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했던 ‘안철수’, 미래 불투명 ‘바른미래당’…향후 행방은?

정치적 카리스마‧무게감 부재, ‘정치인’ 안철수 이미지 악화시켜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6/14 [04:07]

부족했던 ‘안철수’, 미래 불투명 ‘바른미래당’…향후 행방은?

정치적 카리스마‧무게감 부재, ‘정치인’ 안철수 이미지 악화시켜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6/14 [04:07]

6‧13 지방선거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으로 끝을 내렸다. 이례적인 압승에 야권 대표자들의 줄줄이 사퇴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6·13 지방선거 및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내가 모든 책임을 지겠다!”며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퇴의사를 보였다. 그리고 이번 선거에서 단 한 곳도 차지하지 못한 바른미래당의 유승민 공동대표도 14일 오전 10시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그가 대표직을 사퇴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불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 13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 주간현대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칠흑 같은 상황이다” 

 

당의 미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었을까. 13일 오후 6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를 지켜본 박주선 바른미래당 공동대표의 말이다. 

 

실제로 바른미래당이 사활을 걸고 있었던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3등에 머무르게 되면서 바른 미래를 만들겠다는 당의 이름에 맞지 않게, 정작 본당의 미래조차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황이 돼버렸다.

 

바른미래당은 어떻게 이런 참담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일까. <주간현대>는 이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고 향후 행방에 대해 예측해봤다.

 

▲ 13일 제7회 지방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 방문한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주간현대


안철수의 정치능력 부재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

 

13일 제7회 지방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서울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 방문한 안 후보의 발언이다. 과연 그는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서 어떤 점이 부족했던 것일까.

 

바른미래당의 6‧13 지방선거 전략은 비교적 뚜렷했다. 바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를 필두로  보수의 개편을 노리는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문재인 정권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인해, 더불어민주당이 선거 전체의 판도를 쥐고 있는 상황이었다. 또한 더불어민주당에 맞서 반대편에 있는 세력인 자유한국당 조차 이번 선거에선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중도’를 지향하고 있는 바른미래당에게도 거의 ‘버린 선거’에 가까웠다.

 

그렇기에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에게 있어서 ‘마지막 희망’같은 존재였다. 선거에서 ‘서울’의 의미는 언제나 컸다. 서울 시민의 마음을 잡는 것이 민심을 잡는 것이라는 말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서울은 진보, 중도의 성향을 강하게 띄었기 때문에 비슷한 노선으로 정치를 시작했던 안 후보에게는 어쩌면 최적의 출마 지역이었을지도 모른다.

 

▲ 안철수 전 대표(왼쪽)와 유승민 대표가 ‘바른미래당’ 간판을 맞잡은 채 미소짓는 모습.     ©김상문 기자

 

기울어지는 바른미래, 무게 없는 안철수

하지만, 문제는 안 후보가 이 노선을 애매하게 타기 시작하면서 부터다. 당초 바른미래당은 진보‧중도 성향의 안 후보가 주축이 되어 만들었던 국민의당과 새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이 대표로 있었던 바른정당이 합해진 정당이다.

 

하지만 안 후보가 정치적 지도력을 의심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오히려 유승민 공동대표가 정치적 카리스마에서 안 후보의 우위를 점하면서 바른미래당의 성격은 점점 유 공동대표가 지향하고 있는 개혁보수로 자연스럽게 흘러갔다.

 

안 후보는 사실상 국민의당 시절부터 정치적 생명력을 점차 잃어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지난 2017년 대선에 출마한 안 후보는 당시에도 21.4%의 득표율로 3위에 머물렀을 뿐 아니라 국민의당 내의 내홍도 다루지 못했다. 그 결과로 국민의당은 안 후보의 바른미래당과 박지원의 민주평화당으로 갈라지게 된다. 

 

이 같이 당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하며, 힘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 내에서도 똑같이 ‘이도저도 아닌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2월 바른미래당 창당 직후 당대표직을 사퇴했던 당시 안 후보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아 ‘인재영입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당무에 복귀했다. 

