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본사가 한국GM 경영정상화를 위해 한국 정부에 유상증자를 비롯한 자금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이미 가동률이 저조한 군산공장의 경우 폐쇄를 결정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실적부진 원인이 경영진들에게 있음을 밝히고 글로벌자본의 ‘먹튀’행태를 개선해야한다”고 조언했다. <관련 기사 : “GM은 글로벌 상습 날강도 자본”>
암만 GM사장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인터뷰에서 “한국에 있는 4곳(인천·군산·창원·보령)의 공장 중 군산공장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한국) 정부, 노동조합과의 협상 결과를 토대로 몇 주 안에 나머지 공장들의 (폐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GM본사는 이 같은 공장폐쇄라는 초강수를 두면서 한국 정부에 오는 3월까지 3조원 유상증자를 포함한 자금지원을 압박하고 있다. 17.02%의 한국지엠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이 유상증자에 참여하려면 5100억원의 현금을 투입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정부 산하 산업연구원의 자동차 분야 전문가인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GM이 자구책은 내놓지 않고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것에 주의해야 한다”며 “GM이 경영 실패의 원인은 가려놓고 그 책임을 한국 정부와 노조에 돌리고 있기 때문에 그냥 끌려가서는 안 된다. 실태 파악을 제대로 해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옛 대우자동차 출신인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도 “한국GM 부실은 2조7000억 원에 이르는 채무와 그 이자비용, 한국GM과 그 부품업체들에 대한 착취구조, 인색한 신차출시가 주요 원인”이라며 “지엠 본사가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전제로 산업은행의 유상증자 참여, 노조의 협력과 양보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GM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2016년) 한국GM의 누적적자는 2조원에 달한다. 지난해에만 6000언 원 규모의 적자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쌓아놓은 자본금을 모두 소진해 현재 자본잠식 상태다.
한국GM 적자의 대부분은 GM본사와의 관계에서 발생하고 있다.
한국GM 군산공장은 정상가동할 경우 연간 26만대의 자동차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만천여대만 생산했다. 공장폐쇄가 불가피한 수치다. 하지만 이 같은 생산대수 하락 배경에는 GM본사의 잘못된 경영판단이 있다.
한국GM은 유럽 공급물량 가운데 90%를 생산해왔다. 그러나 GM본사가 쉐보레 브랜드의 유럽철수를 결정하면서 수출 물량은 20만대나 빠졌다.
이후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GM의 적자는 쌓여갔다. 이런 가운데 GM본사는 실적부진을 겪고 있는 한국GM을 상대로 높은 이자율의 돈을 빌려주고 4년간 4400억 원의 이자를 챙겨갔다. GM이 한국GM에게 받은 이자율은 국내 완성차 업체의 차입금 이자율에 2배가 넘는 수준인 것으로 밝혀졌다.
GM이 그간 ‘먹튀’ 행태를 반복했다는 사실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GM은 최근 들어 호주, 인도네시아, 태국, 러시아, 인도 등에서 철수하며 공격적인 구조조정을 시행했다. 특히 호주의 경우 정부로부터 12년간 약 21억 7000만 달러(약 2조 350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받았지만 지원금이 끊기자 곧바로 철수했다.
이항구 선임연구위원은 “호주 사례가 한국이 될 수 있다”며 “GM이 호주 사례처럼 빼먹을 것 다 빼먹고 나가겠다는 뜻으로까지 해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막대한 R&D(연구개발)비용도 도마에 올랐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16년 한국GM이 R&D로 투자한 금액은 6141억 원에 달한다. 그해 영업손실(5219억원)보다 922억원이나 많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한국GM이 ‘GM본사의 ATM(현근자동입출금기기)’라는 말도 전해진다.
한 전문가는 “한국GM은 회계상 R&D 비용을 본사로 보내고 비용으로 처리하는데 그 돈이 어떻게 쓰이는 진 아무도 알 수 없다”며 “매출 대비 원가 비율이 크게 높은 것도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도 “한국GM은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로 2조9926억원을 썼는데 본사로부터 받은 돈은 4771억원에 그친다며 “이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줄였어도 적자가 이 정도 규모에 달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철수설이 나오고 있는 한국지엠은 정부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 기업으로 알려져 있다.
GM은 IMF 당시 대우자동차를 5000억원에 매입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는 경제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구조조정이라며 ‘알토란 기업’을 헐값으로 팔았다.
대우차를 인수한 GM은 회사명과 브랜드를 각각 한국GM, 쉐보레로 변경했다. IMF 경제불황 극복을 위한 구조조정과 해외 투자유치 명분을 토대로 GM은 정부와 인천시로부터 많은 지원과 혜택을 받았다.
지난해 8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주최한 토론회 자료를 보면 한국지엠은 우리 정부로부터 4년(2006-2009)간 세금 254억원을 감면받았다. 또한 자동차 환경규제를 일부 예외하는 지원을 받았다. 인천시는 시장가격이 1조원대에 이르는 16만평 부지를 50년간 무상임대 해줬다.
정의당 인천시당은 "한국지엠의 문제는 한국지엠만의 문제가 아니며, 창원과 군산공장과 안산, 시흥 등의 협력업체들까지 고려하면 전국적인 사안이다"며 "정부와 산업은행, 산업통상부는 지엠의 투자요구 논란에 대한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정의당 인천시당 이와 관련해 “GM과 한국GM은 그동안 정부와 지자체로부터 막대한 지원과 특혜를 받았다”며 “미래발전 전망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정규직과 비정규직, 하청업체의 고용과 생존을 보장해야 한다. 군산공장의 폐업설, 창원공장과 부평공장의 인소싱을 통한 비정규직 해고는 경영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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