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안 20% 육박하는 ‘불법도박 실태’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12/07 [14:09]

예산안 20% 육박하는 ‘불법도박 실태’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12/07 [14:09]

인간의 사행심을 조장해 수익을 내는 사행산업. 우리나라는 현재 7가지의 사행산업에 대해 합법적 절차를 통해 레저·관광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합법사행산업의 제한된 규모와 실효성 없는 처벌규정으로 인해 온라인을 중심으로 불법도박이 성장하고 있다. 특히 불법도박의 경우 합법사행산업의 약 4배 규모까지 성장한 만큼 근절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이를 관리감독할 기관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제한된 권한으로 인해 단속마저도 쉽지 않다. 이에 국회를 비롯해 시민단체, 관련 전문가들은 근절대책에 대한 시급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이 주최한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통해 불법도박의 실태와 근절방안에 대해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나라살림 챙기는 2018 예산안 428조…불법도박 84조

7가지 합법사행산업 수익금, 조세 수입·공공기금 편입

 

단속 속도 뛰어넘는 ‘불법도박의 현주소’…현실적 제약‘

불법도박 근절 정책 토론회’ 개선방향 제시, ‘처벌강화’

 

▲ 실제 불법도박 사이트의 배팅화면     © 주간현대

 

여야의 갈등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극적으로 타결된 2018년도 예산안은 약428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이다. 그런데 한 나라의 살림을 책임지는 예산안의 규모에 대적할 만한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불법 도박’이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불법도박의 규모는 약 84조원에 이른다. 예산안의 약 5분의 1수준으로 그 규모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정도다. 심지어 불법도박의 규모는 추정치에 불과할 뿐 실제로는 약 100조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불법도박의 규모는 현재 합법사행산업의 4배를 훌쩍 뛰어넘고 있어 세수와도 연관이 있다. 84조원 규모의 불법도박이 합법사행산업으로 이동할 경우 한 해 예산안의 10% 가량을 조세 수입으로 거둘 수 있다는 분석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도박이 문제가 되는 것은 합법사행산업과도 연관이 있다. 우리나라는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에 따라 카지노업·경마·경륜·복권·체육진흥투표권·소싸움 등을 합법적 사행산업으로 인정하고 있다. 때문에 이러한 사행산업에 대해 정부는 통합감독기구로서의 역할과 함께 규제, 중독예방 등에 힘쓰고 있다. 합법사행산업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사행산업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규제와 관리가 철저하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인정하는 합법사행사업 중 카지노업은 사업자를 강원랜드 등으로 두고 있으면서도 주무부처는 문화체육관광부와 제주특별자치도청이다. 경마의 경우에도 한국마사회를 사업자로 두지만 주무부처는 농림축산식품부다. 특히 합법사행산업의 경우 관광진흥법, 카지노업 영업 준칙, 한국마사회법, 말산업육성법 등 해당 법규를 따르게 된다.

 

여기에 합법 사행산업은 수익금이 조세 수입이나 공공기금으로 편입되어 국가와 지자체의 재정과 각종 공공사업에 기여하고 있다. 그 중 경마를 통해선 연간 1조5000억원 내외의 세수가 확보되고, 그 중 25%인 3500억원 정도가 무상급식의 재원이 될 수 있는 지방교육세에 투입되고 있다. 또 국민체육진흥투표권을 통해선 매년 10조원에 가까운 기금이 조성돼 오는 2018년 평창동계올릭핌 준비·운영을 위한 비용에 충당되고 있다. 따라서 국가에서 운용하는 합법 사행산업은 관련 세제와 기금을 어떻게 활용하는지에 따라서 실질적으로 공공에 기여 할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은 것이다. 해외의 사례를 살펴보더라도 사행산업은 관광산업과의 적절한 연결을 통해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국가가 운영하는 사행산업에 대한 비판 역시 제기되지만 이를 위해 도박중독 예방 및 치유에도 힘쓰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도박중독 예방 시스템이 세계 어느 나라 보다 잘 설계되어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지난 2007년부터 중독예방치유센터를 설치해 도박중독 예방·치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후 2012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법 개정을 통해 중독예방치유부담금을 신설하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 이를 토대로 부담금의 효율적인 운영·관리 및 관련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2013년 8월에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를 설립해 실효성 있는 도박중독 예방·치유서비스 제공을 위해 다양한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불법도박의 현주소

