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무엇이 문제였을까

예멘 내전 심화가 도화선 돼…쉬운 입국절차 지적도

문병곤 기자 | 기사입력 2018/08/03 [13:26]

‘제주도 예멘 난민 사태’ 무엇이 문제였을까

예멘 내전 심화가 도화선 돼…쉬운 입국절차 지적도

문병곤 기자 | 입력 : 2018/08/03 [13:26]

예멘 내전이란 1994년 예멘이 권력 분배와 차별 등의 문제로 인해 남예멘과 북예멘으로 갈라져서 싸운 전쟁을 말한다. 이때 북예멘이 내전에서 승리하여 다시 통일되었으나 지금까지도 불안정한 통일로 인해 내전이 계속 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슬람교의 종파 중 하나인 시아파 율법의 정치 강림을 목표로 하고 있는 반군 ‘후티’와 예멘 정부, 정부를 지원하는 사우디 주도 연합군, 정부와 지원하면서 갈등하는 남예멘 분리주의자, 알카에다 등 테러집단 사이의 내전으로 심화되고 있다.


 

▲ 제주도 난민 사태가 특수한 이유는 한국에서 '통제되지 않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낮은 난민이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대규모 유입'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사진 출처= 무료 이미지 사이트 freeqration>


2018년 초 예맨 출신 난민 500여 명이 제주도로 입국해 대한민국 정부에 난민 지위 인정을 요청했다. 2015년 0명, 2016년 7명, 2017년 42명에 불과했던 제주 예맨 국적 난민 신청자가 급격히 늘어난 것이다. 

 

한국이 이전에 난민이 유입되지 않았다거나 난민을 받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이 특수한 이유는 한국에서 '통제되지 않고 문화적으로 유사성이 낮은 난민이 가장 짧은 시간 내에 대규모 유입'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또한 거의 전원이 무슬림인 탓에 한국에서도 유럽 난민 사태와 엮여 한국에서 본격적인 반 이슬람, 반 난민 여론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사태의 도화선은 예멘에 있었다. 올해 1월 말에 하디 정부와 동맹 관계였던 남예멘 분리주의 집단이 갑자기 정부와 갈라서기 시작하고 정부가 머물던 아덴을 장악했다. 아랍 에미리트의 지원을 받는 이들이 ‘후티 반군과 정부’사이의 싸움에 끼어들게 되면서 예멘의 내전은 장기화되고 한치 앞을 모르게 됐다. 상황이 이러게 되자 예멘인들은 전쟁 혹은 징집을 피하기 위해 난민이 되기를 결심한 것이다.

 

그렇다면 왜 난민들은 제주도를 선택한 것일까. 이는 제주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별다른 조건 없이 3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하고(무사증 입국) 한국이 시행 중인 난민법이 그나마 동아시아권에서 가장 개방적이고 독립적인 체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중동계 이슬람 난민들은 1차 목적지로 말레이시아를 택한다. 이슬람이 국교라 곳곳에 기도실이 있고 할랄 푸드를 구하기 쉬운 등 생활하기에 불편함이 적고 90일까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말레이시아가 난민협약 가입국이 아니어서 난민 수용의 기준이 없고, 취업도 허용하지 않는다. 때문에 경제적으로 곤궁한 난민들 입장에서 말레이시아는 현재로써는 ‘1차 정류소’ 역할만 하고 있다. 

 

서방국가나 유럽의 경우 2015년 11월 파리 테러, 2016년 쾰른 집단 성폭행 사건, 2016년 브뤼셀 테러 사건, 2016년 니스 테러, 2017년 런던 지하철 폭탄 테러 등등 잦은 테러 사건으로 난민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어 입국자체가 어렵다. 중동 또는 북아프리카 난민들이 유럽에 들어오려면 배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게 되는데, 해당 정부에서 입항을 아예 거부할 수도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12년 아시아에선 처음으로 난민법으로 인해 난민 신청자는 심사 기간 제한 없이 국내 체류 자격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일단 입국만 하면 국제적인 조약에서 큰 원칙 중의 하나인 '본국 송환 금지 원칙'에 따라 대한민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본국으로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송환할 수 없기도 하다. 결국 유럽과 다른 서방 국가들이 난민에 대해 문을 잠그기 시작하면서 선택지가 그리 많지 않은 상황이라 이들 난민에게는 경제적 위상이 높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개방적인 난민법 체계를 가지고 있는 '대한민국'이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됐던 것이다. 

