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일만의 국회 정상화…“갈 길은 멀다”

민주당 8개 상임위 차지했지만 법사위는 한국당에
남북·경제 담은 ‘개혁입법 드라이브’ 성공할까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7/13 [13:32]

41일만의 국회 정상화…“갈 길은 멀다”

민주당 8개 상임위 차지했지만 법사위는 한국당에
남북·경제 담은 ‘개혁입법 드라이브’ 성공할까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7/13 [13:32]

지난 10일 국회 원 구성 협상이 오랜 진통을 겪고 마무리됐다. 민주당은 집권 여당으로 8개 상임위를 차지했고 지방선거 완패로 궁지에 몰린 한국당은 최후의 보루로 삼은 법사위를 가져갔다. 원 구성 협상 내내 논란이 됐던 ‘법사위 월권 문제’는 국회 운영위 산하 위원회를 만들어 해결해나가기로 협의했다. 비로소 국회가 산적한 법안을 처리하고 활발히 가동될 예정이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 개혁입법과제를 실질적으로 이뤄내기 위해 야당과 협치해야 하는 집권 여당의 고민이 깊어질 시기다. 


 

 

▲ 여야 4당은 마침내 원 구성 협상을 타결했다. 처리해야할 민생 법안이 산적한 가운데 성과를 내야하는 집권 여당과 후반기 국회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야 할 야당의 행보가 주목된다.     © 김상문 기자

 

원 구성 협상을 극적으로 타결한 국회는 산적한 과제를 마주했다. 먼저 민갑룡 경찰청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19일에 열린다. 민 내정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은 지난달 20일 국회에 접수된 상태다. 청문회 일정이 인사청문회법상 청문절차 완료시한인 9일을 하루 넘기는 시점인 만큼 여야의 합의가 중요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국회가 시한 안에 인사청문보고서를 내지 않으면 대통령이 10일 안에 보고서 송부를 요청한 뒤 임명을 강행할 수 있는데 여야가 합의한 청문회 날짜가 시한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 대법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도 남아있다. 오는 23·24·25일 국회는 청문회를 거쳐 26일 오전 10시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 표결 절차를 밟기로 했다. 인사청문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각 교섭단체 의석 순으로 한 바퀴 돈 후에 민주당과 한국당이 번갈아 가며 맡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이번 대법관 인사청문특위 위원장은 원내 제1당인 민주당이 맡게 됐다. 

 

첫 본회의는 지난 13일 국회의장단 선출을 위해 열렸다. 민주당은 이제부터 ‘개혁입법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할 요량이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지난 10일 의원총회에서 “국회 정상화의 첫 걸음에 민생·평화·개혁 국회의 의미가 부여되도록 당부드린다”면서 “앞으로도 속도와 성과로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일에 전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대표적인 민생 법안인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미세먼지 저감법, 양성평등 기본법, 규제혁신 5법 개정을 주장하고 있다. 또한 대체복무제 도입 위한 병역법 개정도 논의 중이다. 또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구체적인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이번 원구성 협상에서 국회 남북경협특별위원회를 신설했다. 민주당은 추후 실무협상을 통해 남북경협특위에 입법권을 줄 방침이다.

 

남북경협특위 위원장은 민주당이 맡으며 남북철도 등 국가기간망 구축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을 밝혔다. 이번 원 구성 협상에서 민주당은 국회 운영위를 비롯해 기획재정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국방위·여성가족위·행정안전위·문화체육관광위 등 상임위 8곳의 위원장을 맡게 됐다. 특히 비상설특위인 사법개혁특위에 민주당이 위원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검경 수사권조정을 비롯한 고위공직자비리 수사처 신설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한국당은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예산결산특위·외교통일위·보건복지위·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환경노동위 등 7곳을 차지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제1야당으로서의 입지를 지켰다”고 자평했다.

 

한국당은 규제프리존 특별법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파견 근로자 보호법을 내세워 변화하는 모습을 나타낼 전망이다. 또 법제사법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차지한 한국당은 “여당의 독주를 막겠다”며 본격적인 견제 행보를 이어나갈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이처럼 여야간 치열한 경쟁이 예상되는 가운데 법사위를 차지하지 못한 민주당은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을 만난 셈이다.

 

실제로 법사위를 두고 원 구성 협상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었다. 지방선거 후 한국당의 몰락으로 내홍을 겪는 상황에서 시간은 흘러만 갔다. 올해로 70주년을 맞는 제헌절에 국회의장이 선출되지 못하는 초유의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고 여야는 원내 4대표 오찬을 시작으로 협상에 나섰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당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는 협상 초반부터 민주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려 한다며 “중앙권력, 지방권력도 모자라 국회 권력까지 차지하려한다”고 맹비난했다. 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야당은 한국당이 법사위를 가져갈 경우 개혁입법을 추진하는 과정 중 상임위에서 통과한 법안을 본회의에 상정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컸다. 

