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피로한 곳은 ‘몸’이 아니라 ‘뇌’다”

뇌 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알려주는 피로 사회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

김혜연 기자 | 기사입력 2018/03/31 [12:39]

“진짜 피로한 곳은 ‘몸’이 아니라 ‘뇌’다”

뇌 과학자 이시형 박사가 알려주는 피로 사회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

김혜연 기자 | 입력 : 2018/03/31 [12:39]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아요.” “바쁘든 안 바쁘든 늘 피곤해요.” “집중이 안 되고 잡생각이 많아졌어요.” 현대인이 늘 입에 달고 사는 말이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인 이시형 박사는 그 이유가 뇌 피로때문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흔히 몸만 쉬면 모든 피로가 회복되는 줄 알지만 천만의 말씀, 뇌 피로는 몸을 쉰다고 풀리지 않는다. 오히려 피로를 덮어버림으로써 은밀히 피로를 가중시킬 뿐이다. 현대인이 뇌 피로를 풀고 진정한 휴식의 길로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은 없는가. 올해로 85세를 맞은 이시형 박사는, 정신적·육체적으로 완전한 쉼을 지향하는 웰니스 센터 힐리언스 선마을11년 동안 이끌면서 깨달은 휴식에 대한 통찰을 바탕으로 피로 사회를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을 알려주는 책을 펴냈다. 뇌 과학의 선구자인 그는 <쉬어도 피곤한 사람들>(비타북스)이라는 책에서 쉬어도 피로할 수밖에 없는 원인과 한국인이 유독 뇌 피로에 취약한 이유를 밝힌 후 현대인들이 진정한 휴식을 찾는 비결도 알려준다. 그 내용을 간추려 소개한다.


 

한국인 뇌 피로는 더 많이, 더 높이욕망과 빨리빨리 병때문

마음챙김과 명상이야말로 뇌를 휴식 모드로 바꾸는 최고 휴식법

 

▲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느라 현대인의 뇌는 피로에 찌들어 있다. 특히 한국인의 뇌 피로는 유독 심하다. <사진출처=힐리언스 선마을>     © 주간현대

 

요즘 사람들은 쉬어도 쉰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깊이 잠들지 못하고, 깨어 있어도 잡생각과 근심 걱정, 불안감에 시달린다고 한다. 심지어 아무것도 하지 않았는데도 피곤하다고 하소연한다. 그 원인이 육체의 피로가 아닌 뇌 피로때문이라는 것이 최근 뇌 과학자들의 생각이다. 뇌 피로를 풀지 않는 한 우리는 진정한 휴식을 얻을 수가 없다.”

 

정신과 의사이자 뇌 과학자, ‘힐리언스 선마을의 촌장이자 85세의 나이에도 40대 못지않은 활력을 보이는 대한민국 대표 파워시니어 이시형 박사의 말이다.

 

백세를 앞두고도 현역처럼 일하는 그는 최근 펴낸 89번째 책의 주제를 휴식으로 잡았다. 이시형 박사만큼 휴식과 피로에 대해 오랜 연구를 한 사람은 드물다. 2007웰빙을 부르짖던 시절, 그는 남들보다 10년 앞서 힐링을 의료계에 도입해 국내 최초의 웰니스 센터 힐리언스 선마을을 강원도 홍천 깊은 산자락에 세웠다.

 

조용한 파괴자, 뇌의 피로

2013년 뇌 피로의 위험성을 경고했던 그는 5년 후인 2018년 선마을을 11년간 이끌면서 수많은 환자를 만났다. 그중에서도 피로를 호소하는 수많은 이들을 많이 만났다. 그들을 진찰한 결과, 한국인들이 겪고 있는 피로는 육체적 피로가 아니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고 한다. 그보다는 좀 더 근본적인 곳, 바로 였다.

 

실제로 뇌를 둘러싼 우리의 환경은 어떤가. 잠시도 쉬지 않고 일하고, 사회 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발맞추느라 우리의 뇌는 피로에 찌들어 있다. 특히 한국인의 뇌 피로는 유독 심하다.

 

빛의 속도로 빠르게 변화하는 오늘날의 환경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에게 무거운 짐으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뇌가 예민하거나 취약한 사람은 이런 사회 환경에서 온전할 수가 없다. 마치 적색경보가 울리듯, 지금 우리 뇌에서는 사이렌이 시끄럽게 울리고 있다.”

 

뇌 피로는 뚜렷한 증상이 없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처럼 뚜렷한 불편함이 없기 때문에 그냥 넘겨버리기가 쉽다. 그래서 뇌 피로를 피로감 없는 피로라 부른다. 하지만 증상이 눈에 띄지 않을 뿐 뇌는 분명 피로를 느끼고 있다. 그대로 방치했다가는 뇌 피로가 쌓여 최악에는 과로사하기도 한다.”

 

이 박사는 한국인의 뇌 피로가 더 많이, 더 높이를 욕망하는 도파민 문화와 시대가 바뀌어도 심해져만 가는 빨리빨리 병때문이라고 진단한다.

