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룻밤 같이 보낸 그녀…귀신이 장난친 걸까요?”

[명리풍수 연구가 공문룡의 쉽게 쓰는 사주팔자 이야기] 귀신의 장난

글·그림/공문룡(명리풍수 연구가) | 기사입력 2018/04/12 [14:26]

도깨비에 홀린 것도 아니고…홀애비가 확 빨려든 그녀는 누구?
체온 0℃인 귀신이 자신의 정체 탄로날세라 옷 벗길 거부했다?

 

 

초능력의 일종인 염력은 정신을 집중하면 물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이리저리 자기가 맘 먹은 장소로 옮길 수 있다는데 나는 영화에서만 염력이 구사되는 장면을 봤을 뿐 실제로 그런 능력을 현실에서 목격한 적은 없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 어림하기가 난감한 입담꾼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일 뿐 세상 어딘가에는 염력을 가진 초능력자가 있을 것’이라고 한다. 문제는 그런 사람들의 초능력이 나 같은 일반인의 눈에는 자칫 ‘귀신 장난’으로 받아들여지기 십상이라는 점이다.


그러고 보면 내 경우도 살아오면서 귀신 장난으로 치부했던 일들이 한두 번이 아니다. 게다가 그런 일을 겪은 사람들의 경험담까지 보태면 훨씬 더 많은데 혹시 그런 일들이 초능력자가 염력을 행사한 것인지, 아니면 내 머리가 잠시 현실감각을 내려놓았던 것은 아닌지, 그도 아니면 정말로 귀신이 조화를 부린 것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하룻밤 만리장성 쌓은 여인 오리무중
“우연히 친구 소개로 여자를 소개받았습니다. 첫눈에 반할 정도로 이쁘더라구요.”


아내와 사별하고 몇 년 동안 안팎으로 궁상스런 홀아비 신세였던 사십대 남자다. 사는 형편은 그런 대로 여유가 있는 편이어서 안 그래도 여기저기서 심심찮게 재혼 얘기가 들어오는 편이었지만 인연이 되지 않을 운세라서 그랬던지 한두 번 만나보는 것으로 그치는 식이었는데 이번 경우는 뭔가 느낌이 다르다, 어쩌면 홀아비 생활을 청산할 수 있는 인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긍정적인 예감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그 나이에도 얼굴이 이쁘고 안 이쁘고에 호불호가 갈립니까? 이쁘면 모든 게 용서된다는 이십대라면 모를까 나이가 있는데…”.
“이쁜 여자에게 더 호감이 가는 건 남자라면 자연스러운 현상 아닙니까?”
“그래서요? 그 여자 분과 재혼하시려구?”


“아뇨. 실은 그런 게 아니고 제 머리가 이상해진 건지 아니면 귀신이 장난을 친 건지 그게 궁금해서요.”
“귀신 장난이라….”


얼굴이 희고 이목구비가 뚜렷한 여자의 첫인상에 대책 없이 확 빨려든 남자 쪽에서는 어떻게든 여자의 호감을 얻기 위해 드러나게 애를 썼다. 그런 노력이 주효했던지 첫날 만남은 성공리(?)에 막을 내렸고 사흘 뒤에 다시 만나기로 약조가 이뤄졌다.


그리고 하루가 천년 같은  사흘이 지나고 둘은 다시 만나 아주 자연스럽게 술자리로 발전했다. 둘 다 엇비슷한 나이였으므로 세상 살아온 내공도 비슷하다 보니 본론(?)에 도달하는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술기운이 적당히 오른 두 사람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근처 모텔로 직행했고 거두절미 만리장성을 쌓는 작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거기까지는 눈 맞고 뜻이 맞는 남녀가 취할 수 있는 일반적인 코스였는데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그 다음날 제가 그 여자에게 전화를 했지요. 여자가 자기 전화번호를 일러줬거든요. 그런데 전화가 안 되는 겁니다. 몇 번이나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없는 국번’이라는 안내만 나오더라니까요.”


