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낱같은 희망으로 남북 평화담론 끌어가는 문재인 정부

레드 콤플렉스- 전쟁공포심 자극, 정치·경제적 이익을 챙긴 세력들 자성하기를...

이계홍 칼럼니스트 | 기사입력 2018/08/30 [10:07]

실낱같은 희망으로 남북 평화담론 끌어가는 문재인 정부

레드 콤플렉스- 전쟁공포심 자극, 정치·경제적 이익을 챙긴 세력들 자성하기를...

이계홍 칼럼니스트 | 입력 : 2018/08/30 [10:07]

 

▲이계홍 칼럼 니스트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9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쳐 통일 자주적으로 (남북문제를)풀어야 한다"면서 "내외 반통일세력의 책동을 단호히 짓부셔야 한다"고 보도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인한 북미 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나온 논평이다. 노동신문은 '자주통일, 평화번영을 위한 역사적 선언'이라는 제목의 글에서 "민족의 화해·단합과 통일로 향한 현 정세 흐름을 계속 추동해나가자면 역사적인 판문점 선언의 이행을 다그쳐야 한다"고 했다.

 

그렇게 했으면 얼마나 좋겠는가. 외세의 개입없이 우리 민족끼리 순결한 마음으로 통일문제를 자주적으로 풀어간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냉엄한 국제질서가 그것을 용인하는가. 그래서 그것처럼 순진한 생각이 없다고 생각한다. 국내외 상황을 모르고 그런 주장을 했다면 순진한 생각이고, 알고도 그랬다면 옛 관성에 젖은 타성적 레토릭일 뿐이다.

 

집안 살림도 단독으로 꾸려가는 것이 아니다. 이웃과 이웃,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살아간다. 나라의 경우는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외세와 국제질서가 실타래처럼 얽히고 설킨 현실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한반도는 못난 조상 탓으로 구한말과 일제식민지, 해방공간을 거치면서 하루도 외세의 입김이 없었던 때가 없었다. 얼핏 보면 남한사회가 더 외세의존이 높아 보이지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북한도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군가의 후렴처럼 북은 우리 민족끼리를 노상 외친다.

 

폼페이오의 북한 방문이 전격 취소된 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한미연합훈련의 추가 중단은 없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북미협상 과정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이자 대북 강경론이 다시 전면에 나오고 있다. 반면에 북미 관계를 주도해나가는 미 국무부는 북한과 관계 진전 가능성이 남아 있다고 발언한다. 이것이 미국의 양면 정책의 단면이다.

 

이런 때 우리나라의 일부 보수정치세력, 일부 보수언론이 매티스의 강경 발언을 두고 금방 대북관계가 파탄난 것처럼 몰아간다. 매티스 발언 뿐아니라 존 볼턴이든, 미 언론이든 대북강경기조가 나왔다 하면 한수 더 떠서 요란을 떨기도 한

.

 

다시 한번 살펴보자. 나워트 미 국무부 대변인은 매티스 발언 직후 "폼페이오 장관과 매티스 장관은 (북미문제)관련해서 많은 대화를 한다, 긴밀하게 협조하고 있다. 이 사안은 한국뿐 아니라 우리 동맹국들과도 논의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 문제는 미국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사안이 아니고, 외교 상황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인만큼 국방부가 아니라 국무부가 키를 잡고 있다.

 

나워트 대변인은 “9월 열리는 남북 정상회담도 반대하느냐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아니다라고 했다. 비핵화에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에 반대한다는 뜻이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문 대통령의 의지에 신뢰를 보인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북미대화에 돌파구를 여는 역할을 9월 남북정상회담에 기대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북미간 교착상태를 9월 남북정상회담이 해결의 단초를 마련한 기회가 된다는 점도 엿볼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 의 일부 보수매체는 이런 전망을 가급적 회피한다. 대신 매티스 발언만을 중점 부각한다.

 

이 점 북한은 분명히 알아야 한다. 미국은 힘으로 세계질서를 잡겠다는 네오콘이 엄연히 존재하고, 그들은 지금 이 시간도 대결을 선호한다. 그것이 미국의 이익이라고 계산하고 있다. 반면에 대화파도 존재한다. 그래서 강온 발언이 나오고, 강온 전략이 나온다.

