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양동 자매 사기 사건

철저한 이중생활…“이웃 주민들 속여”

정귀섭 기자 | 기사입력 2012/02/03 [20:15]

화양동 자매 사기 사건

철저한 이중생활…“이웃 주민들 속여”

정귀섭 기자 | 입력 : 2012/02/03 [20:15]
 
 
서울 광진구 화양동에서 수억원대의 사기사건이 발생했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월18일 이웃주민들에게 돈을 빌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언니 김모(53)씨와 동생 김모(49)씨, 동생의 남편 구모(59)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이 지난 2007년부터 이웃주민 7명에게 총 4억6000만원 상당의 돈을 빌린 것으로 확인했다. 지역사회를 충격으로 몰고간 이번 사건의 현장으로 들어가봤다. <편집자 주> 
 



[주간현대=정귀섭 기자] 지난 2004년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두 점포 안에서 내부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이 가게들은 상당히 돈을 들여 공사를 하는 듯 연일 기계소리와 인부들의 바쁜 움직임만 보였다. 공사현장 인근 지역주민들도 도대체 어떤 매장이 여기로 들어올지 궁금한 눈치였다.

공사가 끝나고 얼마 후 이웃 주민들에게 떡을 돌리는 두 여자가 보였다. 그녀들은 김씨 자매로 사람들의 궁금증을 유발시킨 점포 주인들이었다. 타지역에서 거주하다 이곳으로 장사를 시작하러 온 그녀들은 이웃주민과 시민들에게 노래방, 옷가게를 오픈했으니 잘부탁드린다는 말을 건냈다.

이후 언니 김씨의 매장에 이웃주민들이 손님으로 찾아왔다. 그녀는 반가워하며 그들을 한쪽 방으로 안내했다. 방 안에 들어간 일행은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몇시간이 지나도 노래방 기계의 시간은 꺼질줄 몰랐다.

영문을 알수 없던 주민들 중 한 사람이 김씨를 찾아가 물었다. 그는 “노래방 기계가 이상이 있는거 같다”며 “시간이 멈추지 않는다”고 말하자 그녀는 “서비스”라며 “이웃들에게 이정도도 못하겠냐”라고 대답했다.

김씨의 가게를 다녀온 이웃주민들은 괜찮은 사람이 이웃으로 왔다고 입을 모았다. 하지만 김씨 자매의 선심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다. 이 소식을 들은 동생 김씨도 자신의 옷가게에서 티셔츠와 바지 등을 가져와 이웃들에게 돌렸다.

한술 더 떠 동생의 남편 구씨는 동네 돌잔치, 장례식장을 모두 찾아다니며 일을 도왔고 명절이 되면 자신의 초등학생 자식까지 데리고 다니며 이웃주민들에 인사를 시켰다.
 
의 좋은 자매

이웃들의 인심을 얻은 그녀들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냈다. 이들은 서로 언니가 부자다, 동생이 돈이 많다는 등의 말을 하며 주의사람에게 자신들이 부자라는 소문을 냈다. 언니가 이웃들에게 “동생 남편이 부동산회사 전무이고 월급이 1000만원도 넘는다”고 말하면 이에질세라 동생도 “언니 시댁이 마산 땅부자라며 가지고 있는 재산이 어마어마하다”는 등의 거짓말로 사람들을 속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자라고 입소문이 났던 자매들은 지난 2007년 갑자기 그동안 친해진 이웃주민들에게 돈을 빌려달라는 부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들은 “아파트 분양권이 당첨됐는데 현금이 부족하다. 아들이 육군 대위인데 진급을 위해 돈이 필요하다”는 등 다양한 사정으로 돈을 빌렸다.

심지어 남편이 위암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한 지역주민 이모(71)씨한테 찾아가 돈을 빌리기도 했다. 하지만 은행보다 높은 이자와 원금을 제때 갚는 그녀들을 보면서 이웃들은 차츰 더 큰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이들은 그동안 김씨 자매들이 손에 돈다발을 들고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는 모습을 보며 진짜 큰 부자인 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게 그녀들이 사기를 치기 위한 사전 준비작업인것을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자매의 완벽해 보였던 사기 행각은 결국 들통났다. 지난 2011년 7월 14일 동생의 남편 구씨가 서울중앙지법에 파산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돈을 돌려받지 못해 민사 소송을 냈던 한 피해 주민이 파산 신청서에 적힌 채권자 목록에 다른 주민 여러 명의 이름이 적혀 있는 걸 발견해 이웃들에게 알렸다.

이후 사기를 당한 사람들이 모여 대책을 논의 한 후 경찰에 고소하면서 이들의 정체가 세상에 밝혀졌다. 피해자들은 그동안 그녀들의 가식적인 얼굴에 속았다는 생각에 분을 이기지 못했다.
 
자매의 최후

피해를 당한 주민들의 신고로 경찰이 조사에 나섰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1월 18일 광진구 화양동 주민 7명에게 총 4억6000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은 혐의(사기)로 김씨 자매와 동생의 남편 구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조사결과 피의자들은 고급 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재산을 과시해 이를 믿고 피해자들이 돈을 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자신이 부동산 회사 전무라 말하던 구씨는 과거 영업사원으로 잠깐 일했던 사람이고 현재 특별한 직업이 없는 신용불량자다로 드러났다. 

경찰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피의자들이 변제할 능력도 없으면서 돈을 빌렸다”며 “이들이 담보로 잡은 집도 이미 다른 사람한테 넘어간 상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피의자들이 자신의 사기혐의에 대해 일체 부인하고 있으며 피해자들에게 빌린 돈은 꼭 갚을것이라는 주장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사건과 관련 피해자들은 “경찰조사에서 드러나지 않은 사람들이 더 있을 것이다”라며 “그들을 포함하면 피해액이 수 십억원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지역사회의 불신을 불러온 이번사건의 피의자들이 자기 주장대로 빚을 변제할지 그 뒷이야기가 주목된다. 

spwjks@hyundae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