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과 힘겨루다 넘어진 금감원, 일어설까

김정태 회장 3연임 빨간불→노란불…하나은행의 물타기 시도?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3/12 [18:00]

하나은행과 금융감독원의 힘겨루기는 지난 1월 시작됐다. 김정태 하나은행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금감원은 하나은행 측에 ‘재고’를 권했지만, 하나은행은 보란 듯이 김 회장을 다시 자리에 앉혔다. 금감원은 이에 맞받아치듯 하나은행을 비롯한 은행권을 압수수색했다. 이후 한동안 금감원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처럼 보였던 힘겨루기는 하나은행이 최흥식 금감원장의 채용비리에 대한 의혹을 내놓으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편집자 주>


 

 

하나은행과 힘겨루기 끝에 금융감독원이 무릎을 꿇는 모양새다. 

 

12일 오전 최흥식 금감원장은 ‘금감원 임직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이란 제목으로 사내 이메일을 보냈다. 이메일에는 "신임 감사를 중심으로 독립된 특별검사단을 구성해 본인을 포함한 하나은행의 채용비리 의혹 전반에 대한 엄정한 사실 규명에 들어갈 것"이라는 최 원장의 뜻이 담겼다.

 

하지만 최 원장은 이 같이 말한 지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조만간 입장표명 하겠다’는 말만 남기고 사의를 표했다.

 

▲ 최흥식 금융감독원장의 2013년 하나금융지주 사장 시절 당시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 제공

 

의혹의 시작

최 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것은 지난 9일 부터였다. 지난 2013년 당시 최 원장은 대학동기 L씨의 부탁을 받고 하나은행 채용에 응시한 L씨의 아들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은 하나은행이 과거 채용비리 의혹을 전수 조사하는 과정에서 밝혀졌지만 하나은행이 최 원장의 과거 행적을 집중적으로 조사했다는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의혹이 커지자 최 원장은 “당시 (최 원장은) 학계출신 외부인사라 그럴만한 힘이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채용관련 연락이 와서, 이를 ‘전달’만 했을 뿐 채용과정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최 원장은 하나은행에 ‘내부 자료’를 직접 요구하며 의혹에 대해 정면돌파 하고자 하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 최흥식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에 대해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답변이 황당하다"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혔다.     © 제윤경 의원 블로그 캡쳐

 

커져가는 의혹

하지만 이 같은 최 원장의 정면 돌파 시도에도 불구하고 의혹과 비판의 목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은행 관계자들은 “기존의 채용비리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라며 반문했다. 금감원의 채용비리 판단 잣대가 ‘여의봉’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 금감원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금융권 채용비리’의 기간이 3년이었기 때문에 최 원장 본인이 재직하고 있었던 기간을 일부러 피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나왔다.

 

여야를 불문하고 정치권도 최 원장의 해명에 대해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10일 자유한국당은 “최 원장 의혹이 사실이라면 청년들의 꿈을 짓밟은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은행의 채용비리 정황을 적발해야 하는 금융당국의 수장이 비리 의혹의 장본인이 됐다”고 밝혔다.

 

집권여당 역시 “최 원장의 해명은 황당하다. 금융지주 사장이 특정 인물에 대한 내용을 전달한 것이 암묵적 추천이 아니면 무엇인가”라며 비판했다.

 

▲ 금융노조는 최 원장에 대한 의혹이 김정태 하나금융회장(사진)의 3연임을 앞두고 물타기 시도가 아니냐며 의혹을 드러냈다.    ©하나금융지주 제공

 

금감원, 앞으로의 행보는

갑자기 불어 닥친 역풍에 금감원은 당혹스러운 기색이다. 

 

금감원이 주요 시중은행에 대해 채용비리로 압박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금융당국과 민간 금융사간 '진흙탕 싸움'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금융 노동조합은 12일 “김정태 회장의 3연임을 앞두고 ‘물타기’가 아니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 노조는 “최근 금감원의 조사로 검찰이 수사 중인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에서 KEB하나은행이 가장 많은 사례를 적발당하면서 김정태 회장 3연임의 청신호는 노란색으로 바뀐 상태다”며 “오비이락이라 하기에는 석연치 않다”고 밝혔다.

 

이어 “최흥식 금감원장의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이라면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하지만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 해도 그것이 김정태 회장의 범죄 혐의에 대한 면죄부가 될 수는 없다”고 밝혀 금감원의 금융권 압박을 지속해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최 원장의 사임으로 인해 금감원장 자리는 두 달 가까이 공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과연 역풍을 맞은 금감원이 민간 금융권과의 갈등을 당국의 패배로 끝을 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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