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OO장애인 아닌 느린학습자라 표현"

“느린 학습자 자존감을 높여주고 공감대 형성하면 마음의 벽 허물 수 있어”

정규민 기자 | 기사입력 2018/08/03 [14:29]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OO장애인 아닌 느린학습자라 표현"

“느린 학습자 자존감을 높여주고 공감대 형성하면 마음의 벽 허물 수 있어”

정규민 기자 | 입력 : 2018/08/03 [14:29]

발달장애인 보다 느린 학습자라는 표현이 더 맞는 것 같아요느린 학습자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함의영 대표가 대답한 말이다. 2015년 설립된 피치마켓은 발달장애인 및 느린 학습자의 문맹 개선을 위해 도서를 출판하고 이를 통한 토론회와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피치마켓은 현재 서울·경기 지역 40개 학교에서 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더 넓은 범위의 교육을 위해 자원봉사자들과의 협업도 이어가고 있다.


 

느린 학습자 위한 쉬운 글 편찬 및 독서활동 진행하는 피치마켓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발달장애인 보다 느린 학습자라는 표현을

1차 목표는 대화, 2차 목표는 공감대 형성충분히 가능한 일 들

자원봉사자 및 직원들과 전국,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것이 목표

 

▲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피치마켓은 참가비 없이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김상문 기자> 

 

‘20살이 돼 동화책 밖에 읽을게 없어선 안 된다.’, ‘시각장애인이 글을 이해하기 위해 점자를 필요로 하듯 느린 학습자에게도 새로운 글과 책을 볼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 피치마켓의 설립 이념이다.

 

일반적인 책보다 이해하기 쉬운 글과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다. 경계성지능, 발달장애인,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들, 이런 사람들을 느린 학습자라고 표현한 피치마켓은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고 독서를 통한 소통과 대화를 진행하도록 돕고 있다.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쉬운 글을 쓰고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소통을 통해 친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다느린 학습자 당사자들에게 교육도 진행하지만 그들을 교육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독서지도 방법을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래 청소년 및 대학생을 교육해 친구와 멘토로 양성하는 것이 피치마켓의 주된 목적이라고 밝혔다.

 

▲ 느린 학습자의 바뀌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뿌듯하다고 말하는 함의영 대표. <김상문 기자>  

 

이하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 일문일답.

-간단한 소개를 부탁한다.

느린 학습자를 위한 쉬운 글을 만들고 느린 교육을 진행하는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다.

 

-느린 학습자가 무슨 뜻인지.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발달장애인을 뜻 한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이란 키워드는 너무 강하고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과 다른 방향인 것 같다. 그래서 발달장애인이란 표현 대신 느린 학습자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또 장애등록이 되지 않은 경계선에 계신 분들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표현이기도 하다.

 

-쉬운 교육에 대한 설명을 해줄 수 있나. 주로 어떤 일을 진행하는지.

세대 문학이나 교과서에 있는 내용들을 느린 학습자의 문해력에 맞춰 다시 쉽게 책을 만드는 것이다. 쉽게 만든 책을 통해 독서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느린 학습자가 어려워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문장이나 문맥을 이해하기 쉽게 바꿔주면 충분히 그들도 이해할 수 있고 이를 통한 대화도 나눌 수 있다. 40년 만에 처음으로 책을 읽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책을 이제 와서 처음 접해보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경험을 통한 대화를 나눌 만큼 지식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들은 주변에서 이해했어?” 라고 물어보면 이해하지 못했음에도 라고 대답한다. “아니오라고 했을 때 추가로 추궁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멘토나 강사가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교육을 진행해야 한다. 현재는 40개 학교에서 독서활동을 하고 있고 각 학교에 직원들이 파견돼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

학창시절 법학을 준비했다. 전공서적을 조금 읽고서 사법시험을 접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정보 습득도 느리고 도저히 글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법전을 보면 굉장히 어려운 말들이 가득하다. 어려운 글은 기득권이 자기의 힘을 유지할 수 있는 강한 수단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쉬운 글을 통해 앞으로 일들을 풀어나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거창한 뜻을 가지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다. 일을 하면서 조금씩 준비하다가 2014년 퇴사 후 혼자 진행하게 된 것이다. 확신은 없어서 법인도 없었고 2015년 책을 출판하고 나서야 단체를 설립했다. 그리고 지난해 말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쉬운 글이 마음처럼 쉽게 써지진 않았을 텐데.

