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 석면은 1급 발암물질이다. 석면은 인체에 노출되면 폐암, 악성중피종암 등 심각한 질환을 유발하지만 잠복기가 20~30년으로 노출 즉시 확인이 어렵다. 이 때문에 석면은 지난 2007년 사용이 전면 금지됐지만 ‘석면 건축물’은 여전히 남아있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다. 오래된 석면 건축물은 노화되면서 석면 먼지가 발생한다. 특히 학교의 70%가 석면 건축물인 것으로 확인돼 학교와 교육청은 여름·겨울 방학을 이용해 교내 석면 철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석면은 그 특성상 가루가 날리거나 조각이 남아있기만 해도 인체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하고 철저한 제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학부모들이 모니터링에 나선 결과 실제 철거 작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편집자주>
▲ 경북 칠곡군 다부초등학교에서 학부모들이 직접 채취한 석면 시료. 학교 석면 공사가 끝난 이후에도 석면 잔재들이 발견됐다. 이러한 상황은 국무총리 지시 이후로 특별관리가 된 후에도 지속되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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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 석면 또 검출…아이들 건강 빨간불
교육청‧환경부 석면 해체 무방비, 속 타는 학부모들
교내 채취 시료 70개중 23개서 ‘백석면’ 최대 4% 검출
“아이들 우리미래” 환경단체, 지속적 관심과 조사 요구
#1.
경기 오산 원동초등학교에서는 지난 1월 8일부터 2월 3일까지 석면제거공사가 이루어졌다. 2월 1일 학부모들과 환경단체, 시청 및 교육청 관계자들은 ‘청소 완료’라는 학교 측의 연락을 받고 공사 현장을 방문했다. 그러나 통화내용과는 달리 1층만 청소가 완료된 상황이었고, 2~5층은 청소 중이었다.
게다가 청소가 끝났다는 1층 행정실 및 유치원 교실 점검에서 석면잔재물이 발견됐다. 이곳에서 모두 9개의 석면의심시료를 채취했고 분석기관에 의뢰한 결과 8개에서 석면이 검출되었다. 6개 조각시료는 모두 백석면 3% 농도의 천장 텍스였고, 먼지를 채취한 2개 물티슈 시료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다.
#2.
경주시 경주참교육학부모회, 경주학부모연대, 경주환경운동연합 등 3개 시민단체들은 합동으로 6개 초중고교를 조사했다. 철거가 완료된 학교 내 11곳에서 채취한 시료 전부 석면이 검출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석면을 철거한 모든 학교가 봄방학 기간에 정화작업을 다시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특히, 산대초등학교 교실 천장 냉난방기의 석면 오염은 심각했다. 냉난방기 시료에서도 석면이 검출됐는데, 이는 모든 학교의 천장 냉난방기가 석면에 오염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백석면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석면이 인체노출 시 후두암, 난소암, 악성중피종암, 폐암을 일으키는 것으로 확인된 발암물질이라고 경고했다. 가장 많이 사용되어온 백석면은 한국에서 2007년부터 석면시멘트 제품의 사용이 금지됐다. 문제는 아직까지 석면 건축물이 많이 남아있고, 학교 건물 중 대부분이 이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오래된 석면 건축물에서는 부식이 일어나면서 ‘석면 먼지’가 발생한다. 이 석면 먼지는 교내를 떠돌다 아이들의 코와 입으로 들어가 폐 속에 쌓일 수 있다.
철거작업 감시, 학부모들이 나서
2017년 여름 전국 1226개 학교에서 석면철거 공사가 진행됐다. 그러나 철거가 완료된 경기도 과천 관문초등학교 교실, 복도에선 여전히 석면 잔재가 발견됐다. 이에 학부모들은 ‘엉터리 철거’라고 항의하며 자녀들의 등교를 거부했고, 이로 인해 관문초가 개학을 2주 뒤로 미루는 사태가 빚어졌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석면을 제거할 때 주변 공간이 석면 가루에 노출되지 않도록 철저히 밀폐해야 한다. 때문에 철거 공사를 진행할 때는 현장 전체에 비닐 보양 장치를 설치해야 하며 석면철거 직후에도 대청소를 통해 먼지를 완전히 제거해야 한다.
