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청법제정연대 인터뷰] “정치적 문제에 어떤 인간도 배제돼선 안 돼”

‘어른들끼리 치르는 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5/30 [15:34]

[촛청법제정연대 인터뷰] “정치적 문제에 어떤 인간도 배제돼선 안 돼”

‘어른들끼리 치르는 선거’에 반대하는 사람들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5/30 [15:34]

“인구의 5분의 1을 차지하는 청소년을 배제한 선거는 민주주의 꽃이 될 수 없다. 학교운영과 교육정책이 청소년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데도 어른들끼리만 치러지는 선거는 부당하다”

 

지난 5월 24일 종로구 서울선거관리위원회 앞에서 서울시교육감 ‘기호 0번’ 후보가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교육감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을 보면 어쩜 그렇게 청소년 현실에 무지할 수 있는지 한심스럽다. 어른들이 망친 교육을 되살릴 방법은 청소년의 참여다”라며 출마 동기를 밝혔다. 그렇다. 그들은 자신의 정치적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의사 표현을 할 수 없는 ‘청소년’들이다. <편집자주>


 

 

▲ 지난 24일 진행된 ‘기호0번 서울시교육감후보 청소년 출마선언’ 현장.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청소년 참정권 확대를 통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고 교육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 제공

 

“선거연령 하향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치적인 문제에서 어떤 인간도 배제되지 않는 것이다”

 

‘청소년의 참정권을 확보한다고 할 때 적절한 연령은 몇 세라고 보느냐’라는 기자의 물음에 강민진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이하 촛청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이 위와 같이 답했다. 

 

강 위원장은 “청소년 참정권은 만 18세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은선 촛청법제정연대 공동대표도 “(청소년의) 정치적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그들을 사회 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선거법은 청소년의 정치인·정당지지 의사 표현을 금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OECD 35개 국가 중 유일하게 선거연령이 만19세인 나라다. 1960-70년대 이미 선거연령을 만18세로 정한 미국과 유럽의 국가에선 최근 선거연령을 만16세로 하향하려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촛불청소년인권법제정연대’는 그래서 탄생했다. 지난겨울 대한민국을 뜨겁게 비춘 촛불의 물결에 동행한 청소년들은 여전히 자신의 정치적 의사 표현을 억압받고 있다. 그들은 사회에 “우리는 왜 아직도 시민이 아닌가요?”, “청소년 정책은 왜 다들 통제중심인가요?”라는 질문을 던졌다. 

 

여전히 ‘어른들끼리만 치러지는 선거’에 참여하지 못하는 그들은 “민주주의의 새 역사를 썼다는 ‘촛불’ 이후에도, 세월호 참사를 겪고 난 지금에도 학교에는 왜 인권과 민주주의를 찾아보기 힘든가요”라고 국회와 정부에게 답을 요청하며 지난 2017년 9월 26일 출범했다.  

 

촛청법제정연대가 요구하는 ‘촛불청소년인권법’의 내용은 ▲모두에게 인권 친화적인 학교 : 학생 인권법 제정(초·중등교육법 개정) ▲청소년을 시민으로 청소년 참정권 보장을 : 선거 및 정당 관련법 개정 ▲어린이·청소년 정책은 인권을 기준으로 : 어린이청소년인권법 제정의 세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촛청법제정연대는 이를 위해 서명운동을 전개하고 있으며 30일 오전 기준 18584명이 서명한 상태다. 

 

또 촛청법제정연대는 4월 내 선거연령 하향 공직선거법 국회 통화 촉구를 위해 국회 농성과 반대 측인 자유한국당 기습시위·삭발투쟁을 전개했다. 하지만 자유한국당의 4월 국회 보이콧으로 끝내 간절한 바람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를 두고 이은진 공동대표는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심경을 밝혔다. 

 

다음은 <주간현대>와 이은선 촛청법제정연대 공동대표·강민진 촛청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과의 인터뷰 전문. 

 

- 지난 4월 선거연령 하향 공직선거법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대표 : 이번에 선거법이 개정됐으면 투표할 수 있었는데 무산됐다. 남은 4년을 입 닫고 살라는 말인가 싶었다. 우리에겐 4년 동안 아예 시의 교육감과 구에 대해서 아무것도 권한이 없는 거다. 만약에 투표권이 생기면 고향인 울산에서 낙선 운동을 하려고 했다. 울산에는 학생 인권조례가 없다. 교육감은 인권조례가 어떤 내용인지 보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러면서 교사들의 표를 얻을 수 있는 교권보호 조례는 만든다. 만약 투표권이 생기면 학생 인권조례를 만들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었다. 그런 기대를 하고 무언가를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으로 누군가를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도 선거법에 위반된다. 

 

▲강 위원장 : 4월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돼야 6월 지방선거 때 18세도 투표를 할 수 있었던 거다. 하지만 국회가 한 번도 열리지 않은 채 4월이 지나갔다. 자유한국당이 본회의를 거부해 열릴 수 없었다. 그전부터 자유한국당은 학제개편(고등학생들이 1년 빠르게 입학해 졸업한 뒤 투표할 수 있게 하는 것)을 조건으로 걸고 선거연령 하향을 반대했다. 그래서 본회의에 상정이 돼도 통과가 어려웠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 많은 사람이 (선거법 개정을) 요구했음에도 국회가 응답하지 않았고 결국에 어른들만 치르는 선거라는 사실이 절망감을 안겨 줬다. 

