끌려가 착취당했다마지막으로 고향땅을 떠나던 용산역에 강제징용 노동자상을 건립해 우리의 아픈 역사를 잊지 않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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