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극적인 모녀 절도 행각

“딸아~ 어서가서 훔쳐와”

정귀섭 기자 | 기사입력 2012/02/03 [20:13]

비극적인 모녀 절도 행각

“딸아~ 어서가서 훔쳐와”

정귀섭 기자 | 입력 : 2012/02/03 [20:13]
 
 
여관에서 장기 투숙을 할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던 한 여성이 자신의 딸을 시켜 절도를 저지른 사건이 발생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서울 동작경찰서는 자신의 어린 딸 박모(5)양을 시켜 가방을 들고 도망간 혐의(절도)로 주부 이모(41)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12월 27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빌라 앞에서 이사를 하던 피해자 이모(37)씨의 지갑이 든 가방을 훔친 혐의를 받고 있다. 피의자 이씨는 검거된 후 경찰 조사에서 어린 딸에게 시켜 절도를 한 혐의에 대해 극구 부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생활비에 쓰려고 다른 이의 지갑까지 손을 댄 이번 ‘모녀 절도’ 사건에 대해 자세히 살펴봤다. <편집자 주> 
 


[주간현대=정귀섭 기자] 지난해 12월27일 서울시 동작구 노량진동의 한 빌라에서 아침부터 분주히 짐을 옮기는 소리가 들렸다. 이사를 준비하는 사람은 피해자 이씨. 그녀는 이삿짐 센터 직원들과 함께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녀는 짐을 옮기는 중 물건이 파손될까 두려워 직원들에게 조심히 운반해 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는 중이었다. 불현듯 귀중품을 따로 챙기지 못했다고 생각한 이씨는 결국 자신이 보관하기로 마음먹고 현관으로 향했다.

빌라 앞은 짐들이 수북히 쌓여 있었고 그녀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중 짐들과 가방이 연이어 부딪히자 결국 거추장스러운 가방을 빌라 현관에 내려놓고는 서둘러 귀중품이 있는 곳으로 움직였다. 귀중품을 정리하고 집 밖으로 나오던 이씨는 자신의 가방이 보이지 않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입구의 짐을 정리할 때 현관 앞에 있던 가방을 짐으로 착각하여 정리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씨는 직원들을 상대로 가방의 행방에 대해 물어 보았지만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녀는 다시 모든 짐의 내용물을 확인했지만 어디에서도 가방은 나오지 않자 결국 경찰에 신고하게 됐다.
 
용의자 발견

가방이 도난됐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우선 피해자를 만나 당시 사건 정황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이어 이삿짐 업체 직원들에게도 물어 보았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었다.

사고 현장을 조사 하던 경찰은 인근에 CCTV(폐쇄회로)가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CCTV를 조사하던 중 모녀 관계로 보이는 두 사람을 발견, 딸로 추정되는 아이가 빌라 입구에서 황급히 뛰어 나와 엄마로 보이는 사람에게 안기는 영상에 주목했다.

이들을 유력한 용의자로 생각한 경찰은 사고 현장 인근을 돌며 수소문했지만 사고 현장 주위에서 용의자에 대해 알고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에 경찰은 CCTV에 담겨 있는 용의자의 모습에서 그들이 이 근처에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했고, 수사를 계속 진행해 나갔다. 결국 사건이 발생한지 사흘 후인 지난해 12월 30일 경찰은 서울시 영등포구의 한 여관에서 이 모녀를 검거, 불구속 입건했다.
 
수사 본격화

이 사건의 결정적인 용의자를 검거한 경찰은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용의자 이씨는 오히려 자신의 절도 혐의에 대해 강력히 부인했다. 그녀는 “내가 한 짓은 아니고 우리 아이가 호기심에 가져 온 거 같다”며 “부모 입장에서 5살 된 자식에게 도둑질까지 시키겠냐”고 말했다. 이에 경찰은 범행 사실이 담겨 있는 CCTV영상을 증거로 보여줬다.

경찰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의자 이씨가 자신의 딸이 훔친 가방 안에 들어 있던 현금은 모두 생활비로 사용했고 가방은 증거인멸을 위해 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남편이 일용직으로 일을 하고 있고 여관에 장기 투숙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생활고에 시달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우발적으로 일으킨 범죄일수도 있다는 의혹도 있어 정확한 경위를 조사중이다.
 
현대판 장발장

생활고와 관련 절도를 저지른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해 12월 27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주유소에서 동료의 시계를 훔친 혐의(절도)로 김모(17)군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군은 지난해 12월  21일 오후 4시께 서울시 광진구의 한 주유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동료의 사물함에 들어 있던 130만원 상당의 시계 2개를 몰래 가져간 혐의다.

조사결과 피의자 김군은 하루 10시간씩 해야 하는 주유소 일이 많이 힘들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주유소 사장은 “일을 그만 두면 그 동안 일한 임금을 3개월 뒤에 주겠다”며 으름장을 놨고 이에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관계자는 “김군의 아버지는 알코올 중독자에 어머니는 가출을 한 상태다”라며 “부모가 모두 생계를 포기한 상태여서 실질적으로 김군이 가장 역할을 해 온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유소 사장이 3개월 후에 월급을 준다는 말을 듣고 생활비 때문에 절도를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사건이 있은 후 경찰은 주유소 사장에게 김군의 사연을 전했고 경찰의 권고를 들은 주유소 사장은 150여만원의 임금을 지급했다. 김군은 이 돈으로 동료의 시계 값을 변상했다.

spwjks@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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