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추적팀, 대기업 前오너 등 체납세금 징수한 내막

정태수·김우중 숨겨왔던 재산 덜미, ‘꼬리 잡힌 회장님들’

김길태 기자 | 기사입력 2012/05/15 [14:30]

국세청 추적팀, 대기업 前오너 등 체납세금 징수한 내막

정태수·김우중 숨겨왔던 재산 덜미, ‘꼬리 잡힌 회장님들’

김길태 기자 | 입력 : 2012/05/15 [14:30]
재산이 많으면서도 이를 숨기고 탈세를 해온 전 대기업 사주 등이 국세청 ‘무한추적팀’으로부터 수천억원의 세금을 추징당했다. 탈세 수법도 점점 교묘해지고 지능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반사회적 고액체납자들로부터 추징한 세금만 무려 40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드러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편집자 주>

정 전 회장, 체납처분 피하려 소유권 옮긴 뒤 고액의 시세차익
김 전 회장, 유령회사 명의로 1000억원대 국내기업 주식 보유

 
반사회적 고액체납자들 추징 세금만 무려 4000억원
법적·제도적 허점 지능적으로 악용…공정사회 역행
 
[주간현대=김길태 기자]
증여세 등 수천억원의 세금을 체납하고 해외도피 중이던 전 대기업 회장이 10여 년 전 지방자치단체에 공익 목적으로 수용된 토지가 용도 변경으로 환매권이 발생하자 체납처분을 피하기 위해 소유권을 옮긴 뒤 고액의 시세차익을 거두려고 했지만 국세청의 눈을 피하지 못하며 발목을 잡혔다. 또 다른 고액체납자인 전 대기업 회장도 숨겨둔 조세 회피지역에 만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국내 대기업 주식 1000억원어치를 숨겨둔 사실이 들통 나 체납 세금을 내게 됐다.

국세청은 지난 2월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을 본격 가동한 이후 전 대기업 사주 등 반사회적 고액 체납자의 체납처분 회피 행위를 추적해 체납세금 총 3938억원을 징수했다고 지난 4월8일 밝혔다. 이 가운데 국세청이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던 정태수(89) 전 한보 회장과 김우중(76) 전 대우 회장의 숨은 재산 일부를 찾아내서 환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모두 돈이 없다며 지난 10년이 넘도록 거액의 세금을 체납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체납처분 회피

국세청은 10여 년전 공익목적으로 수용된 토지의 용도가 변경되자 이에 환매권이 발생하고 이로 인하여 고액의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이 법률회사의 자문을 얻어 환매자금을 모집한 후 환매권 행사와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하여 체납처분을 회피하려 한다는 정보를 수집, 환매 토지에 대한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했다고 밝혔다.

국세청에 따르면 정 전 회장은 자신이 소유한 서울 송파구 장지동 땅 약 1만 평을 1999년 수용당해 약 90억원을 받고 서울시에 넘겼다. 그러나 해당 부지를 쓰레기 소각장으로 사용하려던 당초 계획이 주민 반발로 무산됐고, 수용한 땅을 사용하지 않으면 원래 주인에게 되팔도록 하는 관련 규정에 따라 지난해 4월 정 전 회장에게 환매권이 주어진 것.
그런데 세금을 체납하던 정 전 회장이 법률회사를 통해 이 환매권을 행사하겠다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환매가액은 200억원으로 수용당한 당시의 90억원보다 비싸지만, 현재 시가는 환매가액보다 훨씬 높아 고액의 시세차익이 예상되자 정 전 회장 측이 환매권 행사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국세청은 정 전 회장측이 자금을 모집해 땅을 되산 뒤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소유권을 넘길 것이란 정보를 입수하고 환매 토지에 대해 정 전 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을 압류했다. 소유권이전등기청구권이란 부동산 등의 소유권을 넘겨받기 위한 법적 절차이며, 이를 압류하면 정 전 회장은 토지를 되산 뒤 자기 소유로 전환하거나 매각할 수 없다.

국세청은 향후 환매 토지를 처분할 경우 627억원 정도를 국세로 거둬들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정 전 회장측은 “현재 장지동 땅의 환매권 압류가 가능한지 여부에 대해 국세청과 소송이 진행 중이며 소송 결과를 지켜볼 것”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또 정 전 회장의 재산변동 상황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환지 후 30년간 등기하지 않고 보유하던 180억원 상당의 토지를 발견해 이를 환수하기 위한 소송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유령회사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또한 차명주식이 드러나 체납세금을 내게 됐다. 김 전 회장은 그동안 본인명의의 재산이 없으면서도 부인 명의 고급 빌라에서 지냈다. 베트남 등 해외 출입도 빈번했다.

국세청은 이미 김 전 회장의 생활실태를 밀착 파악해 왔었다. 그러던 중 해외사업을 위해 출국할 것이라는 정보를 확보, 출국규제 조치함과 동시에 김 전 회장의 숨긴 재산을 찾기 위해 관련 법인들의 주주현황과 출국한 국가 등을 검토해 조사에 나섰다.

그 과정에서 입수한 정보로 인해 김 전 회장이 해외 페이퍼컴퍼니 명의로 1000억원대 국내 기업 주식을 보유했던 걸 밝혀내고 2009년 이를 압류했다. 국세청은 이 비상장 국내 법인 주식이 공매되는 대로 세금 체납액 163억원을 징수한다는 계획이다.

