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당,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 촉각

李·朴 연대에 소용돌이치는 야권

김철중 기자 | 기사입력 2012/05/07 [16:14]

통합당,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 촉각

李·朴 연대에 소용돌이치는 야권

김철중 기자 | 입력 : 2012/05/07 [16:14]
 
민주통합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박지원 역할분담론을 통해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다. 결국 비박연대(유인태·전병헌·이낙연)의 날 선 공격에도 불구하고 이변은 일어나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박지원 당선인이 1차에서 과반수 표를 확보하지 못하고 결선에서 불과 7표 차이로 신승한 것을 두고 당내에서는 두 사람의 ‘역할분담론’에 대해 일정부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형국이다. <편집자 주>
 


 
박지원, 비박연대 맹공에도 불구 원내대표에 당선
李·朴 밀약에 야권 국회의원 당선인들 반발 심화

 
친노-호남의 화학적 결합이라고 명분 내세웠지만
손학규·정세균·정동영 큰 타격…대권경쟁 ‘빨간불’

 
 
[주간현대=김철중 기자] 민주통합당 제19대 국회 첫 원내대표 경선에서 4번 후보로 나선 박지원 후보가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박 후보는 5월4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실시된 결선투표 결과, 총 127명의 의원 당선자 전원이 참여한 투표에서 67표를 획득, 과반수 표를 얻어 당선이 확정됐다.1차 투표에서 2위를 차지해 박 후보와 함께 결선투표 상대로 나선 유인태 후보는 60표에 그쳐 박 후보에게 자리를 내줬다. 하지만 이를 두고 당내에서는 묘한 이상기류가 느껴지고 있다.

물과 기름의 만남

호남과 친노 세력의 만남. 이는 어쩌면 물과 기름과 같아서 쉽게 섞이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호남과 친노가 하나로 화합하는 그런 모습을 보여줬다. 바로 이해찬 상임고문과 박지원 최고위원의 당 대표·원내대표 역할 분담이 바로 그것이다. 경선에 앞서 4월25일 회동을 가진 두 사람은 역할 분담에 합의했고, 박 최고위원은 다음 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화했었다. 이들의 역할 분담에 대해서는 “새로운 정치실험”이라고 규정한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야합”이라고 규정한 사람들도 있었다.

때문에 경선 당시 민주통합당은 박지원 vs 비박연대(유인태·전병헌·이낙연) 구도로 중대 기로에 서 있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대세론으로 따지자면 박 원내대표의 대세론을 따라갈 인물이 없는 분위기다. 박 원내대표가 전당대회까지 비상대책위원장을 겸하게 돼 있기 때문에 이번 박지원 원내대표 당선은 그야말로 중요한 승리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친노 진영은 지난 1월 전당대회에서 살아 돌아와서 연말 대선 정국까지 당을 이끌어갈 발판을 마련하게 된 것이다. 만약 비박연대 후보 중 한 명이라도 원내대표에 당선됐다면 친노 진영의 전략은 새로 짜야 하는 대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만큼 이번 원내대표 경선은 대권경쟁의 향방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중요한 승리였다.

친노와 호남의 결합

현재 친노 진영은 이·박 역할 분담을 친노와 호남의 결합이라고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여러 정파가 하나로 뭉친 정당이다. 하지만 그동안 물리적 결합이 있었을 뿐 화학적 결합은 부족했다. 그런데 당시 화학적 결합을 하고자 박 원내대표는 호남 인사에게 당 대표 역할을 분담시킨 것이다. 겉으로 봤을 때 명분상으로 봤을 때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다. 때문에 친노 진영은 친노와 호남의 화학적 결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하지만 비박연대는 ‘담합’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비박 연대는 이런 대세론을 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을 하기도 했다. 실제로 비박연대의 유인태 당선자와 전병헌·이낙연 의원은 합의문을 내고 “이해찬·박지원 담합은 국민을 식상하게 하고 당의 역동성을 억압해 정권교체의 희망을 어둡게 한다”며 “우리 세 사람은 12월 정권교체를 기필코 이뤄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가능한 모든 힘을 모으기로 했다”고 비박연대 결속에 나선 바 있다.

