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왜 원인 모를 통증으로 고통받나?

알 수 없는 병의 원인은 머릿속에 있다!

김혜연 편집인 | 기사입력 2017/12/22 [13:49]

사람들은 왜 원인 모를 통증으로 고통받나?

알 수 없는 병의 원인은 머릿속에 있다!

김혜연 편집인 | 입력 : 2017/12/22 [13:49]

느닷없이 찾아온 통증, 발작, 경련, 마비 등으로 고통 받으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 치명적인 증상이나 장기화한 장애 때문에 삶이 파괴되지만, 이런저런 검사를 수없이 받아도 병의 원인을 명확하게 알 수 없다. 놀랍게도 이처럼 신체 기관에는 이상이 없으나 정신적 이유로 앓는 병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환자들은 무수히 많다. 그런데 영국의 신경과 전문의이자 정신신체 장애 전문가인 수잔 오설리번 박사가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질병의 비밀을 파헤친 책을 펴내 주목을 끌고 있다. 오설리번 박사는 <병의 원인은 머릿속에 있다>(이숲)는 책에서 각각의 사연이 마치 한편의 드라마처럼 박진감 있게 펼쳐지는 환자들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마음이 몸에 끼치는 영향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일반인뿐 아니라 동료 의사들에게도 정신신체 증상에 대한 편견을 버리고 올바른 이해를 위해 노력할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원 찾는 사람들의 50%는 설명 불가능한 증상에 시달려

감정에 대한 반응 정상범위 넘으면 신체기능 훼손+건강위험

결국 감정이 건강한 신체에 심각한 장애 일으킬 수 있는 법

 

▲ 느닷없이 찾아온 통증, 발작, 경련, 마비 등으로 고통 받으며 병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사진은 한 병원의 종합검진 모습.     © 주간현대

 

우리는 대부분 몸이 감정에 대해 흔히 일으키는 반응을 선뜻 인정한다. 혼인서약서에 서명하려고 펜을 들 때 손이 떨린다거나 내키지 않는 프레젠테이션을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설 때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히는 것은 익숙한 현상이다.

 

이것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우리 몸이 일으키는 반응이다. 이런 반응은 비록 확연히 드러나는 것은 아닐지라도 어딘가에 도움이 되게 마련이다.

 

석기 시대에 동굴에서 생활하던 원시인들은 털북숭이 매머드에게 쫓기면 심장 박동이 빨라져서 뛰어 달아나는 데 도움이 됐다. 반면에 몸이 감정에 적절하게 반응하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우리를 지탱하는 모든 신체적 기능이 고장 날 수 있다.

 

예를 들어 살아 있는 세포 중에서 어떤 것이든 지나치게 성장해서 종양이 생길 수 있다. 아니면 탈모의 경우처럼 세포가 성장을 멈출 수도 있다.

 

또는 갑상샘 기능이 항진되거나 저하되는 경우처럼 어떤 화학물질이 몸 안에서 너무 많이 혹은 너무 적게 생산될 수도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스트레스에 대한 우리 장기의 반응이 도를 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뭔가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게 돼 병이 생긴다.

 

환자의 50% ‘원인 모를 증상

현재 영국 국립신경·신경외과병원(National Hospital for Neurology and Neurosurgery)에서 신경학과와 임상신경 생리학과 최고 전문의로 재직 중이며 간질학회(Epilepsy Society) 회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는 수잔 오설리번 박사에 따르면 일반 병원을 찾는 사람들의 50%는 설명이 불가능한 증상에 시달린다고 한다.

 

류머티즘 클리닉을 찾는 사람들의 30%는 의학이 설명할 수 없는 통증에 시달리고, 부인과 전문의를 찾는 여성의 60%는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증상을 호소한다는 것. 정서적 건강이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로 사소한 문제가 아니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는 미국·일본·칠레·인도 등 전 세계 15개 도시에 있는 병원에서 의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증상을 앓는 환자들의 사례를 조사했다. 그 결과, 환자 열 명 중에서 두 명은 신체기관에 이상이 없어도 정신적 이유로 신체적 증상이 발생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처럼 정신신체을 앓는 사람들은 병으로 고통 받고 생활에 큰 곤란을 겪으면서도 주변의 몰이해로 따돌림 당하는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게다가 국가 차원에서 보자면 이런 병증으로 발생하는 의료 서비스 비용은 그 규모가 엄청나다.