 

한국인은 어른이 되어도 계속 해당계처럼 빨리빨리달리려고만 한다. 당연히 무산소 운동을 하듯이 피로가 쉽게 올 수밖에 없다. 피로한 줄도 모른 채 말이다. 해당계로 달리면 잠시 뛰었다가 잠시 쉬어야 하는데, 마치 단거리 선수처럼 전속력으로 마라톤을 달리는 것이다. 결국에는 몸이 버텨내지 못한다. 한국을 피로 사회라 부르는 배경이 여기에 있다. 어른이 되면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Slow but Steady)’ 가야 한다. 그것이 원칙이다.”

 

또 하나, 최근 뇌 과학계의 연구에 따르면 ‘DMN’이 뇌 피로의 주원인이라고 지목한다. DMN은 우리가 멍하니 있을 때도 활동하는 뇌의 신경 회로를 말한다. , 멍 때리고 있는 시간에도 뇌 에너지는 소비되고 있다는 뜻이다.

 

DMN의 에너지 소비량은 뇌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60~80%나 되는데, 그런 이유로 에너지 낭비꾼’ ‘뇌의 암흑 에너지라 불린다. DMN을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는 한 뇌 피로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따라서 이 박사는 뇌 피로가 가속화되면 만성피로로 이어지고, 결국 암과 우울증 등 신체적·정신적으로 치명적인 고통을 받게 된다고 경고한다.그래서 뇌 피로에는, 육체적 피로 회복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과학적인 휴식이 필요하다면서 피로의 진짜 원인을 파악하고, 진정한 휴식을 취하라고 강조한다.

 

첨단 뇌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에 의하면 DMN 회로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 마음 챙김)’라고 한다. 마인드풀니스란 지금 여기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고 자기 감정, 사고를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관찰하는 마음 수련이다. 지속적인 명상은 뇌의 구조를 바꾸어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할 수 있게 해준다. 쉽게 피로해지지 않는 뇌를 만들어준다. 명상이야말로 뇌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작업인 것이다.”

 

 

뚜렷하게 아픈 곳도 없으면서 컨디션 난조를 호소하는 이들이 갈수록 늘고 있다. 피곤에 절어 잠자리에 들어도 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아침에 힘겹게 일어나면 몸이 축축 늘어지고 으스스한 감기 기운이 떨어지지 않는다. 밥맛도 의욕도 없고, 기력과 체력이 다 떨어져 도대체 힘이 나질 않는다. 이는 전형적인 자연 결핍 증후군의 증상이다. 우리에게 자연이 부족하기에 생긴 문제란 뜻이다.”

 

뇌 피로의 첫 번째 심리적 신호는 매사 하는 일이 지겹다는 것이다. 아무리 좋은 일이라도 계속하면 지겨워지기 마련이다. 이를 뇌 과학에서는, 같은 신경 회로를 반복해 사용함으로써 신경말단이 피폐해진 상태로 보고 있다.피로감을 본격적으로 느끼기 시작하면서 지친다는 기분에 빠지는 것이다. 그조차도 무시하고 일을 지속하면 마지막 경고 신호 졸립다는 느낌이 뒤따른다. 이를 피로의 3대 신호라 부른다.”

 

뇌는 뇌만의 회복법 따로 있다

뇌 피로를 풀지 않는 한, 우리에게 진정한 휴식은 없다. 문제는 뇌 피로는 몸의 피로와는 달리, 쉰다고 해서 풀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뇌에는 육체적 피로 회복과는 차원이 다른 뇌만의 회복법이 필요하다. 이 박사에 따르면 그 유일한 뇌 과학적 방법은 교감신경의 흥분을 가라앉히고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하는 것이다.

 

그는 일을 많이 할수록, 억지로 할수록, 교감신경이 흥분되고, 이는 곧 스트레스와 뇌 피로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한다. 반대로 깊이 잠들거나 휴식을 할 때는 부교감신경이 활성화되는데, 이때 피로가 풀린다는 것. 따라서 뇌 피로를 없애기 위해서는 교감신경의 활성화를 낮추고 부교감신경을 높이는 전략적이고 과학적인 휴식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

 

그래서 이 박사는 자신이 깨달은 휴식의 진정한 의미와 뇌 회복법을 집대성해 피로 사회를 뛰어넘는 과학적 휴식법을 제시한다. ‘수면’ ‘식사와 영양’ ‘운동’ ‘호흡과 명상’ ‘긍정 리셋’ ‘전두엽 조절력’ ‘피로 컨트롤력’ ‘자율신경 단련등 몸과 정신 전체를 아우르는 휴식법이 그것이다. 예를 들어, 수면을 놓고 볼 때 무조건 잠의 양을 늘리기보다는 첫 잠 90을 충분히 자는 것만으로도 피로를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또한 피로에 좋다고 알려진 약품보다는 닭 가슴살에 다량 함유된 성분이 더 효과적이며, 마인드풀니스야말로 뇌를 휴식 모드로 바꾸는 최고의 휴식법이라고 귀띔한다.

 

11년 동안 예방의학의 최첨단을 걸어온 뇌 과학의 선구자인 그는 한국인들의 휴식은 잘못되었다. 진짜 피로한 곳은 이 아니라 라고 지적하면서 내가 제안하는 휴식 처방을 통해 한국인들이 진정한 휴식의 스위치를 켤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gracelotus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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