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쇄신안’ 놓고 ‘메모장 사건·계파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당

‘김성태 사퇴 요구’부터 ‘중앙당 해체’까지 계속되는 분란
친박 대 비박 대결 구도 격화…“감정의 골 깊어졌다”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6/21 [17:17]

‘당 쇄신안’ 놓고 ‘메모장 사건·계파 갈등’으로 얼룩진 한국당

‘김성태 사퇴 요구’부터 ‘중앙당 해체’까지 계속되는 분란
친박 대 비박 대결 구도 격화…“감정의 골 깊어졌다”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6/21 [17:17]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자유한국당이 홍준표 전 대표의 사퇴를 시작으로 연일 내홍에 시달리고 있다. 당대표 권한대행을 맡게 된 김성태 원내대표는 지난 6월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뉴 보수’와 ‘중앙당 해체’를 외치며 당 혁신안을 내놨지만 당내에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처음부터 의견수렴 절차 없이 독단적인 발표를 한 것에 대해 “월권행위”라는 지적부터 비박계 복당파인 김성태 권한대행을 중심으로 새로운 결집세력을 의심하는 발언도 이어졌다. 당 중앙위원회와 재건비상행동 등은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 가운데 자유한국당은 6월 21일 의원총회를 열어 ‘당 혁신안’과 앞으로의 활로에 대한 논의를 가졌다. <편집자주>


 

 

▲ 자유한국당이 지방선거 참패 이후 당 쇄신안에 혼선을 빚고 ‘박성중 메모장 사건’과 같은 계파 갈등을 겪으면서 혼돈 속에 빠져들고 있다.  ©김상문 기자

 

김성태 당대표권한대행의 의지는 ‘굳건’했다. 6월 18일 국회에서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낸 김 권한대행은 “오늘부로 자유한국당은 중앙당 해체를 선언하고 해체 작업에 돌입할 것이다. 권한대행인 제가 직접 중앙당 청산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청산 작업을 진두지휘 하겠다”고 힘있게 밝혔다.

 

그는 혁신비대위를 구성하고 외부인사를 영입하는 등 ‘당 쇄신안’을 전격 발표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은 당도 여론도 싸늘했다. 먼저 ‘중앙당 해체’와 당명변경, 외부 비대위원장 영입은 선거 패배 때마다 나오는 레퍼토리였다. 때문에 김성태의 쇄신안은 “딱히 새로울 것도, 달라진 것도 없다”는 평가를 받았으며 당 내에서는 “기본적인 의견수렴 절차도 없었다”는 비판을 들어야 했다. 

 

연일 ‘혼선’ 자유한국당

당내 불만의 목소리는 점차 커져갔다. 일부에서는 김 권한대행이 차기 당권을 노리고 새로운 지도부를 자신에게 유리하게끔 구성할 것이라는 불신이 터져 나왔다. 김 권한대행은 이러한 당내 분란에도 불구하고 “모두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의원총회를 통해 의견수렴 절차를 가질 것이라고 밝히며 당을 끌고 가려는 제스처를 취했다. 

 

일각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2020년 총선 불출마선언을 요구하는 한편 이번 지방선거에 책임이 있는 김성태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하는 움직임도 일어났다. 6월 21일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은 국회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성태 권한대행은 월권행위를 중단하고 즉각 퇴진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김성태 원내대표는 6·13 선거의 공동 선대위원장으로서 선거 참패의 책임과 홍준표 전 대표의 전횡에 대한 협력에 엄중한 책임을 지고 즉각 사퇴해야만 할 당사자가 그 어떤 수습책을 내놓는다는 자체가 어불성설”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또한 “김성태 권한대행이 위기수습이라는 이유를 들어 퇴진을 거부하며 오히려 당을 더욱 큰 혼란으로 몰아가고 있다”며 “권한 범위 규정을 벗어난 그 어떤 당 수습방안을 독단적으로 내놓는 것 자체가 월권이며 ‘제2의 당권농단’에 다름 아니다”라고 날을 세웠다. 

