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 느끼는 동물들…"요리에도 공감이 필요하다"

“이들도 살아있는 상태서 끓는 물에 넣으면 몹시 아파요”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8/01 [13:31]

고통 느끼는 동물들…"요리에도 공감이 필요하다"

“이들도 살아있는 상태서 끓는 물에 넣으면 몹시 아파요”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08/01 [13:31]

조나단 버치 런던정경대 조교수에 따르면 갑각류는 신경계가 정교해 조직 손상 등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 특히 산 채로 끓는 물에 담그면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고 알려졌다. 조나단 조교수는 그렇기에 요리를 인도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한다.<편집자주>


갑각류 ·두족류, 신경계 정교해 사람만큼 고통

·돼지·개 등 척추동물만 고통? “전혀 아니야

 

▲ 중국판 트위터 웨이보에 올라온 가재 영상. 해당 영상에 따르면 산채로 탕에 넣어진 가재가 이미 집게발 한 쪽을 익은 상태임에도 냄비에서 힘겹게 빠져나와 도망치는 모습이 담겨있다. <사진출처=유투브 화면 갈무리> 

최근 매운탕 재료에 쓰일 가재가 냄비에서 빠져나와 도망치는 영상이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바 있다.

 

해당 영상에 따르면 산채로 냄비에 담겨진 가재가 가까스로 빠져나와 힘겹게 탈출하는 모습이 담겨져 있다. 특히 도망치던 가재가 한 쪽 집게발이 이미 뜨거운 탕에 익어버려 사용하지 못하자 잠시 고민하더니 움직이지 않는 집게발을 다른 쪽 집게발로 떼어내 도망가는 모습은 가히 충격적이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와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르네 데카르트는 각각 동물과 인간은 감각의 능력을 함께 가졌다. 그렇지만 이성은 인간만의 고유한 능력이다동물은 자극에 기계처럼 자동적으로 반사할 뿐, 자신에 대해 의식하지 못한다”면서 고통은 인간 고유의 특징이라고 얘기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연구결과는 이를 전면 부정한다. 

 

·돼지·고양이 등 척추동물 뿐만 아니라 새우··가재 등 갑각류’, 문어·낙지·오징어 같은 두족류역시 고통을 느낀다는 주장이다.

 

로버트 엘우드 벨파스트퀸스대 생태학 교수는 지난 2013년 갑각류를 통한 전기충격 실험을 통해 “갑각류도 고통을 느낀다”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는 게를 보호소 양측에 나눠 배치한 뒤 한 쪽에는 반복적으로 전기 충격을 주고 다른 한 쪽에는 아무런 충격을 가하지 않았다그 결과 전기적 충격을 정기적으로 받은 게들은 대다수 보호소를 떠난 반면, 그렇지 않은 쪽은 그대로 남아있었다.

 

조나단 버치 런던정경대 조교수도 갑각류는 신경계가 정교해 조직 손상 등에 대해 고통을 느낀다. 특히 산 채로 끓는 물에 담그면 심각한 고통을 느낀다면서 요리를 인도적으로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문어·오징어·낙지 등 두족류도 고통을 느낀다. 제니퍼 매더 레스브릿지 심리학 교수는 두족류는 인지 능력이 있으며 산 채로 먹힐 때 고통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제니퍼 교수는 두족류는 척추동물처럼 고통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런 상황들을 기억한다. 낙지 등이 생으로 조각조각나서 사람에게 먹힐 때 이들은 고통을 느낀다고 말했다.

 

특히 사람의 뉴런이 뇌에 있다면, 두족류의 신경계는 뉴런의 5분의 3이 다리에 있을 정도로 분산돼 있다고 설명했다. 즉, 사람의 경우 팔이 잘려도 두뇌와 연결이 끊겨 고통을 느끼지 못하지만 두족류는 신경계가 분산되어 있기 때문에 이미 잘린 뒤에도 다리가 조각조각 날 때마다 고통을 계속 느낀다는 주장이다. 

 

그러기에 매더 교수는 살아있는 두족류를 생으로 먹는 건 너무한 일이라고 말했다.

 

두족류의 지능이 뛰어나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살아 있는 문어를 플라스틱 병에 넣고 뚜껑을 닫은 실험에서 문어는 1분 만에 빨판으로 병 뚜껑을 잡아 돌려 탈출한다.

 

여러 이유로 문어는 보호 받아야 할 동물이 됐다. 영국 동물실험위원회는 1992년 두족류가 고통을 경험한다는 증거를 내세워 보호대상 동물에 포함시킬 것을 요청했고, 이듬해 문어가 법적 보호대상 동물로 지정됐다유럽연합(EU)20109월 두족류를 척추동물과 마찬가지로 보호받아야 할 동물로 규정했다.

 

독일에서는 물고기 학대도 불법

윤리적 반성을 넘어 일부 국가의 경우 법 개정으로까지 나아가고 있다.

 

지난해 6월 이탈리아 대법원은 산 바닷가재를 요리 전 얼음과 함께 놔두는 것은 불법이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랍스터를 산 채로 삶는 조리법이 통념에 반하지는 않는다 하더라도, 살아있는 랍스터를 얼음 위에 묶어두며 고통을 주는 것은 정당화할 수 없다고 봤다. 이 판결로 랍스타의 집게를 끈으로 고정해 얼음 위에 보관하던 피렌체의 한 식당은 약 5000유로(665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었다.

 

독일의 동물보호법은 물고기도 감각이 있는 동물로 간주한다. 침팬지나 개, 고양이와 동일한 선상에서 물고기를 보호하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물고기를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이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는 처벌받는다.

 

동물단체는 어망에 갇혀 산 채로 질식시키는 대신 어획 즉시 기절시키도록 하는 윤리적 어획을 요구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도 지난 3월 동물보호법을 개정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끓는 물에 바로 넣어 요리하는 관행을 금지했다반드시 기절시킨 뒤 요리하도록 했다. 더불어 살아있는 바닷가재를 얼음이나 얼음물에 보관하는 것을 금지하고 자연과 유사한 수준의 물에 보관하도록 했다

 

한국은 법 개정은 물론 논의 조차 NO

반면 한국의 경우 법 개정은 물론이거니와 윤리적 반성같은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현행 국내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고통을 느낄 수 있는 신경체계가 발달한 척추동물’로 한정하고 있다. 파충류, 양서류, 어류의 경우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이 관계 기관장과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령으로 인정한다. 두족류나 갑각류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이와 관련해 최훈 강원대 교양학부 교수는 200912월 한국생명윤리학회지를 통해 모든 척추동물, 그리고 무척추동물 중 두족류는 고통을 느낀다우리가 느끼는 고통처럼 그들도 고통을 느끼고, 똑같이 괴로워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차별주의 관행들은 동물들을 도살하고 공장식으로 사육하며, 고통을 줌으로써 동물들의 기본적인 행복이나 자존심을 빼앗는다평등 원칙에 의해 그런 고통을 느끼게 하는 행동은 도덕적으로 옳지 않다고 밝혔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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