특히 학교건물의 석면철거가 허술하게 진행될 경우 교실과 복도 등을 오염시켜 다수의 학생들과 교직원들이 석면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교육부, 환경부, 노동부, 등 중앙정부의 관계부처 뿐 만 아니라 교육청, 학교, 전교조 및 학부모모임에서도 관심을 갖고 안전하게 석면철거가 이루어지도록 감시할 필요가 있다.
최근 환경보건시민센터가 발표한 ‘2017/2018 겨울방학 학교석면 철거현장 전국조사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겨울방학동안 전국 1290개 학교에서 석면철거가 이루어진다. 같은 학교 내에서 석면철거 대상 건물이 달라 별도의 공사계약이 이루어진 경우를 포함하면 161개가 더해져 모두 1451개의 석면철거 공사가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많은 학교현장에서 교육당국과 학부모, 환경단체간의 합동 모니터링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학부모들만이 환경단체와 협력해 자체적으로 감시활동을 펼치고 있을 뿐이다. 대구, 경북, 경주, 경기 등 지역에서는 학부모들이 석면전문가를 초빙해 강의를 듣고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를 직접 방문해 안전감시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이들은 교육당국이나 학교 측의 무성의로 비전문가라고 무시당하면서도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해 현장 감시활동에 나서고 있다.
반면 부산, 광주, 전북, 서울 등에서는 교육청과 적극적인 협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부산에서는 교육감이 환경단체‧학부모들과 함께 현장조사를 실시했다. 광주광역시의 경우 교육청의 요청으로 42개 석면철거학교를 3개 환경단체들이 나누어 작업을 완료한 뒤 잔여물 조사 등의 모니터링을 실시했다.
서울 관악구에 위치한 인헌초등학교는 학부모와 환경단체의 독자적인 모니터링이 실시되자 학교와 교육청에서 명예감독관을 제안해 학부모 20여 명이 감시활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인헌초등학교의 명예감독관들은 철거현장 내부를 감시하기 위해 CCTV와 감시창을 요구했고, 이를 관철시켰다. 감시창은 비닐보양된 곳의 내부를 외부에서 들여다볼 수 있도록 작은 창을 내도록 한 아이디어고, CCTV는 감시창과 음압기가 있는 곳에 스마트폰 동영상을 라이브로 장착해 두고 집 등의 외부에서 감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은 철거작업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도록 학교와 철거사업자에게 공사 준비사항, 공사 진행 및 마무리, 공기질 측정 미통과 시 대처 방안 요청에 관한 것까지 상세한 매뉴얼을 준비해 요구했다.
먼저 작업자들에게 석면 안전교육을 실시했는지 여부를 확인하며 위험성을 확실하게 인지하도록 했다. 또한 보양 및 해체 철거 일정이 어떻게 되는지, 완벽한 공사를 위한 적절한 시간 배분인지도 꼼꼼하게 따졌다. 보양을 위한 비닐은 몇 겹으로 계획하는지, 두께는 얼마나 되는지 측정하기도 했다. 냉난방기는 반드시 떼고 작업할 것을 요청했다. 지난 해 여름 관문초등학교 교실 안 냉난방기에서 많은 양의 석면 천장 마감재들이 발견됐기 때문으로 추측된다.
이외에도 명예감독관들은 철거 업체에게 학교 건물 내부에서 외부로 어떻게 폐기물을 운반할 예정인지 밝히고 비닐 작업 후 반드시 박스로 포장해 운반할 것을 당부했다. 또 추가 석면 노출을 막기 위해 폐기물이 외부로 나왔을 경우 그날 즉시 폐기물을 처치해 학교에 쌓아두지 못하도록 했다.
이렇듯 철저히 석면 제거작업을 감시했지만 공사가 완료된 후에도 석면이 검출됐다.
