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인터뷰]
“대체복무의 징벌적 성격 불가피한 점 아쉬워”

개인 신념 따라 나부터 총 안 들겠다는 선택
한국 이미 대체복무 있어…‘기초군사훈련 차이’

문혜현 기자 | 기사입력 2018/08/29 [09:13]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 인터뷰]
“대체복무의 징벌적 성격 불가피한 점 아쉬워”

개인 신념 따라 나부터 총 안 들겠다는 선택
한국 이미 대체복무 있어…‘기초군사훈련 차이’

문혜현 기자 | 입력 : 2018/08/29 [09:13]

대체복무제 도입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국방부의 결정을 지켜보고 있다. 평화를 실천하기 위해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된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병역문제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봤다. 정부가 국방의 의무를 총이 아닌 다른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방안을 마련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처벌을 헌법에 불합치하다는 판결을 내렸다. 또 이번 결정을 바탕으로 징병제 전반에 대한 검토와 군 인권 향상을 주장하는 홍 활동가는 대체복무에 대한 부정적 시선과 군 내부 문제가 절대 무관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대체복무제가 도입되면 병역 기피자가 늘어날 것이라는 비판에 대해 제한정원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 김상문 기자

 

 

병역기피 지적은 군 내부 문제 인정하는 것

징병제 균열 낸 헌재 결정 위중함 깨달아야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다른 점은 딱 하나. 기초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병역거부를 한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한 거다. 양심에 따라 병역이행을 한 사람들이 있듯이 병역거부자들도 양심에 따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부터 총을 들지 않겠다는 단순한 선택을 한 것뿐이다.”

 

‘개인의 신념’에 따른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는 대체복무제를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을 지켜보고 아직까지 한국사회가 징병 문제를 편하게 논의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봤다.

 

대체복무제도입이 확정지어지면서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 부처는 제도 마련에 나서고 있다. 대체로 현역병의 복무기간의 두 배인 36개월 복무에 소방서·교도소 등 인력이 필요한 기관에 대체복무병을 합숙 형태로 투입한다는 방안이 고려되고 있다. 대체복무제는 이러한 정치적 논의 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찬반 논의가 뜨거웠던 문제다. 전시국가로서 국방의 의무를 준수하는 것에 민감한 상황 때문에 현역병들과의 형평성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지만 한편에선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띠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2017년 4월 병역거부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은 홍 활동가는 대체복무제 도입에 앞서 제기되는 다양한 우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다음은 본지와 홍정훈 참여연대 활동가와의 인터뷰 전문.

 

- 양심적 병역거부자인데 그 이유가 무엇인가.

▲ 저는 여호와의 증인과는 다르게 종교적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다. 어릴 때부터 지켜온 평화에 대한 신념을 실현하면서 살고 싶어서 병역거부를 선택하게 됐다. 

 

- 언제 처음 병역 거부를 했고 현재 어떤 상태인가.

▲ 2016년도 말 입영통지서가 날아와 급박하게 입영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마주했다. 사실 16년도 초중반부터 병역거부를 할 수 있다는 선택지를 알게 돼 고민하고 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입영 통지서를 받았고 병역거부를 선택했다. 그 전까지는 다른 사람들처럼 병역을 연기해왔다. 마침 더 이상 병역을 연기할 이유도 없었고 이제는 스스로 병역거부를 선택하는 것에 대한 확신이 있었다. 

 

- 병역거부를 한 뒤에 재판 과정을 겪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절차를 거치는가.

▲ 특별한 절차 없이 입영통지서에 적힌 날짜에 입영을 하지 않으면 된다. 병무청도 입영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해 다음날 즈음 전화로 양심적 병역거부자이기 때문에 입영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병무청은 저를 검찰에 고발하고 재판과정이 빠르게 진행됐다. 17년 4월 1심에서 징역 1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행히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재판은 구속 재판이 아닌 추세가 오랫동안 이어져 구속되지 않고 곧바로 항소할 수 있었다. 17년 8월에 항소심이 진행됐지만 그때부터 헌법 재판소의 구성과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한 헌재 결정이 이전과 달라질 것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됐고, 재판도 연기가 됐다. 현재는 항소심의 추정 상태로 계류되어 있다. 

 

- 현재 대체복무제 도입을 위한 법안이 많이 발의됐다. 적절하다고 보는 법안이 있는가. 

