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손을 잡다

이명박·박근혜의 밀월관계

박민호 기자 | 기사입력 2012/03/19 [16:42]

현재권력과 미래권력이 손을 잡다

이명박·박근혜의 밀월관계

박민호 기자 | 입력 : 2012/03/19 [16:42]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서 친이계 인사들이 대거 숙청되면서 이명박 대통령과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서먹서먹한 관계가 됐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사실상 백기투항하면서 다시 밀월관계를 유지하게 됐다. 더군다나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을 치켜세우는 등 밀월관계가 시작됐다. 그런 밀월관계가 시작됐다는 낌새는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가장 위기를 맞이할 뻔한 박 비대위원장도 이 대통령 덕분에 위기를 모면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편집자 주>

 

잠잠해지는 낙천자의 반발…청와대 작품?
김무성·이동관 백의종군…중심 잃은 비박
이명박, “박근혜만 한 정치인 없어” 극찬
이명박, 퇴임 이후 보험 위해 박근혜 칭찬?

 

[주간현대=박민호 기자] 새누리당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 몇날은 좌불안석이었다. 공천이 마무리되면서 여기저기서 공천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왔기 때문. 공천에 대한 불만이 탈당 엄포로 이어지면서 무소속 연대 혹은 신당 창당 등의 소문이 나돌기 시작했다.
 
일부 언론에서는 무소속 연대 혹은 신당이 뜬다고 연일 기사를 쏟아냈다. 무소속 연대나 신당이 뜨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위기에 봉착하게 되며, 새누리당이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면 박 비대위원장의 정치적 입지도 좁아지게 될 것이라는 분석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현재 새누리당의 탈당 러시가 일단 잠잠해졌다. 잠잠해진 이유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역할도 상당히 작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 3월12일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대통령과 편집보도국장 토론회에서 박 비대위원장에 대해 “우리나라에서 그만한 정치인 몇 사람 없다”고 치켜세웠다. 총선이 코앞인 점을 감안한다면 이 대통령의 발언은 위험한 발언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 총선 개입 발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대통령도 그것을 알았는지 “박 비대위원장이 우리나라에서 아주 유능한 정치인 중 한 사람임을 국민들이 다 아는데, 여기서 더 언급을 하면 선거법상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고도 말했다. 물론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당장 선거개입이라며 반발했다.
 
과거 故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선거 관련된 발언으로 탄핵을 받은 점을 부각시키면서 명백한 선거법 위반이라고 언급했다. 그만큼 이 대통령의 발언은 듣는 사람에 따라 민감한 발언이 되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은 왜 민감한 시기에 이런 발언을 쏟아낸 것일까. 물론 편집보도국장들이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평가를 해달라는 주문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선거법에 위반된다”면서 거부할 수도 있었던 내용이었다. 하지만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을 것이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박 비대위원장을 치켜세웠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정치적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는 등의 모습을 보이면서 친이·친박 갈등의 꼭짓점의 모습을 보여왔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대놓고 박 비대위원장을 치켜세운 것이다. 물론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야당은 즉각 반발했다.
 
민주통합당 김현 수석부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토론회에 참석해 박 비대위원장에 대해 ‘우리나라에 그만한 정치인이 몇 사람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지발언을 한 것은 총선개입이자 선거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월22일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한명숙 대표의 실명을 거론하며 비판하면서 선거에 개입했던 이 대통령이 총선거를 30일 앞두고 또다시 선거개입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자신의 말씀처럼 앞으로 1년이 못 되는 임기 동안 정치가 아닌 국익을 위해 노력하고 더는 선거 개입으로 국민을 피곤하게 하지 말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신경민 대변인도 “역대 대통령들은 선거 때 엄정 중립을 원칙으로 삼았다”며 “한 대표가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토론회에 참석하는 것을 알고 있었을 텐데, 같은 날 초청 토론회를 잡아 역대 대통령이 안 하던 일을 왜 하는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MB의 행보

이처럼 야당이 반발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을 치켜세운 것은 일종의 보험 때문이 아니었겠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현재 박 비대위원장은 최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친이계가 공천 학살이라며 반발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공천에서 친이계 상당수가 공천에서 탈락되면서 친이계는 공천 학살이라며 반발했다. 일부는 탈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으며, 일부 인사들은 이미 탈당을 했다. 비박 세력들을 중심으로 무소속 연대나 신당 창당을 준비하는 등 박 비대위원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상당한 위기를 맞이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다.
 
만약 무소속 연대나 신당이 창당된다면 새누리당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수층 표심은 한정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무소속 연대나 신당 창당을 하게 된다면 보수층 표심은 분열될 수밖에 없다.
 
보수층 표심이 분열된다면 새누리당은 그만큼의 의석수를 얻지 못하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박 비대위원장으로서는 낙천자들의 탈당을 막아야 하는 중차대한 상황에 놓여 있게 됐다.

