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 '현대라이프생명 3000억 지원' 뒷말

경제개혁연대, "현대라이프생명 주주배정 3000억 유상증자는 경영부실 책임 그룹에 전가하는 것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01/15 [18:02]

현대모비스, '현대라이프생명 3000억 지원' 뒷말

경제개혁연대, "현대라이프생명 주주배정 3000억 유상증자는 경영부실 책임 그룹에 전가하는 것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01/15 [18:02]

"지배주주 일가의 책임은 외면한 채,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 참여한 건 문제 많아"

"녹십자생명 인수 통해 생명보험업 진출 주도한 정태영 부회장 경영부실 책임 막중"


경제개혁연대가 현대모비스의 현대라이프생명 3000억원 지원과 관련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며 "현대모비스가 언제까지 현대라이프생명을 지원할 것이냐"고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끌고 있다.

  

앞서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12월12일 주주배정 방식의 3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한 바 있다. 당시 현대라이프생명 측은 유상증자의 목적이 재무건전성이 떨어져 있던 현대라이프생명의 지급여력(RBC) 비율 개선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었다.

 

경제개혁연대(소장: 김우찬 고려대 교수)는 1월15일 언론에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지배주주 일가 및 경영진의 책임은 외면한 채, 현대모비스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이 과연 합리적인 결정이냐"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경제개혁연대는 "현대모비스가 이번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900억원을 포함하여 현대라이프생명에 3400억원가량을 투자하게 된다"고 지적하면서 "그러나 이번 유상증자만으로 현대라이프생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는 것이 아닌 상황에서, 구체적인 계획이나 상환 가능성 등에 대한 판단 없이 이루어지는 이런 식의 대규모 자금지원은 사실상 한계상황에 직면한 부실 계열사 지원과 다를 바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차그룹은 2012년 3월 총 2390억원을 들여 녹십자생명의 지분 96%를 인수하여 생명보험업에 진출했으나, 2년 이내 흑자전환 하겠다던 정태영 부회장의 공언과 달리 현대라이프생명은 지난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현대라이프생명은 2012년 10월과 2014년 6월 각각 1000억원가량의 유상증자를 했고, 2015년 6월에는 푸본그룹으로부터 2,200억원 가량을 투자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재무구조는 개선되지 않았다. 결국 작년 12월 1000억원 규모로 발행한 신종자본증권 및 후순위채를 현대커머셜이 인수하기로 했다가 500억원으로 번복했고, 이번에 또다시 3000억원 규모의 3차 유상증자를 추진하는 것이다(현대모비스 896억원, 현대커머셜 603억원).

 

경제개혁연대는 "현대라이프생명이 작년 9월부터 절반 가까운 임직원을 구조조정하고, 개인보험 영업을 축소하는 대신 법인영업, 퇴직연금 등에 주력하는 등 체질 개선에 나서는 상황이지만, 이를 통해 재무구조의 획기적 개선을 이룰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 보험업계는 2021년부터 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 등의 도입이 예정되어 있어, 현대라이프생명의 추가 자본확충의 가능성은 여전히 열려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현대라이프생명은 현대모비스(30.28%)와 현대커머셜(20.37%)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기아자동차(16.88%), 정몽구(6.96%), 현대제철(5.66%), 현대글로비스(0.67%)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30.17%이며, 국민연금도 9.84% 지분을 보유한 유가증권 상장회사다.

 

반면, 현대커머셜은 비상장 회사로 현대자동차(50%), 정명이(33.33%), 정태영(16.67%) 등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이 100% 지분을 보유한 사실상 개인회사나 다름없다. 현대커머셜은 경제개혁연대가 지적한 대표적인 회사기회유용 사례로, 정명이·정태영 부부는 그룹의 사업기회에 해당하는 현대커머셜의 지분을 현대차그룹 계열사로부터 인수하여 자신의 영향력 하에 두었다.

 

경제개혁연대는 " 정명이·정태영 부부가 현대커머셜 지분을 인수한 직후부터 꾸준히 고액배당을 실시하여 시장의 지탄을 받았으며, 정태영 부회장 부부는 배당만으로도 이미 투자금을 전부 회수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짚으면서 "더욱이 정태영 부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녹십자생명 인수를 통해 생명보험업에 의욕적으로 진출하려 했던 장본인이며, 현재 현대카드 등 그룹 금융 계열사의 부회장이자 현대라이프생명의 기타 비상무이사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고 비판을 가했다.

 

이 단체는 또한 "현대모비스가 그룹 내 부실 우려가 있는 회사에 대해 단지 대주주라는 이유로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결정을 했다면 이는 회사의 내부통제장치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라며, "이를 결정한 이사들은 이사로서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개혁연대에 따르면 "현대모비스 이사회는 3차 유상증자 참여 결정에 앞서 정태영 부회장(기타비상무이사) 등 경영진에 대해 책임을 묻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정태영 부회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현대커머셜과 동일한 조건으로 책임을 떠안는 것에 신중했어야 함에도 이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확인할 수 없다"는 것.

 

경제개혁연대는 아울러 "현대모비스의 유상증자 참여 결정 후 현대커머셜 사채인수액이 500억원 감소한 것도 현대모비스에 책임을 가중시키는 결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결국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현대라이프생명 유상증자 참여를 결정함에 있어 적절한 절차에 따라 자금지원의 타당성 및 회수방안 등을 면밀히 검토했는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서 "이번 유상증자분의 납입 예정일이 1분기 말로 예정되어 있으므로, 현대모비스는 지금이라도 유상증자 참여 결정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경제개혁연대는 현대차그룹이 2012년 의욕적으로 생명보험 시장에 진출할 당시 독과점 시장구조를 형성한 시장의 특성상 현대라이프생명은 외형 확대에 치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이는 당초 기대했던 만큼 금융부문의 역량 강화 및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 바 있는데, 이런 우려가 현실이 됐다.

 

이에 따라 경제개혁연대는 "현재 현대라이프생명의 경영부실에 따른 책임은 고스란히 회사 임직원과 그룹에 전가되는 상황인데, 과연 이것이 제대로 된 책임분담인지 의문"이라면서 "현대모비스는 그동안 현대라이프생명에 대한 투자 내지 지원의 타당성에 대해 점검해 보고, 향후 어떻게 대응하는 것이 회사 및 주주에게 최선의 선택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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