“쯧쯧, 여자 쪽에서 뭔가 단단히 삐칠 만한 처신을 했던 것은 아니고?”
“그럴 리가요! 이런 말씀드리긴 뭐하지만 제가 남자 구실 하나는 누구보다 화끈한 편입니다. 이 나이에도 이십대 부럽지 않을 정도라면 이해가 되십니까?”


“모든 여자가 하나같이 변강쇠 같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아니지. 사람이 다르면 취향도 다른 법 아닌가?”
“글쎄 그게 아니라니까요. 그날 모텔에 가서도 여자 쪽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대시를 하는지 하마터면 제가 밀릴 뻔 했다니까요. 그리고 아주 흡족한 표정으로 헤어졌다고요. 그런데 갑자기 아무런 이유도 없이 꿩 구워먹은 소식이 되어버리니 제가 황당해질 수밖에요.”


“그렇다면 그 여자를 소개한 친구에게 무슨 사정이 있는지 알아보셔야지! 나한테 와서 이런 식으로 장광설을 늘어놓을 게 아니라!”


“알아봤죠. 그것도 골백번이나…! 근데 더 환장할 일은 그 친구마저 나를 바보로 만들지 뭡니까? 자기는 여자를 나한테 소개시켜 준 적이 없다는 겁니다. 그러니 미칠 노릇 아닙니까? 내가 귀신 도깨비에게 홀린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 친구를 찾아가서 네가 소개해 준 여자의 생김은 이러저러하고 말씨는 이러저러하고 조목조목 설명을 했지만 그 친구 반응은 저를 미친 놈 보듯 하면서 지금 무슨 정신 나간 소리를 하느냐 내가 왜 너한테 여자를 소개해 주느냐는 식으로 되레 나를 닦아세우더라니까요.”

 

그 여자 눈 밑에 푸른 기색이?
“허어! 그렇다면 그 여자와 그 친구가 작당을 해서 댁을 넋 나간 위인으로 만들었다는 얘긴데 왜? 뭣땜에? 혹시 그 친구한테 무슨 해코지라도 한 적 있소?”
“전혀 그런 일 없구요. 사실 그 친구와는 막역한 사이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여자를 소개해준 호의를 정말 고맙게 여겼는데 며칠 사이에 사람을 완전히 바보로 만든 겁니다.”


“혹시 그 여자를 만나면서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게 없습니까?”
“글쎄요. 첫날은 와! 이렇게 이쁜 여자와 내가 인연이 될 수도 있다니 하는 감동이 머리를 꽉 채워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었구요. 두 번째 만나는 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게다가 술까지 마셨으니….”


“혹시 그 여자 양쪽 눈 밑에 푸른 기색이 눈에 띌 정도는 아니던가요?”
“글쎄요. 얼굴이 워낙 흰 편이긴 했습니다만….”
“뭔가 짚이는 게 있습니까?”
“그 여자 손을 잡았을 때 손이 매우 차다는 느낌을 받은 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얼음을 만지는 느낌 정도?”
“글쎄요. 제가 그 당시 술이 좀 오른 상태인 데다 아직 겨울 추위가 남아 있어 손이 찬가 보다 생각할 정도였지요. 아! 여자가 옷을 안 벗더라구요. 그렇지만 그때 제가 좀 다급한 상황이어서 그냥 넘어가긴 했습니다만 왜요? 그런 점도 이번 일과 관련이 있을까요?”


앞뒤를 헤아려 보면 혹시 체온이 0℃인 귀신이 자신의 정체가 탄로 날까 싶어 옷 벗기를 거부한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긴 했지만 확신이 서지 않는 한 함부로 입에 담을 사안은 아니어서 확답을 피하고 말았는데 이처럼 헷갈리는 문제는 염력을 구사하는 초능력자나 귀신 쪽에서 자기 소행임을 밝히지 않는 한 영구 미제 사건으로 남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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