 

김무성이 시작한 인적쇄신, 가능할까

한편 당내 친박·비박 의원들의 탈당과 불출마선언도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 6월 15일 김무성 의원은 지난 총선부터 이번 지방선거의 참패를 인정하고 21대 총선에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내 최다선의원인 8선의 서청원 의원은 6월 20일 탈당을 발표하며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친박의 맏형이자 비박계의 대표 격인 의원들이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대해 김영우 한국당 의원은 6월 21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용단을 내린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서청원 의원이 계파 싸움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메시지를 남기면서 탈당했는데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본다”며 “현재는 당 내에 ‘자정 능력’이 없기 때문에 확실한 비대위 체제가 꾸려지고 그곳에 당의 모든 거취를 백지 위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김 의원은 추가적인 불출마 선언에 대해 “정치는 현실이다. 현재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서로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당신은 나오지 마라, 당신은 안 된다’는 발언 등은 저급한 권력 다툼이 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성중 메모장’, 계파 갈등 시작

이러한 상황에서 박성중 의원의 ‘메모장 사건’은 우려됐던 계파 간 갈등을 본격화했다. 발단은 한 언론의 카메라에 박성중 의원의 휴대폰 메모장이 포착되면서부터였다. 지난 6월 19일 박 의원의 휴대폰 속 당 소속 초선의원 모임에서 당 재건 및 개혁 등에 관한 현안이 정리된 메모에는 ‘친박·비박 싸움 격화’·‘친박 핵심 모인다 - 서청원, 이장우, 김진태, 정종섭 등등’·‘세력화가 필요하다→목을 친다!’ 등의 글들이 적혀 있었다. 

 

이 메모는 삽시간에 논란이 됐고 친박계의 거센 반발이 일었다. 이들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복당파 아니냐. 결국 김성태 혁신안은 복당파가 친박 목을 치려는 안이다’ 라고 말했다. 박성중 의원은 공개 기자회견을 통해 ‘친박들이 당권을 장악하려고 노력하고, 당권을 잡으면 복당파를 칠 것으로 우려하는 다른 참석자의 우려를 메모한 것’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당시 모임에 잠시 참석했던 김영우 의원은 “만약 사실이라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다시 이러한 방향으로 가면 정말로 국민들과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고 밝혔다. 김 의원은 “모든 문제가 사실 계파문제로 시작이 돼서 여기까지 온 것”이라며 “잘못하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마찬가지로 ‘탄핵 시즌2로 간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시 당내 갈등이 심했다”며 “그런 갈등이 재연된다면 우리 당은 그야말로 희망조자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민의 신뢰를 잃어버렸고 당 스스로 자정 능력이 없다. 공황상태다”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김성태 중심의 혁신안과 복당파의 권력장악 분란에 대해서 “혁신안의 내용조차도 아직은 불분명하며 (지금은) 김성태 당대표 권한대행이 혁신안을 만들 단계가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그는 “현재 비대위가 만든 혁신안도 아닌 권한대행이 내놓은 안을 혁신안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울뿐더러 이것이 당내 의견을 거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통과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의원총회서 친박 ‘거센 반발’

같은 날 장시간 열린 의원총회에서도 ‘메모장 사건’으로 친박과 비박이 충돌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초 김성태 권한대행의 ‘당 쇄신안’을 바탕으로 활로를 결정하는 자리였던 의원총회에서는 친박계 의원들의 강한 반발이 있었다. 이장우 의원은 “있지도 않은 사실로 당내 갈등이 있는 것처럼 보이게 한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태 의원도 “박성중 의원이 계파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더해 김 의원은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도 선거참패에 대한 책임이 있다며 사퇴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김 권한대행은 공개 모두발언에서 “계파갈등과 이해관계에 따라서 분열하고 또다시 싸워야 하는 구조는 제 직을 걸고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했지만 충돌을 막을 수 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한 초선의원은 박성중 의원의 ‘메모장 사건’에 대해 윤리위원회 조사를 거친 후 조처를 해야 한다는 요구를 했다고 참석자들이 전했다. 또다른 참석자인 정양석 의원은 이사 사건에 대해 “팩트 여부를 떠나서 감정적인 골이 깊어졌다. 논의가 길어졌다”고 말했다. 당 쇄신안에 대해서도 “일부는 타당하다고 말했으나 아닌 사람도 있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또 한 중진의원은 김 권한대행의 사퇴를 촉구했고 일부 초·재선 의원들도 당 쇄신안 마련 과정에서 김 권한대행이 독단적인 의사결정을 하고 있다며 비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유한국당의 쇄신 활로가 불투명해지면서 당내 분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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