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경남지사 당선…'보수 아성 부수고' 지역구도 타파

경남 잡고 대권잠룡 떠오른 김경수…한국당은 참패

문혜현기자 | 기사입력 2018/06/14 [11:41]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보수 아성 부수고' 지역구도 타파

경남 잡고 대권잠룡 떠오른 김경수…한국당은 참패

문혜현기자 | 입력 : 2018/06/14 [11:41]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경남도지사에 당선됐다. 이어 부산과 울산 광역단체장 선거에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승리하면서 그동안 분위기로만 감지됐었던 ‘자유한국당의 텃밭’ 영남지방의 변화가 현실로 드러났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로소 ‘전국 정당’의 면모를 갖췄고 김경수 경남지사는 6·13 지방선거를 통해 지역주의 타파의 상징적 인물이 됐다. 또 이번 당선을 계기로 초선의원에서 단숨에 대권 주자로 몸집을 키웠다. 한편 역대 최악의 참패를 겪은 자유한국당에 책임론이 제기되면서 보수 구조 재편이 이루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편집자주>


 

 

▲ 부동의 영남에서 김경수 후보가 경남지사에 당선되면서 국내정치에는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지역주의 타파와 민주당의 압승, 그리고 보수의 몰락까지 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 연합뉴스 TV 갈무리

 

이번 6·13 지방선거의 관전 포인트는 ‘경남도지사 선거’였다. 지방선거가 개시된 이래 22년 간 단 한 번도 민주당 후보가 당선된 적 없었던 경남은 민주당과 한국당에게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집권 중반기의 안정성을 위해 경남지사 승리에 의미를 부여했다. 한국당은 영남지역을 기반으로 보수세력 재결집을 위해 경남지역을 최후의 보루로 삼았다. 

 

때문에 지방선거 출마를 고사했던 김경수 후보는 민주당의 전략공천에 의원직을 제쳐두고 경남지사 선거에 뛰어들었다. 상대는 6번의 공식선거에서 모두 승리한 ‘선거의 귀재’ 김태호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친문·친노 세력으로 대표되는 김경수 후보와 김태호 후보의 빅매치는 시작부터 이목을 끌었다. 또 2012년 총선 때 두 후보가 김해을에서 대결한 전적이 있어 두 번째 승리는 누구에게 돌아갈 것인지도 관심을 끌었다. 

 

선거초반 여론조사는 김경수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김 후보가 상당한 차이로 김태호 후보에 우세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민주당이 동진에 성공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적인 관측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김경수 후보는 선거 초반 ‘드루킹 사건’ 때문에 기자회견을 취소하는 등 혼란을 빚기도 했다. 

 

이에 김 후보는 “한시가 급한 국정과 위기에 처한 경남을 더 이상 정치공방과 정쟁의 늪에 내버려 둘 수 없다고 생각한다. 당당하게 조사받겠다”며 출마를 선언했다. 그는 “한치의 흔들림도 없이 선거를 치러나가겠다”며 “몰락하는 보수가 아니라 경남도민의 삶을 살려야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추가적으로 ‘드루킹 사건’에 김 후보가 연루됐다는 의혹을 받기도 했지만 마지막 여론조사까지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고 선거결과에도 마찬가지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태호 후보는 여론조사 공표가 금지된 기간 막판 선거유세를 통해 보수세력의 부활을 호소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김경수 후보는 선거기간 내내 문재인 대통령과의 인연을 언급하며 ‘힘 있는 도지사’를 강조했다. 조선·자동차 등 주력 산업의 불황을 맞닥뜨린 경남 경제를 소생하려면 대통령과 가까운 정치인이 당선되어야 함을 피력했다. 김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의 후보시절 대선캠프의 활동들을 말하며 “문재인 정부 정책을 설계했던 정부 지원을 이끌어낼 수 있는 ‘힘’을 가졌다”고 유세했다.

 

결과는 김경수 후보가 52.8% 김태호 후보가 43.0%로 승리의 영광은 김경수 후보에게 돌아갔다. 개표 초반 김경수 후보는 김태호 후보에게 밀리고 있었다. 하지만 개표가 20% 정도 진행됐을 때부터 김경수 후보가 간격을 좁히기 시작하면서 그야말로 ‘박빙’의 승부가 펼쳐졌다. 이후 김경수 후보가 김태호 후보를 추월하고 압도적으로 간격을 화보하면서 김경수 후보의 완승으로 이어졌다. 

 

김경수 당선인은 소감문을 통해 승리의 기쁨을 전했다. 김 당선인은 “미래팀이 과거팀을 이겼습니다. 새로움이 낡음을 이겼습니다. 이제 새로운 경남이 시작됩니다”라며 변화의 시대를 알렸다. 그는 “도민들께서 변화 없이는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음을 너무나도 잘 알고 계셨다”며 “우리부터 완전히 새롭게 달라지지 않으면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만든 결과”라고 밝혔다. 김 당선인은 자신 있게 “경남의 자랑스러운 제조업 역사도 새로 복원될 것”이라며 “‘경제와 민생을 살린다, 경남을 바꾼다’라는 말이 경남 도정의 기준이 되고 과제가 될 것”이라며 도민 모두의 참여와 협조를 당부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비로소 지역구도를 타파하며 당당하게 지방권력을 쥐고 전국정당의 지위에 올라섰다. 보수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싹쓸이’ 승리를 거뒀다. 김경수 경남도지사 뿐 만 아니라 부산과 울산에서의 득세도 그 의미가 크다. 특히 부산시장으로 당선된 오거돈 후보는 3전 4기 끝에 30년 만의 부산 권력 교체를 이뤘다. 오거돈 당선인은 ‘보수 텃밭’ 부산에서 진보진영의 대표라는 인지도와 득표력을 높여 마침내 깃발을 꽂았다. 그는 당선 배경을 ‘지방권력 교체’를 바라는 민심이 컸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오 당선인은 “4년 전보다 조직력이 확장됐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뒤 시민의 정치의식이 높아졌으며, 남북·북미 정상회담의 후광 효과가 작용했다”라고도 분석했다. 

