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발부터 휘청’ 한국당 비대위, 그들은 누구?

청년·여성·기업·소상공인 내세운 외부 비대위원
김대준 자격 논란…한국당 내부 “당 모욕·망신”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7/27 [08:19]

‘첫발부터 휘청’ 한국당 비대위, 그들은 누구?

청년·여성·기업·소상공인 내세운 외부 비대위원
김대준 자격 논란…한국당 내부 “당 모욕·망신”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7/27 [08:19]

한국당 혁신 비대위가 25일 본격 출범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정책실장이었던 김병준 전 국민대 명예교수는 ‘정책정당’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보수정당 재건을 위한 비대위를 구성했다. 가장 먼저 최측근 김선동 의원을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으로 세웠다. 이어 최병길·김대준·이수희·정현호 위원 등을 영입했다. 김성태 원내대표 등 당연직을 제외하고 외부에서 영입된 이들은 각각 기업·소상공인·시민사회 분야에서 활동한 전력이 있다. 김 위원장이 이끄는 비대위가 이들의 특성을 살려 합리적 보수 정당으로서 대안정책을 제시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몰리는 가운데 김대준 비대위원의 당적이전과 전과 등이 논란이 되면서 내홍을 일으키고 있다. 


 

▲ 야심차게 꾸린 김병준 한국당 혁신비대위가 시작부터 일부 비대위원의 자격논란에 휩싸였다. ‘책임과 혁신’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한국당에서 다시 내홍과 계파갈등이 터져나오면서 비대위가 나아갈 길은 험난해 보인다.  ©김상문 기자

 

자유한국당 ‘김병준 호’가 순항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4일 한국당은 당 혁신을 이끌 비상대책위원으로 박덕흠·김종석 한국당 의원과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김대준 소상공인 연합회 사무총장·이수희 마중물 여성연대 대변인·정현호 한국청년정책학회 이사장을 지명했다. 당연직으로는 김성태 원내대표와 함진규 정책위의장 등이며 초선 김종석 의원과 재선모임 간사를 맡고 있는 박덕흠 의원 등 초·재선 의원이 한명 씩 구성됐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이날 열린 의원총회에서 “혁신 비대위가 제일 먼저 할 일은 역사의 흐름에 맞는 국가발전에 중요한 반드시 가져야 할 가치를 정립하는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후 이어진 기자들과의 만남에선 비대위원 지명 기준에 대해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 기여를 할 수 있는 사람들을 많이 생각했다. 또 여성도 있어야 하고 청년도 있어야 한다는 것을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5일 처음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선 김 비대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모두 환영과 기쁨의 뜻을 보였다. 김 비대위원장은 “오늘이래야 당의 지도부가 완전히 구성되고 집행부도 제 모습을 정식으로 갖춰가는 것 같다”면서 “당의 사정이 여러 가지로 어렵다. 더 각별히 노력해서 일해주시길 부탁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성태 원내대표는 “당이 처해있는 상황이 엄중한 만큼 김병준 비대위원장님을 중심으로 우리당이 쇄신하고 변화해 국민들로부터 신뢰와 지지를 확보하고 대한민국의 더 큰 미래를 주도할 수 있는 자유한국당이 될 수 있도록 저부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한국당 비대위에 외부 인사로 영입된 인물은 총 4명이다. ‘구조조정 전문가’로 알려진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 자영업자와 서민경제 분야에서 일해온 김대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과 마중물 여성연대 대변인인 이수희 변호사, 한국청년정책학회 정현호 이사장이 지명됐다.

 

‘구조조정 전문가’ 최병길

최병길 전 삼표시멘트 대표이사는 시스템에 의한 인적쇄신을 위해 금융권과 재계에서 ‘칼잡이’로 불리고 있다. 최 전 대표는 언론과 접촉을 통해 조만간 김병준 위원장과의 인연을 설명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을 주도했고 우리은행으로 합병된 뒤에 은행 개혁과 구조조정에 앞장섰다. 삼표그룹에 합류하면서부터는 동양시멘트를 인수했고 지난해엔 우리은행 은행장으로 검토되기도 했다. 

 

최 비대위원은 비대위 첫 회의에서 “저는 40년 가까이 기업에 몸담은 사람이다. 기업의 존립 기반은 고객이고 정당의 존립기반은 국민이다”라면서 “존립기반은 기업에선 고객가치의 창출과 실행이며 정당은 국민들을 위한 가치창출과 실행이다”라고 기업 경험을 바탕으로 한 포부를 보였다.