불법도박의 문제는 확산과 더불어 기하급수적으로 그 규모가 커지고 있다는 것에 있다. 지난 2008년 1차 불법 사행산업 실태조사에서 불법 사행산업 규모는 42조원(아주대학교 산학협력단 자료)이었다. 하지만 2012년 고려대학교 산합협력단 연구에서 52조원으로 증가했으며, 2015년 충북대학교 산학협력단의 3차 불법사행산업 규모추정에서에서는 83.7조원까지 증가했다. 거의 최근 7년 사이 2배의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향후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특히 기존의 오프라인 도박은 온라인 기술의 발달로 그 확산 속도가 빨라졌다. 이 때문에 온라인 불법도박에 대한 단속의 어려움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로 한 사용자의 증언에 따르면 온라인 불법도박 사이트에 가입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새로운 사이트 주소가 문자로 전송된다. 단속을 피해 사이트를 폐쇄하고 새로운 사이트를 신설하는 것이다. 불법도박 사이트의 신설은 주로 필리핀이나 중국 등 해외에서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에 단속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즉 온라인 도박사이트의 자체 폐쇄 속도가 규제기관의 사이트 차단에 따른 강제폐쇄 속도에 비해 2배가 빠른 것으로 나타나 사이트 단속의 실효성 확보가 어려움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속도의 차이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한 사이트 차단에 약 2주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사감위 결과 역시 눈여겨 볼만하다. 지난 7월 사감위 보도자료에 따르면 불법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는 올해 상반기 동안 온라인 불법도박사이트 1만1850건과 불법현장 179건 등 1만2029건의 불법사행산업 감시 실적을 거뒀다. 이를 통해 불법도박사이트 7203건을 차단하고, 1억300만원 상당의 현금과 2500여대의 사행성게임기 및 PC 등을 압수했다.

 

불법사행산업 감시신고센터는 온라인 불법도박사이트의 경우, 자체 모니터링 1만105건과 신고접수 1745건 등 총 1만1850건을 감시했다. 이 중 1만278건에 대한 위법사항에 대한 증거를 수집하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 의뢰를 했으며 그 결과 접속차단 7203건, 이용해지 23건 등의 실적을 올렸다. 계좌번호 등 구체적인 운영자 정보가 확인된 2건에 대해서는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불법도박 현장에 대해서는 자체 감시활동 9건과 신고접수 170건 등 179건의 감시활동을 펼쳤다. 이 중 60건에 대해서는 일선 경찰과 공조해 130여 명의 운영자와 종업원 등을 검거하고 1억 7백만 원 상당의 현금과 사행성 게임기(바다이야기 등), 컴퓨터(PC) 등 2천5백여 대의 범행 증거물을 압수했다.

 

한편, 사감위는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신고를 활성화하기 위해 신고포상금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에는 48건에 대해 총 6500만 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 불법 행위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신고할 수 있으며, 실제 단속으로 이어질 경우 최고 2000만 원의 포상금을 받을 수 있다. 사감위는 약 83조 원으로 추정되는 불법사행산업으로 인한 폐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경찰 등 사법기관과의 공조체계를 긴밀하게 유지하고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감시활동 등을 지속적으로 전개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12월6일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은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고 각계 전문가들과 근절대책에 대해 논의했다.     © 한동인 기자

 

사감위가 보인 한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는 불법도박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 12월6일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안 의원은 “불법도박으로 인한 상황이 심각함에도 불구하고 국가 사회적으로 불법도박에 대한 관심과 해결을 위한 논의는 너무도 적은 실정이고, 더 큰 문제점은 다름 불법행위에 비해 비교적 관대하게 인식되고 처벌되고 있어 불법행위자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지난 2007년 사감위가 출범되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으나, 주로 합법산업의 관리감독에 치중하다 보니 오히려 불법도박은 관리의 사각지대에 놓여 더욱 활개를 치고 있는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감위 발족 이후 한국 사회의 불법 사행산업은 감소하였는가”라는 질문은 안 의원의 지적과 상통한다. 이날 토론회에 발제자로 나선 윤우석 계명대학교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 질문에 대해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사감위의 근원적 태생이 합법 사행산업에 대한 감독기관이라는 데 있다는 것이다. 비록 2012년 사감위법 개정을 통해 사감위의 당위적 목적을 ‘사행산업으로 인한 부작용 최소화와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감시를 통하여 사행산업이 건전한 여가 및 레저 산업으로 발전해 나가도록 함으로써 국민의 복지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규정함으로써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감시자 역할을 명시했지만 궁극적으로는 합법사행산업의 발전을 통한 복지 증진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윤 교수의 설명이다. 

