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21주년] 사라지는 주간지, ‘읽지 않는 시대’ 탓인가, 기형적 자본주의 탓인가

매체 변화가 폐간 이유였던 과거…대기업 입맛 맞게 획일화된 현재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5/18 [17:53]

주간지와 잡지가 사라지고 있다. 7,80년대를 풍미했던 주간지, <선데이서울>의 끝은 개방화와 비디오의 보급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이 컸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사라진 대중문화 잡지, 혹은 주간지가 사라진 이유를 살펴본다면, <선데이서울>이 사라졌을 당시와는 다소 다른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언론과 결부되는 거대 기업의 등장이 그 이유다. 이는 ‘읽지 않는 시대’에 대한 징조라기보다 언론보다 기업의 영향력이 더 커진 기형적인 한국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처럼 보인다.


 

 

종이로 된 매체가 화석처럼 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일까. 많은 종이 매체들의 폐간이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흐름이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것일 수도 있지만, 외국의 경우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의 이런 흐름은 독과점으로 이어지는 대기업들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18일 창간 일을 맞은 <주간현대>는 사라진 대중문화 주간지와 잡지에 대해 정리를 해보았다. 이들을 통해 한국 자본주의사회가 만들어낸 문화의 기형성을 엿볼 수 있다. 

 

▲ 한 시대를 풍미했던 <선데이서울>의 표지     © 이미지 공유사이트 핀터레스트

 

<선데이 서울>, 주간지의 비약적 성장

‘가급적 비정치적인 교양 내지 오락 위주의 주간지로 한다’ <선데이서울>의 편집계획서의 1항이다. 1968년에 창간해서 1991년에 폐간된 서울신문 계열의 성인용 주간 잡지 <선데이서울>은 당시 황색잡지의 대명사격으로도 쓰일 정도의 파격이었다. 창간 당시 80쪽에 싼 가격인 20원으로 팔린 것과 함께 ‘남편 일 나간 안방은 러브호텔’, ‘신혼신랑 40대 유부녀와 불륜’ 등 사회윤리관념상 낯뜨거운 내용들을 다루거나 세미 누드 화보들로 돌풍을 일으켰다. 이 영향으로 <주간경향>, <주간여성> 등이 창간되기도 한다.

 

60년대 말 주간지들의 비약적 성장은 신문들의 주간지 진출 전략이 맞아떨어진 것이기도 하지만, 당시 정부가 언론사들이 면 수를 늘려 점유율을 늘리려는 것을 억제하고 있었고, 신문사들은 타개책으로 독자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오락거리 위주의 주간지를 내, 독자들을 흡수한 것이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개방화로 인해 비디오나 스포츠신문이 주간지의 영역을 침범했다. 더 노골적인 매체들에게 따라잡혀버린 것이다. 결국 흥미위주의 주간지. 즉, 황색잡지들은 이때 대부분 폐간을 하게 된다. <선데이 서울>도 1991년 12월 1천 1백92호를 끝으로 폐간하게 된다.

 

▲ <씨네21>은 현재 남은 유일한 영화잡지다.     © 씨네21 홈페이지


영화잡지, 유일한 생존자 <씨네21>

2013년 3월 영화전문 주간지 <무비위크>가 발간 12년 만에 폐간됐다. 이 후로 국내에 남은 영화잡지는 <씨네21>이 유일하다.

 

1995년 월간지 <키노>와 주간지 <씨네21>이 창간되면서 본격적인 영화 담론의 장이 마련됐다. 이전부터 발간됐던 <스크린>, <로드쇼>가 배우들에 대한 가십거리나 할리우드 대작 위주의 영화소개가 주가 됐다면, <키노>와 <씨네21>은 규모는 작지만 영향력이 있는 외국 영화나 한국영화들에 대한 진지한 비평과 기사가 실렸기 때문이다.

 

지금도 유명한 한국영화 감독들이 <키노>와 <씨네21>을 애독했다는 사실을 보면, 1995년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뤄진 영화문화와 한국영화의 질적‧양적 발전에 이들 잡지가 미친 영향은 확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이후 2000년 창간된 주간지 <필름 2.0>과 <씨네버스>까지, 영화잡지의 전성시대가 열리는 듯 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양적 성장에 CJ,롯데와 같은 대기업들이 끼어들게 되면서 판도가 바뀌기 시작했다. 대기업이 영화제작과 배급을 주도하게 됨에 따라, 그들의 ‘입맛’에 맞는 영화들. 즉 블록버스터로서 확실한 흥행이 예상되는 작품들이 제작되기 시작한다. 쉽게 말해 전형적이 되버린 것이다.

 

심지어 대기업들이 홍보사를 통한 영화홍보에 ‘직접’ 나서게 되면서 <스크린>, <로드쇼>와 같은 잡지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된다. 결국 자생할 수 없는 영화잡지들은 폐간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그 결과 ‘씨네21 주식회사’가 발행하는 <씨네21>만이 유일한 영화잡지의 생존자로 남게 됐다.

 

▲ GMV>와 <핫뮤직>의 표지. <핫뮤직>은 한 때 2만 부를 완판할 정도로 인기있는 잡지였다.     © 리디북스



음악잡지. 담론이 없는 ‘개취’와 ‘아이돌’

한국 음악잡지는 오히려 더 상황이 좋지 않다. 종이 매체가 종말로 향하고 있는 상황에서 음반시장도 마찬가지다 보니 사실상 멸종이다. 그나마 웹진으로나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대중음악 잡지도 영화잡지와 비슷하게 1990년대 절정을 맞았다. 1970~1980년대 음악 비평과 해외 음악 정보 창구를 해왔던 <월간팝송>의 뒤를 이어 <핫뮤직>이 1990년 창간했고, 이어 <GMV>, <월드팝스>, <락킷>, <서브> 등이 창간했다. <핫뮤직>은 한때 2만 부를 완판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절정이 곧 나락의 시작이었다. 대부분의 잡지가 채 3년을 버티지 못했다.

 

대중음악잡지가 쇠퇴하게 된 점도 영화와 비슷하게 대기업의 공(?)이 컸다. 아이돌과 연예기획사의 등장은 대중음악시장을 획일화시켰다. 획일화될수록 담론의 공간도 의미가 없어졌다. 많은 대중음악잡지들이 사라진 것은 이와 비슷한 시기일 것이다.  

 

인터넷의 발달은 또한 음악을 선택하는데 있어, ‘개인의 취향’을 고집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었다. 비평가의 분석보단 ‘개취’가 중요해진 것이다. 

 

하지만, 최근 있었던 ‘음원 사재기’ 혹은 ‘반복 스트리밍’을 통한 음원 사이트 순위조작 사태를 통해, 배부른 음원시장과 그것을 이용한 기업들이 얼마나 한국 대중음악 시장을 기형적으로 만들었는지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대중음악에 대한 담론이 사라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고찰해봐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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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 18/05/18 [22:16] 수정 삭제  
  잡지의 역사를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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