인헌초 명예감독관들이 채취한 30개의 시료 중 20개를 분석 의뢰한 결과 10개 시료에서 백석면이 2~3% 검출됐다. 또 갈석면도 1% 검출돼 충격을 더했다. 갈석면은 날카로운 조직구조를 갖고 있어 백석면보다 최고 50배나 위험해 1998년부터 사용이 전면 금지된 유해물질이다. 방은영 인헌초 학부모대표는 여전한 석면 검출 사실에 한계를 느꼈다.
다음은 <주간현대>가 진행한 방은영 인헌초 학부모대표와 일문일답 전문
-감시활동 중에 힘들었던 점은 무엇인가.
▲학교 측과의 충돌이 빈번했다. 교육청에서도 나서서 도와준 것이 전혀 없다. 가장 힘들었던 점은 석면 지식부족이었다. 학부모들은 하루 세 시간씩 자며 석면을 공부했지만, 학교는 “그냥 (석면을) 제거하면 되는 것 아니냐”며 무성의한 태도로 일관했다. 모니터링 활동을 할 때에도 학교 관계자 한 명 만이 동행했다. 교장 선생님도, 선생님도 그 자리에 나오지 않았다.
-감시활동의 한계가 있다면 무엇인가.
▲공사 업체에 매뉴얼을 요구하면서까지 감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석면이 나오는 것 자체가 한계라고 본다. 조사 결과 석면 분류에 없는 석면도 확인돼 학부모들의 불안감을 더했다. 비산이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석면 천장 마감재를) 부수지 않고 드릴로 해체할 것을 요구했지만 부술 수밖에 없는 철거 작업으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학교는 철거 작업이 사전에 어떤 과정과 절차를 통해 이루어질 것인지 학부모 전체에 공지하지도 않았다.
-명예감독관 활동은 어땠나.
▲학부모들이 목소리를 내고 싶어 항의했고, 학교의 제안으로 명예감독관 활동을 하게 됐다. 그러나 학교는 감독관 모집 1일 전에 모집 사실을 공지했고, 모집 기간도 단 하루였다. 철거 과정을 자세히 지켜보고 싶었지만 실질적인 권리는 없었다. 학교가 학부모들 때문에 ‘보여주기식’ 제안을 한 것 같다.
- 학부모들에게 필요한 추가적 권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먼저 더 많은 수의 명예감독관들이 공사 시작 처음부터 공사가 끝난 후 청소가 완료될 때까지 활동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현장 관리자와 동급의 권한을 줘야 한다. 공사 진행 매뉴얼이 철저하게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장 관리자는 아침 7시에 나와 공사 시작 확인만 하고 사라진다. 공사 과정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한다.
▲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학부모 대표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철저한 석면 잔재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다. © 문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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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한 석면검출, 대안은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전국 6개 지역(서울 관악구, 대구 북구, 경북 칠곡, 경북 경주, 경기 용인, 경기오산 등) 학부모들이 교내에서 직접 채취한 고형 먼지 등 시료 70개를 모아 전문분석기관에 분석을 의뢰했다. 그 결과 33%인 23개에서 석면이 검출됐다. 석면의 종류는 1등급 발암물질인 백석면이었다. 조각 시료의 경우 3~4%의 석면이 검출됐고, 먼지를 채취한 물티슈 시료에서는 미량이 검출됐다.
겨울방학이 끝나가지만 학교에는 여전히 석면이 남아있다. 이에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학부모 대표, 학부모단체들은 지난 2월 19일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교육청, 학교의 관심을 촉구했다. 이들은 학교 석면문제 해결을 위해 ▲학교 내 석면철거를 전체적으로 실시할 것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석면 안전철거를 위해 철저하게 준비할 것 ▲석면 철거 이후 사후 잔재물을 전수 조사할 것 ▲학부모·환경단체와 공동 감시체계를 갖출 것 ▲환경부 차원에서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해 현장감시활동에 나설 것을 요구했다.
