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처럼 vs 참이슬’ 소주전쟁 전말

‘한방에 훅~ 간다던’ 알칼리 수, 허위사실 들통 “문제 없다”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3/02/04 [14:35]

‘처음처럼 vs 참이슬’ 소주전쟁 전말

‘한방에 훅~ 간다던’ 알칼리 수, 허위사실 들통 “문제 없다”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3/02/04 [14:35]

소주 양대 산맥인 ‘처음처럼’과 ‘참이슬’의 국내 주류회사가 지난해 명예훼손 혐의로 맞붙었던 이른바 ‘소주전쟁’에서 처음처럼이 1라운드 첫 승을 거뒀다. 하이트진로측이 롯데주류 처음처럼의 주원료가 유해하다는 영상을 유포했는데, 검찰은 모두 허위라고 결론내렸다. 하이트진로 전무 등 4명이 경쟁사인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이 인체에 유해하다는 내용의 동영상 등을 조직적으로 퍼트린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하이트진로 경영 전반에 걸쳐 치명적인 이미지 추락을 입힐지 주목되고 있다. 소주시장에선 이미지에 대한 판매 구조가 확실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이슬을 생산·판매하는 하이트진로측은 “일부 직원들의 자발적인 영업활동으로 본사와는 관계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사용하는 ‘전기분해 알칼리 환원수’의 문제점을 법정에서 부각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법정 공방이 치열할 전망이다.<편집자 주>

‘소주전쟁’ 1라운드 처음처럼 승…하이트진로 임직원 불구속 기소
피부장애는 물론 심장마비까지 생긴다던 ‘알칼리 수’ 허위에 비방
검찰, “알칼리 환원수, 인체에 해 없다” 배후에 하이트진로 ‘주목’


아직 끝나지 않았다? 하이트진로 “알칼리 환원수 문제 부각할 것”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 공방, 결국 법정으로…치열해질 ‘소주전쟁’
경쟁업체 깎아내리려는 소주업체의 비방 “소비자만 피해보는 현실”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롯데주류와 하이트진로의 법정싸움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1라운드는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이 첫 승을 거뒀지만 하이트진로는 처음처럼이 사용하는 ‘전기분해 알칼리 환원수’의 문제점을 법정에서 부각하겠다는 입장이다.

1라운드 처음처럼 승

지난해 3월 한 케이블방송은 롯데주류의 소주 ‘처음처럼’이 인체에 유해한 알칼리 환원수로 만들기 때문에 위장장애·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등의 내용을 방송했다. 방송 이후 인터넷과 SNS에 이 같은 말이 퍼졌고 일부 술집에서는 ‘처음처럼’을 팔지 않겠다는 현수막까지 내걸었다.
 
그러자 롯데주류는 알칼리 환원수를 비방하는 배후에 경쟁사인 하이트진로가 있다고 판단, 지난해 5월 하이트진로를 검찰에 고발했다. 이렇게 시작된 국내 양대 소주 브랜드 사이의 ‘소주전쟁’ 1라운드의 결과가 최근 발표됐다.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2부는 매출 증대를 위해 경쟁사 소주 브랜드에 대한 허위사실이 담긴 동영상과 판촉물 등을 유포한 혐의(명예훼손 및 업무방해)로 하이트진로 황모(57) 전무 등 이 회사 임직원 4명을 지난 1월24일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전국 영업지점에 지침을 내려 ‘참이슬’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처음처럼’을 조직적으로 비방하도록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특히 하이트진로 황 전무는 별도 예산 6000여만원을 편성해 모 케이블방송 내용을 SNS에 전파하고 전단지와 현수막, 물티슈 등을 만들어 뿌리도록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검찰은 비방 동영상을 제작한 케이블방송 시사제작팀장 김모(32)씨, 프로그램 인터뷰에서 ‘처음처럼’을 비방한 또 다른 김모(66)씨를 정보통신망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 팀장은 지난해 3월5일 ‘처음처럼의 제조용수인 알칼리 환원수를 많이 마실 경우 위장장애와 피부질환 등이 일어날 수 있고 심장마비로 사망할 수도 있다’는 허위 내용을 제작·방영했다. 또 다른 김씨도 이 프로그램에 출연해 “전기분해한 물은 ‘먹는 물’에 해당하지 않아 소주 제조용수로 사용할 수 없다. 롯데주류가 제조 방법을 불법승인 받은 것”이라는 취지의 거짓 인터뷰를 했다.

