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 넘어선 미군범죄 ‘충격실태’

출동 경찰까지 폭행…“미군 왜 이러나”

김범준 기자 | 기사입력 2013/03/26 [10:21]

도 넘어선 미군범죄 ‘충격실태’

출동 경찰까지 폭행…“미군 왜 이러나”

김범준 기자 | 입력 : 2013/03/26 [10:21]

최근 주한 미군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큰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3월2일 주한 미군 3명이 심야에 비비탄 총을 쏘며 경찰과 마찰을 벌였고 보름 뒤엔 만취한 미군 병사가 경찰관을 폭행하기도 했다. 같은 달엔 민간 아파트 엘리베이터에서 한국인 여성을 성추행하거나 패싸움을 벌이다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주한미군 범죄가 끊이지 않고 일어나자 SOFA(주한미군지위협정) 규정이 개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우리 정부까지 나서서 미국범죄에 심각성을 이야기하자 미군도 과거보다 강력한 장병 통제조치를 취하는 등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편집자 주>


3월만 5건의 범죄 저지른 주한미군…경찰까지 공격해
미군 만 명 줄었으나 범죄는 오히려 지속적인 증가세
수많은 문제점 있는 SOFA규정에 빗발치는 개정요구
범법자 불명예제대 시킨다는 주한미군, 효과는 글쎄?
 
 
[주간현대=김범준 기자] 주한 미군들이 일으키는 각종 범죄가 꼬리를 물고 있다. 올해 3월 들어 벌써 5건을 기록하고 있는 주한 미군 범죄는 날이 갈수록 다양화하고 있는데다가 우리 경찰의 단속을 무력화하려는 경향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찰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사건들도 벌어지고 있어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증가하는 미군범죄
 
최근 연이어 터진 미군 범죄는 갈수록 도가 지나치고 있다. 3월2일 밤 서울 이태원에서 주한 미군 3명이 시민들을 향해 비비탄 총을 난사하고 도주하면서 추격하는 경찰관을 들이받아 상해를 입히는 난동극이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경찰관은 결국 실탄까지 발사하는 등 강력범죄 사건으로 확대됐다. 현재 경찰에서 수사하고 있는 이 사건은 미군병사 3명의 진술이 서로 달라 수사에 혼선이 오고 있다.
 
같은 달 15일 경기도 평택에서는 한 미군이 엘리베이터에서 20대 여성에게 음란동영상을 보여주고 손을 잡고 놔주지 않아 성추행 혐의로 입건됐다. 이 미군은 도주하다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게 3시간 만에 붙잡혔다. 하지만 경찰에 붙잡힌 이 미군은 음란동영상을 보여 준적이 없다며 성추행 혐의를 강하게 부인했고, 당시 엘리베이터 내 CCTV를 보여줘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 이에 경찰은 미군헌병대에 인계한 후 추가조사를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16일 경기도 동두천에서는 한국인이 미군에게 집단구타를 당하다 흉기를 빼앗아 미군들을 찌르는 사건이 일어났다. 당초 이 사건은 미군 4명이 한국인 남성을 흉기로 위협하자 한국인 남성이 흉기를 빼앗아 미군을 부상당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상은 이와 달랐다. 거리를 지나던 미군들이 술에 취한 필리핀 여성을 부축해줬는데 이를 본 여성의 남편이 아내를 성추행한 것으로 오해했고 이에 시비가 붙자 남편의 지인이 다툼에 끼어든 것이었다. 이 과정에서 미군 3명이 흉기에 찔렸고 그 중 한명은 배를 찔려 한때 중태에 빠졌다. 경찰은 미군을 흉기로 찌른 한국인을 구속했다.
 
3월17일 오전 3시쯤 서울 마포구 서교동의 한 호프집에서 주한 미군이 난동을 부리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출동한 순경과의 난투극 끝에 미군은 체포됐다. 같은 날 오전 5시쯤에는 서울 상수동 홍익대 앞에서 행인과 시비를 벌이다 치안센터에 끌려간 미군 성남항공대 소속 병사가 경찰을 계단으로 밀어 넘어뜨렸다. 이날 하루에만 미군이 경찰을 폭행하는 사건이 2건이나 발생한 것이다.
 