학교 석면철거는 여름방학과 겨울방학 시기에 전국적으로 1천 개가 넘는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지만 무석면학교가 크게 늘지는 않고 있다. 이는 한 학교에서 석면철거가 한꺼번에 이루어지지 않고 건물·층별로 일부만 진행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 학교에서 석면이 완전히 제거되려면 몇 년에 걸쳐서 서너 차례의 석면철거 공사를 거쳐야 하는 상황이다. 철거 작업을 부분적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비용문제 때문이다. 그러나 석면철거과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문제를 고려하면 석면철거 대상학교가 줄어들더라도 한 학교의 석면을 한 번의 공사로 모두 제거하는 방법으로 개선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또 교육청 차원에서 학교석면 안전철거를 위해 철저하게 기획할 것을 주문했다. 교육청의 기획단계에서부터 학교석면철거의 경험이 많고 숙련된 철거노동자를 확보하고 안전조치를 성실히 이행하는 업체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짧은 방학동안에 1천 개가 넘는 학교에서 일제히 석면철거가 진행되기 때문에 각 지역별로 제대로 된 석면철거업체를 확보하지 못하는 문제점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문제 해결이 시급한 상황이다.
때문에 학교석면을 전문적으로 처리하는 업체를 평소에 지원하고 육성하는 기획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석면철거 업체들은 교육청의 석면철거 단가가 너무 낮아서 이윤을 남기기 위해 부실공사가 이루어진다고 주장한다. 환경단체는 “교육청은 현장 실사를 통해 적정경비를 지원하고 철저한 안전공사의 책임을 요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후 잔재물 관리도 상당히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여름 국무총리의 지시로 석면철거대상 모든 학교에 대해 잔재물 조사를 실시했지만 21017/2018년 겨울방학의 경우 일부인 10%만 잔재물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환경부와 교육부는 무작위로 10%만 선별해 조사하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밝혔지만 이번 학부모조사를 통해 확인된 바에 따르면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때문에 사후 잔재물 조사는 학교 뿐 만 아니라 모든 석면철거현장에서 의무적으로 실시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
환경단체들은 학부모, 환경단체와의 공동 감시체계도 갖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학교의 경우 석면철거가 엉터리로 진행되면 학교내부는 물론 인근 지역사회를 석면에 오염시킬 우려가 있어 철저한 현장감시와 오염 모니터링이 필수적이다. 회견에 참석한 학부모 대표는 “학부모와 환경단체회원을 명예 석면감리원으로 초빙해 현장조사 및 시료채취 및 분석 등의 적극적인 활동을 보장해달라”며 “서울 인헌초와 같이 철거현장을 들여다 볼 수 있도록 하는 감시창과 CCTV 설치를 의무화해 공개적이고 투명한 석면철거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어 환경부에게 특별사법경찰제도를 활용해 현장감시활동에 나설 것을 당부했다. 환경부는 석면정책 종합부서이지만 실질적인 현장감시기능이 전혀 없다. 환경부의 특별사법경찰제도를 십분 활용해 시범적인 학교석면철거 현장감시활동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석면문제는 지난 10년 동안 환경보건시민센터와 한국석면추방네트워크가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해왔지만 거의 개선되지 않았다. 2017년 여름 과천의 관문초 등에서 등교거부, 개학연기 등의 사태를 경험하면서 큰 사회문제가 됐고, 이후 국무총리가 특별조사를 지시한 뒤에야 현장의 문제가 제대로 알려졌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사태 이후 국무총리의 지시는 용두사미가 되고 있다며 비판했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초등고교의 학생들은 우리사회의 미래다. 학교석면 안전문제는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할 국정과제와 민생문제다. 국무총리를 비롯한 환경부, 노동부, 교육부 등의 책임자들이 방학 때마다 학교 현장을 돌면서 감시감독을 직접 지휘해야 한다. 더불어 국회에서도 방학동안에 학교현장을 직접 방문해 학부모들과 현장감시활동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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