▲ 개인 의사를 떠나서 박주민 의원의 법안 같은 경우 많은 시민단체들이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세밀한 부분으로 들어가면 시민사회가 지지하는 법안도 100% 만족할 수 있는 것 같진 않다. 국제사회가 정한 기준을 놓고 볼 땐 모든 것을 충족한다고 볼 수 없고 아쉬운 부분이 있다. 자유한국당이 낸 법안에 비하면 인간적이지만 말이다(웃음)

 

- 아쉬운 부분이 구체적으로 무엇인가.

▲ 이야기 하는 게 적절한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복무 기간에 대해선 유엔 자유권위원회는 보통 (현역병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는 권고를 수차례 내리고 있다. 하지만 국회에서 논의되는 바는 거의 1.5배나 2배를 초과하는 기간이다. 그 다음엔 형평성을 맞춘다는 명목으로 병역거부자들에게 징벌적인 성격을 지니는, 지닐 수밖에 없는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다. 

 

- 바라는 대체복무제 형태가 있는가. 

▲ 얼마 전에 한 기사에서 대체복무제를 시리즈로 다루다가 이런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아시안 게임에서 손흥민, 조현우 축구선수가 금메달을 따지 못해 병역면제를 받지 않으면 대체복무를 신청할 수 있을지 여부를 다루는 기사였다. 한국사회는 특정한 엘리트 직군에 대해 이미 대체복무제를 실시하고 있다. 흔히 말하는 공익공무요원도 사실은 대체복무제를 하고 있다. 의사·변호사·판사·약사·한의사와 같은 특정 직군에 있는 사람들은 다른 현역병과는 다르게 지역 사회에 일정 기간 동안 파견돼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공공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 그런 활동도 대체복무제라고 본다. 

 

양심적 병역거부자가 그들과 다른 점은 딱 하나. 기초 군사훈련을 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우리 사회가 그 4주의 차이가 얼마만큼 크다고 여기기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위한 대체복무제를 마련하는 데 이렇게나 많은 소모적인 논란이 일어나고, 언론이 이를 부추기고 있는지 사실 잘 이해되지 않는다. 제가 보기에 이미 대체복무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서 기초 훈련을 배제한 형태가 곧바로 대체복무제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에게 무조건 합숙 형태의 복무를 규정한다고 해서 스텝이 꼬이는 부분도 있다고 본다. 정부는 일손이 부족한 사회복지 시설에 봉사할 사람을 파견하겠다고 했다. 합숙을 하려고 하다 보니 가능한 시설이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현실적으로 여건이 힘들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 확인한 것이다. 이러한 징벌적 성격의 의무부과들에 대한 논의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아쉬운 부분이다. 

 

- 반대 의견 중 대체복무제 때문에 병역을 기피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는 부정적인 시선이 있다. 

▲ 현실적인 답변은 이미 시민사회 뿐 아니라 박주민 의원도 제시한 바 있다. 대체복무제의 정원을 정해놓으면 전혀 그러한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생기지 않는다. 또 그와 같은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오히려 거꾸로 징병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 한국 군대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여실히 드러내는 관점이 묻어난다고 본다. 한국 군대에 종사하는 사람을 철저히 비시민으로 분류하지 않고 정말 시민들과 동일하게 기본권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로 여기고 있다면 형평성과 군대를 기피한다는 생각을 못하는 게 맞다. 그런데 현재 한국 군대를 가야만 하는 상황 자체가 너무나도 열악하다 보니 이렇게 소모적인 문제제기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래서 시민사회는 물론이고 저 또한 군 인권도 당연히 개선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평화 활동에 나서는 사람들이 군 인권 향상을 훨씬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군대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처우와 인권이 개선된다면 당연히 대체복무제에 임하는 사람들의 처우나 인권도 향상될 것이다. 지금은 열악한 상황에 대한 형평성을 이야기하다보니 모두에게 부정적인 인식만 남게 되는 것 같다. 

 

- 양심적 병역거부자로서 느끼는 사회적 시선은 어떤가. 혹은 병역거부자로서 받은 차별이나 부정적인 반응을 겪은 적은 있는가.

