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받은 안희정, 희비갈린 여론

성혜미 기자 | 기사입력 2018/08/14 [18:16]

무죄 받은 안희정, 희비갈린 여론

성혜미 기자 | 입력 : 2018/08/14 [18:16]

 

▲ 수행비서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 <사진=김상문 기자> 

 

자신의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전 전 충남지사에 대한 1심판결을 놓고 여론의 반응이 엇갈렸다. 여성단체를 비롯한 시민사회단체는 미투에 대한 사형선고라며 판결에 불복하는 반면 불륜과 불법은 다르다며 무죄가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1부는 14일 수행비서 김지은(33)씨를 성폭행하고 강제추행한 혐의를 받고 있는 안희정(53) 전 충남지사에 대해 “(성관계 과정에서)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어떤 위력을 행사했다거나 하는 정황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의 도지사로서 공무원을 임면할 권한이 있는 점 대권주자로 거명되던 인물인 점을 바탕으로 그와 김씨 사이에 위력이 존재할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평소 안 전 지사가 김씨를 포함한 주변 직원의 자유의사를 억압할 정도로 사회적, 정치적 지위를 행사하거나 과시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한 안 전 지사로부터 업무상 위력에 의해 간음과 추행을 각각 4회와 1회에 걸쳐 당했다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서는 개별 사건 판단을 통해 제출된 증거 자료와 김씨 측의 진술 만으로는 해당 혐의를 입증하기 어렵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아울러 20177월 러시아호텔에서 외롭다, 안아 달라는 안 전 지사의 요구에 김씨가 응한 정황이 확인됐고, 이후 김씨가 안 전 지사를 존경하는 듯한 태도를 보인 점 등을 토대로 성관계와 신체접촉이 안 전 지사의 위력으로 이해 김씨의 자유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상급자의 성관계 요구에 명시적으로 동의 의사를 표명하거나, 거절이나 저항이 아니더라도 나름 거절의 태도를 보여 진정한 내심에 반하는 상황이었다고 하더라도 현행 우리나라 성폭력 범죄 처벌체계로는 피고인의 행위를 성폭력범범죄 처벌 대상으로 보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이어 폭행·협박 등 위력 행사가 아니더라도 상대방이 거부 의사를 표명했는데 성관계로 이어지면 강간으로 처벌하는 체계 또는 상대방의 명시적이고 적극적인 성관계 동의 의사가 있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강간으로 보는 체계를 도입할 것인지 여부는 입법 정책적 측면의 문제다라며 이보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성문화와 성에 대한 인식 변화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여성 단체 등은 안 전 지사의 1심 판결 직후 기자회견을 열고 재판부의 판결에 불복하는 입장을 밝혔다.

 

안희정성폭력사건공동대책위원회는 재판부가 우리 사회의 합의와 변화를 읽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참담하고 가슴 아픈 순간이라고 말했다.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씨는 오늘 판결은 1994년 한국 최초의 성희롱 판결이 있었던 23년 전보다 훨씬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존재하고 있는 불평등에 대해서 재판부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고, 이런 재판부가 우리의 현실을 판단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묻고 싶다재판부가 했던 끔찍하고 비현실적인 이 판결이 우리 사회의 더 나쁜 부분, 불평등한 부분, 더 문제적인 부분들을 훨씬 더 강화시킬 것이라는 생각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과 피해자 김지은씨도 재판부 판결에 반발했다. 서울서부지검은 입장문을 내고 법원의 무죄 선고를 납득하기 어렵다.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일관되게 진술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인정된다면서 항소심에서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김씨 또한 입장문을 통해 굳건히 살아서 안희정의 범죄 행위를 법적으로 증명할 것이라며 부당한 결과에 주저앉지 않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무죄 선고로 인해 페미니즘이 만들어내는 모든 사회적 담론이 이 사건 하나로 무고죄등으로 잘못된 선입견으로 매도당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판부가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이유는 김씨가 잘못했고 안 전 지사가 잘했다는 게 아니라 유죄로 볼 근거가 충분하지 않기 때문일텐데 일부 집단이 이번 판결을 마치 페미니즘과 미투의 패배로 해석하기 시작하면 최근 활발히 활동해온 여성단체들에게 큰 타격을 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안 전 지사가 잘했다는 것은 아니지만 불륜과 불법은 다르다’는 내용으로 재판부의 판결이 합당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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