 

“‘정신신체 증상(Psychosomatic Symptoms)’이라는 용어는 심리적 원인으로 나타나는 신체 증상을 말한다. 눈물과 홍조도 일종의 정신신체 증상이지만, 그것은 몸의 정상적인 반응이어서 병이라 할 수 없다. 병은 정신신체 증상이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 몸의 기능을 훼손하거나 건강을 위험에 빠뜨릴 때 발생한다. 현대 사회는 우리가 스스로 건강을 회복할 수 있다는 신념을 퍼트린다. 그래서 우리는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긍정적인 정신 자세를 갖추면 회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스스로 설득한다. 물론 나는 이런 생각이 옳다고 확신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우리 사회는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스스로 건강이 좋지 않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을 충분히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스트레스와 관련이 있는 의학적 장애가 많은 것은 분명하다.”

 

감정이 심각한 병을 부른다

오설리번 박사는 슬퍼서 눈물이 흐른다거나 부끄러워서 얼굴이 붉어지는 현상도 정신신체 증상으로, 이런 신체 반응은 때로 이로운 효과를 내기도 한다면서 하지만 감정에 대한 몸의 반응이 정상 범위를 넘으면 신체 기능을 훼손하거나 건강을 위험에 빠뜨려 병에 걸린다고 설명한다.

 

실제로 스트레스가 혈압을 상승시키고 위궤양에 일으킨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감정이 건강한 신체에도 심각한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의사가 진단을 내릴 때, 그 진단은 그 의사의 의학 지식에 일부 근거하지만, 대부분 환자가 하는 이야기에 근거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이나 장애의 정도가 검사 결과로 예상되는 수준보다 훨씬 심각할 때 의사는 곤란을 겪는다.

 

의사는 환자가 자기 병에 대해 일반적으로 예상되는 정도의 증상을 호소하기를 기대한다. 검사 결과 발견될 수 있는 병의 증상 범위와 환자가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증상의 정도에 큰 차이가 있을 때 의사와 환자의 신뢰 관계는 무너지기 쉽고, 결과적으로 의사가 환자를 소홀히 다룰 수도 있다.

 

의사들은 경력이 쌓이면 환자를 대하는 태도도 달라진다. 의사로서 성숙해지면서 점점 더 열린 마음으로 진료에 임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개 경험, 특히 실수한 경험을 통해 배운다. 경험 많은 의사는 틀린 진단을 내리는 경우가 적고, 그가 환자에게서 받는 첫인상은 대체로 정확하다.

 

그러나 정신신체증 분야에서 실수는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증상을 설명하려는 첫 시도를 누군가는 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줄 것이다. 모든 가능성을 고려하면서 신체 질환을 하나씩 배제하는 것이 정신신체 장애 진단의 핵심이다.”

 

오설리번 박사는 아무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어느 날 갑자기 원인을 알 수 없는 심각한 증상을 보이고, 수없이 많은 검사와 진료를 받으면서도 끝내 병의 원인을 찾아내지 못해 고통 받다가 결국 그것이 정신적인 문제였음을 발견하고 치유되는 과정을 자세히 설명한다.

 

여자들이 질병에 잘 걸리는 이유

질병(Illness)은 질환(Disease)과 다르다. 질병은 질환에 대한 인간의 반응이다. 그것은 환자가 자기 몸 상태를 느끼는 주관적인 경험이며 거기에 병리학적 근거는 없다. 질병은 신체적일 수도 있고 심리적일 수도 있다. 어떤 환자에게 질환은 있지만 질병은 없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간질을 앓는 소녀에게 질환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만약 발작을 일으키지 않거나 간질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면, 그 소녀는 병든 상태가 아니다. 반면에 정신신체 장애 환자는 병든 상태지만 반드시 어떤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질병에 대한 경험은 당사자만의 것이며, 바로 그런 점에서 질병은 질환과 완전히 다르다.

 

오설리번 박사의 사례에 등장하는 사람들은 증상이 너무나 심해서 삶 자체를 파괴하는 질병을 앓고 있지만, 그들에게 질환은 없다.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은 우리 주변에도 무수히 많다. 그들을 짓누르고 있는 것이 질병인지 아니면 질환인지는 그들에게 대단히 중요하다. 그 구분이 그들의 장애가 그들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병의 예후도 바로 거기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늘날 과학 기술이 이처럼 발전했어도 뇌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그리고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명확하게 밝힐 수 있는 검사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인간의 사고나 관념이 어떻게 생기는지도 우리는 아직 지극히 제한적으로밖에 알지 못한다. 상상을 설명하거나 상상의 영역에서 걸리는 병의 실체를 이해하거나 증명하는 데는 접근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니 이렇게 모호한 방식으로밖에 내릴 수 없는 진단을 누가 확신할 수 있겠는가?

