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로비 정권 실세 연루 누구?

파이시티, 구조적 한계…‘권력형 게이트’로 비화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2/04/30 [15:16]

‘파이시티’ 로비 정권 실세 연루 누구?

파이시티, 구조적 한계…‘권력형 게이트’로 비화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2/04/30 [15:16]
 
MB정권 실세로 군림했던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운데 그 배후엔 이른 바 ‘최시중 케이트’라 불리는 파이시티가 연루돼 있어 사건은 권력형 비리에서 불법대선자금으로 번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도시계획시설 용도변경으로 늦어지는 인·허가 과정에서 로비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던 구조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편집자 주>


 
검찰 ‘최시중 게이트’ 정조준…대선자금 줄은 파이시티?

양재 파이시티 인·허가 청탁 대가로 챙긴 돈만 5~6억원


무리한 용도변경으로 인한 사업 지연, 로비의혹 부추겨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내가 2006년부터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했잖아? MB하고 직접 협조는 아니라도 내가 독자적으로 여론조사를 하고 했거든.” 4월25일 한 언론매체에 의해 공개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녹취록이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은 자신의 발언이 불법대선자금으로 비춰지자 하루 만에 언론 인터뷰에서 “파이시티에서 받은 돈으로 여론조사를 하지 않았고, 개인적 활동에 썼다”며 고백을 번복했다. 건설브로커 이 모 씨에게 받은 돈을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후보의 여론조사 등에 썼다고 고백한 내용은 와전됐다며 진화에 나선 것이다.
 
청탁 의혹 확산
 
이에 대해 이정배 전 파이시티 대표(55)는 26일 언론과의 잇단 인터뷰를 통해 최시중·박영준에게의 로비 전말과 파이시티 사업권 탈취 의혹 등을 제기했다. 특히 이 전 대표는 우선 SBS와의 인터뷰에서 브로커 이모(61)씨를 통해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을 처음 만난 건 최 전 위원장이 한국갤럽회장으로 재직하던 2004년 말로, 그 후 브로커 이 씨는 최 전 위원장에게 전달한다며 수시로 5000만원에서 1억원 씩 받아갔다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2005년에는 한국갤럽회장 사무실을 찾아가 5000만원 또는 1억원으로 생각되는 만 원권 현금이 담긴 쇼핑백을 최 전 위원장에게 직접 건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는 “쇼핑백 갖다 놓고 그냥 차 한 잔하고 일반적인 이야기만 담소를 짧게 한 5분 나누다가 저도 그 자리가 어색해서 바로 나왔던 걸로 기억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인허가 청탁 대가로 챙긴 돈만 5~6억원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영준 전 차관과의 관계에 대해선 역시 브로커 이 씨 소개로 2005년 초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박 전 차관을 처음 만났으며, “박 전 차관은 인·허가를 받는 서울시 각 부서 간의 소개 역할을 좀 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무리한 용도변경
 
검찰은 최 전 위원장이 받은 돈의 사용처를 모두 규명할 방침이어서 자연스레 ‘최시중 게이트’라 불리는 양재동 파이시티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양상이다. 사업 인허가 관련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의 금품수수 의혹으로 주목되는 ‘파이시티’ 사업은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를 헐고 새롭게 들어서는 대형 복합유통센터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알려졌다.
 
이는 9만6007㎡ 부지에 지하 6층, 지상 35층 5개동으로 오피스 빌딩 두 채와, 교육연구시설, 터미널, 물류센터 등이 들어설 예정으로 총 사업비만 2조4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연면적도 75만8606㎡에 달해 단일 복합유통센터로는 국내 최대 규모다. 사업 시행자로 추진해온 주식회사 파이시티는 2004년부터 2006년 7월까지 부지 매입을 마쳤지만, 서울시로부터 인·허가가 나지 않아 자금 압박에 시달렸다.
 
앞서 사업지 용지는 1982년 당시 ‘유통업무설비’로 용도 지정돼 있었다. 그러던 것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 퇴임 직전인 2006년 5월 서초구 원지동 추모공원과 연결된 도로를 넓히는 등 기부체납을 통해 대규모 상업시설이 들어설 수 있도록 용도변경이 이뤄졌지만 설계상 문제를 보완한다는 이유로 2009년 11월에서야 건축 인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시행사의 로비와 청탁 의혹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최시중 전 위원장의 고향 후배인 브로커 이 씨가 당시 서울시 정무국장이던 박영준 전 차관과 최 전 위원장을 파이시티 대표 이정배 씨에게 소개해 준 때이기도 하다. 파이시티는 이 과정에서 인·허가를 빨리 받기 위한 로비에 나서는 동시에 1조450억원에 이르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받기도 했지만, 이후 금융위기와 부동산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면서 사업은 제 궤도에 오르지 못하고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를 두고 국내의 변질된 프로젝트 파이낸싱 관행이 낳은 병폐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한태욱 대신증권 선임연구위원은 원활한 프로젝트 운영이 가능하기 위해선 외국 사례와 같이 프로젝트파이낸싱이라는 단순 투자의 개념으로 적용돼야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의 경우 금융권이 사업성을 판단해 투자자로 참여 하는 것과 달리 국내 PF는 건설사 지급보증 등 여러 가지 안전장치를 요구해 사실상 담보대출과 다를 것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비의혹 부추겨
 
2010년엔 2월과 6월엔 연대보증을 섰던 시공사 대우차판매와 성우종합건설이 잇따라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같은 해 8월 우리은행 등 채권단이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다. 결국 지난해 12월 파이시티에 대한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가면서 채권단이 대출금을 출자전환해 사업시행권과 부지가 모두 채권단에 넘어갔다.
 
현재 한국토지신탁 공개 매각을 통해 판매시설은 STS개발, 업무시설은 한국토지신탁이 각각 우선매수 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결국 시행사는 사업권과 용지를 채권단에 내놓고 사라졌고 시공사 역시 부실기업으로 전락하는 아픔을 겪으며 사업에서 제외된 것이다. 한편 최 전 위원장의 구속 여부는 조만간 법원의 영장 실질 심사를 거쳐 결정된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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