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기업 우정사업본부, 지난해 사망자만 39명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4/23 [18:30]

죽음의 기업 우정사업본부, 지난해 사망자만 39명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04/23 [18:30]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자살이 9, 과로사로 볼 수 있는 뇌심혈관질환 사망자가 10명이다. 지난해 우정사업본부는 노동계로부터 최악의 살인기업으로 선정되는 오욕을 겪기도 했다. 하루 평균 12시간 근무, 평균 심박수 105회 고강도 노동, 부족한 노동력 등 집배원들은 여전히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편집자주>


 

▲ 지난해 우정사업본부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39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자살이 9명, 과로사로 볼 수 있는 뇌심혈관질환 사망자가 10명이다.  <사진=우정사업본부 제공> 

두렵다. 이 아픈 몸 이끌고 출근하라네. 사람 취급 안 하네. 가족들 미안해

  

지난해 95일 서광주우체국 소속 고() 이길연 집배원이 남긴 유서 중 일부다. 그는 교통사고를 당한 후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지만 인력난으로 출근 압박에 시달린 것으로 전해진다.

 

고씨의 유서는 집배원들의 장시간 고강도 근로환경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23<주간현대>가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으로부터 받은 ‘2017년 우체국 현직 직원 사망자 명단에 의하면 지난해 39명이다. 사인은 뇌심혈관계질환과 암이 가장 많고 그 다음으로 자살, 교통사고, 간경화 순이다.

  

날이 가장 더운 8월에만 8명의 노동자가 죽고 7월과 3·4·1월에 각각 4명씩 사망했다. 특히 제19대 대통령 선거로 공보물 등 업무량이 많던 4월 말에는 우정노동자가 연이어 사망했다.

 

이는 우정사업본부 소속 직원만을 대상으로 한 통계인 관계로 위탁집배원 등 비정규직까지 포함할 경우 사망자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해 131일 파주우체국의 위탁택배원이던 안모(사망 당시 54)씨가 업무 도중 심정지로 사망했으나 명단에서 제외됐다.

  

뇌심혈관계질환은 과로와 연관이 있다.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에 따르면 하루 평균 12시간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는 집배원들은 성인 남성이 하루 소모하는 열량보다 2.5배 더 소모한다. 작업 내 심장박동수가 평균 105회에 이를 정도다. 조선소 용접공, 주물공장 용해로 작업자 등이 각각 102, 94회인 것을 고려하면 노농강도가 높은 셈이다. , 심혈관계질환 노출 가능성이 크다.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실이 20164월부터 20173월까지 집배원의 근무환경을 조사한 결과 집배원 한 명이 매일 취급하는 우편물 양은 평균 1032.3통이었다. 정시 출근, 정시 퇴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집배원은 매달 적게는 53.5시간, 많게는 66.4시간 초과근무를 하고 있었다.

 

사망자 명단 중 자살이 많은 점도 눈에 띈다. 실제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우정사업본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집배원은 34명에 달한다.

 

현직 집배원인 A씨는 공식 근무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다. 그러나 오전 7시만 돼도 집배원의 3분의 1은 출근해 책상 앞에서 편지 구분 작업을 시작한다면서 빠진 업무가 있으면 다른 사람이 대체해줄 수 없는 구조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소화하려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이병훈 마창거제 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집배원들은 아무리 일을 빨리 해도 다음 일이 남았다는 사실에 지친다면서 일을 해도, 해도, 끝내지 못한다는 좌절감이 자살 동기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적정 인력 부족도 장시간 노동의 원인 중 하나다. 우정사업본부는 인력증원 방침에 따라 비정규직이던 상시위탁집배원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빈자리를 신규채용 응시자가 채워야 하지만 지원자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인력부족 문제가 심각한 경인지방우정청의 경우 집배원 정원은 3749명인 반면 현재 근무인력은 3600명에 불과하다. 우정노조 관계자는 최근 집배원 과로 문제가 많이 알려져서인지 응시 자체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국중신 집배노조 광주지부 준비위원장은 현재 계속적으로 발생하는 집배원 노동자들 사망사고,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라면서 그 구조적인 문제의 가장 핵심은 절대인력부족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국 위원장은 지금 저희들은 1년 평균 노동시간을 2800시간을 일하고 있다. 2800시간을 일해야 하는 근본적인 문제는 절대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4500명의 인력을 충원해서 장시간 노동하는 구조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ahna1013@naver.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