 

이는 마치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파격적인 인재영입으로 다시 정치권에서 힘을 얻었던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이런 행보마저도 정치권에 큰 물결을 일으키지 못했다. 당시 안철수라는 인물에 대한 대중의 관심은 그저 ‘서울시장에 출마하느냐 마느냐’였다. 유승민 대표가 6‧13 지방선거에는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하면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를 이길 수 있는 인물로 주로 안철수가 거론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철수 당시 인재영입위원장은 “제가 아직 출마를 결심한 것도 아니다”라며 “또 결심을 한다고 해도 무슨 양보를 받아서 뭘 해보겠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는 식으로 입장을 밝히며, 소위 ‘간철수’라는 조롱기 섞인 별명답게 확실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었다. 물론 그는 한 달 정도 후인 4월에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다.

 

▲ 안철수 바른미래당 인재영입위원장이 7년 만에 돌고 돌아 다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주간현대

 

구태의연, 자기부정의 길로

서울시장에 출마한 안 후보의 행보도 다소 의아했다. ‘서울 개벽’을 주장하던 안 후보는 전혀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그가 이번 지방선거에 들고 나온 정책 키워드는 ‘서울 개벽’이었다. 그가 ‘개벽’으로 이뤄내고자 강조했던 공약은 ‘국철 지하화’였다. 14개 자치구를 지나는 6개 국철 지상구간 57km를 지하화하고 지상엔 숲길을 조성해 서울시의 교통체증과 미세먼지 완화시키겠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었다.

 

하지만, ‘국철 지하화’ 공약은 이미 지난 2012년 4‧11 총선을 앞두고 당시 1호선이 지나는 지역구의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주장했던 ‘전철 1호선 지하화’와 똑같은 공약에 불과하다. 4차 산업 등을 운운하던 안 후보가 전면으로 내세운 공약 자체가 이미 6년이나 전에 나왔던 공약이었던 것이다. 

 

또한 안 후보는 ‘서울개벽’공약을 내세우지 않고 오히려 박원순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에 대한 비판에 열을 올렸다. 새로운 정치를 주장했던 인물인 안 후보가 구태정치의 모습을 보이고만 것이다. 

 

안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는 애당초 자기부정의 행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2011년 안철수 당시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박원순 당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에게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자리를 양보하는 자리에서 서로 포옹을 하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바 있다. 지방선거를 하루 앞둔 지난 12일 자유한국당 측에서도 당시 사진을 놓고 두 후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안 후보는 지난 11일 국회 정론관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당시 양보를 했기 때문에 제가 직접 나서서 다시 서울을 바꾸겠다”라고 밝혔다. 결국 본인 스스로의 과오를 돌려서 인정한 것이다. 이는 정치인으로서 당당하지 못한 모습일 뿐인데다 자기 스스로 자신의 과오를 고치겠다는 점에서 자기부정에 머물 수 밖에 없다.

 

▲ 손학규 바른미래당 선거대책위원장의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출마선언은 바른미래당의 내홍을 수면 위로 떠오르게 만든 사건이다.     ©김상문 기자

 

부족한 카리스마, 이어지는 내홍

그의 다소 부족해 보이는 지도력은 바른미래당에서도 이어졌다. 안 후보는 바른미래당에서의 내홍도 피해갈 수 없었다. 내홍이 수면 위로 드러난 시점은 6‧13 지방선거 서울 송파을 국회의원 재선거 공천을 두고 ‘손학규 등판론’이 나온 시점이다. 

 

당시 안 후보를 주축으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손학규 당 선거대책위원장이 전략공천을 통해 송파을에 출마할 것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반면 유승민 공동대표 측은 ‘경선 1위를 한 박종진 전 앵커가 출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손 위원장은 5월 23일 “당에서 전략공천을 받더라도 출마할 생각이 없다”라고 말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은 24일, 유 공동대표를 직접 만나 “많은 사람이 송파에 나서 붐을 일으켜 달라고 한만큼 내가 나를 버리고 나서겠다”며 출마의지를 내비췄다. 이에 유 공동대표 측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손 위원장은 유 대표를 직접 만나 이 같이 발언한 지 또 하루 만에 입장을 다시 번복해 결국 25일 손 위원장의 불출마가 결정됐다. 