 

오설리번 박사는 자신이 진료한 환자들이 앓고 있던 다양한 증상, 예를 들어 경련과 마비, 통증과 저림, 실신과 발작, 관절염과 손떨림, 만성 피로와 뇌척수염, 감각 이상과 근육 마비, 시력 상실과 안검 연축 같은 증상들의 특성과 그에 관련된 정신적·심리적 사실들을 분석하고, 환자들이 명백히 지각하고 있으나 그 원인을 알 수 없는 이런 증상들을 어떻게 치유했는지 각각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단순히 신체 증상에만 주목하기보다는 환자의 정신적·심리적 배경에 대한 이해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한다.

 

오설리번 박사는 히스테리, 전환 장애, 인위 장애, 꾀병, 만성 피로 증후군, 신경 쇠약, 과민성 대장 증후군 등 정신신체증과 관련된 다양한 증상을 설명하면서 특히 잠재의식의 역할에 주목하고 히포크라테스로부터 샤르코, 자네, 프로이트, 비어드 등 이 분야 대표적 학자들의 이론을 매우 흥미롭게 소개한다. 아울러 이런 정신신체성 질환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하는 이유도 명쾌하게 분석한다.

 

예를 들어 해리성 발작과 만성피로 증후군 환자 70% 이상이 여성이고, 신체 증상 장애는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열 배나 더 많이 나타난다. 여기에는 젠더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 크게 작용한다.

 

실제로 여성이 약한 감정을 표출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만, 남성은 무조건 강해야 한다. 연약한 여성,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여성은 사회에서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지만, 남성은 아무리 힘들어도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감정적 원인과 정신신체증

2011년 독일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1차 진료 기관을 찾은 환자의 22%에게 감정적 원인으로 발병한신체화 장애가 있었다. 영국에서 진행한 연구에 따르면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증상을 보이는환자가 50%가 넘는 진료소도 있었다.

 

노르웨이에서 진행된 연구는 병원을 찾는 환자 중에서 40%가 스스로 심리적 요소가 크게 작용하는 질병을 앓는다고 믿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의사들은 아직도 정신신체 장애라는 진단을 내릴 때 거북함을 느끼고, 환자들 역시 자신이 이런 질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선뜻 인정하지 못한다. 그러나 어떤 심각한 질병의 심리적 원인을 고려하려면, 심리가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과 정신신체증이 때로 극단적일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정신신체증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려면, 몸을 지배하는 마음의 힘을 인정해야 한다. 마취 대신 사용하는 최면, 플라시보, 스포츠 심리학, 동종 요법과 대체의학, 명상과 항암 식이 요법 등의 효과를 인정하고, 마음이 몸에 미치는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마음이 신체 증상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믿는 데는 왜 그토록 주저할까?

 

의사가 정신신체증 진단을 내리기 주저하는 것은 어떤 질환을 찾아내지 못하고 놓칠까 봐 걱정하거나 환자의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고 애쓰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훌륭한 행동이 절대 아니다.

 

그런데도 정신성 마비 증상이 환자의 의도적인 거짓 증상이고 환자가 원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걸을 수 있다고 믿는 의사가 여전히 많다. 그들은 정신성 경련이 환자가 의도적으로 일으키는 것이며 환자가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이 자기 생각이나 행위를 스스로 검열하는 일이 별로 없었던 지난 수 세기에 의사들의 이런 태도 탓으로 환자들은 더없이 혹독한 치료를 받았다.

 

19세기 한 의사는 정신성 경련 환자를 관장약으로 치료했다. 환자가 관장을 받으면서도 의도적으로 경련을 일으키지는 못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 환자를 진료실에 가둬두고 그가 일어서서 걸을 때까지 풀어주지 않은 의사도 있었다.”

 

그래서 오설리번 박사는 의과대학에서 학생들에게 이 장애에 관해 가르쳐서 더 좋은 의사들을 배출해야 하고, 전문 의료진은 이제 정신신체 장애를 진단 목록의 맨 아래에 두지 말아야 한다고 역설한다.

 

정신신체 장애라는 진단이 검사 결과들은 정상으로 나타나지만 다른 어느 진단도 적합하지 않을 때 내려지는 진단임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질병으로 생기는 신체장애와 고통을 소홀히 취급해야 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gracelotus0@gmail.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