▲ 물리적 형태의 폭력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차별을 경험한 적은 거의 없다. 저를 제외한 다른 병역거부자들 중 특히 20대 남성이면서 일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 사람은 취업할 때 차별이 존재한다고 들었다. 본인 신분을 숨기고 취업했다가도 병역거부 사실이 밝혀지면 차별을 받는다고 한다.

 

간접적으로는 본의 아니게 포토월에 몇 번 올라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본 적이 있다. 댓글 중 혐오가 담긴 표현이나 혹은 오히려 군대를 갔다 온 사람들에 대한 차별적인 조치라고 반론하는 분들이 쏟아낸 공격들을 봤다. 저는 사실 그 대상이 저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 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댓글이) 사람들이 군에서 겪은, 노출되어야 했던 폭력에 대한 깊은 상처와 반감이 담겨 있는 거라고 본다. 그 반감과 폭력에 대한 상처를 남긴 주체는 국가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쏟아내는 분노의 대상은 사실 국가이고 사회인 것이다. 그렇게 늘 생각해왔기 때문에 혐오 섞인 표현을 상대적으로 덤덤하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 홍정훈 활동가는 대체복무제가 징벌적 성격을 띠는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 김상문 기자

 

- 양심적 병역거부자라는 명칭에서 ‘양심적’이라는 표현이 논란이 되고 있다. 어떻게 보는지.

▲ 각자의 양심에 따라서 누군가는 병역 거부를 할 수 있고 누군가는 병역을 이행할 수도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단어가 존재한다면 양심적 병역 이행이라는 용어도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 단어가 서로 상반되거나 상충되지 않는다고 본다. 병역 거부와 병역 이행의 두 가지 개념이 모순되지 않고 선택지라고 보는 것이다. 각자의 선택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쉽게 접근하자면 군대를 가는 사람의 목적도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기 위함 아닌가. 내가 속한 사회와 국가, 가깝게는 내가 속한 공동체와 가족을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가는 것이고 거창하게 말하면 평화를 지키기 위해 군대를 가는 것이지 않나. 병역 거부를 한 사람들은 다른 선택을 한 거다.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나부터 총을 들지 않겠다는 단순한 선택을 한 것 뿐 인데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이런 이야기를 편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 함께하는 시민단체가 있다고 들었다.

▲ ‘전쟁 없는 세상’이라는 단체의 지원을 받고 있다. 병역거부운동을 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도 있다. 위 단체는 이제까지 병역거부자들의 수감생활에 필요한 물품이나 금전적인 지원을 해왔다. 또 수감자의 면회와 편지 발송 등을 지원해주면서 그 사람이 사회로부터 단절되지 않도록 돕고 있다. (최근 대체복무제 도입 논의가 되면서) 이제는 활동 범위를 더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가장 먼저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자고 주장했었고 현재 제도를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주도적인 논의를 이끌고 있다. 참여연대에서도 양심적 병역거부를 지지하고 실현하기 위한 운동에 나서고 있다. 

 

- 발의된 법안들이 9월 국회에서 논의되고 국방부도 올해 말까지 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앞으로 정치적·사회적으로 이루어지길 바라는 논의의 방향이 있다면.

▲ 이번 헌재의 결정이 한국 역사상 유례없는 일이었다고 본 점은 징병제에 처음으로 균열을 낸 사건이라는 거다. 모두가 예외 없이 군에 가서 폭력에 노출되었어야 하는 제도를 처음으로 바꾸는 아주 중요한 기회를 맞은 것이다. 사실 이상적인 사회라면 누구도 그러한 폭력에 노출돼선 안 된다. 폭력을 대물림해서도, 다른 존재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나아가서 군대를 갔다는 이유만으로 그 사람을 철저하게 사회로부터 격리해 시민으로서 인정받지 못하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본다. 때문에 헌재 결정이 갖는 위중한 의미를 국회 뿐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깨달았으면 좋겠다. 사실 이것을 잘 설득하는 몫이 우리에게 남아있는 것 같다. 

 

대체복무제를 설계하는 논의를 시작으로 군대 자체에 대한, 징병제 전반에 대한 철저한 재검토 과정이 필요하고 그 근간은 당연히 지금 군대에 가 있는 사람들과 앞으로 군에 가야 할 사람들의 처우와 인권이 향상되는 사안이 되어야 한다. 그런 뒤에는 자연스럽게 대체복무제에 대한 논의도 더 쉽게 국제사회가 정한 인권 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penfr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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