 

결국 정치 카리스마의 부재는 안 후보에게 ‘당의 내홍’, ‘이도저도 아닌’, ‘간철수’와 같은 이미지만 안겨줬다. 그리고 새로운 정치를 만들겠다고 나섰던 그는 어느새 구태 정치인으로 변모하며 끝없는 자기부정의 길을 걸어왔던 것이다.

 

▲ 13일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가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 등과 함께 여의도 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주간현대

 

자신의 미래 안 보이는 바른미래당

13일 지방선거의 투표가 끝나고 오후 6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로부터 두 시간이 지난 8시, 안철수 후보는 여의도 바른미래당사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을 찾아 짧은 기자회견을 가졌다.

 

안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부족한 제게 보내주신 과분한 성원에 진심으로 머리 숙여 감사드린다”며 “그 은혜를 결코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무엇이 부족했고 무엇을 채워야 할지 이 시대 제게 주어진 소임이 무엇인지 깊게 고민하겠다”며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겠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이 끝난 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이번 선거의 패배로 안 후보의 정치 생명력이 끝난 것이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대해서도 그는 “깊게 고민하고 따로 말씀드릴 기회를 가지겠다”고 마무리 지어 이후 거취를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안 후보의 이번 기자회견에는 그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던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함께 했다. 손 위원장은 선거 결과에 대해선 참담함을 느꼈다고 밝혔지만, 개표상황실에서는 가끔 미소를 띄며 다소 여유롭다는 인상마저 줬다. 

 

손 위원장 입장에선 이번 선거의 결과가 오히려 자존심을 회복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손 위원장이 유승민 공동대표 측과의 신경전 끝에 포기를 했던 서울시 송파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유 대표 측이 지지를 했던 박종진 후보가 3위에 머물렀기 때문이다. 만약 손 위원장 본인이 출마를 했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최근 유승민 공동대표 쪽으로 기울어지고 있었던 바른미래당 내의 분위기가 이번 선거 결과를 계기로 다시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 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13일 안 후보가 기자회견을 마칠 때까지 유 공동대표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유 대표는 출구조사가 발표된 지 채 15분이 지나지 않아 개표상황실을 떠났다. 유 대표는 출구조사를 지켜보다 눈을 감고 고개를 젓는 등 결과에 대한 참담함을 감추지 않았다. 현재 유 대표는 14일 오전 10시 바른미래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가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반면, 안 후보와 손 위원장을 주축으로 한 의원들은 기자회견에 참석하고 끝까지 서로를 위로하는 등. 오히려 작게나마 결속을 다졌다는 느낌을 줬다. 기자회견을 끝낸 안 후보는 일일이 당 관계자들과 악수를 나누며 위로를 나눴는데, 이때까지도 관계자들은 안 후보에 대한 강한 지지의사를 밝혔다. 

 

▲ 13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상임선대위원장이 오후 6시 방송 3사의 출구조사 발표를 지켜본 후 개표상황실을 나서고 있다.     ©문병곤 기자

 

가라앉는 유승민, 떠오르는 손학규?

손학규 상임선대위원장도 이날 오히려 먼저 정계개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향후 행보에 대한 다소 자신 있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야당의 근본적인 재편이 있어야할 것”이라며 “오늘 선거의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이제 시대는 극단의 대립 정치가 막을 내리고 중도 개혁의 통합정치로 나가야하는데 이때 바른미래당이 그 역할을 해야하고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자유한국당의 참패는 이제 맹목적 보구, 수구보수, 반공 보수가 야당의 길이 아님을 보여준다”며 “자유한국당 내에서도 이에 대한 반성을 하고 새로운 길을 찾아나설 것”이라고 밝혀 이번 선거결과를 계기로 ‘보수 쪽의 세를 불리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과연 바른미래당은 이 칠흑같은 어둠을 어떻게 해쳐나갈까. 유승민 공동대표의 사퇴가 강하게 점쳐지는 가운데, 등불을 들고 앞으로 나올 새로운 지도층은 누가 만들어나갈 것인지 바른미래당의 행보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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