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은 '정권교체'를 예상했을까?

이상호 기자 | 기사입력 2017/12/24 [20:51]

김기춘은 '정권교체'를 예상했을까?

이상호 기자 | 입력 : 2017/12/24 [20:51]
▲ 국정조사 2차 청문회에 출석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모습    ©주간현대

 

박근혜와 김기춘은 19대 대선에서 정권 교체를 예상했을까? 이들 입장에서 상상하기 싫은 현실이었겠지만 생각은 해봤을 것이란 가정을 해보자. 그리고 상상력을 조금 펼쳐보자. 박근혜와 김기춘의 이 생각이 두려움에 기인한 것이라고 말이다.

 

아마 박근혜와 김기춘의 두려움은 지난 20164월 총선에서 정점을 찍었을 것이다. 당시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160석 이상의 대승을 거둘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예상을 뒤엎은 가장 큰 요인은 50대 유권자였다. 19대 총선 (2012)에서 50대는 새누리당에 51%의 지지율을 보냈다. 하지만 20대 총선에서는 39%50대가 새누리당을 선택했다. 반면 민주당 등 야권의 50대 이상 지지율은 53.7%였다.

 

박근혜 정권은 세월호 사건과 그 대응 비판이 거세게 일었을 당시 지방선거에서도 실패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당시 총선 참패로 50대 이상 유권자가 새누리당과 같은 보수당을 지지하지 않는 상황을 처음접했다.

 

총선 참패 후 박근혜 정권의 행보는 이전 보다 강화된다.

 

만약 탄핵 없이 201712월을 맞이했다면, 최순실은 청와대에서 실세 역할을 하고 있을 것이다. 정유라는 이화여대를 다니며 삼성이 제공한 말을 타고 올림픽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국정교과서는 전국적으로 퍼져, 아이들은 왜곡된 역사를 배울 것이다. 또한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문화 예술계 인사들은 활동에 제약을 받았을 것이고, 시민들은 이른바 극우화된 콘텐츠에 점차 노출됐을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야권의 한 인사는 박근혜 정권에서 행해진 일들은 단순히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서 점차 보수정권과 멀어지는 세대를 길들이기 위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 인사가 밝힌 세대 길들이기50대의 탈보수화와 관계한다. ‘86(60년대생, 80년대 학번)’세대가 본격적으로 50대에 진입해 보수진보 구도에 변화를 가했다. 과거 새누리당 의원을 지낸 씨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금의 50대는 예전의 50대와 달리 독재정권에 저항한 세대적 경험을 공통분모로 갖고 있다아울러 50대라도 기존 올드 제너레이션편입을 거부하고 30~40대의 연장선상에서 라이프사이클을 유지하는 경우가 늘어나 정치적 성향 역시 보수화를 거부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의 지지율과도 맞물린다. 민주당은 대선 이후 전국범위 지지율이 50%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과거 민주당 계열 정당 역사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대로 가면 내년 지방선거에서도 압승 할 수 있다는 자신감마저 표출되고 있다.

 

하지만 이원재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정치를 마켓으로 본다면 진보가 지배자가 된 건 결국 부침을 거듭했어도 세대 아이덴티티를 가져가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의 정치엘리트가 훌륭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의 영향력이 강력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박근혜 정권의 몰락과 민주당의 지지율 상승 요인에서 세대변화를 제외할 순 없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 교수는 돌이켜놓고 보면 현재의 정치지형의 비밀을 가장 잘 깨닫고 있던 사람은 역설적으로 블랙리스트를 만들어 실행했던 김기춘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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