글을 쉽게 써서 책을 만든 후 돌아보니 쉬운 글에 대한 기준은 상대적인 것이었다. 이를 통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수 있을지, 대상자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그때 생각난 것이 가장 문해력이 낮은 친구들, 발달 장애를 가친 친구들이 글을 이해한다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글이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발달장애인과 접촉하는 것도 어려웠을 것 같다.

그 당시 스터디 모임을 운영했는데, 멤버 중 한 명이 발달장애인의 형이었다. ‘동생이 쉬운 글을 읽고 이해할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쉽게 바꾸는 작업을 해보자, 이 친구가 이해할 수 있다면 누구든지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라는 생각을 했고 대상자를 선정하게 됐다.

 

-단 한 명을 기준으로 한 건가. 편차 문제는 어떻게 해결했나.

물론 한 명을 기준으로 하는 게 확실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복지관에 연락을 해 발달장애인과 함께 감수하는 작업을 했다. 그런데 그 친구들이 이해를 하더라. ‘이제 됐다하는 마음에 출판했는데, 실패했다. 출판 후 교육을 진행하는데 이해하지 못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어찌 된 문제일까 살펴보니 도움을 받았던 복지관에서 문해력이 높은 친구들을 기준으로 참여시켰던 것이었다. 대다수 발달장애인보다 문해력이 높은 대상으로 첫 책을 출판했으니, 처참한 실패였다.

 

-처참한 실패라고 하는데, 현재 피치마켓의 책들은 전혀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첫 책의 문제점을 발견한 후 그 때부터 학교에 있는 특수학급으로 주당 한 두 번씩 출퇴근을 했다. 특수학급 친구들을 만나서 쓸데없는 이야기를 계속 반복했다. 그러면서 드디어 이 친구들이 책을 읽는 방식을 깨달았고 사람들을 모아서 두 번째 책을 작업했다. 주변에서도 두 번째 책을 만들고 난 후부터 긍정적으로 봐주셨다. 그 책이 바로 피치마켓의 첫 책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톨스토이].

  

▲ 도서관 한켠에 자리잡은 책들은 그동안의 고민들을 보여주는 듯 했다. <김상문 기자>  

 

-생각보다 어려운 책이다.

피치마켓의 첫 책은 많은 의미부여를 했다. 느린 학습자도 어려운 책을 충분히 읽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사실 책의 절반가량이 창작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느린 학습자가 어려워하는 것은 이야기의 흐름을 쫓아가지 못하는 것들이다. 과거회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소리 내서 책은 읽지만 글 자체가 이해가 안 되거나. 우리가 영어를 읽는 것을 생각하면 쉽다. 영어 문장이 써져 있으면 충분히 읽을 수 있지만 소리 내서 읽어도 무슨 뜻인지 알기는 어려운 것과 똑같다. 그래서 이야기를 재구성하고 문장이나 문맥을 이해하기 쉽게 바꾸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독서활동을 진행한다고 했다.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나.

소그룹으로 나눠서 다양한 방식의 대화를 진행한다. 느린 학습자들은 대부분 컨트롤이라는 부분이 떨어진다. 어떤 친구는 정말 쓸데없는 얘기를 계속 하기도 한다. 보통 우리가 겪어온 교육은 이런 대화를 끊는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 쓸데없는 얘기도 해보고 시끄럽게 계속 대화를 진행한다. 우리가 이 활동을 하는 1차 이유는 대화를 하는 것이고 2차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다.

 

-시끄럽게 떠드는 걸로 공감대 형성이 가능한가.

누구든지 소외감이란 것을 느낀다. 기자님이 프로그래머들 사이에 혼자 있다고 생각해보면 편하다. 그들은 자신들의 공감대가 있어서 시끄럽게 대화를 진행할 것이다. 하지만 기자님은 아는 내용이 없기 때문에 같이 대화를 나누기 힘들 수 있다. 기껏 해봐야 점심 뭐 드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등 의미 없는 대화만 진행될 확률이 높다. 비장애인과 장애인 사이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정보와 지식이 제한돼 있으니 공감대 형성을 할 거리가 없다. 부모님들과도 공감대가 만들어지지 않아서 힘들어 하는 분들도 있다. 책을 읽고 쓸데없는 얘기를 해도 대화가 이뤄지면 공감대가 형성되고 마음에 쌓여있던 벽이 허물어진다.

