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 영화] ‘독전’, 작위적이고 인상적인 인물들

방황하는 소수자들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 담겨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7/13 [14:55]

[이제 본 영화] ‘독전’, 작위적이고 인상적인 인물들

방황하는 소수자들 대한 감독의 따뜻한 시선 담겨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7/13 [14:55]

‘이제야 본 영화’에서는 극장에서 내려온 지 얼마 안 된 영화를 주로 다룰 예정입니다. ‘한 발 물러서야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 있는 것처럼 대중의 관심이 살짝 식은 영화들을 보면 조금 더 영화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많아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주로 IPTV, 넷플릭스, 왓챠플레이에서 서비스하고 있는 영화를 다뤄볼 예정입니다.


 

▲ 영화 <독전>의 포스터     © <사진 제공= NEW>


<독전>을 이제야 봤습니다. 작위적이지만 인상적인 캐릭터들로 범벅된 영화였습니다. 보통 이렇게 폭력의 강도가 높은 영화들을 보면 피로감부터 몰려오는 게 사실인데, <독전>은 그래도 흥미롭고 섬세한 캐릭터들 덕분에 중화가 된 것인지 영화 끝까지 집중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로 인해 몇몇의 배우가 꽤 오랫동안 회자됐고 충분히 납득할만한 평가라고 생각합니다. 고 김주혁씨와 진서연씨가 연기한 ‘진하림,방울이’ 커플의 예측하지 못할 로맨스와 김동영씨와 이주영씨가 연기한 농아남매는 각각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존재감을 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캐릭터들도 있었지만 과도한 느낌도 있었습니다. 특히 차승원씨가 연기한 ‘브라이언’의 지나치게 극화된 캐릭터와 대사는 ‘선을 넘는’ 느낌이었습니다. 만약 앞서 말한 두 커플 캐릭터가 현실적이고 무게감 있게 눌러주지 않았다면, ‘브라이언’같은 캐릭터덕분에 영화 전체가 붕 떴을 겁니다. 

▲ <독전>에서 좋은 연기를 보여준 두 '커플’     © <사진 제공= NEW>


열린 결말에 대해

<독전>도 최근 한국 영화계에도 열리기 시작한 '열린 결말'이란 문을 택했습니다. 하지만 굳이 왜? 라는 의문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영화는 마치 작은 수수께끼를 내놓고 철학문제라고 속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열린 결말이라고 하기엔 영화가 던져놓은 것들이 이미 결말을 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말에 대한 해석은 잠시 뒤로 미뤄두고 감독의 이런 태도는 오히려 관객모독처럼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감독의 '이것도 맞출 수 있겠어?'같은 태도는 관객의 머리 위에 서려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듭니다.

 

감독이 이렇게 수수께끼를 낸다면 답하는 게 ‘강호의 도리’라는 생각에 염치 불구하고 영화의 답을 얘기해보려 합니다.

 

▲ 류준열이 연기한 서영락이란 인물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     © <사진 제공= NEW>


결국 이 영화의 키워드는 ‘방황하는 외톨이’고 이 외톨이를 구원하는 것은 타인의 믿음이라는 겁니다. 먼저 이름부터 살펴봅니다. 주인공 '이 선생'이 외국인 부모를 만나 본의와 달리 받게 된 이름은 서영락입니다. 왜 굳이 이런 이름을 인물에게 부여했을까요. 

 

가수 이승철의 ‘서쪽하늘’이란 노래를 들어보셨을 겁니다. 죽은 연인을 그리는 슬픈 노래입니다. 서쪽은 해가 지는 방향이기에 죽음과 소멸을 의미하는 방향입니다. 이집트의 피라미드도 나일강을 기준으로 서쪽에 위치한 점을 생각해보거나 우리나라의 종묘도 서쪽을 기준점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죽은 자를 기리는 방향입니다. 불교에서도 서쪽은 ‘극락’을 의미하고 있으니, 서쪽은 곧 죽음과 맞닿은 방향입니다.

 

이어서 영락이란 이름도 마찬가지입니다. 영락(永樂)이란 한자로 해석해보자면 그의 이름은 ‘영원한 행복함’을 뜻합니다. 이 점은 영화에서 원호(조진웅)의 마지막 대사였던 "넌 한번이라도 행복했던 적이 있냐"는 물음과 연결됩니다. 이 같은 대사는 원호가 영락이 여태 행복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기에 원호의 질문에 대한 답을 서영락의 이름을 통해 해본다면 ‘내가 너를 죽음을 통해 영원한 행복으로 인도해주겠다’는 뜻입니다. 서영락에게 있어서 원호는 자신을 이상향으로 데려다줄 구원자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원호는 영락의 구원자가 될 수 있었을까요. 바로 영화의 후반 부에 들어서야 조진웅은 서영락을 믿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이(선)생. 서영락에게 이생은 혹은 이선생은 환상같은 것. 혹은 실존할지라도 우리가 우주공간처럼 직접 경험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가 데리고 있는 라이카라는 이름의 개 그리고 그 이름을 딴 마약이 이를 말합니다. 라이카라는 개는 소련시절 우주실험을 위해. 인간의 과도한 욕심으로 인해 우주선에 태워져 우주로 내보내져야했던 강아지의 이름입니다. 

