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습관·직업 담긴 ‘빅데이터’ 족적

“과학수사에 빠질 수 없는 결정적 단서”

정아임 기자 | 기사입력 2018/06/22 [10:51]

▲ 과학수사에 있어 ‘족적’은 과학수사에 빠질 수 없는 결정적 단서다. <사진제공=픽사베이 무료이미지 사이트> 

#사건1

범인은 여주인을 살해하고 현금과 신용카드를 훔친 후 도주했다. 사건 당시 폐쇄회로 (CC)TV가 보편화 되지 않았던 시기였고, 범인이 범행 직후 수건으로 지문을 대부분 없앤 뒤라 경찰은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사건2

20181월 부산 해운대구 한 빌라에 거주하던 여성이 괴한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사건 당시 범인은 빌라 2층 창문으로 침입해 혼자 잠자고 있던 여성을 성폭행 한 후 신고하지 못하도록 동영상 촬영까지 했다. 이후 범인은 150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쳐 도주했다. 경찰은 범인을 찾기 위해 흔적들을 샅샅이 뒤졌지만 빌라에 CCTV가 없어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사건3

20184월 광주 광산구 월계로 한 원룸 3층에서 주인이 집을 비운 사이 베란다 세탁기 속에 있던 여성 속옷 2점이 없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집안 내부를 정밀하게 탐색했으나 단서가 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범인은 흔적을 남기지 않았고, 이 때문에 용의자를 특정할 수 없었다.

 

여전히 남겨진 족적의 흔적

난항을 겪던 위 세 사건 모두 경찰이 수사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던 단서는 바로 족적또는 족흔이었다. 사건 1은 당시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구두 발자국을 분석한 결과 뒷굽이 둥근 형태의 키높이 구두로 밝혀졌다. 경찰은 10명의 용의대상 중 한 명이었던 A(52)씨의 집을 압수수색, 비슷한 디자인의 키 높이 구두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된 쪽지를 통해 15년 동안 미궁에 빠져있던 사건의 범인을 경찰이 체포했다.

 

 

사건 2의 경우 경찰이 CCTV 확인을 통해 범행 직후 택시를 타고 인근 찜질방으로 향하는 용의자를 추적했다. 그가 찜질방에 남긴 신발 바닥 문양이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범인의 신발 자국과 일치했다. 이에 경찰은 CCTV에 찍힌 용의자가 찜질방에서 사용한 카드내역을 추적해 45시간 만에 범인을 붙잡았다.

 

 

사건 3은 경찰이 사건 현장 카페트에서 몇 점의 희미한 족적을 발견하면서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러나 이것이 용의자를 특정하기에는 불충분했다. 그러던 중 한 과학수사요원이 현관 앞에 남겨진 족적을 발견해 추적, 같은 건물 복도 4층과 5층 사이에도 동일한 신발 문양이 존재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범인이 남긴 흔적이라 추측한 요원들은 4층과 5층 초인종을 눌러 동일한 족적 신발을 확인했다. 이를 통해 범인 B(30)씨를 검거할 수 있었다. 피해자와 같은 건물에 거주하던 범인은 그녀가 집에 귀가할 때 몰래 비밀번호를 훔쳐본 후 범행을 저질렀다.

 

 

범인은 범행 후 자신이 저지른 증거를 인멸하기 위해 흔적을 없앤다. 방 안 곳곳 새겨진 자신의 지문을 지우기 위해 수건이나 밀가루를 이용한 사례가 있다. 그러나 범인이 접촉한 모든 곳에는 흔적이 남기 마련이다. 특히 발자국의 경우 바닥과 직접적으로 닿기 때문에 지문과 달리 반드시 남는다. 그렇기 때문에 사건현장에서 족흔또는 족적이라 불리는 발자국은 과학수사에 빠질 수 없는 결정적 단서로 여겨진다.

 

▲ 모든 사람들이 신고 다니는 신발의 문양은 회사와 상표에 따라 모두 다르다. <사진제공=LG사이언스랜드>  

 

 

족적으로 직업과 습관까지 유추

족적은 키와 보폭, 연령대까지 추적할 수 있어 용의자를 추정하는 간접 증거가 될 수 있다. 신발은 문양이나 회사의 상표에 따라 특징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반 운동화, 조깅화, 실내화, 등산화, 장화 등 사용 용도와 목적에 따라 다양한 모양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사건 현장에 남겨진 범인의 족적과 신발의 종류를 비교 및 확인할 수 있다. 같은 종류의 신발을 주로 신는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으며 신발의 크기를 측정해 범인의 대략적인 키를 측정할 수 있다. 또한 범인의 걷는 습관들도 파악할 수 있다. 뒤축이 닳은 부위에 따라 팔자걸음이나 일자걸음 등을 알 수 있다. 신발의 종류를 통해서도 범인의 직업을 추리할 수 있다. 운동화는 활동량이 많은 사람, 구두는 회사원들이 대게 착용하는 신발일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같이 아스팔트 도로가 대부분인 경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족적을 통해 범인을 추정하는 일은 오류를 낼 가능성이 높다. 이에 경찰은 정전기의 원리로 바닥 먼지를 빨아올려 신발문양을 드러내는 알류미늄 휠이 달린 패스파인더(Path Finder)을 이용한다. 신발 모양대로 알루미늄 판 위에 깔아 문지르면 족흔이 채취된다. 발자국은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그 정체를 완전히 숨기기란 쉽지 않다.

 

이런 특성 때문에 외국에서는 일찍이 주요 신발 회사에서 판매되는 신발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국내에서도 최근 족적과 관련한 과학수사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다. 외국과 동일하게 종류별 신발의 족적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실제 사건에 적용하고 있고 이는 많은 사건을 해결하는데 결정적 증거가 되고 있다. 경찰은 현재 운동화 33000여조, 자동차·오토바이 타이어 13000여종, 구두 48000여종 등을 비롯해 총 53000여종의 족·인적 자료를 보관하고 있다.

 

penfree@hanmai.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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