 

-‘도서관이 생각보다 밝고 즐거운 분위기다. 일반적으로 느껴지는 무거운 느낌이 없다.

무거운 분위기를 없애야 한다. 발달장애인, 특히 자폐친구들은 목소리도 크고 행동반경도 넓다. 일반 도서관에서는 이용자들이 눈치를 준다. 책을 읽기 싫어서보다 눈치를 보느라 도서관 이용을 못하는 상황도 발생한다. 그래서 시끄러운 공간의 필요성이 있었다. 누워서, 앉아서, 기대서, 굳이 딱딱한 자세도 필요 없는 공간이 피치마켓 도서관이다.

  

▲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질문에 기획자 경험을 살려 여러 도전을 해나갈 수 있어 다행이라고 답하는 함의영 대표. <김상문 기자> 

 

-비용, 현실적인 문제가 힘들었을 텐데.

비영리단체로 등록을 했다. 수익 사업은 연결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사실 초반엔 목적사업으로 참가비를 받았다. 발달장애인이 책을 읽을 수 있을까라는 것에 많은 사람이 의문을 가져도 시도를 하고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하지만 개별적인 수업료를 받다보니 진입장벽이 됐다. 나중에는 일부 유료화를 할 수 있겠지만 현재는 비용 없이 활동을 진행한다. 그래서 아산나눔재단의 후원을 받아 운영하고 있다. 또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프로젝트는 쉬운 분야가 아니지 않나.

지금까지 일해 온 게 기획자다 보니 그나마 쉬운 일이었다. UN환경계획 기획협력팀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남극모니터링사업, 아프리카 환경개선 교량건설 등을 기획한 것이 도움이 됐다. 현재는 규모문제가 있어서 거대하게 진행은 못하지만 소소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간단하게 설명해줄 수 있나.

오늘(731) 토론회는 느린 학습자 대학 도우미의 첫 시작을 함께하는 오리엔테이션이다. 앞으로 1년간 진행할 프로젝트로 교육을 마친 도우미들은 복지관이나 센터로 진출해 느린 학습자를 돕게 된다. 또 느린 학습자를 위한 게임을 만드는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오래된 친구가 프로그래머여서 도움을 요청했다. 우리가 기획을 진행하고 개발을 그쪽에서 진행 중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온라인으로 진행하면 좋을 것 같아서 멘토와 멘티가 함께하는 채팅 앱을 만들고 있다. 하지만 채팅 앱은 재미가 없기도 하고 범죄관련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폐쇄형 채팅이 아닌 개방형 아바타 대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 아직 만족스러운 수준도 아니고 완성도도 떨어지지만 길지 않은 시간 내에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

 

-준비과정에서 희노애락이 있었나.

선생님들을 통해서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학생들이 변화하는 것을 보고 선생님들이 놀랐다고 할 때 정말 뿌듯하다. 책을 읽을 수 있다, 학생들이 책을 본인이 찾아 읽어서 놀랐다고 할 때마다 뿌듯함을 느낀다. 일부러 책의 표지를 딱딱하게 만든다. 청소년기에 찾아 읽는 어려운 책들과 비슷하게 만들어 느린 학습자의 자존감을 높인다. 책을 읽고 같은 대화를 하고 있을 때 정말 뿌듯하다. 사실 슬프거나 화나는 일들은 분명히 있겠지만 무뎌서 그런지 크게 생각나는 부분이 없다. 기억을 잘 못한다.

 

-마지막으로 미래 목표가 있다면.

영국의 비슷한 기관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금까지 만들어 낸 책들을 올해 안에 영문 번역작업도 진행할 것 같다. 5년 내 전 세계에 쉬운 글들을 안내하는 게 목표다. 그리고 10년 후엔 자립을 할 수 있는 구조가 돼 해외 법인까지 비즈니스 모델을 적용하고 싶다.

  

▲ 함의영 피치마켓 대표는 "느린 학습자에게 이해를 강요하지 않고 자존심을 상하지 않게 함께 찾아볼 수 있는 교육이 앞으로 우리가 해야할 일"이라고 말했다. <김상문 기자>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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