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부 자기결정권 존중…낙태 규제 완화해야”

처음으로 국회 보고서 언급…시민단체 “낙태죄 폐지하라”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5/04 [15:02]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가 처음으로 낙태죄 완화의 필요성을 밝힌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낙태죄 폐지’는 꾸준하게 제기되어 온 문제다. 2015년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가임기 여성 5명 가운데 1명이 임신중단을 경험한 것으로 나온다. 이 가운데 95%는 불법이다. 낙태를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 ‘무의미’ 하다는 거다. <편집자주>


 

▲ 국회에서 처음으로 낙태 규제완화가 설득력이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 무료이미지 사이트 pixabay

 

“임신·출산을 직접 체험하고 생명과 스스로의 처지 사이에서 고민할 여성의 입장에서 낙태 문제를 바라본다면 헌법적 담론의 차원에서 임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낙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그 자체로 설득력이 있다” 

 

<낙태죄에 대한 외국 입법례와 시사점> 보고서에서 밝힌 내용이다. 보고서는 “강력한 낙태 규제가 위험한 방법으로 낙태를 하도록 내모는 형국”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현행법상 낙태는 거의 전면적으로 금지되기에 상담 제도 등의 마련은 물론 낙태 관련 규정의 정비도 부족하다”며 “뿐만 아니라 비의료기관 혹은 안전이 확보되지 않은 의료적 환경에서 음성화된 시술이 만연됨으로써 임부의 건강·생명이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고 밝혔다. 

 

현행 형법 제27장 제269조에는 ‘부녀가 약물 및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돼 있다. 한국은 낙태를 전면금지하는 전 세계 몇 안되는 나라 중 하나다. 

 

하지만 한국에서 낙태가 일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2011년 보건복지부가 조사한 ‘전국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낙태 건수는 2010년에만 10만 8679건이다. 

 

임신중단이 불법적으로 이루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는 다양하다. 보험적용이 어려워 수술비가 비싼데다 의료사고를 당했을 경우 제대로 된 권리를 요구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비싼 수술비를 마련하느라 수술 시기를 놓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보고서는 “임신 12주 범위 내에서는 임부의 의사에 따라 낙태를 허용하는 것을 고려해볼 가치가 있다”며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 시술이 이뤄지고 낙태 전 상담제도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사회단체들은 ‘낙태죄 완화’가 아닌 ‘낙태죄 폐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 보고서가 말한 12주 제한이 여전히 또 다른 제약과 처벌의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는 점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다수 시민단체는 “낙태죄 폐지의 문제는 단지 태아 생명권에 대한 보루로서 검토될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성적 자기결정권과 재생산 권리, 다양한 사회적 맥락 속에 있는 제반의 권리를 보장하는 차원에서 검토될 때 실질적인 낙태율의 감소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오는 24일 헌법 재판소에서 낙태죄가 헌법에 위반하는지 여부를 가리는 공개변론이 진행되는 가운데 지난날의 ‘합헌’ 결정이 뒤바뀔지 여론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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