 
솜방망이 처벌
 
이처럼 미군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지만 제대로 처벌되는 사례는 희박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최근 주한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가 공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0년 이후 한·미합동군사훈련의 영향으로 미군 수가 소폭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주한 미군은 2만 8500여 명이다. 문제는 10년 전에 비해 군인의 숫자는 1만명 이상 줄었지만 미군 관련 범죄는 증가했다. 미군 범죄는 2004년 324건에서 2010년에는 491건으로 급증했다. 이후 2011년 456건, 2012년 379건으로 집계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벌 수준은 솜방망이에 그치고 있다. 3월17일 박범계 민주통합당 의원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주한미군 범죄 사건 처리 현황’에 따르면 주한미군 범죄에 대한 검찰의 불기소 처분 비율은 2010년 전체 사건의 50.5%, 2011년 62.2%, 지난해 68.0%로 늘고 있다. 설령 기소되더라도 벌금형이 처분된 비율은 2011년 82.7%, 지난해 78.1%로 대다수가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이 주한미군 범죄를 키운 측면도 없지 않다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전체 미군 범죄자 10명 중 3명이 폭력, 성폭행 등의 강력범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솜방망이 처벌이 더 큰 문제가 되고 있다. 그리고 한 자릿수에 불과했던 마약범죄는 2011년 이후 2년 연속 두 자릿수로 늘어났다. 대검찰청은 국내 신종 마약의 상당량을 미군이 군사우편을 통해 밀반입하는 것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미군범죄근절운동본부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3월18일 “주한미군 관련 범죄는 최근 5년간 20% 이상 증가한 추세다. 2011년을 기준으로 그 중 64%는 기소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정식 재판을 받은 사건은 6%에 불과하다”며 “한·미 SOFA에 따라 불기소 처리되거나 약식기소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이어 “미군들이 SOFA 상 심각한 범죄가 아니면 처벌받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미군들이 행패를 부리는 일이 많다”고 전했다. 또 “앞으로는 주한 미군이 책임을 갖고 사과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이제는 미군 범죄와 관련 해서 외교통상부의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SOFA를 강화해 범죄억제력을 높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SOFA개정 문제
 
전문가들은 주한미군 범죄가 줄어들지 않는 근본 원인은 SOFA의 불평등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한국 경찰은 범죄를 저지른 미군을 현행범으로 체포했을 때만 1차 조사를 할 수 있다. 체포하지 못했을 때는 미군이 경찰의 출석 요구에 응하지 않으면 이를 강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SOFA 규정을 들어 범죄를 저질러도 일단 영내로만 들어가면 신변상의 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미군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 한 미군 범죄가 근절되기 어렵다.
 
이웅혁 경찰대 행정학과 교수는 “살인과 죄질이 나쁜 강간 등 12개 범죄의 경우 현행범으로 체포 하면 수사가 가능하나 그 외 범죄는 영내 안으로 도망가면 협조받기가 어려워진다”면서 “최근 비비탄 난동 사건에서 미군들이 끝까지 영내로 들어가려고 도주한 것도 이 같은 이유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현행 SOFA 규정은 미국 입장에서 우리나라 형사절차를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라면서 “국가 체면상의 문제이기도하나 자국민과 외국인이 동일하게 처벌받지 않는 것은 보편적인 사법 정의에도 어긋나기 때문에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5월 한·미가 SOFA 규정의 독소조항으로 알려진 ‘신병 인도 후 24시간 이내 기소’ 조항을 삭제한 것에 대해서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실절적인 효력이 없고 부속서류를 수정한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하주희 법무법인 정평 변호사는 “지난해 합동위원회의 합의사항은 사실상 규범적 효력이 없다”면서 “근본적으로 규범력을 갖춘 SOFA 원안 자체를 개정해야만 실질적인 수사를 보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정경수 사무국장도 “현재 미군 범죄의 불기소율은 50%가 넘는데다 재판에 가는 비율도 3~4%에 그친다”면서 “사건의 실체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도록 조사권을 강화하기 위해선 전면적인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움직임
 
