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선거구제 개편’ 꺼내든 까닭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12/05 [16:04]

국회 교섭단체 3당의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 등장한 정치 이슈는 ‘선거구제 개편’이다. 일각에선 선거구제 개편 논의가 수면위로 떠오른 것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물밑거래가 있었다고 해석한다. 국민의당 입장에서 선거구제 개편은 생존전략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산안 합의과정을 떠나서도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소수정당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논의돼 온 주제이다. 양당제 체제를 벗어나고 있는 국회 구도에서 선거구제 개편을 통한 민심의 확실한 반영은 시대적 과제가 되고 있다. <편집자주>


 

 

예산안 합의 ‘캐스팅 보트’ 국민의당, 다당제 강조

소수정당의 생존전략, ‘사표 줄이고 민심 반영한다’

 

▲ 선거구제 개편 문제가 소수정당을 중심으로 계속해서 논의되고 있다.     ©김상문 기자

 

12월 초는 국회에 묶였던 ‘예산안 처리’로 국회가 한바탕 소동을 치렀다. 여야는 각각 ‘양보정치’를 외치며 자신들의 주장만을 강력히 외쳤다. 특히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방향의 핵심인 ‘공무원 증원’과 ‘일자리 안정자금’ 등은 정쟁의 대상이 됐다. 여야의 대립으로 국회선지화법 도입 이후 처음으로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넘겼으며 지난 12월 4일 오후에서야 국회 교섭단체 3당은 내년도 예산안 합의문을 발표했다. 합의문에 비록 자유한국당이 법인세와 공무원 증원에 대해 유보입장을 밝혔지만 예산안은 국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을 엿봤다.

 

‘뜨거운 감자’ 선거구제 개편

 

교섭단체 3당의 예산안 합의과정에서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국민의당이다. 단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공무원 증원이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정부의 기조에 맞춰 공무원 증원 수를 1만5000명으로 최저치를 설정했다. 반면 포퓰리즘 공약이라며 비판한 자유한국당은 최고치를 7500명으로 설정했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의 이러한 이견 속에서 국민의당은 9000명의 중간치를 잡았다. 결과적으로 3당의 합의문에 공무원 증원 규모는 9475명이었다. 국민의당이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했다는 유의미한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다만 이번 협상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간의 물꼬를 튼 고리의 하나는 ‘선거구제 개편’이었다는 해석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12월4일 오전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국민의당 김동철 원내대표는 조찬 회동을 가졌다. 이날 회동 이후 두 원내대표는 ‘협상에 별 진전이 없었다’고 밝혔지만 이 자리에서 예산안이 타결되면 선거구제 논의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국민의당의 숙명으로 알려져있다. 현행 소선구제의 경우 지역구별로 1인을 뽑는 방식이다. 이는 양당제 체제를 만들기에 좋은 구조이다. 하지만 중선거구제를 채택할 경우 수도권과 호남권에서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소선구제가 계속될 경우 다음 총선에 국민의당은 당의 존립자체가 위태로울 수 있다는 위기의식 또한 바탕에 있다.

 

이로 인해 국민의당은 이번 예산안 합의 과정에서의 ‘다당제 체제’를 강조하고 있다. 지난 12월5일 김동철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이번 예산 정국에서 우리 정치가 지향할 협치 모델이 만들어졌다. 다당제의 역사적 산물”이라며 “다당제의 정착을 위한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본격화해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개헌과 함께 선거구제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데 원천적으로 합의했다”며 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의 회동결과를 전했다. 국민의당의 한 관계자 역시 “내년 호남지역 지방선거에서 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는 여당과 맞서야 하는 국민의당 입장을 생각해 보라”며 “선거구제 개편은 생존이 걸린 문제”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선거구도 재편’에 대해 언급했다. 지난 12월4일 안철수 대표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그는 지방선거의 필승 전략으로 ‘선거구도 재편’을 이야기했다. 안 대표는 “지금은 지지율을 열심히 축적하고 있는 중이고 이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지방선거의 주요 전략으로 선거구도 변화를 꼽았다. 

 

다당제 체제의 효율을 맛본 안 대표는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소선구제를 바꾸기 위해선 어떤 방법도 수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와 관련 “아마 12월 국회가 또 열릴 것”이라며 “거기서 본격적으로 선거제도 개편, 개헌에 대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전국선거를 4자구도로 치르는 것에 대해 부담을 많이 갖고 있고 적어도 3자구도로 정리되지 않으면 합류하기 힘들다는 분들이 전국에 걸쳐 많이 있다”며 “최소 3자구도로 치러지는데 선거연대도 있고 다른 방법도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국민의당에서 논의되고 있는 선거구제 개편 방안은 두 가지이다. 중대선거구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이다. 중대선거구제의 경우 지역구의 크기를 키우고 당선자 수를 늘려 득표율 순으로 의석을 나눠 갖는 제도다. 즉 선거구에 따라 차순위 득표자도 당선되는 구조다. 이는 1등만 당선되는 소선구제에 비해 사표를 줄일 수 있으며 소수정당에게도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또한 인물중심의 선거로 한정돼 초선의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소선구제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각 정당의 비례대표 득표비율에 의석정수를 곱해 각 정당에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으로 각 정당이 표를 받은 만큼 의석수를 받기 때문에 민심이 반영된다고 볼 수 있다.

 

선거구제 개편이 실현된다면 국민의당 입장에선 안정적으로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앞선 국민의당 관계자의 발언처럼 현재의 집권 여당은 지지율 50%대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따라서 이대로 정치권이 흘러간다면 국민의당은 호남권에서 더불어민주당에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작용한다면 안정적 의석 확보가 가능하다.

 

결국 선거구제 개편 논의는 소수정당에서 주장하는 바이다. 소선구제가 양당제 체제 확립에 용이한 만큼 다당제 체제로의 발전엔 걸림돌이 된다. 이에 정의당과 바른정당 역시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적극적이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당선 인사를 위한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의 만남에서 “선거제도 개편을 위해 정의당과 함께 노력할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소수정당으로 오랜 시간을 지내온 정의당은 그간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선거구제 개편에 대해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바 있다.

 

하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선거구제 개편 논의에 대해 비판적이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의 회동에 대해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가예산안이 개헌, 선거구제개편과 정략적으로 끼워팔기하는 사안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개인적으로 구태 중 구태 행태라고 본다”고 비판했다. 그는 “ 완벽한 여야합의로 이뤄지는 이 사안을 정부여당과 국민의당이 소위 끼워팔기식 정치흥정을 통해 거래하는 모습은 대단히 잘못된 점이라는 것을 분명히 지적한다”고 말했다. 양당제 체제를 굳힐 수 있는 소선구제를 자유한국당 입장에선 굳이 바꿀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한편 국민의당이 주장하고 있는 중대선거구제에 대한 문제점 역시 존재한다. 군소 정당의 난립으로 정국이 불안정해 질 수 있으며, 선거 비용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또한, 보궐선거와 재선거의 실시가 곤란하다는 단점도 들 수 있다. 

 

bbhan@hyundaenews.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간현대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