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물로 전락한 민영방송의 민낯

한동인 기자 | 기사입력 2017/12/20 [15:37]

소유물로 전락한 민영방송의 민낯

한동인 기자 | 입력 : 2017/12/20 [15:37]

최근 화제가 된 MBC, KBS의 파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몰락한 공영방송의 정상화를 위한 외침으로 기록된다. 그런데 방송의 운영주체에 따른 분류인 공영과 민영을 벗어나 방송자체의 공공성 보장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민영방송의 경우 대주주의 이익추구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민영방송의 공적 책임 혹은 공공성을 강화하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국회 토론회 ‘민영방송의 공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의 발제와 토론을 기반으로 민영방송의 공공성에 대해 조명해본다. <편집자주>


 

 

지상파 광고 수익 악화, 최대주주 영향력 극대화

대주주 이익위해 보도부문 사유화, 도구화 된 방송

 

▲ 지난 12월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민중당 윤종오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주최로 ‘민영방송의 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 한동인 기자

 

방송 자체에 대해 공영과 민영방송에 대해 운영 주체에 따라 나뉘고 있긴 하지만 사실 수용자 측에서 바라볼 때 그 차이는 크지 않다. 특히 지상파 방송의 경우엔 그 차이가 두르러지게 나타나지도 않으며 동일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수용자에겐 같은 방송일 뿐이다. 또한 민영방송 역시 보도가 가능함에 따라 사회적 영향력 또한 엇비슷한 상황이다. 결국 경우에 따라선 민영방송의 영향력이 공영방송을 압도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그렇기에 방송이 추구해야 할 공적가치는 분류가 무의미하다. 방송이 전파라는 공적 자원을 매개로 하는만큼 민영방송에 있어서도 공적 책임 혹은 공공성을 강화해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001년 방송사업 허가제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결정에서도 공정성 보장의 이야기가 나온다. 헌재는 당시 이와 관련해 “방송사업에 대한 허가제도 자체가 언론의 자유를 제한하는 행위인 것은 맞으나, 매체 시장에서 소수에 의한 독점을 방지함으로써 정보와 견해의 다양성과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인정될 수 있다”고 판결한 바 있다.

 

또한 현재 방송법은 제 1조에 ‘방송의 자유와 독립을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책임을 높임으로써 시청자의 권익보호와 민주적 여론 형성 및 국민문화의 향상을 도모하고 방송의 발전과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의 조항들에서도 방송의 독립성과 자율성, 공정성과 공익성에 대한 규정을 내놓고 있다. 즉 공영이냐 민영이냐를 벗어나 방송은 똑같이 공적 책무를 부과 받고 있다.

 

지금의 민영방송

지난 1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 정의당 추혜선 의원, 민중당 윤종오 의원, 전국언론노동조합 공동주최로 ‘민영방송의 공성 어떻게 보장할 것인가?’라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김성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지난 2013년 재허가 심사를 통과했던 지상파 3사가 올해는 모두 재허가 심사에서 탈락 점수를 받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며 “이들 3사는 ‘방송 공적 책임과 공정성’ 그리고 ‘방송 기획‧편성‧제작‧공익성 확보 계획’부문에서 특히 낮은 점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바로 우리 방송의 현 주소를 말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지난 정부에서의 보도개입 문제, 형식적인 편성위원회 구성 및 운영 문제, 그리고 각종 부당징계, 부당 진보 문제 등이 공영방송 뿐만 아니라 민영방송, 서울과 지역 모든 방송의 기반이자 원칙인 방송의 공공성과 공정성을 훼손시켰다”며 “이 과정에서 대주주들의 방송농단 사유화는 일상화되었고, 지상파 민영방송들의 공공성, 사회적 책무는 뒤로 밀렸다. 또한 제작 축소와 지역뉴스 부재로 방송은 자본이 뒷받침하는 새로운 콘텐츠 기업에 그 자리까지 내어주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민영방송의 현재에 대해 우선적으로 최대주주 영향력의 심화를 꼽았다. 김 정책국장의 발제문에 따르면 민영방송은 물론 지상파 방송의 광고시장 축소로 수익성이 악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최대주주 사업체의 일부로 격하되고 있다는 것이다. 또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입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자연히 독점 체제가 진행된다. 결국 진입에 대한 규제는 무용론으로 이해된다. 따라서 방송통신위원회 등 규제기관의 강제력 역시 약화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를 향한 지대 추구만을 유일한 수익‧방어 전략으로 채택하면서 또 다른 형태의 정치적 종속성이 심화된 것이다.

 

위 같은 지적은 OBS의 사례를 통해 자세히 볼 수 있다. 이날 토론회에 토론자로 참석한 유진영 전국언론노동조합 OBS 지부장은 방송사유화 사례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OBS의 보도가 대주주의 이익추구 수단이 됐다고 증언한다. 그는 “뉴스에 대주주 소유의 계열사를 노출시킨다거나 계열사 제품을 홍보하는 등 대주주의 요구를 그대로 반영한 리포트를 제작하는 보도사유화 사례는 빈번히 발생한다”며 “민영방송의 사유화를 논할 때 바로 이 보도부문의 사유화가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도구화된 방송의 현실을 아프지만 가장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보도부문이야 말로 어쩌면 민방 사업자들이 수익성 악화에도 불구하고 사업권을 놓고 싶지 않아 하는 가장 강력한 동기가 아닐까 싶다”며 “민간기업인 방송사 대주주 입장에서 막강한 정보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보도부문을 자신의 사업에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힘들 정도의 어마어마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시청자의 need가 아닌 대주주의 want를 반영하는 프로그램’이라고 비판한다. 유 지부장은 “프로그램의 개편 혹은 진행자 교체 등도 담당PD가 결정할 수 없는 성역”이라며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내용 등 시시콜콜한 사항에 모두 대주주의 입김이 반영된다”고 주장했다. 또 “대주주가 담당PD냐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프로그램의 기획단계에서부터 진행자 선정, 제작비와 제작형식 결정에 이르기까지 대주주의 의사는 절대적으로 반영된다”고 말했다.

 

극복방안 없나

윤창현 방송노조협의회 의장은 민영방송은 소유구조의 특성상 공영방송처럼 방통위 등 정부기관이 이사선임 등 경영진 구성에 간섭할 근거가 없다고 지적한다. 윤 의장은 “이런 상황에서 소유지분 제한 정도를 빼면 방송법의 정신에 반해 이뤄지는 대주주의 부당한 경영 개입과 방송 사유화를 견제할 아무런 사회적 수단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런 한계를 딛고 이뤄낸 SBS의 임명동의제 합의는 민방 공공성 재고를 위해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자율적 방안인 셈이다”라고 말했다. SBS의 임명동의제는 지난 10월 노동조합의 지난한 투쟁 끝에 노사합의를 쟁취해낸 ‘대표이사 사장 등에 대한 임명동의제’로 20여년에 걸칠 SBS의 방송 사유화와 공공성 훼손에 대한 반성과 평가이자 대주주에 대한 실질적 견제를 통해 현행 방송법 체제가 구현하고자 하는 지상파 방송의 공적책무를 제대로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으로 분류된다. 

 

그는 또 “방통위의 정치적 독립성 강화 논의는 별도로 이어져야 하지만, 방통위는 민방 공공성 강화의 주춧돌이 될 자율적 노사합의와 그 이행에 강력한 추동력을 제공함으로써 방송개혁을 위한 민방 구성원들의 자발적 노력을 지원하고 이를 향후 제도적 틀로 강화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bbhan@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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