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기자 리뷰] 게임과 영화의 만남 ‘레디 플레이어 원’ ①

대중문화, 이스터에그, 가상현실, 스티븐 스필버그…할 말 많은 두 기자 리뷰

문병곤, 정규민 기자 | 기사입력 2018/03/31 [12:28]

[두 기자 리뷰] 게임과 영화의 만남 ‘레디 플레이어 원’ ①

대중문화, 이스터에그, 가상현실, 스티븐 스필버그…할 말 많은 두 기자 리뷰

문병곤, 정규민 기자 | 입력 : 2018/03/31 [12:28]

지난 28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게임을 다룬 영화다. 게임을 다룬 영화가 흔치 않은 만큼, <주간현대>는 문병곤 영화 기자, 정규민 게임 기자의 대화식 영화 리뷰를 준비했다. 영화 기자가 본 게임 ‘영화’, 게임 기자가 본 ‘게임’ 영화는 어떻게 다를까. 


 

▲ 최초의 가상현실 블록버스터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주간현대

 

문병곤 기자 (이하 문) : 안녕하세요, <주간현대>에서 영화를 담당하는 문병곤 기자입니다.

 

정규민 기자 (이하 정) : 안녕하세요, <주간현대>의 게임담당 정규민 기자입니다.

 

문 : 저희가 이번에 게임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을 리뷰하게 됐습니다. 저희는 상의를 통해 총 5개의 키워드를 정했습니다. 각각 ▲대중문화 ▲이스터에그 ▲가상현실 ▲스티븐 스필버그 ▲“나만 신났나?” 입니다. 

 

정 : 그리고 말씀드릴게, 저희 리뷰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만약 결말을 모르신다면, 영화를 보고 나서 저희 글을 읽어주세요.

 

문 : 자, 그럼 시작해 보겠습니다. 첫 시도여서 그런가, 어색하네요. 일단은 가볍게 가죠. 어떠셨나요? 재밌었다? 재미없었다?

 

정 : 저는 정말 재밌었어요. 제가 원하는 그림들도 많이 나왔고, 원하는 장면이나. 저같이 게임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아요. 그런 생각도 했는데, 캐릭터를 기대하고 가면 생각보다 재미가 없고, 문화를 기대하고 가면 정말 재밌겠다, 그런 느낌을 받았죠.

 

문 : 그렇죠, 캐릭터들이 너무 빨리 확확 지나가 버려 가지고, 오히려 잘 안보여서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어요. 의도된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정 : 나중에 천천히 찾아보면 ‘이 캐릭터도 나왔네?’ 하는 게 분명히 있겠죠. 

 

문 : ‘이 캐릭터 판권도 샀어?’ 그런 느낌? 예전에 <주먹왕 랄프>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도 있었는데, 그것도 게임 관련된 영화였거든요. 그 영화에서 느꼈던 캐릭터 찾는 재미를 느꼈어요.

 

정 : 지금은 영화관에서 상영하고 있지만 나중에, vod 서비스가 되면, 중간 중간 많이 찾아낼 것 같아요.

 

문 : 게시판에 많이 올라오겠죠. 자잘한 캐릭터들이 엄청 많더라고요. 저도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되게 ‘스티븐 스필버그 답다’라는 생각도 들었고.

 

정 : ‘스티븐 스필버그 답다’는 무슨 뜻이죠?

 

문 : 음, 그건 이따가, 준비 한 게 많으니까. (웃음)

 

정 : 아. (웃음)

 

문 : 자 그러면 평은 간단하게 이 정도로 마치고, 본격적으로 얘기를 시작해 볼까요?

 

#대중문화

 

문 :  저희가 첫 번째로 잡은 키워드가 ‘대중문화’죠?

 

정 : 네, 이 영화를 보면서 대중문화에 치중했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문 : 그렇죠. 특히 80년대 대중문화.

 

정 : ‘집착’까지 느껴질 정도로 파고든 거 같아요.

 

문 : 맞아요. 주인공들의 캐릭터 이름이 ‘파시발’과 ‘아르테미스’인데요. 이 이름들이 신화 속 인물들이라면서요? 아르테미스는 알았는데, 파시발은 몰랐어요.

 

정 : 네 아르테미스는 그리스 로마신화의 여신이죠.

 

문 : 맞아요. 그래서 아마 스티븐 스필버그는 대중문화의 시초를 ‘신화’로 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이름을 그렇게 지은 거 같아요.

 

정 : 신화가 대중문화의 시초다.

 

문 : 네. 

 

정 : 저는 특히 영화 속 인물들이 ‘팀’을 이룬다는 점이 대중문화 같았어요.

