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미북? ‘정상회담’용어 둘러싼 정치의 온도차

자유한국당, 모두 ‘미북’ 사용…바른미래, 유승민 대표만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6/12 [17:24]

지난 5월 27일 갑작스레 판문점 북측지역 통일각에서 열린 2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화제거리 하나가 떠올랐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이 곧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회담에 대해 “‘조미정상회담’이 반드시 성공하기를 기원하겠다”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주로 북한 측에서 많이 쓰이는 ‘조미정상회담’이란 용어를 문 대통령이 인사말에 사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북한에 가서는 그쪽 언어를 써주는 게 통상적인 예우”라고 밝혔다. 국내 정치계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12일 개최되는 ‘북미정상회담’을 어떻게 부르는 지에 따라 이견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경남지사 후보 등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기원하는 SNS 글을 게재했다.     ©JTBC 뉴스화면 갈무리

 

“우리가 처한 처지를 미북 정상회담이 잘 보여주고 있다. 핵을 가진 김정은이 어떤 위력을 가지고 있는지 싱가폴에서 우리 언론이 주목해주길 바란다.”

 

12일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역사적 만남이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이뤄지는 가운데 이날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연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는 위와 같이 언급했다.

 

문득 지나칠 수 있는 이런 용어는 정당의 성격. 혹은 정치인 개인의 가치관을 분명히 드러내는 부분이다. 이에 <주간현대>는 ‘북미’와 ‘미북’을 구분해서 쓰고 있는 정당 혹은 정치인을 정리해봤다.

 

▲ 12일 김문수 자유한국당 서울시장 후보가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제외된 것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드러냈다.     ©문병곤 기자

 

미북, 보수의 가늠쇠

‘미북정상회담’. 이 용어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만남이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한 지난 ‘남북정상회담’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사용됐다. 

 

북한이 아닌 미국을 먼저 언급함으로서, 미국에 대한 심리적 거리감을 북한에 비해 상대적으로 좁힌다. ‘친미’ 성향이 강하고 대북 노선이 강경한 정당이 주로 이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미북’이란 단어는 ‘보수의 가늠쇠’ 역할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보수정당을 지향하고 있는 자유한국당이 대표적인 예다. 

 

지난 4월 27일 자유한국당은 ‘남북정상회담 공동선언문에 대한 입장’에서 “우리 정부는 UN의 대북제재에도 위배될 수 있는 여러 약속들을 북한에 함으로써 이후 ‘미북 회담’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후략)”라고 밝혔다.

 

‘미북’은 정당과 정치인 뿐 아니라 언론매체의 보수적 성향을 드러내는 단어이기도 하다. 현재 한국의 언론매체 중에서 ‘미북’이란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소위 ‘보수 언론’이라고 불리는 매체들이다.

 

이들은 여당 대표의 “북미정상회담‘이란 발언도 자의적으로 ’미북정상회담‘이란 단어로 바꿔 보도하기도 했다. 

 

12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은 오거돈 부산시장 후보 지원유세에 참석 이후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이뤄진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북미관계는 1948년 남북이 각각 독립정부를 수립하면서부터 적대적 관계였다”고 발언을 했다. 하지만 이를 한 인터넷 매체에서는 “미북관계는 1948년 남북이 (중략)”라고 보도 한 사례도 있다.

 

▲ 유승민 바른미래당 공동대표 <출처=바른미래당>     ©주간현대

 

바른미래 속 나홀로 ‘미북’ 유승민 공동 대표

유승민 대표를 제외한 바른미래당의 모든 의원들은 공식석상에서 ‘남북정상회담’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싱가폴 미북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냐, 북핵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것이냐는 미국과 북한사이의 최종협상에 달려있다”

 

지난 달 28일 있었던 바른미래당 제45차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 참석한 유승민 공동대표의 발언이다. 

 

유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바른미래당이 ‘보수’의 노선을 타고 있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가 주장하고 있는 ‘개혁보수’라는 가치관을 견고히 하겠다는 의지로 보이기도 한다. 

 

그는 지난 4월 28일에 열렸던 남북정상회담이 끝나고 난 후에는 ‘차가운 머리·뜨거운 가슴’라는 영국의 경제학자 알프레드 마셜의 말을 언급할 뿐 아니라, “비핵화가 이제 시작에 불과하고 아직 갈 길이 멀다는 것을 확인해준 것”이라며 차분한 상황 판단을 요구한 바 있다.

 

이 같은 행보는 6‧13 지방선거 이후의 정계개편에서 그가 어떤 위치에 서있을지 가늠되게 한다.

 

penfr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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