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피해구제’ 가장 중요…공정위 구조개편 필요해”

이동우 변호사, “공정위 역할은 부의 독점과 갑질 해결”
“경쟁법에서 ‘독점’ 가장 경계…공정위 비효율적 운영돼”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5/03 [17:43]

“갑질, ‘피해구제’ 가장 중요…공정위 구조개편 필요해”

이동우 변호사, “공정위 역할은 부의 독점과 갑질 해결”
“경쟁법에서 ‘독점’ 가장 경계…공정위 비효율적 운영돼”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5/03 [17:43]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인 부의 독점과 갑질행위를 해결하는 것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이동우 변호사는 이같이 말했다. 현재 공정위가 주도적으로 다루는 문제는 담합·독점·불공정거래행위(갑질)이다.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문제가 되는 각 사안의 성격에 따라 다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갑질’이라고 불리는 불공정거래행위를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편집자주>


 

▲ 이동우 변호사는 갑질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공정위 내 권한을 분산하고 한국사회의 특수성을 반영한 전담기구가 설치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 정아임 기자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갑질’로 대표되는 대기업의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과 부당행위가 연일 발생하면서 사람들의 시선은 공정위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피해구제보다는 ‘경쟁’을 촉진하는 기관이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갑질’로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들이 공정위에 신고를 해도 공정위는 과징금을 부과할 뿐이고 피해구제는 후순으로 밀리거나 아예 민사소송에서 보상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된다. 때문에 개별 문제를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공정위 조직 구조 개편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통적으로 경쟁당국과 경쟁법은 경쟁 ‘자체’를 보호하지 경쟁자를 보호하지 않는다” 공정위의 역할과 정체성에 관련해 이동우 변호사가 말했다.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으로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 겪는 불공정 문제를 다루고 제도 개선 활동을 펼치고 있는 그는 “공정위가 구조 개편을 통해 부의 독점과 갑을문제라는 양대 축을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동우 변호사와 <주간현대>의 일문일답.

 

- 갑질문제(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행정제재가 아닌 형사처벌이 주된 제재수단이라고 주장하면서 ‘문제의 민사적 성격’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어떤 부분이 민사 성격을 띠고 있는가?

▲ 예를 들어 대기업 전속 하청업체가 납품단가 후려치기를 당했다고 해보자. 이 관계를 형식적으로 보면 개별 주체간의 거래이기 때문에 민사거래에 속한다. 그러나 그 개별거래를 구조적으로 들여다보면 종속적인 관계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대기업과 하청업체라는 힘의 우열관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후려치기를 당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 보면 대등한 주체간의 거래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경제력에 따른 우열관계와 수직구조가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민사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민사거래로 접근하기 어려운 점을 지적하는 것이다. 

 

- 그렇다면 갑질문제를 해결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피해구제는 매우 중요하다. 특히 개별 거래 관계 형태로 문제가 파생되기 때문에 피해 구제 조치가 필요하다. 그러나 법에서는 불공정 거래 유형의 특성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경쟁당국도 개별 거래의 정당성을 평가해주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이면 갑질문제가 완전한 민사문제도 완전한 공적영역도 아니기 때문에 특수하게 다뤄야 할 필요가 있다. 

 

- 공정위는 ‘경쟁정책’을 하겠다고만 말하고 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 갑질문제에 대해 정부가 개입하는 것은 공적목적의 행위다. 특히 이 사안은 대기업이 불공정거래로 부당한 이익을 취하는 것이기 때문에 피해구제가 필요한데 공정위는 이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먼저 기본적으로 공정위는 피해를 구제하는 기구가 아니라며 법 위반에 대한 처벌만 할 수 있다. 공정위의 대금지급명령 또한 전체 신고 건수에서 가장 적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갑질에 대한 보상을 받아야 하는데 공정위 절차는 이를 맨 후순으로 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하청업체나 중소기업이 실제 신고를 해도 해결이 안 되고 공정위에 대한 불신이 생긴다. 실제 공정위 시정명령을 가지고 피해구제를 받기 위해 민사소송을 준비하다가 부도를 맞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 그렇다면 공정위의 구조가 ‘피해구제’에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인건가. 

