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시장 1위 OB맥주, 배당 퍼주려 직원 자른다?

해마다 수천억원 이익 내면서도 ‘인력 선순환’ 허울 내세워 희망퇴직 몰이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1/19 [14:26]

[단독]시장 1위 OB맥주, 배당 퍼주려 직원 자른다?

해마다 수천억원 이익 내면서도 ‘인력 선순환’ 허울 내세워 희망퇴직 몰이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01/19 [14:26]

해마다 수천억원 이익 내면서도 ‘인력 선순환’ 허울로 희망퇴직 몰이
업계에선 주주들 높은 배당 준 후 ‘금전구멍’ 메우려 사실상 정리해고

 

 

◆주인 ‘AB인브베’로 바뀐 후 수난
“인력의 선순환을 위한 희망퇴직….”


최근 45세 이상 비노조원들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있는 오비맥주(OB맥주) 관련 소식을 언론으로 접하는 A씨의 마음은 착잡하다.


OB맥주 노동조합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A씨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희망퇴직이 “회사의 이익을 높이기 위한 전형적인 쥐어짜기 경영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45세 이상 노동자가 희망퇴직하면 신규 인력을 채용해 ‘인력 선순환’을 이끌겠다는 사측의 주장에 대해 그는 <주간현대>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회사는 퇴직한 노동자만큼 채용한다. 하지만 15년 이상 일한 노동자의 급여로는 새로운 인력 2명을 채용할 수 있다. 실제 회사는 1명의 노동자에 대한 급여를 세이브(Save) 할 수 있다. 결국 사측은 인력 선순환이라는 말로 회사의 이익을 키우려는 것이다.”


A씨가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지난 2016년 AB인브베가 실시한 조기퇴직 프로그램(ERP, Early Retirement Program)과 관련 있다. 당시 OB맥주는 130여 명의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그는 이와 관련해 “130여 명의 희망퇴직자 중 30명은 ‘사실상 정리해고’에 가깝다”고 밝혔다.


A씨에 따르면 사측은 특정인을 분류, 면담을 진행했다. 사측은 면담 과정에서 퇴직을 무형적으로 압박했고, 이들은 모두 회사를 떠났다. 이는 근로기준법 24조 2항인 ‘해고 회피 노력’을 무시한 것으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이었다. 당시 노동조합도 사측에 이 부분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며 항의했다. 하지만 법적 대응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퇴직을 결심한 노조원들은 복직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A씨는 “노동부에 부당해고로 회사를 고발하는 것은 복직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이들은 복직을 포기했다”면서 “혹시 (노동부에 부당해고) 고발을 했다 하더라도 (30명은) 회사가 나쁜 압력을 가할 것이란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래서 대부분 (복직을 위한 노력을) 포기하고 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2년 전 찍어 누르기 해고…올해 또?
2018년이 되어서도 상황은 2년 전과 전혀 달라진 것이 없다.


사측은 지난 18일 노동조합에 공문을 보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회사는 희망퇴직과 관련해서 귀 노조와 협의한 것처럼 우선 비조합원들을 대상으로 실행 중이며, 각 부문에도 이를 명확히 전달하였습니다. 이러한 비조합원에 대한 희망퇴직 실시 여부는 회사 고유의 경영권 범주에 속하는 것이므로 귀 조합과 합의 대상이 아님을 양지하시길 바랍니다.”


사측이 노조에 보낸 공문과 관련해 A씨는 “회사 관계자는 노동조합원들에게 희망퇴직 권유를 했지만 우리가 거절했다”면서 “그러자 회사 관계자는 ‘대표자 없는 비노조 위주의 희망퇴직을 진행하겠다’며 관여하지 말라는 의미로 공문을 보낸 것”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비노조 희망퇴직 과정에서 지난 2016년과 비슷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A씨는 “사측은 ‘저성과자·성과 기여도가 낮은 자·개인성장이 담보되지 않은 자를 희망퇴직 대상자라고 여기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하지만 이는 굉장히 주관적인 평가 기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는 지난 2016년의 30명처럼 특정인을 찍어 누르려는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 현재 OB맥주는 맥주 시장점유율 약 60%로 하이트진로(35%)와 맥주 주도권 경쟁에서 현저하게 앞선 상태다. 사진은 OB맥주의 대표 상품‘카스’  ©OB맥주

 

◆맥주 1위 흑자회사 웬 희망퇴직?
AB인베브는 지난 2009년 7월 부채를 줄이기 위해 OB맥주를 미국계 사모펀드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이하 KKR)에 매각했다. 매각 비용은 약 2조3000억원이었다.


하지만 OB맥주가 ‘카스’의 성공에 힘입어 지난 2012년 ‘하이트’를 따돌리고 16년 만에 맥주 시장 1위 자리를 차지하자 상황은 다시 변하게 된다. AB인베브가 다시 OB맥주를 사기로 결정한 것이다. 매각금액은 지난 2009년보다 4조원이 많은 6조1680억원.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점유율이 잘 바뀌지 않는 주류 시장에서 OB맥주가 경쟁사를 이긴 것은 특별한 사건”이라면서 “AB인베브가 OB맥주를 재인수할 때 시장 점유율은 50%가 넘어 1위 프리미엄이 더 높게 책정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AB인베브가 인수한 2014년 OB맥주 매출은 1조5300억에서 2015년 1조4908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하지만 2016년 1조5453억원으로 다시 회복했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3년(2014~2016년) 평균 24%로 3200억~3800억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냈다. 당기순이익도 2014년 2251억원, 2015년 2537억원, 2016년 2537억원을 기록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런 상황에서조차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과 관련해 일각에서는 “주주들에게 높은 배당을 주기 위해서”라는 지적도 나온다.


AB인베브는 인수 첫해인 2014년에는 주주들에게 배당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2015년에는 당기순이익(2536억원)보다 1164억원이 많은 3700억원을 배당했고 다음해 희망퇴직이란 이름하에 130여 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난 2017년 역시 AB인베브는 배당을 하지 않았다. 지난해 건너뛴 배당을 올해 몰아서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와 관련해 “인수 가격도 높았고, 배당을 주게 되면 그만큼 금전적으로 메울 곳이 필요하다”면서 “그것이 바로 사측이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ahna101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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