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점입가경’ 막후

매각 흥행몰이 한창인데…“시장반응 싸늘하네”

이동림 기자 | 기사입력 2012/05/07 [15:55]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점입가경’ 막후

매각 흥행몰이 한창인데…“시장반응 싸늘하네”

이동림 기자 | 입력 : 2012/05/07 [15:55]
 
금융당국이 또다시 우리금융지주(우리금융) 매각을 공식적으로 재추진한 가운데 11년 만에 우리금융 민영화 숙원을 이루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2010년 12월 유효경쟁 이슈 등으로 경쟁 입찰 방식의 민영화 추진 중단 이후 지난해 8월 실패한 뒤 세 번째다. 이에 정부는 외국계 자본을 끌어들어서라도 민영화를 올해 안으로 확정 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수조원의 차익만 챙기고 떠난 이른바 ‘먹튀’ 논란으로 잡음을 일으켰던 ‘제2의 론스타’ 사태가 재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편집자 주>


  
금융당국, “금융발전 위해 민영화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지난해보다 합병 방식 수월…수조원의 인수금액이 관건

 
정부, 민영화 흥행몰이에 KB·산은·NH 후보군 반응 ‘싸늘’
‘제2의 론스타’ 먹튀 논란…외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 우려
 

[주간현대=이동림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위원회(공자위)는 우리금융지주 매각을 위한 예비입찰 제안서를 오는 7월27일까지 접수한다고 4월29일 발표했다. 지난 3월에 이어 김석동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앞으로 수십 년 안에 나올 수 없는 큰 딜”이라며 “국내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을 시 외국인 입찰까지 허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위원장은 “합병 후 우리금융의 56.97%의 지분을 가진 예금보험공사가 최대주주로 남아도 경영 자율권을 보장하겠다”며 ‘당근’을 던졌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이번 우리금융 매각방안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공개경쟁입찰과 예비입찰을 포함한 2단계 입찰, 그리고 지주사 전체를 통째로 파는 일괄매각 방식이다. 달라진 점은 농협지주 출범 등 금융지주 경쟁이 치열해졌고, 상법 개정으로 합병 방식이 좀 더 수월해졌다는 점이다.

민영화 흥행몰이

이와 관련 금융계에서는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을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우리금융 역시 보조를 맞추고 있다.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직접 “방법이야 어찌 되었든 민영화가 우선”이라며 “하루빨리 민영화되는 것이 좋은 선택”이라며 민영화 연내 추진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다.
 
우리금융 관계자 또한 “민영화의 주체가 아닌 객체이다 보니 뭐라 말하긴 힘들지만, 솔직한 심정으로 민영화가 빨리 되길 바란다”며 “론스타 사태로 인해 우리 국민들이 외국 자본에 대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지만, 알고 보면 여타 은행들 역시 지분의 60~70 %는 외국인이 보유 중이다”고 말했다.

문제는 시장의 반응이다. 당국의 흥행몰이에도 불구하고 시장 반응은 여전히 싸늘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슨 수를 쓰더라도 현 정권 아래 우리금융 민영화를 달성하겠다는 정부 측 태도에 우리금융 노조를 필두로 한 대다수 업계 종사자들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은 최근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외국자본은 선진금융기법은 고사하고 대한민국의 금융질서를 어지럽히고 금융 주권을 마구 훼손시키는 행위”라면서 “국부 유출 우려가 있는 외국인 입찰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즉 현 정부나 김석동 위원장 모두 자신들의 임기 안에 우리금융 민영화란 성과를 거두려고 무리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연내 우리금융 민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로 시기상 정부가 밝힌 방식으로는 민영화 추진 자체가 어렵다는 반응이다. 정부는 일괄매각 원칙을 고수 중인데, 1순위로 꼽혔던 KB금융지주가 인수자금 부담을 느낀 채 인수가 어려울 것이라 보고 있는 마당에 마땅한 매수처 찾기가 국내는 물론 국외에서도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인수금액 관건

정부가 입찰 참여를 허용한 외국계 자본에 대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시각이 상당하다. 외환은행을 인수한 뒤 은행 자체 발전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고 배당금 및 지분 매각에만 신경을 쓰다 4조6000억원의 엄청난 차익만 챙긴 채 돌아간 론스타 사례가 규모가 훨씬 큰 우리금융에서 재연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우리금융 민영화가 정부 뜻대로 원활히 진행되더라도 19대 국회에서 국민적 비난에 휩싸일 수 있는 만큼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우리금융 민영화 논란은 200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IMF 외환위기 이후 부실해진 금융기관을 통폐합하며 우리금융지주가 모습을 보였으나, 이후 11년이 넘게 공적자금 회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후 우리금융은 현재까지 국영은행으로 남아 효율성과 은행 경쟁력 측면에서 순탄치 않은 행보를 걸어왔다.

금융권에서는 지금껏 우리금융 민영화가 지지부진한 원인을 두고 업계 관계자들은 우선 국내 금융사 중 가장 큰 자산규모를 문제로 뽑고 있다. 실제 우리금융은 우리은행을 비롯해 경남은행·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 등 다수의 금융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현재 자산규모가 312조8000억원(2011년)으로 국내 최고 수준이다. 이는 금융사 중 아시아 19위, 세계 79위에 해당한다. 결국 자산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이를 인수할 만한 금융기관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다음으로 지난해 두 차례 우리금융 공개입찰이 무산된 이유로 지금껏 적절한 인수처가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자산규모가 상당하다 보니 이를 인수할 만한 금융기관 역시 한정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외환은행이 론스타에 팔린 이후 외국자본에 대한 경계심이 높아진 것이다.