 

- 흔히 청소년투표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펼치는 주장 중 하나가 “청소년이 ‘아직 어리고’ ‘교육과정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선거권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거다. 또 청소년이 학교 내에서 정치적 이슈에 대한 의견을 갖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 대표 : 학교 교칙을 보면 거의 절반 정도 이상이 학교에서 정치적인 표현을 하는 것을 억압하고 있다. 정치는 특별한 게 아니고 생활 속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것을 자유롭게 말하는 것이라고 본다. 그러한 표현을 제한하는 것은 우리를 구성원으로 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거다. 학교에서는 ‘의견을 내는 사람’이 잘못된 사람으로 치부된다. 그래서 학교 안에서 교사와 학생의 권력 관계가 생기는 거다. 학교 밖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이 이 사회에서 배제된 상태에서 어떻게 학교 내에서 권력 관계가 생기지 않겠는가. 

 

또 청소년의 기준은 시대마다 달랐다. 30대까지 청소년으로 포함됐었던 시기도 있고, 15세 미만으로 설정한 시대도 있다. 그래서 그 ‘청소년’이라는 범위는 사회가 인위적으로 구분한 것이지 우리가 그 범위 안에 있다고 해서 사회에서 배제하는 것은 ‘기득권’의 편의를 위해 우리의 목소리를 제한한다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우리를 통제하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다. 

 

▲강 위원장 : 교육을 정치적으로 특정 세력이 이득이 되도록 이용하려는 시도는 계속 있었다. 학생들을 관제 데모에 동원했던 일 등. 국정교과서의 경우에도 역사를 왜곡하는 내용이 들어가는 것도 교육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이 정치적인 힘을 갖지 않으면 앞에서와 같은 시도를 뿌리 뽑을 수 없다. 

 

정치는 여러 가지 힘들이 서로를 견제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따라서 오히려 학생들이 정치적으로 무지할 때 학교가 더 정치적으로 왜곡될 수 있다. 국기에 대한 경례·애국가 제창을 강제로 하게 하는 학교와 같은 부분은 정치적 문제다. 학생들이 선거권을 가지면 어떤 의사를 관철할 수 있는 힘이 있고 사회 이슈에 입장을 가질 수 있으며 그 의제가 과연 옳은가에 대한 토론이 벌어질 수도 있다. 흔히 “(청소년들이) 전교조가 시키는 대로 할 것”이라고 말하는 목소리가 있지만 학생들이 자체적으로 참여할 힘이 있으면 반대할 목소리를 낼 수 있다. 힘이 없으면 반박도 할 수 없다. 

 

- 청소년 선거권 확보를 통해 가장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는가.

▲이 대표 : 선호하는 정치인을 공적으로지지 선언 해보고 싶다.지지 선언을 함으로써 그 사람이 가진 청소년에 대한 생각이나 학생에 관한 생각을 담은 정책이 만들어지고 예산도 편성될 수 있게 하고 싶다. 중요한 것은 지지나 반대를 공식적으로 ‘아무 곳에서나’ 할 수 있다는 거다. 길거리에서 반대하는 정치인과 찬성하는 정치인에 대한 근거를 청소년들과 함께 필리버스터와 같은 형식으로 다양하게 나눠보고 싶다.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이 투표장을 마구마구 들어가는 걸 떠올리니 기분이 좋다. 그렇게 하고 싶다.

 

▲강 위원장 :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했던 정치인과 정당을 표로 심판하자는 운동을 하고 싶다. 가장 가깝게는 18세 청소년들이 투표권을 가지게 될 텐데 18세 청소년들이 나서서 더 낮은 연령대의 청소년들이 선거권을 가져야 한다는 운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청소년이 투표권을 가지면 가장 먼저 뭐가 달라질 것 같나.

▲이 대표 : 학교 안에서 학생회 자치화에 더욱 힘이 실릴 수 있다고 본다. 현재는 청소년들이 간접적으로 정책을 실현하고 제안할 수 있지만 실제로 정책에 반영되진 않는다. 여성가족부 등에서는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고 당사자들이 느끼는 점을 듣는다고 하지만 바뀌는 것은 없다. 그래서 선거권을 가지면 그동안의 요구들이 충분히 반영될 거라고 본다. 또한 청소년 인권 활동에 대한 목소리가 더 대중화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도 참정권을 인정한 뒤에 여성운동이 확산했기 때문이다. 청소년 참정권이 보장되면 인권에 대한 관심과 목소리도 커질 것이다. 