 

당 사정 꿴 이수희 변호사

비대위의 여성 위원으로 지목된 이수희 마중물여성연대 대변인은 변호사로 18대 총선 때 서울 강북을에 출마하는 등 당 사정을 잘 아는 인물이다. 그는 “비대위 명단 발표 후 제일 많이 받은 문자가 ‘보수를 되살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니까 애써달라’였다”면서 “마지막이라는 단어에 현역의원들이 절실히 공감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당 밖의 요구가 절실하고 뜨거운 만큼 ‘열 몇 명이 모여 그런 결과밖에 못 내느냐’가 아니라 문제점을 보완하고 대안을 주고받는 관계가 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디지털 정당 제시한 정현호

정현호 위원은 청년정책학회 이사장으로 현재 정책벤처 인토피아 대표직을 겸하고 있다. 비대위의 청년 몫으로 지목된 그는 청년의 이해를 대변하고 당과 청년층의 소통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비대위원은 회의에서 “저는 대학생 분야와 시민사회, 그리고 스타트업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면서 청년정책 뿐 아니라 젊은이들이 원하는 정책을 주장해왔다”면서 “이번 비대위에 참여하면서 높아지는 실업률과 주거문제와 관련해 다양한 정책과제를 요청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30대의 젊은 정당인인 그는 정당의 소통구조에 디지털 정당 구조를 제시했다. 정치생태계나 문화가 더 젊어지고 달라졌으면 좋겠다면서 “그래야만 대한민국에 관심을 갖고 정치적인 (의견을) 내는 사람들도 다양성을 갖고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전과·민주당 공천탈락 김대준

김대준 비대위원은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으로 서민경제 분야에서 많은 활동을 해왔다. 하지만 당 내에선 우려와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김대준 비대위원이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광역의원 예비후보로 활동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당에 대한 모욕이다”, “비대위가 아니라 ‘비데위’”라는 격한 비난도 나오고 있다. 김 비대위원은 지방선거 공천 당시 서류심사는 통과했지만 면접심사에서 탈락했다. 

 

또 김 비대위원은 음주운전을 비롯해 2건의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는 2008년 10월 음주운전, 2013년 9월 주거침입 및 절도·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혐의 등으로 각각 벌금을 냈다. 한 매체는 김 비대위원이 전과에 발목을 잡혀 ‘컷오프’된 게 아니냐는 말이 있다고 보도했다. 

 

김 비대위원은 2013년 더불어민주당 전신이 민주통합당을 탈당한 뒤 지난해 말 지방선거 출마를 위해 복당했다. 그는 이달까지도 민주당에 당비를 납부했으며 비대위원으로 임명된 25일 탈당계를 제출했다. 김 비대위원은 “민주당 컷오프 등 경력으로 비대위원 임명에 내부적으로 반발이 있었지만 소상공인 정책과 관련해 제가 적임자라는 것에 공감해 위험을 감수하고 위촉하게 됐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한국당 또 ‘내홍·계파갈등’인가

이를 두고 한국당 내에선 갖가지 말이 나오고 있다. 신상진 한국당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비난했다. 4선 중진의 신 의원은 “그분께는 미안하겠지만 비대위원에서 제외하고 소상공인연합회 사무총장 역할에 전념하게 도와주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굳이 그렇게 하려다가 오히려 신선도도 없고 혁신적이지도 않은 비대위원 영입한 것이 당의 위기 극복에 마이너스 될 것”이라면서 “혁신 비대위원으로서는 아니다”고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원영섭 관악구갑 당협위원장도 SNS를 통해 “김대준 비대위원 임명을 반대한다”는 글을 게재했다. 그는 “김병준 비대위원장님의 자유한국당 혁신 방법은 당을 모욕하고 망신 주는 것입니까”라며 “일부 특정 이익단체의 권익보호가 그 자체로 ‘보수의 이념과 가치’를 바로 세우는 것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김 비대위원장이 소상공인 정책을 위해 김 비대위원을 영입한 것을 두고 말한 것으로 보인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인선에 이같은 불만이 터져나오면서 한국당은 다시금 내홍을 겪고 있다. 김 비대위원장과의 식사 자리에 참석했던 한 의원은 “비대위가 한쪽으로 쏠렸다”면서 “김병준계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결속’에 방점을 찍고 의원 선수 별로 식사 자리를 마련했던 김 비대위원장의 행보가 무색할 정도로 불거지는 내부 반발과 계파 논란에 김병준 표 비대위가 성공할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김대준 한국당 비대위원을 두고 한 당내 중진의원은 "그렇게 사람이 없느냐"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이처럼 당 내에선 김병준 비대위원장의 인선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 문혜현 기자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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