끝으로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한 정부의 의지 부족도 민영화 작업이 순탄치 않은 원인으로 뽑힌다. 매각을 위한 시장 여건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란 전제에만 사로잡혀, 일괄매각 이외 방법론에 대해서는 회의적이었기 때문에 매각작업이 진척을 거두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에는 어떻게 해서든 우리금융 민영화를 마무리 지을 것으로 보인다.  4월26일 한 금융포럼에 참석한 김석동 위원장이 “우리금융 매각을 국제입찰 방식으로 진행하고 외국인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겠다”고 밝히는 등 우리금융 민영화에 대해 상당히 개방적인 적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싸늘한 인수반응

특히 김 위원장이 그 동안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이 터부시 되어온 외국자본의 우리금융 인수를 허용할 수 있다고 말한 부분과 관련, 정부가 민영화를 위해 가능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것으로 시장에서는 보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 결과를 볼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한편 우리금융 내에서도 정부의 연내 민영화 추진에 대해 일단 환영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4월23일 이팔성 우리금융 회장은 “(합병과 국민주 공모 또는 지분 일괄 매각 등) 우리금융 민영화만 된다면 어떤 방식도 좋다”며 “상반기 내로 우리금융 민영화를 본격 추진할 것”이라 밝히기도 했다.

정부의 민영화 방침이 알려지면서 자연스레 우리금융의 주인이 누가 될 것인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중 KB금융지주는 국내 최대 은행인 국민은행을 보유하고 있어 인수 1순위로 거론되고 있다. 우리금융과 KB지주가 인수 합병될 경우 현 정부가 집권 초부터 소원해 오던 세계 50위권 이내의 메가뱅크 출현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 역시 KB지주가 인수전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그러나 현재 KB지주는 우리금융 인수에 별다른 관심이 없다고 밝힌 상황이다. 수조원대에 육박할 것으로 보이는 막대한 인수자금에 대한 부담을 이유로 어윤대 KB지주 회장이 직접 “지금은 여력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금융권에서는 정부가 우리금융을 민영화할 의지만 있다면 KB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도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정부가 관련법 개정으로 우리금융 인수 부담만 줄여 준다면 KB지주가 충분히 인수전에 나설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반면 KB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한 뒤 되레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이 합쳐지게 될 경우 시장점유율이 30%를 넘게 돼 독과점 금지법에 걸려, KB지주가 또 다른 제약에 발목이 잡힐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KB금융지주 다음으로 산은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 중 산은지주의 경우 이미 한 차례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낙방한 바 있지만, 소매영업 강화 필요성과 메가뱅크 실현에 대한 신념을 보이고 있어 정부가 입찰 문턱만 낮춰주게 될 경우 인수전에 재차 뛰어들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NH금융의 경우 올 3월 출범한 농협은행이 빠른 시일 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기 위해서라도 수도권 네트워크가 탄탄한 우리은행 인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이나, 최근 신경분리를 단행하는 등 자금력이 달려 막대한 인수자금이 부담이 될 것으로 금융계는 전망하고 있다.

민영화 순탄치 않아

정부나 우리은행 내부분위기와 달리 시장의 경우 우리금융의 조기 매각 필요성에 대해서만 수긍할 뿐, 연내 민영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시장 분위기 상 정부의 최근 움직임이 너무 성급한 것 아니냐며 그 배후에 어떤 목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일단 시장에서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정부가 입찰시 유효경쟁을 바라고 있지만 그게 쉽지 않다고 보고 있다. 시행령 개정이 이뤄지지 않는 이상 국내 금융기관의 단독 입찰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돼 유효경쟁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다. 또한 업계에서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금융회사 몸값이 떨어진 상황에서 우리금융을 매각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도모한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란 분위기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외환위기와 카드대란 등으로 조속한 매각이 필요했던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때와 현재는 시장 여건 자체가 다르다고 강변하고 있다. 즉 현재 시장여건상 굳이 ‘먹튀’의 위험성까지 감안한 채 우리금융을 투자성향이 강한 외국자본에 넘길 필요는 없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 한 금융전문가는 “외국계가 되었든 국내 투자펀드가 되었든 일단 우리금융을 인수한 다음에는 인력이나 사업구조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향후 이를 되팔 때도 정부가 통제하기 어려워진다. 이는 국내 금융 산업 발전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은행과 여타 금융회사의 합병방안과 관련해서도 말들이 나오고 있다. 금융 사간 합병의 경우 양사가 지분을 나눠 받게 되는데 우리은행이 받게 될 지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보면, 결국 새롭게 출범한 합병회사가 정부의 영향 아래 놓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는 산은지주가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 당시부터 제기된 문제로, 산은지주 역시 정부지분으로 이뤄진 금융사다 보니 우리금융과 산은지주가 합쳐질 경우 정부의 공적자금 회수는 전혀 되지 않는다고 봐도 무방하다.

일각에서는 우리금융 민영화를 계기로 또다시 제기되고 있는 메가뱅크 필요성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반응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에서는 “메가뱅크 저지를 위한 투쟁을 본격화하겠다”며 이에 대해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 노조의 경우 국민주 방식과 지방은행 독자생존 등이 포함된 계열사별 독자적 민영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위로 대표되는 현 정부당국의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오는 5월30일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19대 국회에서 제동이 걸릴 수도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선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국민적 반발에 부딪힐 수 있는 우리은행 민영화에 야권은 물론 여당에서도 반대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민영화도 실패할 경우 금융당국은 신뢰를 잃고 우리금융의 기업 가치는 더욱 훼손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금융 산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민영화 속도를 늦추기도 어렵다는 반응이다.

baghi81@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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