 

송철호 더불어민주당 울산시장 후보는 제 1회 지방선거가 실시된 1995년 이후 처음으로 승리를 거뒀다. 민주당 후보로서는 26년만이다. 그는 “시민 여러분의 성원과 지지가 절대 헛되지 않도록 모든 것을 바치는 송철호가 되겠습니다. 새로운 울산을 만들겠다는 약속을 지켜봐 주십시오”라고 소감을 밝혔다. 

 

송 당선인은 ‘8전 9기’의 주인공이다. 부산 출신 변호사로서 1992년 울산 중구에서 민주당 간판을 달고 김태호 전 내무부 장관과 총선에서 맞붙은 것을 시작으로 2016년 무소속까지 총선에만 여섯 차례 출마했지만 모두 낙선했다. 이후 울산시장선거에도 두 차례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셨다. 그는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 민중당 후보와 4파전을 벌였지만 여론조사에서 비교적 앞선 지지율을 보였다.

 

송 당선인은 승리 요인으로 고공행진 중인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을 꼽았다. 그는 “울산은 너무 오랫동안 한쪽에만 지방권력을 맡겨왔다”며 “그런데 일자리가 사라지고 인구가 줄어들면서 각성하게 됐고 무엇보다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끌어낸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시민으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었다. 이것이 지방에도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자유한국당은 결과적으로 ‘참패’했다. 당초 6개 광역단체장 당선을 점쳤던 홍준표 대표의 예상은 빗나갔고 17개 광역단체 가운데 대구시장, 경북지사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참담하게 패배했다. 이처럼 비참한 자유한국당의 성적표에 ‘보수의 침몰’·‘보수의 몰락’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통적인 독식지역인 부산·울산·경남을 모조리 내주면서 자유한국당은 ‘TK 정당’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에 따라 한국당 내부에서는 대표자 사퇴와 구조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 당협위원장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당의 재건을 열망한다면서 홍 대표 등 지도부의 사퇴를 촉구했다. 홍 대표 역시 책임에 따라 이르면 14일 오후 대표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애초에 이번 지방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막말과 ‘사천’ 논란으로 일으킨 당내 분란은 다른 근거를 대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홍 대표는 한반도 전역에 퍼진 남북평화의 기류에 대해서도 ‘반대를 위한 반대’의 모습을 보였다.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가 될는지 모르겠다”, “남북정상회담은 위장평화쇼” 등의 강경 발언으로 비난 수준이 지나친 정도에 이르렀다는 비판을 면치 못했다. 심지어 지방선거를 앞두고 선거운동 기간 일부 후보자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를 꺼려하는 ‘홍준표 패싱’ 현상으로 나타나기까지 했다.   

 

또한 선거 운동 기간 중 발표된 여론 조사 결과에서 더불어민주당이 대부분 앞서는 것으로 나타나자 “여론 조작이 나타났다”며 전면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홍 대표의 이러한 행보는 ‘억지’를 쓰는 모양새로 비춰져 선거 후보들의 패싱을 더욱 촉발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는 선거운동 마지막 날까지 ‘샤이 보수’의 결집을 강조했지만 여론조사 결과와 실제 득표율의 차이는 크게 나타나지 않았다.   

 

홍 대표는 인물전략공천에서도 철저하게 실패했다. 구원이 있는 안상수 후보 대신 최측근인 조진래 후보를 공천한 창원시장 선거는 물론 최측근 김대식 여의도연구원장을 지명했던 부산 해운대을 국회의원 재보선에서도 패배했다. 문재인 정부의 방송장악을 저지한다며 자신있게 공천했더 서울 송파을 배현진 후보와 충남 천안갑 길환영 후보도 스러졌다. 

 

홍준표 대표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 우선적으로 김성태 원내대표가 권한대행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비상체제’로 운영되는 상황인데 이 기간 차기 주자들의 당권 확보 경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이면서 극심한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새롭게 ‘대선 주자’로 떠오른 김경수 당선인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민주당의 친문 진영 내에서는 이미 ‘포스트 문재인’ 후보로 김경수 당선인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실제 그동안 경남지사를 역임한 사람들은 모두 대선에 도전한 전력이 있기에 이러한 예측은 더욱 힘을 얻고 있다. 

 

1967년생인 김경수 후보는 경남 고성출신으로 진주고, 서울대 인류학과 출신이다. 노무현 전 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으로 대표적 친노 정치인으로 분류된 그는 현재는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친문 핵심’, ‘친문 실세’로 불린다. 김경수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로 활동할 때 대변인격으로 활동했고 지난 대선 캠프에서는 가장 가까이에서 문 대통령을 보좌했다. 

 

이번 경남지사 당선을 통해 PK지역의 선봉장으로 나선 김 당선인은 여권 결집의 핵심 역할을 했다. 한때 드루킹 특검에 휘말리기도 했지만 50%가 넘는 지지율로 당선됐고 향후 드루킹 수사를 통해 검증이 된다면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적 뿌리인 PK 지역을 배경으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 반열에 합류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김 당선인이 이제는 문재인의 ‘복심’이라는 딱지를 떼고 ‘정치인 김경수’가 되어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힘을 보태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로써 여권 대권 잠룡은 서울시장 3선에 성공한 박원순 당선인과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인을 비롯해 김경수 경남지사 당선인이 되었다. 이번 선거를 계기로 여권이 지방권력을 장악하고 보수가 재편시기를 맞게 되면서 국내 정치 지형의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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