 

문 : 아, ‘대중’에 초점을 맞춘 거군요.

 

정 : 그렇죠. 대중문화는 혼자 즐길 수도 있지만, 결국 사회 안에서 함께 즐기는 거니까요. 특히 구성원들이 각자의 능력에 맞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 재밌었어요. 파시발은 정보 분석능력, 아르테미스는 전투, H는 기계를 고치고 수리하는 능력, 그리고 쇼랑 다이토는 일뽕. (웃음)

 

문 : (웃음) 역할이 일뽕인가요.

 

정 : 뭐 서브컬쳐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지대하니까요. 요즘은 소설도 일본의 라이트 노벨이 유행이잖아요.

 

문 : ‘라노벨’이라고 하죠. (웃음) 

 

정 : 제목 진짜 너무 길던데.

 

문 : 네 ‘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 리 없어’ 라던가 ‘자고 일어나보니 이세계에서 왕이 돼있어’ 이런 느낌?

 

정 : ‘주간현대에 입사해보니 이 회사에 아무도 없어서 나 혼자 회사를 키워나가게 됐습니다’ 이런 제목의 느낌? (웃음)

 

문 : (폭소) 네, 뭐 말로는 일뽕이라고는 하지만, 주인공들의 백업 느낌이 있었죠.

 

정 : 네 맞아요.

 

문 : 아무튼 규민씨는 대중문화에서 ‘팀’에 초점을 맞췄군요. 하긴 요즘 온라인 게임도 ‘팀 게임’이 많죠. 오버워치 같은 경우나 롤도 그렇고요.

 

정 :그렇죠. 요즘 게임들은 대부분 온라인 팀 게임이죠.

 

문 : 사실 온라인 게임들은 생긴 지 얼마 안 된 장르잖아요. 신생 장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를 말하는데, 화법은 요즘의 화법을 가진 영화라고 생각해요.

 

정 : 요즘은 팀 게임이 당연한 문화니까요.

 

문 : 전 그래서 결국 이 영화가 말하고 있는 건 ‘80년대 대중문화에 대한 향수’ 라고 생각해요.

 

정 : 영화, 게임, 음악 이런 것들.

 

문 : 네, 나오는 음악들이 전부 80년대 것들이죠. ‘홀앤 오츠’나 ‘비지스’ 그리고 오프닝으로 쓰였던 ‘밴 헤일런의 jump’ 같은 음악들이요. 어쩌면 스티븐 스필버그의 최전성기라고 볼 수 있는 시대죠.

 

정 : 그래서 약간의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어요. 게임, 음악, 영화를 모두 엮었는데, 음악과 영화는 80년대의 음악이지만 게임은 미래적이고. 비교적 잘 섞어놓긴 한 거 같은데 묘하게 느껴지는 이질감이 있었어요.

 

문 : 뭔가 그런 게 있었죠. 사실 저는 이 부분은 스티븐 스필버그 부분에서 더 얘기하고 싶어요.

 

정 : 저는 이 영화가 대중문화를 다루지만 특히 게임을 집중한 점이 좋았어요. 왜 하필이면 게임이었을까요? 80년대를 보여주는 문화는 어쩌면 음악일 수 있는데요.

 

문 : 사실 80년대 감성의 음악을 다룬 영화들은 꽤 많이 있죠. 최근 나온 마블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같은 경우만 해도, 우주가 배경임에도 불구하고 나오는 음악들이 전부 80년대 것들이잖아요. 아마 그래서 게임에 집중한 점이 신선하게 느껴지지 않았을까 싶어요.

 

정 : 결국 ‘유행은 돈다’라는 이야기. 그 영화의 배경이 2045년이잖아요. 60년을 유행이 도는  텀으로 생각했을까요?

 

문 : 2018년은 대충 80년도 과거로 30년 차이가 나고, 2045년은 과거로 30년 차이가 나네요. 그래서 2045년은 먼 것 같으면서도 가까운 것처럼 느껴지죠. 

 

정 : 저는 영화를 보면서 ‘80년대’와 ‘지금’ 그리고 ‘2045년’을 꼭지점으로 한 삼각형 가운데에 제 자신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어요. 과거와 미래를 이어주는 건 ‘나’였다.

 

문 : 어우. 뭔가 있어 보이는데요? 저는 아마 지금의 장년층에게는 80년대가 영화 속에서 현실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존재인 ‘오아시스’가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이 영화 속에 등장하는 80년대의 대중문화들이 그런 향수를 느끼게 해주지 않을까요.