김 전 회장과 가까운 인사는 한 언론을 통해 “김 전 회장이 과거에 교보생명 주식 등 사재를 출연했던 것에 거액의 세금이 붙었다”며 “김 전 회장은 이를 낼 돈이 없다”고 말했다. 김우중 전 회장은 지난 3월 대우그룹 창립 45주년 행사에 참석한 뒤 바로 해외로 출국한 상태로 그는 현재 세금과 별개인 17조8835억원의 추징금도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 무한추적팀이 이들 전 대기업 총수를 포함한 고액체납자 557명으로부터 올 들어 거둔 체납세금은 총 3938억원어치다. 국세청이 밝힌 이들의 재산 숨기기 수법은 가지가지였다.

지능적인 수법

비리 사학재단 이사장 A씨는 본인이 설립한 사학재단의 운영권을 고가에 양도한 후 신고하지 않아 과세된 종합소득세를 체납했다. 재단비리에 연루되어 소송경험이 많은 A이사장은 세금탈루와 금융추적 회피 목적으로 경영권 양도 대가를 현금으로 요구하여 자녀 명의로 개설한 양도성예금증서(CD) 계좌로 70여 차례에 걸쳐 넣었다 뺐다 하면서 지능적인 수법으로 자금을 세탁했다.

국세청은 자금세탁의 추적이 어려웠지만 대가를 받을 때마다 장남이 동행했다는 정보를 수집, 자녀의 부동산 취득자금을 추적하며 꼬리를 밟혔다. 이 돈은 자녀 앞으로 고가의 아파트를 사는 데 쓴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사해행위취소소송을 제기하여 16억원의 조세채권을 확보하고 A씨를 체납처분면탈범으로 검찰에 고발했다.

또 해외에 거주한 상속인도 이번 조사로 인해 세금을 내게 됐다. 이들은 피상속인의 차명 국내 부동산 등에 대한 상속세 신고도 하지 않고, 상속재산을 매각한 후 해외에서 고급주택에 거주해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세청은 상속인들의 소송자료로 명의신탁 재산을 확인하고 반환청구 소송에 승소하였으나, 해외 상속인이 확인되지 않아 승소에 따른 상속대위등기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피상속인의 친척 중 법률대리인을 찾아 설득해 상속인과 동일인임을 보증하게 하여 대위등기 후 재산을 압류 조세채권 133억원을 확보했다고 전했다.

김덕중 국세청 징세법무국장은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의 활동범위를 확대해 국외로 재산을 빼돌린 체납자의 추적조사를 강화할 계획”이며 “악의적 고액세납자와 이를 방조한 자를 조세범칙행위로 형사고발 하는 등 엄정히 대처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김 국장은 “국내에서 세금을 납부하지 않고 해외로 재산을 은닉·도피한 체납자에 대해서도 추적조사를 실시하기 위해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의 활동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국세청은 숨긴재산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직원들이 체납자로부터 협박을 받는 등 위험한 상황을 겪음에 따라 직원 신변안전을 위해 보호장비를 비치하고 체납자의 과도한 공무집행 방해 등은 고발하기로 했다.

체납자의 협박

국세청에 따르면 세법질서를 훼손하는 악의적이고 고액체납자와 이를 방조한 경우에 대해서는 조세범칙행위로 형사고발하는 등 엄정히 대처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올해 2월부터 4월말까지 국세청 산하 6개 지방청에 발족된 17개 팀(192명)의 ‘숨긴재산 무한추적팀’이 2개월간 고액·상습체납자를 대상으로 징세행정을 펼치는 과정에서 협박 등의 위험한 상황에 직면한 바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 압류된 주상복합건물이 시세보다 낮은 가액으로 매각될 것을 우려하는 컴퓨터그래픽 서비스업자 B씨의 요청을 수용해 자진 납부기한을 주어 공매를 중지했으나, 2004년 이후 체납액이 계속 증가하고 납부약속을 지키지 않아 압류 부동산을 공매 의뢰했다.

이 과정에서 체납자 B씨가 ‘무한 추적팀’ 직원에게 협박을 가하는 사례가 발생했다. 수차례 사전통지 등을 거쳐 2012년 4월 압류 부동산이 낙찰되자, 격분한 체납자가 무한추적팀 사무실을 방문, 공매중지를 막무가내로 요구했다.

B씨는 ‘무한추적팀’ 담당 女직원에게 자신은 지명수배자라고 큰소리치고 소란을 피우다가 여러 자루의 날카로운 연필 묶음을 꺼내 자신의 왼쪽 손목 동맥을 자해하려는 위협적인 상황을 연출했다. B씨는 “이걸로 여기 급소를 그으면 평생 못 쓰고 살아”, “딸 있어요? 아들 있어요? 우리는 당신 안 건드려…”라고 협박하는 등 공포 분위기를 조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일이 불거지자 국세청은 체납자에 대해 납세의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등 적극적인 안내와 설득을 통해 체납업무를 수행하고 그 과정에서 체납자의 과도한 공무집행 방해나 공무원 신변에 대한 위험이 발생하는 경우 고발조치 등 단호히 대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무한추적팀 직원의 신변안전을 위한 보호장비를 비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마련한 후 악성민원 대응요령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kgt0404@hyundaenews.com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광고
광고
포토뉴스
3월 둘째주 주간현대 1244호 헤드라인 뉴스
1/3
광고
광고
광고
광고
많이 본 기사
광고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