▲ 공정위 체계를 보면 부의 독점을 규제하는 부분과 다수사업자의 담합문제·갑질문제 해결의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문제는 세 부분 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제도’에 묶여있다는 거다. 어떤 기업이든 공정거래법을 위반했을 경우 공정위가 고발해야만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전속고발권이 도입된 이유는 기업에 대한 형사제재가 지나치게 남발될 경우 정상적인 거래가 위축될 우려가 있어서다. 하지만 도입 40년 뒤 사회에서는 불공정한 행위를 하는 대기업이나 시장 지배적 사업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시장질서가 왜곡되고 있다. 형사제재를 해야 하고, 국민들도 이를 원하고 있다.

 

- 공정위의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는가.

▲ 지금의 공정위가 과연 효율적으로 시장 질서를 제대로 흘러가게 만들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만약 잘 하고 있다면 부의 독점이 없고 갑질문제가 발생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 두 문제가 해결됐다는 인식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본다. 모든 경쟁법에서 가장 경계하는 것은 ‘독점’이다. 

 

현재 공정위는 사안의 모든 유형별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고발권과 조사권·처벌권을 모두 독점하고 있다. 심지어 공정위는 이러한 권한을 가지고 있음에도 피해구제는 우리가 담당한 부분이 아니라며 방치와 방기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래서 갑질문제에서 민사법원은 갑을관계를 ‘대등한 관계’라고 잘못 판단하고 공정위는 ‘우리 영역이 아니다’라며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 그렇다면 이동우 변호사가 생각하는 바람직한 공정위 구조는 무엇인가.

▲ 공정거래법 개정을 논의하는 많은 사람들이 개별 전담팀을 통한 공정위 ‘권한분산’에 동의하고 있다. 먼저 독점문제의 경우 기본적으로 모든 기업이 독점을 추구한다. 시장질서에 의한 자연스러운 독점을 인위적으로 막기는 어렵지만 시장지배적 사업자가 지위를 남용하거나 독점을 위해 다른 사업자의 시장 진입을 배제하는 행위는 막아야 한다. 

 

이 제재의 과정에서 어떤 기업을 얼마나 제대로 제재하는 것이 효율적인지 고민하고 각 시장상황에 맞게 민감하고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기관이 필요하다. 따라서 공정위 산하에 경쟁처와 같은 기구를 설치할 수 있다고 본다. 독점해소는 사실 우리 시장을 공정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조치라고 볼 수 있다.

 

담합문제는 또 성격이 다르다. 담합의 핵심은 ‘합의’, 의사합치 여부에 달려있다. 게다가 공정위가 압수수색권을 가지고 있기 않기 때문에 수사가 쉽지 않다. 때문에 자진신고감면제(리니언시 제도)에 강하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에도 1등 사업자가 담합을 주도해놓고 자진신고한 뒤 과징금 전액을 면제받아 2,3등 사업자를 죽이는 수단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때문에 전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았던 검찰과의 수사 협력이 이루어지거나 미국에 반독점청이 따로 있는 것처럼 강제수사권을 가진 법무부 산하 기구가 만들어져 역할을 수행하는 방법이 근본적 처방이 될 수 있다. 

 

- 갑질문제는 한국의 특수한 상황을 반영해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 

▲ 현재 공정위는 경쟁촉진과 피해구제라는 이질적인 역할이 하나의 기관 안에 있다. 따라서 전담기구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 ‘피해구제’라는 성격이 가장 중요하다. 분쟁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불공정한 부분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갑질문제가 구조적인 갑을 문화가 깔려있는 상태에서 개별 분쟁의 모습을 띠고 나타난다. 때문에 궁극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면서 구조적인 갑질 문제를 해결하는 접근법을 취해야 한다. 또 민사상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실을 바라보면서 민사제재와 형사제재가 함께 가야 한다. 새로 설치될 기구가 전담 수사권을 필수적으로 가지고 조사해야 한다.

 

- 그동안 갑질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했지만 미해결의 원인으로 공정위 내부의 구조적 문제를 짚은 경우는 처음인 것 같다. 구조개편에 관한 발의도 진행 중에 있는가.

▲그렇다. 최근 있었던 국회 토론회를 통해 처음으로 갑질문제와 독점·담합 전담기구를 분리하자는 논의가 나왔다. 법학계에서도 논의되지 않았던 접근법이어서 ‘혁신적이다’라는 평을 받고 있다. 하지만 현실 경쟁시장을 봤을 때 우리의 특수성을 고려한다면 이론적으로 생각해서 될 문제가 아니다. 갑질은 우리의 문화와 역사가 얽혀있는 문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앞서 제시했던 문제점을 한 마음으로 공유하고 있다. 공정위의 조직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공정거래법 개정안 발의를 위한 구체적인 방향성 논의가 이어질 예정이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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