 

▲ 지난 28일 개봉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신작 <레디 플레이어 원>은 게임을 다룬 영화다.     © 워너브라더스 코리아 제공

 

#이스터에그

 

문 : ‘이스터에그’는 프로그램 용어죠? 규민씨가 더 잘 아실 것 같아요.

 

정 : 네 이스터 에그는 프로그래머들이 프로그램 내에서 장난을 치는 것을 말하는데요. 주로 프로그램 안에서 특정한 조건을 달성하면 재밌지만, 쓸데없는 기능을 작동되는 걸 말해요. 시초는 1979년 ‘아타리 2600’의 게임인 <Adventure>로,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개발자의 이름이 뜨죠.

 

문 : 일종의 프로그램 속에 제작자가 심어놓은 ‘보너스’같은 느낌이네요.

 

정 : 맞아요. 프로그램 용어인데, 이 영화 속에서는 ‘오아시스 안에 숨겨놓은 부와 명예’정도로 쓰여서 게임의 ‘최종 목표’의 의미였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병곤씨는 영화 보면서 혹시 만화 <원피스> 생각 안 나셨나요?

 

문 : 났어요. 원피스에서 “그곳에 모든 것을 두고 왔다”이런 대사가 있잖아요. 마치 “대 오아시스 시대가 열린다” 이런 느낌이었어요.

 

정 : 전 심지어 영화의 결말도 약간 ‘원피스’가 보여줄 법한 결말이었다고 생각해요. ‘동료애’와 우정을 얘기하잖아요.

 

문 : 그럴 법 하네요. (웃음)

 

정 : (웃음) 그리고 전 ‘이스터에그’가 ‘알 형태’인게 웃겼어요.

 

문 : 아, 저도 실제로 ‘알’일 줄은 몰랐죠. 

 

정 : 혹시 영화에는 ‘이스터에그’ 개념이 있을까요?

 

문 : 영화는 없죠. ‘쿠키영상’ 정도면 몰라도. 이스터에그는 유저가 프로그램의 의도와는 다르게 능동적으로 접근해야한다는 점이 핵심인 거 같아요. 그리고 제작자도 이스터에그를 몰래 숨겨놓아야 하고요.

 

정 : 그렇죠.

 

문 : 저는 그런 면에서 이스터에그가 ‘제작자’라는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계기라고 생각해요.해당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회사와는 달리 제작자가 자신을 어필할 수 있는 수단이라는 거죠.

 

정 : 그래서 이 영화의 마지막 ‘키’가 ‘어드벤쳐’였던 거고.

 

문 : 그렇겠죠. 게임 속에 몰래 제작자인 자신의 이름을 숨겨놓은 거잖아요. 제작자가 숨겨야하는 ‘자기표출’의 욕구를 드러내는 게 ‘이스터에그’인 거 같아요.

 

정 : 실제로 이 이스터에그를 통해 게임 제작자들에 대한 처우가 많이 달라졌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이 영화가 이스터에그를 찾는다는 점에서 ‘게임 개발자’에 대한 존중과 찬사를 보내는 영화라고 생각해요.

 

문 : 넓게 보자면, 모든 대중문화의 창작자들에 대한 찬사라고 해도 되겠죠.

 

정 : 네, 이런 존중 자체가 이 영화의 ‘이스터에그’이지 않을까요. 영화를 내용으로만 보자면 ‘이스터에그’란 목표를 찾아나서는 모험일 뿐인데, 찾아보면 숨겨진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문 : 저는 ‘이스터에그’를 말 그대로 ‘부활절 달걀’이라고 봤을 때의 의미를 생각해 봤어요. 부활절 달걀은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의미에서 주는 선물이잖아요. 그렇게 볼 때 이 영화에서의 부활이란 키워드는 의미가 있을 거 같아요. 영화의 초반 부에 ‘오아시스’의 개발자인 ‘할리데이’의 장례식 장면이 나오잖아요.

 

정 : 거기서 벌떡 일어나죠.

 

문 : 마치 자신의 부활을 알리는 느낌이었어요. ‘나의 육체는 죽었지만, 게임 속에서 부활했다’는 뜻으로요. 이거 말고도 영화의 결말 부분에서 ‘오아시스’가 폐허가 됐지만, 주인공인 파시발이 ‘추가목숨’으로 되살아나는 점도 부활에 대한 게임적인 해석이겠네요. 동료들이 오아시스를 재건하는 점도 그렇고요.

 

정 : 자, 이스터에그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고, 다음 주제인 ‘가상현실’을 한번 다뤄볼까요?

 

문 : 그러죠.

 

<다음 편에 계속 됩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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