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술년 덕담도 좋지만…신년 운세 유감"

[명리학 연구가 공문룡의 쉽게 쓰는 사주 이야기]

글/공문룡(명리학 연구가) | 기사입력 2018/01/05 [13:14]


벽에 새 달력이 걸리고 만나는 사람마다 입에서 세금 안 붙는 덕담들이 쏟아지고 뭔가 심기일전하고 싶다는 분위기가 고조되는 시기가 연말연시다. 사실 할 수만 있다면, 아니 그럴 만한  능력이 따라 준다면, ‘어제까지는 지지부진하고 크고 작은 애로사항이 즐비했지만 이제부터는 확 뚫린 탄탄대로가 열리면서 마음껏 내달릴 수 있게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들이 가득하다. 그래서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새해에는 뭔가 달라지는 게 있겠느냐는 기대치 빵빵한 질문들이 주류를 이룬다.


“올해가 개띠 해잖아요? 게다가 황금 개해라고 하네요. 근데 제가 개띠거든요. 그러면 고기가 물을 만난 격이 되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믿으시면 되지 새삼 그걸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까? 이것저것 따지지 말고 믿는 사람에게 복이 온다는 말도 있는데….”
“그렇긴 하지만 그래도 전문가에게 확인을 받는다면 더 좋을 것 같아서요.”


이런 식이다. 남들이 좋다좋다 하니 덩달아 뭔가 좋은 일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 근거 부실한 기대치가 상승하긴 하는데 왠지 미심쩍은 부분이 덜미를 잡는 바람에 확인을 받고 싶다는 뜻이다.

 

신년운세 길흉은 세운이 좌우
신년 운세의 좋고 나쁨은 대운이 아니라 세운 곧 그 해의 운세가 기준이 되고 사주팔자를 구성하는 네 개의 기둥 중에서 현재 나이에 해당하는 기둥이 어떤 상황에 놓이게 되는가를 참조한다. 사실 신년 운세라 해서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 새해 벽두에 보든 그해 중간에 보든 아예 연말에 보든 운세의 길흉이 보는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법은 없다. 다만 해가 바뀌는 시점에서 보면 뭔가 새로운 각오를 다질 수도 있고 반대로 조심해야 할 일이 있다면 미리 새겨두는 이점이 있을 수도 있지 싶다.


그렇다고 일껏 찾아와 기대에 찬 얼굴로 뭔가 신명이 날 만한 답변이 나오기를 기다리는 사람 면전에 안 좋은 소리를 늘어놓는 것도 별로 좋은 노릇은 아니다. 이때는 가급적 덕담을 해주는 차원에서 좋은 점이 미미하고 안 좋은 점이 눈에 더 크게 들어오더라도 애써 좋다는 부분에 방점을 찍는다.


“직장에서 잘 풀리지 않았던 일들이 올해 초반만 지나면 어느 정도 풀릴 것 같네요.”
“그렇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지요. 그럼 결혼 문제는 어떻습니까? 지금 사귀는 여자와 결혼까지 가는 게 좋을까요? 아니면 이참에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까요?”


“지난달에 대판 싸우셨나보네?”
“예, 안 그래도 회사에서 추진하는 일이 꼬여 골치가 아픈 데 별 것도 아닌 일로 꼬투리를 잡고 짱알대기에 몇 마디 볼멘소리를 했더니….”
“그렇다고 다른 여자에게 눈을 돌리시겠다?”


“인연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생각을 달리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어서요. 한 오 년 사귀었거든요.”
“여자가 오 년씩이나 기다려 줬으면 남자 쪽에서 결혼에 대한 확고한 의지를 보여줄 때도 되었지 싶은데 해가 바뀌는데도 여전히 뭉그적대니까 여자로서는 짜증을 낼 수밖에….”

