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항공노동자, 파업권 필요한 이유

김성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 기사입력 2018/01/08 [13:59]

 

 

 

▲ 김성기 대한항공조종사노조 위원장 당선자     © 주간현대

나는 대한항공 조종사다. 기본권인 파업권을 제한당하고 있는 민간항공사 소속 노동자다. 지난 2년간 조종사노조 조합원으로서 사측의 무책임한 불법경영과 안전인력 투자 축소에 맞서 싸웠다. 노조는 파업도 감행했다. 그러나 별로 변한 게 없었다. 쟁점이었던 2015년 임금인상률을 한 치도 바꾸지 못했다. 최근 사측은 중앙노동위원회 조정안마저 거부해 버렸다. 파업권 제한으로 노조가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2년간의 지난한 싸움으로 현재 조합원들도 지쳐 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절박한 마음으로 호소한다. 진정한 공익 확대를 위해 민간항공사 노동자도 제대로 파업할 수 있게 해 달라고 말이다.

 

파업권을 제한당한 지난 10년간 양대 항공사와 항공안전은 심각하게 후퇴했다. 파업이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자 노동조합은 무력화됐고 항공 재벌은 노조를 무시하며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었다. 사측은 조종사 비행시간 제한과 착륙횟수 제한을 완화시켜 버렸다. 안전에 투자돼야 할 회사 이윤이 재벌 사리사욕을 위해 외부로 빠져나갔다. 임금인상도 정체돼 항공노동자 10년 평균임금인상률은 소비자물가인상률 평균(2.67%)에 턱없이 모자란 수준(1.84%)이었다. 그래서 최근 유능한 동료 조종사들이 회사를 떠나고 있다. 중국 등 외국항공사들이 국내보다 세 배 정도의 임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경우 매년 20~30명이었던 퇴사자가 2015년부터 150명 정도로 늘었다. 올해는 2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함께 비행하던 기장의 “중국 간다”는 소식에 “축하한다”며 씁쓸한 웃음을 짓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됐다. 유능한 조종사들의 대거 유출은 바로 항공안전시스템의 큰 축이 무너지는 것과 같다. 조종사가 부족해지자 빡빡한 비행스케줄이 다시 등장했다. 정비사 등 다른 안전직종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악화와 불만족도 조종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과거에 비해 정비결함 사건도 많아지고 있다.

 

도대체 나는 왜 우리나라가 나 같은 항공운송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 일단 민간항공사들은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이다. 제대로 견제받지 않으면 항공안전보다 단기적인 이윤을 우선할 유인이 크다. ‘공익’을 위한다며 사기업 노동자의 파업권을 제한하는 것은 모순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10개의 국적항공사들과 83개의 외국항공사들이 취항해 항공운송을 분점하고 있다. 특정 국적항공사가 전면파업을 하더라도 나머지 항공사들의 운항으로 충분히 커버가 가능하다. 기본적으로 항공운송 네트워크는 수많은 허브공항을 중심으로 복잡한 네트워크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대체가 어려운 독점적 사업이 전혀 아니다. 인천공항에서 1~2시간 거리에 나리타·베이징 같은 허브공항이 존재한다. 일부에서 파업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수많은 항공사를 이용해 다른 허브공항까지만 가면 전 세계 어느 곳이든 아무런 문제 없이 이동할 수 있다. 그래서 거의 모든 선진국은 항공사 파업권을 직접 제한하지 않는다.

 

1992년 처음 새내기 조종사로 운항 현장에 투입돼 내가 본 상황은 처참했다. 영업 위주의 살인적인 비행스케줄 패턴에 선배조종사가 과로사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97년 괌사고까지 연례행사처럼 터지는 대형사고로 동료조종사들을 비롯한 수많은 무고한 생명이 희생되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당시 회사는 안전보다는 이윤이 우선이었다. 그래서 모든 조종사들이 하나가 돼 노동조합을 만들었고 헌법상 기본권 행사인 파업을 통해 회사를 바꿨고 항공안전을 지켜 왔다. 그런데 지금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다.

 

다시 우리 민간항공사 노동자의 파업권이 원상회복된다면 마음 편히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항공사, 안전에 집중하며 근무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될 것이고 국민의 진정한 ‘공익’은 커질 것이다.

 

penfree@hanmail.net

 

위 글은 <매일노동뉴스>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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