낙천자들의 탈당을 막기 위해서는 가장 필요한 사람이 바로 이 대통령이다. 낙천자 대다수가 친이계란 점에서 이 대통령의 말 한마디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 그런데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을 치켜세운 것이다.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을 위한 행보를 했다는 것이 정황상 여기저기서 드러나고 있다. 일단 비박 세력들이 정운찬 전 총리를 중심으로 뭉치려는 움직임이 있었다. 하지만 정 전 총리는 이 대통령을 만난 이후 총선 불출마와 대선에 대해서는 고민을 한다고 언급했다.
 
그전까지 비박 세력들이 접촉을 했었어도 총선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총선에 대해 가타부타 말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이 대통령과 만난 직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다. 정 전 총리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비박 세력들은 중심점을 잃게 됐다.
 
새누리당 낙천자들이 탈당을 하려고 해도 대선 주자가 당 밖에 있어야 탈당이 가능하다. 그런데 당 밖에 대선 주자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탈당을 결심하던 낙천자들도 주춤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김무성 의원이다.
 
김 의원이 공천에서 탈락되면서 당초 탈당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김영삼 전 대통령과 관계가 깊은 김 의원이기 때문에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탈당한 이후 동반 탈당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하지만 김 의원은 백의종군하겠다고 선언했다. 김 의원이 친박 좌장이었다가 친박에서 탈퇴, 친이계로 넘어간 대표적 인물이다. 하지만 김 의원이 백의종군을 하겠다고 선언하면서 다시 친박계로 합류하게 된 것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인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행보 역시 이 대통령의 박 비대위원장에 대한 발언과 무관하지 않다. 이 전 수석은 공천에서 탈락하면서 탈당 불사를 외쳤다. 즉 탈당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수석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서 백의종군하겠다고 언급했다.
 
이 전 수석이 이 대통령의 최측근이란 점에서 이 대통령의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즉, 이 대통령이 친이계 탈당을 외곽에서 막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는 결국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에게 손을 내민 것과 마찬가지다. 박 비대위원장은 이에 화답을 했는지 새누리당 공추위는 서울 중구 지역구 후보로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선정했다.

청와대에 무슨 일

그야말로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의 밀월관계가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대통령이 갑자기 박 비대위원장에게 손을 내민 이유가 무엇일까. 이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수많은 추측이 나돌고 있다.
 
그중 가장 신빙성 있는 추측은 바로 보험이라는 것. 즉, 퇴임 이후의 보험이라는 것이다. 현재 상황을 살펴본다면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여권에서는 박 비대위원장만 한 대선 인물이 없다는 점이다. 
 
만약 이 대통령이 박 비대위원장과 거리를 둔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퇴임 이후 풍찬노숙을 할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만약 총선 때 박 비대위원장이 ‘이명박 정부 심판론’을 들고 나오면서 결별을 하겠다고 선언이라도 한다면 이 대통령으로서는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 대통령으로서는 미래권력에게 잘 보여야 할 이유가 생긴 것이다. 굳이 미래권력에게 밉보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미래권력이 가장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도와줌으로써 앞으로 있을 힘든 시기에 도움을 받겠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박 비대위원장에게 손을 내민 것 아니냐는 관측이다. 그야말로 말 그대로 보험인 셈이다. 보험을 들어서 안심하고 퇴임 준비를 하겠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략홍보본부장은 “새누리당 공천 갈등으로 보수층이 분열하는 최악의 상황을 일단 피하자는 식으로 야당 대표는 공격하고, 여당 대표는 띄우는 구차한 일을 대통령이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우 본부장은 “지난 4년간 정적관계에 있었던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이 몇 마디 말로 친해질 수 없다”며 “친이(친이명박계)계 인사들이 공천에서 대거 탈락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이 대통령이 임기 후반 1년을 보장받고 보수 분열을 막기 위해 (박 비대위원장에게) 추파를 던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박 비대위원장 역시 이 대통령이 필요한 상황이다. 물론 현재 표심은 이명박 정부 심판론으로 흐르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권에서는 아직까지도 이 대통령을 두둔하는 지지자들이 상당수다. 그리고 새누리당을 떠받치는 상당한 인물들이 친이계 인물들이다.
 
이 대통령과 거리를 두게 된다면 이들 지지자들과 친이계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이는 결국 총선과 대선에서 패배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이 대통령을 무조건 배척할 수도 없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친이계 인사들을 청산하면서도 정진석 전 정무수석을 중구 후보로 선정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과 박 비대위원장은 서로가 서로에 대해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에 대해 필요하기 때문에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그 관계는 언제든지 깨질 수도 있다고 정치권은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당분간 미래권력과 현재권력은 서로의 필요에 의해 불가근불가원의 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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