 

흙숟갈 청년의 무술년 결혼운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사주를 보니 결혼을 한다 해도 크게 운세가 달라질 가능성은 별로 없는 팔자다. 그건 대운의 흐름과 사주팔자의 구조가 30대 무렵까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그 삶이 무난하게 풀려나갈 팔자인지 아니면 힘든 삶을 꾸려나갈 팔자인지가 결정된다.


사람의 일생에서 30대 전까지는 자기가 앞으로 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내야 할 것인지를 나름대로 준비하고 힘을 비축하는 시기에 해당된다. 부모덕이 있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덕이 따르는 팔자라야 공부도 충분히 하고 사회적으로 유리한 출발선에 설 수 있는 입장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모덕이 박하고 이런저런 장애요소가 점철된 팔자라면 30대 이후의 삶 역시 순탄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사주팔자를 대하면 가장 먼저 그 사람의 전반기 삶이 어떠했는지를 훑어보는 게 순서다. 내 나름 ‘금숟갈 흙숟갈’을 감별하는 거다. 물론 개중에는 금숟갈 팔자를 타고났음에도 후반기의 운세가 고약해서 넉넉했던 재산 다 털어먹고 길바닥으로 나앉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금숟갈 팔자들 대부분은 삶 자체가 수월한 쪽으로 귀결된다.


그런데 이런 경우처럼 흙숟갈인 경우는 결혼을 해도 후회! 결혼을 하지 않아도 후회하는 삶이 되기 십상이다. 사주를 보니 처덕을 기대하기 힘든, 아니 뭐한 말로 아내의 기세가 남편의 기세보다 훨씬 강하다. 그러면 결혼생활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지 불을 보듯 훤하다.  타고난 사주팔자가 처덕이 박하면 아무리 여자를 바꿔도 형편은 나아지지 않는다. 그렇다고 ‘별로 기대할 게 없으니 결혼 같은 거 하지 마시오!’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하다못해 전세라도 얻을 형편이 돼야 결혼을 하든지 말든지 할 것 아닙니까? 근데 지금 받는 월급으로는 반 지하 월셋방이 고작이죠. 그렇다고 물려받을 유산이라도 있다면 모르겠는데 그런 거 전혀 없구요. 그러니 결혼하자는 말을 못 꺼내는 겁니다.”


“…그렇겠네!”
“그래서 여쭤 보는 겁니다. 무술년 새해가 되면 뭔가 대박이 될 만한 기회가 저한테도 올 수 있는지….”

 

"신년 운세 좋게 좋게, 그러나…"
신년 운세 상담은 거의 이런 식으로 귀결된다. 그리고 해가 바뀌면 삶이 확 달라질지도 모른다는 바람을 확인하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 대다수가 해가 바뀌어도 삶이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점이 우리를 슬프게 한다. 그런 사람들에게 가급적 실망의 무게는 줄이고 희망의 무게는 늘릴 수 있는 답변을 구사하는 게 내가 겪어야 하는 신년 벽두의 중압감이다.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가 사막을 꽃길로 보이게 만든다’는 노랫말도 있지 않은가?


그래도 신통한 것은 신년 운세 상담에서 좋은 말을 해줬는데 그게 현실화되지 않았다 해서 소매 걷어붙이고 따지러 오는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는 점이다. 그이들도 금년 운세는 좋을 거라는 말이 상당부분 덕담 차원이라는 걸 감안했는지는 확인한 바 없지만 자기들도 새해를 맞는 마당에 뭔가 힘이 될 만한 격려 또는 위로를 받고 싶었을 터이다.


사실 일 년 삼백육십오 일이 짧은 것 같아도 삶이 힘들고 버거운 사람에게는 가도 가도 끝없는 자갈길이 따로 없고 비바람 몰아치는 산길이라 여겨질 것이기 때문이다.


“희망을 가져요. 내가 어떻게 희망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사막도 되고 꽃길도 된답니다!”


올해도 신년 운세를 논하면서 이런 구차한 덕담을 입에 담는다.  한 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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