 

예멘 난민들은 제주도가 관광객 유치를 위해서 거의 모든 나라 사람들이 별다른 조건 없이 30일간 무비자 체류가 가능한 점을 이용해 한국에 합법적으로 입국했다. 입국한 이들은 ‘난민 지위를 인정해달라’는 취지로 정부에 난민 신청을 하고 미리 모아온 돈으로 의식주를 해결하고 있다. 때문에 사실 법적으로 엄밀히 말해서 그 사람들은 난민이 아니다. 우리 정부의 난민법에 의한 난민 심사를 거쳐야 난민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들은 ‘난민 신청자’인 것이다.

 

예멘이나 시리아처럼 내전이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지역에서 온 사람들을 모두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난민법상 인종이나 종교나 정치적 견해나 특정 사회 신분 등의 이유로 어떤 박해를 받거나 공포로 인해 국적국의 보호를 받지 못하거나 받기를 원하지 않는 자가 난민으로 규정돼 있다. 

 

문제는 이들이 난민 심사를 받는 동안만 유지되는 임시 비자로는 취업이 안 되고 최초 난민 신청을 한 이후 6개월 이내에서는 취업이 엄격히 금지가 되는 점이다. 난민 1차 심사기간이 끝나는 때까지 난민들은 법적으로 난민법에 의해 그냥 대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예멘 난민들이 생계비가 떨어지면서 노숙자로 나오게 되고 해안에서 텐트를 친다든지 상황이 벌어지자 제주는 일시적으로 300여 명에게 취업을 허락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의 반이슬람 정서는 예멘 난민들에게 마냥 호의롭지는 않았다. 정부에서 다문화주의 논리를 강조하는 등 선진국으로서 수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었으나, 갈수록 증가하고 있는 외국인 이민자 범죄문제와 불법입국, 문화갈등 문제가 겹치면서 외국인 이민자에 대한 시선은 계속 악화됐다. 

 

특히 유럽에서 이슬람권 난민을 대거 받아주면서 발생한 각종 부작용이 알려지면서 난민의 망명에 대해 단순히 인권문제, 감성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주권국으로써 자국민의 안전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여론이 생겨났다. 이 상황에서 제주도에 예멘인 500명이 대거 입국한 사실이 알려지자 난민 문제에 대한 국민들의 잠잠했던 반감이 드러났다.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은 70만 명이 넘는 동의를 받아 역대 최다 청원이 되면서 난민에 대한 국민적인 반감이 드러나기도 했다.

 

결국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는 2018년 6월 1일부터 예멘을 무비자 국가에서 제외했고, 제주도 내 예멘 난민들에 대해서는 제주도를 벗어나지 못하게 하는 제한 조치도 실시했다. 현실적으로 부족한 예산과 인프라로는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제주도청과 출입국외국인청에서는 난민신청자들에 대해서 인도적인 지원과 관리를 하는 한편 추가 입국을 불허했다. 제주도내 예멘 난민들은 제주도에 체류하면서 동시에 양식장, 어선 선원으로 조기 취업하는 등 이미 402명의 취업도 준비가 된 상태로 알려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예멘 난민심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진행해줄 것을 건의하기도 했다. 

 

▲ 지난 8월1일 청와대 청원사이트에 올라온 ‘난민법, 무사증 입국, 난민신청허가 폐지/개헌 청원’에 대해 청와대는 법무부 박상기 장관을 통해 답변에 나섰다.     ©<사진 출처= 청와대 페이스북>

 

청와대도 공식적으로 난민 문제를 언급했다. 지난 8월1일 청와대는 법무부 박상기 장관을 통해 '제주도 불법 난민과 관련한 난민 신청허가 폐지 및 개헌' 청원에 대해 답변했다. 박 장관은 "이번 청원에 나타난 국민들의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며 "청원을 계기로 난민제도 전반적 상황을 꼼꼼히 재검토하여 개선방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난민 신청시 SNS 계정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신원 검증을 강화할 것"이라며 "박해 사유는 물론, 마약 검사 등에 대해 엄정하게 심사한다"고 설명해 실제 난민이 아니라 위장취업 등을 목적으로 하는 ‘허위 난민’ 우려에 대해 답했다. 이어 "불법 행위를 조장하는 난민 브로커 처벌 조항도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부족한 심사 인력과 통역 전문가를 대폭 늘리고 국가 정황 정보를 수집하는 전문 인력 확충과 전문성, 독립성을 갖춘 난민심판원을 신설해 난민 심사를 최대한 빨리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국내의 정치권 내에서도 난민법 개정을 추진하는 등 관련 논의가 계속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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