 

▲강 위원장 : 18세로 투표연령이 한 살 내려간다고 해서 많은 것들이 변하진 않을 수 있다. 청소년 삶에 실질적 변화가 생기려면 18세보다 더 하향되어야 한다고 본다. 그러나 18세로의 선거연령 하향이 보다 넓은 청소년 참정권 보장의 시작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청소년에게 언론과 정치권이 주목하고 18세를 공략하기 위한 공약들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그 공약들을 분석하는 언론기사가 이어질 거다. 정치권은 대입제도나 현장실습·대학등록금·최저임금에 신경을 더 기울일 것이다. 18세 중에서 고등학교를 재학 중인 사람은 많지 않아서 학교 내의 문제가 크게 바뀌지 않겠지만 청소년 학생 인권에 힘이 실리고 청소년 이슈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질 것 같다.   

 

- 촛청법제정연대 활동 중 가장 난관이면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생각되는 점이 있다면.

▲이 대표 : 활동하면서 농성에 들어갈 때 청소년 참정권이 청소년들만의 문제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청소년 참정권은 청소년들의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청소년에게 참정권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그 사회에 ‘나이에 따른 차별’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본인도 나이에 대한 차별을 받으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거다. 그래서 결국엔 나이에 대한 차별을 줄여나간다는 의미에서 많은 사람이 더욱 요구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흔히 본인이 나이를 먹으면 그 사회에서 차별이 없어진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이 차별은 사회 속에 만연하고 본인도 언제 나이에 의해 억압받을지 모른다. 그런 부분에 무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나는 이 운동을 지금 당장 ‘투표’하고 싶어서 한다기보단 사회 속에 존재하는 나이 차별을 줄여나가고 싶다. 우리가 모두 사회에 존재하는 억압에 대항하는 일원으로 연대했으면 좋겠다. 

 

▲강 위원장 : 청소년 참정권문제는 “교복 입은 학생들이 선거하는 것 때문에 반대한다”는 자유한국당의 입장을 바꾸는 게 가능하냐는 난관이 있다. 지금 국회 구성에서는 자유한국당이 합의를 해주지 않으면 다른 정당들이 통과시키기 어렵다고 보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그들이 동의하게 할 거냐는 문제가 남았다. (나는) 그 사람들(반대하는)의 명분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결국에는 18세들이 본인들을 뽑아주지 않을 것이라는 표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본다. 그들이 (청소년 참정권)을 반대하면 지금보다 더 ‘꼰대 정당·적폐 정당’이라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으면 합의가 어려울 것 같다. 

 

- 하지만 이미 다수 언론을 비롯한 여론의 반응은 선거 연령 하향에 동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가능성이 보이는 것 아닌가. 

▲이 대표 : 언론이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삭발하면 ‘결의에 가득 찼다’라는 기사를 쓰는 반면 청소년들의 삭발 기사에서는 ‘밤톨머리’라는 표현을 썼다. 그것을 보고 ‘아직 멀었구나’ 생각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갑자기 반말하거나 누구나 힘든 일을 청소년이 하면 “젊어서 안 힘들겠다”, “어린데 어떻게 해?”라는 반응이 사라져가야 한다. 

 

▲강 위원장 : 문제는 청소년 참정권을 ‘너무너무 중요한 1순위’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다.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다른 정당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다. “아직도 청소년 참정권이 확보 안 됐어?”라고 당연하게 말하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 한편 청소년 참정권 관련 기사에는 악성 댓글도 많이 달린다. “삭발이 어른들한테 선동당해서 그런 거다” 등이 있다. 보수 성향을 가진 분들은 선거연령이 낮아지면 보수 정당에 반대할 것이기 때문에 허용하지 말자고 주장한다. 한편 실제로 어린애들을 같이 정치하는 존재라고 보지 않는 것일 수도 있다. ‘정치는 어른들만 하는 것이다’라는 인식을 줄여나가는 것도 과제다. 

 

- 청소년 참정권을 위한 촛청법제정연대의 앞으로의 계획이 있나. 

▲이 대표·강 위원장 :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캠페인을 펼치며 길거리에서 유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다. 또 ‘교복 입는 학생들의 투표를 반대한다’는 말에 대항해 지방선거 사전선거일에 유권자들이 교복을 입고 단체로 들어가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선거 당일에는 “청소년을 뺀 지방선거는 민주주의가 아니다”라고 외치는 집회를 할 것이다. 6월 4일에는 시도교육감들과 함께 학생 인권 정책 협약식을 갖는다. 같은 달 9일에는 홍대 입구에서 ‘기호 0번’ 청소년 교육감 후보 당선을 위해 유세 퍼레이드를 한다. 많은 참여를 부탁드린다. 알고도 지나치면 더 나쁜 거다. (웃음) 

 

기호 0번 청소년 후보의 공약으로는 ▲두발과 복장규제 전면 폐지 ▲화장실·조퇴를 교사에게 허락받아야 하는 관행 개선 ▲야간자율학습과 방과후학교 강제 금지 ▲특성화고 취업률 경쟁 완화와 현장실습과정의 인권침해 근절 ▲교무실 청소와 심부름 등 교사의 업무를 학생에게 시키는 관행 개선 ▲화장실·엘리베이터·출입문 차별 해소 ▲소수자 학생의 인권과 학습권 보장 등이다. 이들은 ‘인권침해 근절·평등한 학교현장’을 이루고자 ‘청소년 참정권 START’를 간절히 외치고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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