이 같은 내용의 방송이 보도되자 하이트진로의 황 전무 등 임직원은 같은 해 3월19일 비상대책위를 꾸려 이 같은 내용의 소비자TV 방송 내용을 유포하기로 한 뒤, 약 두 달에 걸쳐 전국 각 지점 영업직원 등을 동원해 허위 사실인 해당 방송 내용을 전파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이들은 별도 예산 6000여만원을 편성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해당 방송 내용을 편집한 동영상을 퍼뜨렸으며, 전국 음식점 등에 ‘인체에 유해한 처음처럼 소주를 판매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현수막과 전단지 등도 게시·배포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모 케이블방송과 하이트진로의 비방 개시 시점이 거의 일치하는 점에 착안, 이들의 공모관계가 있었는지 조사를 벌였지만 아직 구체적인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케이블방송측이 ‘노이즈마케팅’을 통해 시사고발 프로그램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방송을 기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처음처럼에 쓰인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해가 없는 것으로 결론 내렸다”며 “하이트진로 측이 고의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괴담’과 사건의 전말

검찰이 알칼리 환원수 루머와 관련해 하이트진로 임직원을 기소한 사건은 소주 업계 1위 하이트진로와 2위 롯데주류 사이의 다툼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아왔다. 이른바 ‘소주전쟁’으로 불린 이 사건의 시작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8년 첫선을 보인 참이슬이 소주시장을 장악한 상황에서 2006년 처음처럼이 출시된 것이다. 두산에서 롯데칠성음료로 주인이 바뀐 처음처럼은 ‘세계 최초 알칼리 환원수 소주’를 표방하며 차별화를 강조해왔다. 처음처럼은 꾸준히 매출이 늘었고, 단기간에 점유율 2위 자리를 굳히며 참이슬과 점유율 경쟁을 시작했다.

그러다 한 케이블 TV에서 알칼리 환원수는 몸에 해롭고, 소주 원료로 쓸 수 없다는 방송을 하면서 시장은 흔들렸다. 지난해 3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이른바 ‘소주 괴소문’이 퍼졌다. 내용은 롯데주류 ‘처음처럼’ 제조과정에 문제가 있으며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2006년 출시 당시부터 논란이 일었던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 여부 및 허가 과정의 로비 의혹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다시 번지기 시작한 것.
 
▲ 지난해 ‘참이슬’과 ‘처음처럼’을 만드는 국내 양대 주류회사가 명예훼손 혐의로 맞붙었던 이른바 ‘소주전쟁’ 1라운드에서 ‘처음처럼’이 첫 승을 거뒀다.     © 주간현대

이후 ‘처음처럼’에 사용된 알칼리 환원수는 먹는 물이 아니며, 많이 마시면 인체에 해롭다는 내용의 동영상이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고, 이에 롯데주류측은 ‘관계기관으로부터 적법한 검증을 마쳤고, 안전성과 유효성도 인정받았다’는 내용의 해명광고를 내며, 루머를 적극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파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루머가 SNS를 타고 증시까지 흘러들면서 하이트진로의 주가가 반사이익을 얻는 등 여파가 커지자 롯데주류는 신문 광고와 보도자료를 통해 공개적으로 해명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롯데주류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온라인상 유포된 ‘처음처럼’의 악의적인 루머에 대해 명백한 진실을 밝힌다”며 단호한 대처에 들어갔다.

그 내용은 △‘처음처럼’ 제조 및 허가 과정은 관계부처에 의해 적법하다고 판정받았고, △알칼리 환원수의 안전성 및 유효성도 국내외 연구 및 활용사례에서 입증되었으며, △‘처음처럼’에 대한 악의적 비방을 더 이상 묵과하지 않고, 법적으로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포함했다.

알칼리 환원수 안전성에 문제가 있다는 루머가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제40조 및 등 관계법령에서 ‘처음처럼’에 사용되는 알칼리 환원수가 ‘먹는 물 수질 기준에 적합’하다고 정의 내리고, ‘처음처럼’은 아무 문제가 없는 적법한 소주라고 밝힌 것이다.

당시 롯데주류 관계자는 “오히려 처음처럼의 알칼리 환원수는 매우 안전하고 장점이 많다”며 “식품위생법 제7조의 규정에 의한 ‘식품의 제조용수로 사용할 수 있다’는 관계기관의 일관된 판단이 내려졌고, 공신력 있는 특허청에서도 알칼리 환원수로 만든 ‘처음처럼’이 안전한 물로 만든 술임을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동영상은 온라인을 통해 일파만파로 퍼져 나갔고 이로 인해 알칼리 환원수로 소주를 만든다고 광고해온 ‘처음처럼’의 매출이 한때 10%가량 줄고 롯데주류의 주가가 급락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그리고 공방…

이 같은 ‘처음처럼’ 소주에 사용한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유해하다는 소문이 급속히 퍼지자 검찰은 수사에 나섰고 지난해 5월25일 하이트진로 영업지점 3곳을 압수수색하며 소문과 관련성 여부를 조사했다. 이는 ‘처음처럼’ 제조업체 롯데주류가 검찰에 유해성 루머의 근원지를 조사해 달라며 하이트진로를 고소한 데 따른 것이었다. 롯데주류측은 하이트진로측이 ‘처음처럼’을 비방하는 전단을 뿌리는 등 조직적으로 음해를 해 영업을 방해했다며 지난 4월3일 하이트진로를 검찰에 고소했던 것.