이어 “이번 원내대표 선거가 ‘이해찬·박지원 담합’을 추인하는 자리가 되면 민주당은 생명력을 잃은 집단으로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며 “재야 원로까지 끌어들인 거짓말로 국민의 신뢰를 잃은 원내사령탑으로는 정권교체를 이룰 수 없다”고도 말했다.

김영환 의원도 “이해찬·박지원의 담합은 어떤 미사여구로 포장해도 야합이다. 대선후보 경선에서 당내 주류 위치를 영위하려는 일부 친노 세력과 이에 편승해 정치적 영향력을 잃고 싶지 않은 일부 호남정치 세력의 정치적 야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며 “이해찬·박지원의 야합이 철회되지 않는 한 12월 대선 승리는 없다”고 꼬집었다.
 
아무리 친노와 호남의 화학적 결합을 위한 결단이라고 하지만 자리 나눠먹기 즉 밀실야합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크게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공방 속에서도 박지원 최고위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됨에 따라 친노의 명분은 유지할 수 있게 됐고, 친노의 입지는 더욱 커지게 됐다.

반면 이 상임고문의 당 대표는 사실상 물 건너가는 것이라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이 상임고문의 당 대표가 물 건너가게 된다면 친노 인사의 대권 도전 역시 빨간불이 켜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대선 정국 탄탄대로

원내대표에 친노 인사가 당선됨에 따라 민주통합당의 대선 정국은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일단 문재인 상임고문이나 김두관 경남지사의 대권 도전에 파란불이 켜지게 된다. 친노 진영이 지원하는 박 원내대표의 승리는 곧 친노 진영의 승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된다면 문 상임고문이나 김 경남지사가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을 쉽게 통과할 전망이다. 물론 원내대표 경선이 당 대표 경선과는 달리 배지 즉 의원들만을 대상으로 한 선거이기 때문에 대선 경선과는 다른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어쨌든 친노 진영이 환호하는 첫 번째 단계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배한다는 것은 당 대표 경선에서도 무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즉 친노 대권 주자인 문 이사장이나 김 경남지사의 대권 도전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여하튼 박 원내대표가 당선됨에 따라 손학규 상임고문이나 정세균 혹은 정동영 상임고문은 대권 가도에 빨간불이 켜지게 됐다. 원내대표 자리에 친노 연대가 앉게 된다는 것은 당 대표 역시 문재인 연대 후보가 앉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박 원내대표가 자리에 앉게 됨에 따라 친노 세력은 문재인·김두관 대망론은 계속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된다면 상대적으로 비박연대인 손·정·정 상임고문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선에서 승리한 박 원내대표 역시 당내의 이·박 역할 분담론에 대해 부담스러워하는 눈치다. 비록 화학적 결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하더라도 역할분담을 했다는 것 자체에 대한 비난은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상임고문이나 박 원내대표는 이런 부담감을 하루라도 빨리 벗어나게 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존 정치권과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할 민주통합당이 밀실야합을 했다는 사실이다. 이는 어떠한 변명으로도 풀어내지 못할 그런 변명인 것이다. 이런 모습에 대해 국민들은 과연 어떤 시각으로 바라볼지 여부도 중요한 문제이다. 밀실야합한 정당의 대권 후보에게 얼마나 표를 몰아줄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그야말로 밀실야합 정당에 대한 꼬리표가 대선 때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단순하게 친노와 호남의 화학적 결합이라고 보기에는 부담감이 너무나 큰 것이다. 새로운 정치 실험. 이·박 역할분담론이 과연 정치 실험으로 끝날지 아니면 새로운 도전의 역사가 될지는 더 두고 봐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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