 

또한 사감위의 기능에서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감시, 근절을 위한 종합계획의 수립 및 시행, 중독 및 도박문제의 예방과 치유 대책 수립 및 시행, 조사·연구·평가를 명시하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단속 및 규제권한은 갖추고 있지 않다. 이에 윤 교수는 “불법사행산업을 근절 할 수 있는 당위적 목적도 부재하고 이를 실현 할 수 있는 권한 역시 부재한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결국 합법사행산업 전체 규모의 4배가 넘는 84조원 가량으로 추산되는 불법사행산업을 근절하고 규제할 수 있는 총괄적인 정책적 대응수단이 현재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윤 교수는 “수사권한 및 행정규제 권한이 없는 사감위와 사행사업자는 불법 사행산업에 대한 적발과 단속을 위해 수사기관 및 타 정부기관의 협조가 불가피하며 기관들 간의 이해관계 등으로 인해 효율적인 단속에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단속의 효과

토론회에서의 지적처럼 불법도박은 단속의 속도를 훨씬 뛰어 넘고 있다. 또한 최근 논의되고 있는 대응방안들은 정책적 방안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평가가 제기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속의 효과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또한 불법사행산업 근절을 위한 효과적 방안으로 제시되는 것 또한 단속이기도 하다. 이날 토론회에서 윤 교수의 발표문 중 흥미로운 한 가지 방안 검토가 드러난다. 최근의 단속강화를 통해 불법 사행산업의 일부나마 제한하고 불법 도박 이용자들의 합법 사행산업으로 유도되었다는 증거가 파악(한남대학교 산합협력단, 2017년 자료)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유 교수는 “실증적 근거는 사감위는 물론 사행산업을 주관하는 기관의 불법사행행위에 대한 단속권한 및 단속활동이 중요함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

 

한국마사회 단속본부는 현장단속과 객장단속을 통해 불법 사설경마 운영자와 이용자에 대한 단속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2012년에서 2017년 7월까지의 사설경마 단속이 합법경마 매출에 미치는 영향을 주별 통계자료 분석을 통해 파악했다. 이 연구 결과, 현장단속 1명이 증가하면 전체 경마 매출(주 매출)은 11억3950만원이 증가하고 객장단속 1명이 증가하면 7억 3114만원이 증가했다. 또한 마권판매는 현장단속 1명이 증가하면 7만5300매가 증가했고 객장단속 1명이 증가하면 5만7400매가 증가했다. 즉 이 연구는 현장단속의 효과로 합법경마 매출 증가액은 66억이었으며 객장단속의 효과로 합법경마 매출 증가액은 5118억원으로 추정했다.

 

현장단속의 효과는 불법사설 경마 매출 감소로도 이어진다. 한남대학교 산학협력단의 관련 조사에 따르면 도박 중독 수준별로 현장단속에 따른 불법경마 중단 경향성은 2.1%~5.9%로 파악됐다. 분석결과 불법경마의 단속 효과성은 5245억원으로 나타났고, 현장단속이 합법경마 매출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 결과(660억)와 합할 경우 현장단속이 합법경마를 증대시키고 불법경마를 감소시키는 규모는 5910억여 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이를 종합하면 한국마사회의 객장, 현장, 사이트를 대상으로 한 단속효과는 년간 1조1028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분석 자료를 토대로 윤 교수는 “불법사행산업에 대한 단속이 합법사행산업을 건전하게 발전시키고, 불법사행산업을 통제·위축시킬 수 있음을 실증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며 “사감위 및 각 사행산업기관이 적극적이며 주체적으로 불법사행행위에 대한 단속을 진행할 수 있어야 할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개선방향은?

불법도박 근절을 위한 토론회에 참석한 강신성 중독예방시민여대 사무총장은 유 교수의 실태 지적에 동감하면서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이날 “불법 온라인 도박사이트 운영자들은 기본적으로 온라인 웹 사이트의 개발과 홍보를 통한 고객 유치, 금융계좌를 이용한 입금과 환전을 위해 대포통장, 대포 폰을 사용하고 있다”며 “사법기관은 온라인 웹사이트와 대포폰, 대포 통장의 거래와 이용을 차단하고, 불법도박 운영자와 이용자가 불법을 통한 금전적 이득을 얻지 못하도록 처벌을 대폭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개선방향으로 ▲웹 사이트의 차단(불법도박 사이트 차단 명령권의 실효성 극대화) ▲불법도박 운영자와 이용자 처벌 강화(투자대비 수익률이 높은 실정, 현재의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실효성이 없다) ▲금융거래 차단(범죄수익의 귀속 차단하고 몰수할 제재 장치 마련 필요) ▲불법도박 홍보 차단(불법 모집책 활동 감시 강화 필요) ▲사이버 범죄 대응 등을 제시했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 합법사행산업에 대한 경쟁력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제기됐다. 최명철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토론문을 통해 “합법 사행산업의 공공성을 유지 하며 합법 사행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 대해서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민호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 역시 “(합법사행산업의) 매출 총량제와 관련해 사감위가 사행산업 규제를 너무 심하게 해서 불법도박을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불법도박 단속과 병행해 사행산업 규모를 적정한 수준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본다”고 언급했다. 결국 불법도박을 막기 위해선 단속은 당연하지만 사감위에 대한 권한의 강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합법사행산업 규제에 치중된 사감위의 불법도박 단속은 합법사행산업의 건전한 발전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불법도박의 추가 양성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단순한 정책적 방안 보다는 처벌 및 보상이 적절하게 통제될 때 종합적 정책적 대응방안이 구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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