 

▲ 라이카는 냉전시대 당시 미국과 소련의 우주경쟁 도중에 희생된 동물 중 하나였다     © <사진 출처= 유튜브 캡쳐>

 

한국의 1세대 인디 밴드로 불리는 델리스파이스의 노래 중 하나인 '우주로 보내진 라이카'도 그 강아지에게서 영감을 받은 노래입니다. 아무튼 영락이 강아지의 이름을 라이카로 지었다는 점. 그리고 그 강아지를 매우 아낀다는 점에서 라이카는 결국 서영락이 마치 자신의 처지를 대입시킨 존재라는 것입니다. 마치 우주를 부유하듯 떠다녀야 하는 신세를 말하는 것입니다. 

 

라이카의 가명은 진돗개였는데 이는 이 선생이라는 진짜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에게 서영락은 진돗개처럼 충성스런 존재 같았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 서영락은 그저 거대한 힘. 즉 영화 속에서 지목하는 ‘다수자들’로 인해 고통 받는 ‘소수자’즉 라이카였습니다. 결국 그는 소수자로서 사회의 다수자들에게 복수를 행한 것입니다.

 

그리고 라이카라는 이름을 딴 마약을 유통시키는 점도 생각해볼만 합니다. 마약은 주로 '개인적'으로 현실을 잊기 위한 수단처럼 사용됩니다. 다만 마약은 일시적인 쾌락일 뿐 영원한 쾌락은 여기서는 현실을 떠났을 때만 만날 수 있는 즉 죽음만이 영원한 쾌락인 것입니다.

 

▲ 서영락에게 어쩌면 원호는 구원자였을 것이다.     © <사진 제공= NEW>

 

항상 의심만 받던 사람에게는 '누군가 날 믿고 있다'는 확신만큼 큰 구원이 없을 겁니다. 이런 확신은 서영락의 옷과 커피에서 알 수 있습니다. 서영락의 옷은 그의 진심과 가식을 알 수 있는 척도입니다. 영화의 극 초반부 처음 엄마의 죽음을 본 그가 환자복을 입는 것을 마지막으로 그는 영화 내내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양복을 입을 상황이 아님에도 그는 여전히 양복을 입고 있습니다. 양복은 이 선생으로서 갖는 무한한 의심을 드러냅니다. 반면 영화의 결말에서 그가 입고나온 활동복은 결국 서영락이라는 개인으로서 경계심을 거두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영락이 원호에게 대접하는 커피는 앞서 원호가 동료들과 유대를 나누는 소재였다는 걸 생각해본다면 영락이 원호와 개인적 유대감을 쌓는데 거부감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원호와의 독대에서 먼저 총을 꺼내 책상 위에 올리는 점은 경계심을 풀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겁니다. 

 

원호는 영락의 분신과 같은 라이카에 GPS를 심어서 그를 쫓을 수 있었습니다. 이 점은 다시 해석해보자면, 라이카처럼 공허하게 우주를 떠도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을 영락에게 원호는 자신을 끝까지 붙잡아주는 인물이기 때문에 신뢰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 이해영 감독의 <독전>은 외톨이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겼다는 점에서 인상적이다.     © <사진 제공= NEW>

 

이해영 감독이 영화감독으로써 이름을 알린 건 누가 뭐래도 그의 데뷔작인 천하장사 마돈나입니다. 성전환 수술을 위해 동네 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해야만 했던 소년의 애틋하고 외로운 싸움을 그린 점은 어찌 보면 독전의 서영락과 맞닿아있습니다. 이 둘 모두가 사회로부터의 시선을 혼자서 견디며 외롭게 싸운 소수자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해영 감독이 <독전>에 소수자를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을 담았다는 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특히 소수자들이 서로를 위로하는 듯한 장례식 장면은 이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좋았던 장면으로 뽑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이 영화가 내세웠던 독전이란 이름은 ‘독(마약)전쟁’ 혹은 ‘독한 자들의 전쟁’이라기보다 ‘외로운(獨)자들의 싸움’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조만간 '독전'의 확장판이 개봉한다고 합니다. 감독이 억지로 열린 결말로 만든 마지막 장면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제가 앞서 말했던 해석들이 틀리게 될지도 모릅니다. 과연 감독은 답을 다시 한 번 꼬면서 관객을 농락할지 궁금해집니다.

 

한줄평 : 작위적이고 인상적인 인물들 ★★★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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