 

박경미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 8일 브리핑을 통해 “법사위는 20대 국회 전반기 원 구성 협의 당시 여당이었던 자유한국당 몫이었다. 이로 인해 개혁 입법이 사사건건 법사위에서 발목이 잡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고, 상임위에서 여야가 합의한 법안들이 법사위 전횡으로 보류되기 일쑤였다”고 꼬집었다. 그는 “법사위가 옥상옥(屋上屋)으로 상원 아닌 상원 노릇을 하며, 사립학교법 개정안과 같이 해당 상임위를 어렵게 통과한 법이 법사위에 막혀 국정운영과 사회정의 실현의 걸림돌이 된 예는 부지기수”라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의당도 “법사위를 한국당에 주면 안 된다”고 나서 일각에선 빠른 협상을 위한 제 3의 방안으로 정의당이 법사위를 가져가는 안이 검토되기도 했다. 그동안 관례 상 법사위는 야당이 가져가는 것으로 협의됐지만 여당은 뜻을 굽히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주 내로 원 구성 협상이 이루어지지 않을 조짐을 보이자 민주당은 “법사위의 제도개선을 전제조건으로 하면 법사위를 넘겨주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동안 법사위의 월권문제는 의원들 사이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논란이 됐다. 국회 절차상 상임위를 거쳐 여야가 합의한 법안은 법사위에서 ‘체계·자구 심사’를 거쳐 본회의에 상정되는데, 법사위원들 중 단 한 명이라도 법안에 반대할 경우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한다.

 

또 법안이 통과될 때 관련 정부 부처 장관이 필수적으로 법사위에 참석하도록 하는 관례가 있었다. 만약 복잡한 일정으로 장관 대신 차관이 출석할 경우 법안 심사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법사위는 “상임위 간의 형평성에 어긋난다”, “여야가 합의한 법안을 강제로 막는 경우가 생긴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9대 국회 때 김성태 의원은 새누리당 시절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이러한 법사위 문제는 여야가 원 구성 협상 합의문에 ‘국회 운영위원회 산하에 국회운영개선소위원회를 구성해 법제사법위원회 등의 효율적인 상임위원회 활동에 관한 제도개선과 특수활동비 제도개선을 협의추진한다’는 항목을 새롭게 추가하면서 매듭을 짓게 됐다. 

 

또한 200개 가까이 되는 산하기구로 업무 효율성이 저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던 교육문화 체육관광위원회는 교육부와 소관기관을 소관부처로 하는 교육위와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분리됐다. 

 

일각에서 나오는 “나눠먹기 아니냐”는 비판에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민들이 상임위를 늘리는 것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이기 때문에 윤리위원회를 비상설특위로 전환했다”면서 우려를 완화했다. 홍 원내대표는 “기능은 달라지는 것이 없지만 윤리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비상설특위로 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했다. 오히려 비상설특위로 하면서 저희는 윤리가 더 기능을 활성화 시킬 수 있도록 보완하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법사위’와 ‘교문위 분리’라는 큰 산을 넘어 원 구성 협상은 마무리됐다. 각 당 내에서는 상임위원장을 누구로 정할 것인지가 화두가 됐다. 민주당이 8개, 한국당이 7개, 미래당이 2개,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이 1개의 상임위원장직 배정권을 확보한 가운데 복수 의원들이 희망의사를 나타낸 상임위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이 가져간 국회운영위는 홍영표 원내대표가 당연직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위는 윤호중 의원, 정무위는 노웅래 의원과 민병두 의원이 맞서고 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는 전혜숙 의원이 희망의사를 나타냈다. 국방위에는 안규백 의원, 여성가족위는 인재근 의원,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엔 노웅래 의원과 전혜숙 의원이 복수 상임위 의사를 드러냈다. 행안위는 미정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국당에서는 법제사법위에 여상규 의원과 홍일표 의원이 나섰다. 국토교통위엔 박순자·홍문표 의원이, 예산결산특별위엔 홍문표·이종구 의원이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통일위에는 황영철·김세연·윤상현 의원 세 사람이 뜻을 보였다. 보건복지위에 이명수·박순자 의원,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에 이종구 의원이 지원했다. 환경노동위에 희망하는 의원은 아직까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위와 정보위를 가져간 미래당에는 이학재·이찬열·이혜훈 의원이 희망했지만 정확한 사안은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평화와 정의의 의원모임의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는 황주홍 의원이 희망했다.

 

홍영표 원내대표는 원 구성 협상 결과와 관련해 “협상 결과를 두고 여러 가지 아쉬움이 많다. 하지만 집권여당으로서 국회가 장기간 파행하는 상태를 지속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으로 협상에 임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원 구성 협상 목표는 특히 개혁 입법 과제와 민생 살리기, 한반도 평화에 대한 우리당의 목표를 실현하는 것이다”라며 “남북관계를 위해 초당적으로 협력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내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홍 원내대표는 “사법개혁특위에 논란이 있었지만 검경 수사권에 대한 합의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 등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원 구성 협상 전 한국당이 제기해온 개헌요구와 관련해서는 “우리가 민생 경제를 살리는 데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에 헌법 개성을 통해 당론을 분열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야당을 설득해 정치개혁특별위로 넘겨 선거법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8개 상임위와 특위로 자신감을 보인 민주당이 ‘대통령만 보이고 민주당은 보이지 않는다’라는 비판에 맞서 개혁 입법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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