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4주기] 세월호, 영화 속에서 떠오르다

<나쁜나라>‧<눈꺼풀>…세월호 아픔 그려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4/15 [05:25]

[세월호 참사 4주기] 세월호, 영화 속에서 떠오르다

<나쁜나라>‧<눈꺼풀>…세월호 아픔 그려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4/15 [05:25]

 

4년이란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아픈 기억이다. 세월호는 남은 사람들에게 해결해야할 많은 것을 안겨주었다. 지금도 그 많은 것들이 해결됐는지 의문이란 게 안타까울 따름이다. 한편, 세월호가 남긴 아픔은 음악소설영화 등의 형태로 다시 승화되는 경우가 있었다. <주간현대>는 그 중에서도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영화 두편을 소개한다. 영화를 통해서 세월호의 아픔을 공감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 영화 <나쁜나라>에 등장하는 정부와 정치권은 세월호 유가족에게 등을 돌린 것처럼 보인다.     © 다음 영화

 

<나쁜나라> 

국회에서 단식투쟁을 하고 있는 유가족을 옆에 두고, 음악회를 여는 나라. 2014년의 대한민국이었다. 2015년 말에 개봉한 다큐멘터리 <나쁜 나라>는 세월호 참사 이후로 유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아픔을 보여준 영화다. 가족이 죽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 아팠을 유가족에게 위로와 공감은커녕, 세월호를 정치적 용도로 탈바꿈시킨 당시 정부, 정치권의 만행을 보여준다. 

 

국가적 재난이라 불러도 좋았을 세월호 참사에 책임지려는 이는 아무도 없다. 4년이 지난 지금도 침몰원인조차 불분명하다. 2014년의 대한민국은 이 불분명함들에 대한 의무를 유가족들에게 넘겨버린다. 유가족들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직접 발벗고 나서야 했다. 하지만, 유가족들을 향해 돌아온 것은 ‘돈에 미친 것들’이란 반응이었다. ‘애들 팔아먹어서 돈 벌어서 대박난 사람들’이란 가시 박힌 말들이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유가족의 여정을 쫓는다. 그리고 유가족들이 겪었던 아픔을 관객에게 전하기 위해 집중한다.

 

▲ 영화 <나쁜나라>에서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는 것은 국민들과 유가족 스스로 뿐이었다.     © 영화 <나쁜나라> 캡쳐

 

너무 아프고 힘든 영화다. 두 시간이라는 영화의 러닝타임 가운데서, 유가족의 아픔을 듣고 공감하는 정부와 정치권의 모습은 한 번도 볼 수 없다. 유가족을 위로했던 것은 2014년 방한했던 프란치스코 교황. 그리고 마음을 더해준 시민들. 그리고 다른 세월호 유가족들이었다. 짧지 않는 러닝타임이 지날수록 마음에 쌓여가는 무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진정으로 아픔을 어루만지기 위해선 아픔을 바라보아야한다. 그리고 영화<나쁜나라>는 세월호의 아픔, 나쁜 나라였던 대한민국을 직시하게 만든다.

 

한편, 후속작인 <나쁜나라2>가 제작되고 있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나쁜나라2>가 완성되고 개봉될 그 때의 우리나라는 과연 ‘좋은 나라’가 됐을까?  

 

▲ <눈꺼풀>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위한 진혼곡같은 영화다.     © 자파리 필름 제공

 

<눈꺼풀>

제주 4.3사건을 토대로 만든 극영화 <지슬 : 끝나지 않은 세월2> (2012)를 만든 오멸 감독은 세월호 참사가 일어나자, <눈꺼풀>의 시나리오에 매달렸다. 그리고 3일 만에 완성한 시나리오를 들고 적은 수의 스텝과 함께 무인도로 들어간다. 

 

오멸 감독이 스스로도 ‘세월호를 위한 진혼곡’이라 불렀던 영화 <눈꺼풀>은 세월호 1주기가 됐을 무렵 완성됐다. 하지만, 정작 개봉은 3년이 지난 후인 2018년 4월 12일에 할 수 밖에 없었다. 이유가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당시의 정권에선 절대로 상영할 수 없는 영화였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뀐 지금에서야 개봉하는 이유에는 이런 비화가 있다.

 

특유의 영화적 상징성과 영상미로 호평을 받아온 오멸감독은 이번 작품인 <눈꺼풀>에서도 이를 보여준다. 

 

영화 <눈꺼풀>에는 가상의 섬 미륵도가 나온다. 죽은 자가 저승으로 가기 전에 잠깐 머무는 공간이란 전설이 있는 미륵도에는 한 명의 노인이 살고 있다. 죽은 이가 올 때마다 직접 절구에 쌀을 빻아, 떡을 만드는 노인이다. ‘멀리 떠나기 전 배를 채우고 가라’는 노인은 죽은 이의 여정에서 가장 마지막에 서있는 존재일 것이다.

 

이 같은 상징을 가진 미륵도에 빨간색 캐비닛이 떠내려 온다. 불길함을 느낀 노인은 이것을 멀리 보내지만 소용이 없다. 그리고 머잖아 노인의 라디오에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뉴스가 흘러나온다. 

 

영화에서는 미륵도를 헤집고 다니는 쥐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노인이 쥐를 잡으려다 사용하던 절구가 부서지는 일이 발생한다. 노인의 분신으로 떠나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사용됐던 절구가 부서진다는 것은 상징적이다. 

 

▲ 특유의 영화적 상징성과 영상미로 호평을 받아온 오멸감독은 이번 작품인 <눈꺼풀>에서도 이를 보여준다.     © 자파리 필름 제공

 

오멸감독은 이에 대해 “가난을 찧는 도구인 절구가 망가지는 것은 시스템의 붕괴를 의미한다”며 “섬을 헤집고 다니는 쥐는 하나의 존재로 인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 생기는 것을 보여주고자 했다”고 말한바 있다.

 

<눈꺼풀>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아픔이. 그리고 죄책감이 서려있다. 지난 12일 개봉한 <눈꺼풀>은 다소 아쉽게도 현재 적은 수의 극장에서 상영되고 있다. 뒤늦게라도 불리게 된 ‘세월호를 위한 진혼곡’이 세상에 조금 더 멀리 퍼져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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