 

남한 사회의 경우는 이보다 훨씬 더하다. 북에 대한 전쟁공포심과 레드 콤플렉스를 자극해 정치적·경제적 이익을 챙긴 세력들이 강경 모드로 가야 한다는 취지로 말한다. 그런데 그들이 세상의 주류가 되어있다. 정권이 바뀌어 잠복해있긴 하지만 여전히 이들의 힘은 막강하다. 지난 과거 이를 통해 권세와 자본을 독점해왔으니 그 뿌리는 깊고 세력은 크다.

 

이들은 남북화해와 협력, 평화가 상시화되면 지난 70년동안 국민을 억누르고 속여온 과거 행태가 드러나게 될 것이다. 그래서 남북 화해와 협력은 어쩌면 그들에게 공황상태를 안겨줄지 모른다. 보수정치계 뿐아니라 보수언론, 보수학계, 보수 종교집단들이다.

 

북한이 진실로 남북화해와 협력을 추구하고,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함께 꿈꾼다면 이런 남한 사회의 상황을 잘 알아야 한다. 어쩌면 분열과 이간질로 당해본 그들이 더잘 알 것이다. 특히 보수언론의 보도태도를 잘 알 것이다. 북이 하는 일은 모두 악이고, 북의 행동은 모두 나쁘다는 보도태도. 북한이라면 어떻게든 물고 늘어지는 행태는 50년 전이나 지금이나 큰 차이가 없다. 이것이 누구에게 이익이 되는가. 물론 그것은 북한이 빌미를 제공한 측면도 있지만, 북한공포증으로 국내정치를 장악한 보수세력에게 이익을 안겨주려는 방향임을 잘 알 것이다.

 

그래서 북한에게 묻고 싶다. 남북·북미 대결 국면이 오면 누가 기뻐할 것인가.

 

문재인 정부는 경제문제 때문에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여론도 썩 좋지 않다. 여론정치를 해야하는 남한사회는 구조적인 경제문제가 문재인정부의 무능에서 오는 것인 양 몰아가고, 북미관계가 삐걱거리자 남북문제도 파탄날 것처럼 몰아간다.

 

그래서 촛불민심은 시원하게 정치·관료·경제·언론 적폐세력을 척결하자고 제안하지만 절차적 민주주의를 통치의 기본 가치로 한 문재인 정부가 그런 절차 때문에 속도가 나올 수 없다.

 

북한은 수십 년 경력의 대남정책 테크노크라트들이 존재한다. 정권이 바뀌면 대북정책 기조가 흔들리는 남한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그래서 그들의 정책은 일관성이 있다. 그러나 그들 역시 70년 체제의 남북 대결구도로 단맛을 본 남한사회의 대북강경론자들처럼 주변 상황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여전히 자기 식으로 가는 것만이 옳다는 옛 관성에 머물러 있지 않은지 자문해보기 바란다. 그렇게 해서 그들도 이익을 보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기 바란다. 백성들에게는 통일을 부르짖게 하고, 권력은 반통일의 대결구도로 가지 않았는가. 그런 세계관으로는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문재인 정부에 협력하지 않으면 북도 미래가 없다고 단언한다. 이는 보수정권 70년의 학습효과를 통해 그들이 더 잘 알 것이다. 종전과 같은 협박과 대결적 자세로 나간다면 남한의 대결세력이 더 좋아한다는 것을 알기 바란다. 전쟁공포로 권력과 자본을 장악한 남한사회의 보수세력과 여전히 공생관계를 유지한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물론 북한만이 전부 나쁘다고 볼 수는 없다. 미국의 횡포, 외세의 눈치를 보는 남한 때문에 남북문제가 앞으로 나가지 못한 측면도 있다. 하지만 북한이 조그만 빌미만 제공하면 벌떼처럼 달려들어 남북문제를 곤죽으로 만들어버리는 세력이 엄존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으로 남북 평화담론을 끌어가는 문재인 정부를 진폭 신뢰하고 따르기를 바란다.

 

국내 언론에도 당부한다. 남북문제는 큰 맥락으로 보아야 하고, 그래서 대서사적 관점이 요구된다. 현미경으로만 사물을 보면 일희일비 속에 큰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요즘은 전문기자 집단이 사라졌는지 큰 흐름을 간파하는 기자가 없다는 아쉬움이 크다. khlee0543@naver.com

 

*필자/이계홍. 소설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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