이에 대해 그동안 미군범죄 사건에 대해서 잠잠했던 우리 정부도 크게 우려하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정부는 최근 잇따라 발생한 주한미군의 범죄에 대해 미국 측에 강한 우려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정부가 한반도 안보 위기 과정에서 한미 관계를 공고히 하겠다는 방침을 천명한 가운데 잇따른 주한미군 범죄가 이에 찬물을 끼얹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3월18일 “최근 주한미군 범죄가 잇따르고 있어 미국측과 함께 그 원인을 분석해보고 있다”면서 “미측과 협의해 관련 대책을 좀 더 강하게 세울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 청와대 외교안보실측은 전날 외교부 담당 국장을 청와대로 불러 주한미군과 미 대사관에 강력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도록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이백순 외교통상부 북미국장은 3월17일 주한미국대사관 에드 동(Ed Dong) 정무공사참사관을 외교부로 불러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주한미군 관련 범죄에 대해 강한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고 외교부가 전했다. 이백순 국장은 이 자리에서 미국 측이 자체적으로 범죄 근절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하고, 최근 주한미군 범죄 빈발로 인해 한·미관계가 손상될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전달했다. 에드 동 공사참사관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공감을 표시하는 한편, 최근 주한미군 범죄 증가의 원인을 점검하고 향후 범죄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 국장은 이어 주한미군 범죄 예방 및 감소를 위해 양국 정부가 대책을 협의해 나갈 것을 제안했고, 이에 대해 에드 동 공사참사관은 주한미대사관과 주한미군측이 협의해 검토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수사 일선에 있는 경찰도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대책마련에 고심 중이다. 김정석 경찰청 차장은 3월18일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빈발하고 있는 주한미군 범죄와 관련, “초동수사나 현장 대응에 있어서 SOFA 규정에 관한 문제가 있는지 파악해보겠다”고 밝혔다. 김 차장은 ‘경찰청 차원에서 주한미군 문제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했다. 김 차장은 “지난해 5월 SOFA가 개정돼 초동수사권이나 체포 이후 구금, 기소 전 신병 확보 등에 대해서는 많이 보완됐다”면서도 “지금 제일 문제되는 것은 신병 확보인데 관련 규정을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미군의 대책
 
이처럼 비판 여론이 확산되자, 주한미군은 장병들에 대한 통제조치를 취하는 등 파문 진화에 부심하고 있다. 주한 미8군은 한국경찰의 조사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미군들에 대해 불명예제대를 포함해 추가적인 명령조치가 고려될 것이라는 대책을 내놓으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3월18일 공보실장인 앤드루 머터 대령 명의의 성명에서 “한국 경찰의 조사 결과와 법원의 판결에 따라 범죄로 물의를 일으킨 미군들에 대해 불명예제대를 포함해 추가적인 명령 조치가 고려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우리는 모든 위법행위를 근절하고 부적절한 행동이 재발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신중한 대안과 조치들을 취하고 있다”며 “관련 부대에 금주령을 내렸고 3∼4일에 걸친 외출 및 외박 통제, 인원점검, 관심병사 관리 등의 조치도 취했다”고 강조했다.
 
미2사단도 잇따른 미군 폭력 사건과 관련, 전 장병에게 음주 금지와 주말 휴가 금지령을 내렸다. 에드워드 카돈 주한미군 제2보병사단장은 성명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면서 이 같은 내용의 재발방지를 위한 긴급 조치를 발효했다. 카돈 사단장은 성명에서 “최근 미2사단 병사들이 저지른 부적절한 행동으로 60년 넘게 쌓아온 한미 관계가 퇴색하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한민국의 경찰과 법무부에 완벽하게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미 8군이 밝힌 불명예제대 추진은 과거에도 되풀이 해 온 면피성 조치라는 점에서 미국 측이 보다 전향적인 개선안을 내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범죄 혐의를 받고 있는 미군을 불명예제대 조치할 경우 되레 한국의 사법처리를 피해 미국으로 도피성 출국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미 군당국이 과거에도 물의를 일으킨 미군을 불명예제대 시킨 전례가 있다”며 “이는 전혀 진일보한 새로운 조치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그는 또 “구체적 대상과 정확한 기준을 언급하지 않은 채 불명예제대를 검토한다는 발표는 여론 면피용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당장 해당 병사를 불명예제대 조치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박 사무국장은 “통상적으로 미군은 한국에서 판결이 다 끝날 때까지 불명예제대 판단을 미루며 그 동안의 과정은 군인 신분으로 SOFA의 적용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불명예제대를 하게 되면 전역 후 연금 수령을 못 받기 때문에 해당 미군들에게 경제적 타격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작년 7월 평택에서 한국 일반인들에게 수갑을 채워 연행해 큰 논란이 됐던 미군들처럼 여론의 관심이 멀어지면 슬그머니 미국으로 출국하는 게 미군의 전형적인 패턴이다. 이들 미군은 검찰 수사 중에도 불구하고 복무기간이 끝났다는 이유로 한국을 빠져나간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조영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위원장은 “미군을 불명예 제대시키면 되레 인신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일반인 신분이 된 미군이 한국에 머무를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분석이다. 미군범죄수사대가 신병을 확보할 이유도 없고, 미군 비행장을 통해 빠져나갈 경우 한국 정부가 출입국 관리권을 제대로 행사할 수도 없다는 것이다. 조 위원장은 “이 모든 조치가 여론의 비판 소나기를 피해가자는 심산이며 결국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며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선 SOFA 추가 개정과 사법당국의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정경수 사무국장은 “미군들이 여론이 뜨거울 때마다 유감 형식의 성명서를 내는 것은 결국 문제의 근원적 해결책인 SOFA 등 제도개선 논의를 피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Kimstory2@hyundae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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