당시 하이트진로측은 검찰 압수수색에 당황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롯데칠성측의 검찰 수사 의뢰를 납득하기 힘들며 상황을 지켜본 뒤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입장을 나타낸 것. 하이트진로측은 “알칼리환원수 문제는 롯데주류와 특정 개인의 다툼으로 불거진 것이지 하이트진로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논란의 핵심은 한 케이블 방송이 제기한 알칼리 환원수 유해성 부분이고 주범으로 당사를 지목한 것은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해명하며 본사 개입은 없다고 대립각을 세웠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월24일 검찰 조사결과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성 논란을 악용해 경쟁 주류업체 제품을 비방한 혐의를 받음으로써 하이트진로의 임직원이 법의 심판을 받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측은 검찰 조사결과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 법원의 판결이 난 것이 아니고 검찰이 법원에 기소해 재판이 시작되는 상황”이라며 “이젠 롯데주류와의 싸움이라는 것보다 검찰과의 공방이다. 조사결과가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기소가 된 만큼 소명할 수 있게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건은 그동안 업계에서 관행적으로 여겨지던 영업행위 경쟁이 법적 분쟁으로 이어진 것”이라면서 “실제 영업현장에서의 경쟁은 매우 치열한 상황으로, 당사의 경우도 경쟁업체의 ‘일본자본설’ 악성루머 유포로 심각한 피해를 입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또 “알칼리 환원수의 유해·무해에 대한 어떠한 주장을 한 바 없다”며 “알칼리 환원수 문제가 확산되면서 본사 임직원들은 오히려 영업점에 공문을 보내 ‘경쟁사의 문제를 영업에 활용하지 말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조직적인 음해 행위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하이트진로측은 처음처럼의 ‘전기분해 알칼리 환원수’는 아직까지 학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향후 법정에서 다툴 것이라는 입장을 전하며 치열한 법적 공방을 예고했다. 처음처럼 원료인 알칼리 환원수의 유행성을 주장하며 이를 위해 별도의 예산 6000여만원이 편성된 것에 대해서는 “사실 무근”이라며 잘라 말했다.

이에 롯데주류 측은 알칼리 환원수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검찰 조사결과가 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안전성 문제를 거론한다며 불편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롯데주류 관계자는 “일단 처음처럼의 오해가 풀려 다행”이라고 말한 뒤 “검찰의 향후 수사를 지켜보겠지만 그동안 입은 피해에 대한 진실은 법원이 가려내 줄 것”이라고 전했다.
 
▲ 하이트진로의 참이슬과 롯데주류의 ‘처음처럼’<사진=하이트진로, 롯데주류 홈페이지>     ©주간현대
업계의 우려

이같이 사사건건 대립해온 두 회사의 갈등이 법정공방으로까지 치닫자 주류업계는 경쟁사들의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하이트진로측이 주장하고 있는 롯데주류의 알칼리성 환원수의 유해성 논란에 따라 소주시장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게 업계의 판단이다.

한국인의 소주사랑은 각별하다. 우리나라 성인 남성 중 70% 이상이 소주를 즐겨 찾는다. 한 통계 결과에 따르면 지난 2011년 한국인들이 소비한 소주는 무려 33억병으로 대한민국 만 19세 이상 성인 1명 당 84병의 소주를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성인 1명이 평균 4.3일에 1병꼴로 소주를 마신 셈이다. 소주시장도 방대한데 3조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듯 방대한 소주시장에서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이들 두 경쟁사는 소비자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끊임없이 부딪혀왔다. 최근 광고 역시 하이트진로는 싸이를, 롯데는 ‘걸그룹’을 전면으로 내세워 차별화에 힘썼다. 특히 소주시장은 불황을 모르는 알짜배기라는 점에서 하이트진로와 롯데는 점유율을 놓고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시장에서의 경쟁구도가 ‘루머’를 빌미로 경쟁업체를 깎아내리려는 소주업체의 안타까운 결과를 초래하자 이러한 허위사실 유포가 과연 정당한 것인지 업계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한 업계 전문가는 “이러한 루머에 경쟁력 있는 제품이 매출의 타격을 입고 이에 반해 이익을 얻는 경쟁사 제품들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피해를 보는 것은 소비자다”라며 “이는 시장이 왜곡되면 소비자들이 올바른 정보로 제품을 판단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소주시장의 라이벌 하이트진로와 롯데주류의 갈등이 격화되고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고 있다”며 “오랜 세월 대립해 온 두 회사의 법정공방이 주류시장 자체를 흔들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gt0404@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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